[병실 퇴거명령] 법원이 식물인간을 내쫓는 논리 ②

2022년 08월 25일 20시 00분

2022년 08월 25일 20시 00분

[병실 퇴거명령]
법원이 식물인간을 내쫓는 논리 ②
(1편에서 계속 : https://newstapa.org/article/r_pJG)
입원 중인 병원에서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을 당한 환자는 식물인간 장경복이 처음은 아니다.

퇴거 청구, 이런 환자들이 당한다

뉴스타파 취재팀이 법원도서관 방문 등을 통해 반복적으로 판결문을 수집·검토한 결과, 2000년대 기준 장경복 사건과 상황이 흡사한 병실 퇴거 청구 사건은 19건으로 조사됐다. 병원이 환자를 상대로 강제적인 퇴원까지 요구할 정도로 갈등이 첨예한 의료 소송 사건은 1년에 한 건 일어날까 말까 할 정도로 드물다. 환자를 내보내려 한 병원, 즉 더 이상의 입원 진료를 거부한 병원은 대부분 국내 최고의 종합병원들이었다. 사건 속 환자들은 대부분 장경복과 처지가 비슷했다. 병원에서 의료사고를 당해 회복 불가능한 장애를 입었거나, 그 의료사고의 책임을 의료진에게 묻기 위해 병원과 소송을 벌이며 장기 입원하고 있었다.
▲대형병원들이 장기입원환자들에게 제기한 병실 퇴거 청구 소송 판결문들이 쌓여 있다.
병원 측이 일방적으로 환자 진료를 거부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현행 의료법 제15조 1항부터 ‘의료인은 진료나 조산 요청을 받으면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퇴원을 거부하는 환자를 퇴원시키려 할 때도 ‘정당한 사유’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유권해석을 내놓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더 이상의 입원치료가 불필요함 또는 대학병원급 의료기관에서의 입원치료는 필요치 아니함을 의학적으로 명백히 판단할 수 있는 상황에서 환자에게 가정요양 또는 요양병원·1차의료기관·요양시설 등의 이용을 충분한 설명과 함께 권유하고 퇴원을 지시하는 경우”를 진료 거부의 정당한 사유 중 하나로 제시한다.
바로 이 유권해석이 상급종합병원들이 장기입원환자를 상대로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 내세우는 무기가 된다. 상급종합병원들은 소송 상대방인 ‘문제 환자’의 상태가 더 이상 우리 병원에 계속 입원해 치료받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담당의사의 소견서, 신체감정 결과를 제시해 ‘객관적’으로 입증하려 한다.
▲장경복 씨의 주치의는 소송 과정에서 그의 퇴원 필요성을 주장하는 소견서를 썼다.
서울아산병원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산병원 측은 병실 퇴거 청구 소송에서 장경복에 대해 “5년 넘게 동일한 내용의 단순 보존적 치료만 받고 있을 뿐 상급종합병원에서만 가능한 급성기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가 아니어서 (아산병원에서) 계속 입원치료를 받을 필요가 없다”며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장경복 측은 “(이 사건 의료사고로) 저산소성 뇌손상을 입고 지속적인 재활치료와 징기 입원을 필요로 하는 중증의 후유증을 입은 후 피고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는 중이고, 기대여명이 약 3년으로 매우 짧은 등 상태가 중하여 퇴원이나 다른 병원으로의 전원이 어렵다”며 “여전히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이므로 진료를 거부할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예측을 불허하는 소송 결과

2016년, 충북대병원에도 장경복과 비슷한 처지의 환자가 있었다. 한 임산부가 분만 중 수술을 받다가 심정지가 발생해 저산소성 뇌손상을 당했다. 장경복과 같은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가 됐다. 충북대병원은 중환자실에 장기입원하고 있던 이 환자에게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병원 측은 당시 환자가 “상급종합병원 내지 3차 의료급여기관인 충북대병원에서 진료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고 보존적 치료를 주로 하는 요양병원으로의 전원이 적합한 상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건을 맡았던 청주지법 재판부는 병원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병원의 주장에 의하더라도 환자는 식물인간 상태로 요양병원으로 전원하여 보존적 치료를 받아야 하는 상태에 있다는 것이므로, 이 사건 의료계약을 해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다시 말해, 환자에게 아직 입원치료가 필요하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상급종합병원의 퇴원 요구는 부당하다고 본 것이다. 반면, 마찬가지로 장경복도 계속적인 입원치료가 필요한 식물인간이었지만 소송에서 패했다.
그만큼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의 결과는, 병원도 환자도 실로 예측하기 어렵다.
장경복처럼 의료사고를 겪고 병원과 분쟁 중인 장기입원환자는 회색지대에 놓여 있다. 아산병원도 장경복에게 ‘입원치료가 계속 필요하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아산병원은 장경복이 요양병원 등 다른 하급병원으로 옮겨가기를 원했고, 장경복 측은 의료사고가 발생한 아산병원에 계속 입원하기를 바랐을 뿐이다.
그렇다면 장경복과 달리 소송에서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된 경우라면 어떨까. 혹시 병원 측이 병실 퇴거 청구소송을 제기하더라도 환자가 유리한 입장에 설 수 있을까. 기존 판례에 따르면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의료진의 과실로 의료사고가 일어났다고 인정됐으나, 환자가 병원에서 나가야 한다고 판결한 재판부(서울중앙지법 2013가단89653)도 있다. 반대로 의료진의 과실이 없지만 환자도 병원에서 나갈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재판부(서울북부지법 2016가합923)도 있기 때문이다.
▲법원 앞에서 정의의 여신 디케 조각상이 저울과 칼을 들고 있다.
아산병원 측 소송 대리인은 법정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병원 밖에는 지금 당장이라도 (서울아산병원의) 의료진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생명에 위협을 받는 중증 급성환자들이 병실이 없어 대기하고 있는 실정인데 이들 급성환자들에 대한 적시 치료가 매우 긴급하며 중요합니다.”
병원 측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유가 있다.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기관의 종류별 표준업무규정’은 상급종합병원이 “주로 중증질환자를 대상”으로 고난도의 치료기술을 필요로 하는 중증 질환을 진료하도록 표준업무 범위를 분류하고 있다. 또한 각급 의료기관이 표준업무 분류에 부합하는 기능과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서울아산병원은 장기입원환자인 식물인간 장경복이 다른 중증환자 입원치료를 방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병원에 따르면 장경복이 입원한 정형외과 병동의 환자 평균 재원기간은 일주일이다. 병원은 장경복이 “병상을 계속 점유하고 있어 일주일에 1명꼴로 척수 손상, 골종양, 중증외상 등 중증 급성기 환자가 제때 입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뉴스타파에 말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700개가 넘는 병상을 갖춘 국내 최대 상급종합병원이다.
아산병원처럼 장기입원환자를 상대로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해온 상급종합병원들은 법원의 애매한 기준과 예측을 불허하는 판단에 분명 불만이 있었다. 이들 병원은 우리나라 법원이 “입원계약 해지를 판단함에 있어 의료자원의 공공재적 성격과 그 효율적 배분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소리 없는 판결 전쟁

하지만 법원이 병원의 뜻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다. 그동안 병원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들도 의료자원의 공적 성격, 효율적 배분 문제에 대해서는 판단한 적이 없다. 오히려 환자의 손을 들어준 재판부들은 행정법령이 권장하는 상급종합병원의 역할, 업무 범위가 환자와 진료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봤다. 즉,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을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는 판결도 다수 존재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고시상 상급종합병원의) 표준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여 의료인이 진료나 조산요청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므로, 상급종합병원의 표준업무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일반 병원이나 종합병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사유는 정당한 의료계약의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청주지법 2016가단103132, 2017나15103 판결)
그동안 몇 안 되는 병실 퇴거 청구 소송에서 전국 법원의 재판부들은 장경복과 같은 환자를 놓고 소리 없는 판결 전쟁을 벌여 왔다. 특히, 환자의 상태가 장경복처럼 입원치료 자체는 필요하지만 상급종합병원이 아닌 2차 의료기관(요양병원 등)에서도 입원치료가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때, 재판부마다 엇갈리는 판결을 내놓았다.
이 때문에 소송의 결론이 법리 판단보다는 개별 재판부가 좇는 가치에 따라 좌우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연세의료원 소속 박다래 변호사는 지난해 ‘상급종합병원의 입원계약 해지권 행사에 대한 검토’라는 논문에서 “2차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이 가능하고 환자의 증상도 고정적인 동일한 사안에 대하여도 재판부의 성향에 따라 다른 판결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비평했을 정도다. 그렇다면 소송의 상대방인 환자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그저 ‘운’에 달렸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그러는 사이 최고사법기관인 대법원은 이러한 병실 퇴거 청구 소송 사건에서 우리 사법부와 사회가 추구해야 할 가치와 기준이 무엇인지 정립할 만한 판례를 내놓은 적이 없다.
기존 유사 사건 판례를 분석해도 병원과 환자 어느 쪽이 유리하다고 단언하기 어렵다. 뉴스타파가 검토한 2000년대 이후 유사 소송 19건을 분류해보면 퇴거 청구 소송에서 병원이 승소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인용 12건, 기각 7건)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상급종합병원 측은 환자가 더 유리하다고 추정하기도 한다. 박 변호사는 같은 논문에서 “(재판부에 따라 비슷한 사건에서) 상반되는 판결이 나오고 있으나 퇴거 청구를 기각하는 경우가 보다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썼다.
▲한 병실 퇴거 청구 소송 판결문에 환자에게 퇴거하라는 재판부의 주문이 적혀 있다.

‘보존적 치료’의 무게

의료사건을 전문으로 하는 홍영균 변호사는 법원이 장경복처럼 특수한 처지에 놓인 환자들에게 병실에서 나가라고 판결하는 이유에 대해 “재판부가 ‘보존적 치료’의 무게를 간과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서울대병원 측이 의료과실로 식물인간 상태에 빠진 장기입원환자에게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한 사건에서 환자 측을 대리한 경험이 있다. 장경복과 같은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들은 현재의 건강상태를 유지하고, 증상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여러 약물·재활치료를 포함하는 ‘보존적 치료’를 받는다. 이러한 보존적 치료의 질과 수준에 따라 여명이 좌우될 수도 있다. 환자 측은 더 낮은 등급의 병원으로 옮겨가면 죽음을 앞당기는 길이라고 직감하는 것이다.
환자 측의 우려는 타당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도 고민이 깊다. ‘의료문제를 생각하는 변호사모임’(의변) 학술단은 2019년 논문에서 장기입원환자 퇴거 청구 사건을 분석하면서 이렇게 비평했다.
“상급종합병원과 요양병원 또는 병원 사이의 의료서비스의 차이가 존재하는 현실에서 이론적으로는 요양병원에서의 보존적 치료나 상급종합병원에서의 보존적 치료나 차이가 없다고 볼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도 차이가 없는 것인지 또는 환자 측의 의구심이나 불안이 과연 근거 없는 막연한 것인지는 숙고해 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2018년 주요 의료판결 분석’ / 의료법학, 2019)
이러한 보존적 치료의 무게를 실감한 재판부는 환자의 손을 들어주기도 했다. 2009년 서울중앙지법에서 선고된 사건이 그렇다. 한 60대 여성 환자가 3차 의료기관인 대학병원에서 뇌수술을 받고 뇌출혈이 발생해 의식이 저하되고 반신마비장애를 얻었다. 병원 측은 이 환자를 상대로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환자는 아산병원의 장경복과 마찬가지로 병원의 의료과실을 주장하면서 손해배상 청구 소송 중이었다.
당시 서울중앙지법 재판부는 병원이 진료를 거부할 정당한 사유가 없다고 보고, 환자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환자의 상태가 반드시 3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현재 피고가 받고 있는 객담 제거, 소변 관리, 욕창 방지, 물리치료 등과 같은 진료는 환자의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한 것임을 알 수 있고, 위와 같은 치료를 받기 위해 통원하는 것이 불편함을 끼치는 경우에 해당하여 입원의 필요성 역시 있다”고 판단했다. 
홍영균 변호사는 “보존적 치료를 의학적인 관점에서는 처치와 처방의 반복성 때문에 단순한 의료행위로 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실제로 상급종합병원 측에서는 ‘보존적 치료 외에 추가적으로 예정된 치료계획이 없다’는 점을 병실 퇴거 청구의 이유 중 하나로 들 때가 많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보존적 치료야말로 “환자의 관점에서는 헌법상 가장 기본적인 생명권을 보장하기 위한 의료행위”라는 게 홍 변호사의 의견이다.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으나 장경복의 경우 서울아산병원에 계속 입원해 보존적 치료를 받으면서 당초 예상했던 여명 3년을 넘겼다. 여전히 그는 살아있는 것이다.

퇴거하라, 공공복리를 위하여

지난해 12월, 서울아산병원 측이 장경복을 상대로 제기한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의 결론이 나왔다. 재판부는 장경복이 “이 사건 병상에서 퇴거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식물인간 장경복의 아들은 아버지 사건의 판결문 한 단락을 읽고 나서 “폭력적”이라고 했다. 이 사건을 검토한 의료소송 전문 변호사 가운데 한 명도 그렇게 말했다. 서울고법 재판부가 장경복과 같은 장기입원환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그만큼 유례 없는 것이었다.
상급종합병원의 입원 치료는 사회적으로 매우 한정된 의료자원으로서 위와 같은 목적에 부합하도록 공공복리를 위하여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되고 배분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볼 때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입원진료계약을 해지하여 환자에게 퇴원을 요구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 판단할 때에는 그 환자가 계속 치료를 받을 필요가 있는지가 아니라 그 환자에게 상급종합병원 수준의 입원치료가 계속 필요한지가 기준이 되어야 할 것이다. … 장경복이 퇴원하지 않음으로서 (서울아산병원으로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만 치료할 수 있는 중증 급성기 환자들을 입원시켜 치료하는 데 그만큼 지장을 입었을 것으로 보인다.” (2021.12. 서울고법 2021나2021065 / 서울아산병원-장경복 퇴거 청구 사건 판결)
장경복은 이런 법원의 판결로 우리 사회 공공복리 실현과 중환자 입원치료의 ‘걸림돌’로 낙인 찍혔다.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장경복은 법원의 판결을 직접 듣고 읽을 기회도, 좌절하고 분노할 능력도 잃었다. 장경복의 아들은 아버지가 왜 병원에서 쫓겨나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한다. 그는 법원이 내놓은 “이 이유 때문은 아닌 것 같다”며 분을 삼킨다.
▲장경복의 아들이 아버지 사건 판결문을 읽고 있다.
“이게 쉽게 얘기하면 가망 없는 너도 많이 아프지만 네가 이렇게 버티니까 더 아픈 사람이나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이 못 들어오는 거 아니냐, 그러니까 네가 나가라. 이런 얘기 같은데 되게 폭력적인 말이죠. 병원에 아파서 가는 건데 더 이상 손 쓸 수가 없다라는 말이 아니라 이건 너라는 환자는 이제는 우리가 치료할 필요가 없어, 우리 활용 목적이 아니다, 이런 말로 들리니까 좀 마음이 아프네요.” (장경복 아들 원재)
서울고법의 장경복 병실 퇴거 사건 판결은 의료자원의 효율적 활용, 공공복리, 상급종합병원의 역할을 전면에 내세워 장기입원환자의 강제 퇴원을 정당화한 첫 판결이다. 지난 4월, 대법원도 서울고법의 판결을 이의 없이 확정했다.
뉴스타파 취재팀 요청으로 아산병원-장경복 병실 퇴거 청구 사건 판결을 검토한 여러 의료사건 전문 변호사들의 첫 반응은 비슷했다. 병실 퇴거 청구 소송에서 환자 측을 대리해 본 박윤원 변호사는 “이 판결이 널리 알려지면 안 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의변 대표 유현정 변호사가 뉴스타파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사건을 검토한 또 다른 변호사, 유현정 의변 대표는 “상급종합병원들이 앞으로 장기입원환자들에게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할 때 대법원에서 확정된 장경복 사건의 판결을 원용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전망했다.
유 대표는 “진료는 환자의 생명, 신체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의료법 제15조 1항이 정하고 있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는 넓게 인정할 것이 아니라 시설이나 인력, 전문지식 또는 경험 부족 등으로 진료가 불가능한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더라도 행정법령이 정한 상급종합병원의 표준업무나 의료급여기관의 진료범위를 벗어난다거나 일반 병원, 종합병원에서도 진료가 가능하다는 사유는 진료를 거부할 수 있는 정당한 사유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병원의 병실퇴거청구에 관한 일련의 판결들에서 환자의 생명권과 진료 선택권이 상급종합병원의 경영 논리 앞에 이토록 힘을 잃은 적은 처음이다.
이번 판결의 논리가 “상급종합병원이 드러내지 않는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도 있다. 제3자의 관점에서 이 사건을 검토한 홍영균 변호사는 상급종합병원이 의료사고를 당한 장기입원환자를 상대로 병실 퇴거 청구 소송을 제기하는 주된 이유를 세 가지 측면에서 지적한다. 그는 “의료사고 환자를 퇴거시키고 신규 환자를 입원시키면 수익이 늘어난다는 경제적 관점, 대외 이미지가 손상된다는 영업적 관점, 원내 환자들이 동요할 수 있다는 관리적 관점이 병실 퇴거 청구의 주된 이유”라고 말했다.
▲의료사건 전문인 홍영균 변호사가 뉴스타파 취재팀과 인터뷰하고 있다.

장경복 가족의 마지막 기회

장경복의 가족은 사고 발생 7년이 지난 지금도 병원의 잘못이라고 믿고 있다.
장경복의 아내는 아들과 딸을 생각하며 버틴다. “애들한테는 일부러 어려운 모습 안 보이려고 힘쓰고 더 열심히 살려고 하는 것도 애들이 부모가 하는 걸 많이 닮잖아요. 사람 인생이라는 게 굴곡이 많잖아요. 자기들 어려울 때 엄마가 저렇게 힘을 내서 사셨구나, 엄마 생각해서 그 어려운 고비를 잘 이겨내게 해달라는 그런 마음도 있더라고요.”
병원도 물러서지 않을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측은 “의료과실이 없다는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계속해 퇴원을 거부하면 아무런 조치를 취할 수 없는 것이 병원의 현실”이라며 “법원 판결을 거부하는 끝없는 분쟁은 다른 환자들에게도 피해와 부담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뉴스타파 취재팀에 말했다. 또 “모든 절차는 법원의 판결 및 보건복지부의 상급종합병원 운영 방침에 따라 불가피하게 진행되었다”고 말했다.
장경복의 가족들은 지난 5월 서울고법과 대법원에 각각 재심을 제기했다. 그리고 석 달이 지난 8월 25일, 서울고법에서 재심 첫 변론기일이 열렸다. (끝)
▲의료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장경복 씨가 서울아산병원 병상에 누워 손을 모으고 있다.
<보도 그 후...>
장경복의 가족들이 서울고법과 대법원에 제기한 재심 청구는 모두 기각, 각하 판결을 받았다. 그렇게 2023년 3월에 이르러 의료과실과 병실 퇴거, 진료비를 둘러싼 모든 소송은 아산병원의 승소로 끝났다. 병원 측 신청에 따라 장경복 가족의 부동산이 압류되었고 경매 절차가 진행됐다. 가족들은 "더 버티기 힘들었다"고 했다. 가족들은 결국 아산병원과 합의하고 장경복을 요양병원으로 옮겼다. 그 대신 아산병원은 압류 부동산 경매를 취소하고 소송으로 확정된 미납진료비를 받지 않기로 했다. 2023년 5월 12일 밤, 장경복은 숨을 거뒀다. 요양병원에 온 지 28일 만의 일이다.
*이 기사는 2023년 5월 17일 수정되었습니다.
제작진
취재홍우람 강현석
촬영김기철 정형민 신영철 이상찬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