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우진 입 열다② "언론인 16명에게 금품, 경찰에 명단 줬다"

2021년 07월 21일 10시 00분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이른바 ‘변호사 소개 의혹’의 당사자인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2012년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금품을 제공한 언론인 16명의 명단을 경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또 세무서장으로 재직할 당시 다수의 언론인과 골프를 치면서 골프비를 제3자에게 대납시킨 사실을 시인했다.
윤 전 서장의 이 같은 증언은 그 동안 풍문으로만 떠돌던 윤우진 전 서장과 언론의 유착 고리를 확인시켜 준다. 2012년 당시 경찰은 윤우진 전 서장이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에게 받은 뇌물성 금품과 선문(현금, 갈비세트)을 경찰과 검찰,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뿌렸다는 의혹을 수사한 바 있다.
지난 7월 19일 뉴스타파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증언을 공개했다. 윤 전 서장은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2012년 경찰 수사를 받던 도중 윤석열 당시 부장검사에게 변호사를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윤 전 서장의 증언은 2019년 7월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후보자가 내놓은 주장과는 180도 다른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에서 뉴스타파 취재진과 만난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기자들과 골프 치고 골프비 대납시킨 건 죽을 때까지 반성”

2012년 당시 경찰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서울 성동구에서 육류수입업체 T사를 운영하는 김 모 씨로부터 4000만 원이 넘는 골프비를 대납받고 또 갈비세트 100개를 받은 혐의 등을 포착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은 이 뇌물 중 일부가 검찰과 경찰, 그리고 언론인들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했다. 다음은 2012년 윤우진 뇌물 사건 수사에 관여한 경찰관계자의 설명.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이 검사들과 주로 골프를 친 건 사실이지만, 검사들하고만 친한 건 아닙니다. (육류수입업자 김 모 씨에게 받은) 고기는 방송국에 갖다 준다고 받아간 고깁니다. 윤우진의 통화내역을 보면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KBS, MBC (기자들이) 엄청 많아요. 해외로 도피하기 직전까지 통화한 사람도 꽤 많습니다. 대부분 평기자가 아니라 사장, 부사장, 사회부장 출신들입니다.

- 2012년 ‘윤우진 뇌물사건 수사팀’ 관계자 (2012)
뉴스타파 취재진은 지난해 12월 31일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윤우진 전 세무서장에게 이와 관련된 의혹에 대해서도 물었다. 윤 씨는 일단 육류업자 김 모 씨로부터 골프접대를 받은 사실은 인정했다. 그리고 육류업자 김 모 씨가 골프장에 미리 대납해 놓은 골프비를 기자들과 주로 썼다고 말했다.  
난 검사들하고 골프 안 쳤어요. 기자들하고 다 쳤어요. 내가 아는 기자들이 500~1000명 정도 됩니다. 골프접대 받은 건 치명적으로 잘못한 것입니다. 골프치고 골프비 대납시킨 건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반성할 겁니다.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은 자신과 가까운 기자들의 이름도 직접 거론했다. 동아일보와 중앙일보 기자 각 한 명, KBS 기자 2명이었다. KBS 기자 2명과 골프를 친 사실은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국장이 부탁해 정치부장했던 이OO(KBS 기자), 고대영(전 KBS 사장)과 4명이 골프를 한 번 친 사실이 있다.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윤 전 서장은 이 골프 회동을 설명하면서 국세청이 언론사를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서울지방국세청 1국장이 KBS, 2국장이 MBC, 3국장이 기타 언론사를 맡아 관리했다는 것이다.
(서울지방국세청) 1국장은 KBS, 2국장은 MBC, 3국장은 기타 언론사, 이렇게 분할이 되어 있어요. (2011년 당시 김OO 서울지방국세청 1국장이) KBS 담당이니까 ‘정치부장, 사장하고 골프 한 번 하자’고 해서 내가 골프를 친 거예요, 같이.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윤우진, “2012년 뇌물 사건은 경찰의 표적수사”

윤 전 세무서장은 2012년 경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갈비세트와 골프접대 등 금품을 제공한 기자 16명의 명단을 경찰에 제공했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수사하지도, 언론에 흘리지도 않았다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마디로 경찰이 검찰만 겨냥한 편파수사, 표적수사를 했다는 것이다.
2012년 경찰이 시작한 나에 대한 수사는 조현오 당시 (경찰)청장이 ‘검찰에서 (경찰) 정보국장도 저렇게 구속을 하는데 (경찰도) 검찰 작업을 좀 해라’라고 해서 시작된 수사입니다. 내가 선물 보낸 기자 16명 명단은 (경찰에) 다 줬는데…그거는 하나도 보도를 안 하고, 검사들하고 한 두 번 골프친 건 다 언론플레이하고…

 -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2020.12.31)
윤 전 서장은 ‘별건 수사’, ‘소설’ 같은 표현을 써 가며 당시 경찰 수사를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신은 “검사들이 아닌 언론인들과 주로 골프를 쳤고, 골프비를 제3자에게 대납시킨 것은 하늘나라에 갈 때까지 반성한다”고 말했다.

윤우진 사건은 '검경언' 복합 비리 사건...검찰이 경찰수사 방해 의혹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 의혹 사건과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윤 전 서장에게 변호사를 소개해줬다는 의혹은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3부가 다시 수사하고 있다.
윤 씨가 뉴스타파 취재진을 만나 말한 내용은 이른바 '윤우진 뇌물수수 의혹 사건'이 검찰, 경찰, 언론인 등이 복합적으로 얽힌 비리 의혹 사건인데도 당시 검찰이 석연치 않은 이유로 경찰 수사를 방해했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고대영 전 KBS 사장, “사장 재직 중엔 윤우진과 골프 안 쳤다”

뉴스타파 취재진은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의 입에서 이름이 확인된 전현직 기자들 중, 윤 전 서장이 골프접대를 했다고 구체적으로 언급한 고대영 전 KBS 사장, 이모 KBS기자에게 연락해 윤우진 전 서장의 주장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이모 기자는 “윤우진 전 서장과 한 번 정도 골프를 친 사실은 있지만, 갈비세트 등 금품을 받은 사실은 없다”고 주장했다. 고대영 전 KBS 사장은 문자메시지로 “KBS 사장 재직 중에는 윤우진 씨와 골프를 친 사실이 없으며, 갈비세트를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제작진
취재한상진
편집윤석민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