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기문자 3부] 삼성왕국의 대학과 언론
2018년 04월 25일 00시 31분
지난 2007년 11월, 삼성그룹 법무팀장이었던 김용철 변호사가 삼성 비자금 조성 의혹을 제기했다. 그리고 삼성이 구조본과 계열사를 동원해 검찰 간부 수십 명을 관리해 왔다고 주장했다. 폭로된 검찰 간부 중에는 당시 검찰총장 내정자 신분이었던 임채진 검사의 이름도 있었다. 김용철 변호사는 “이우희 당시 에스원 사장이 임채진 검사를 담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임채진은 의혹을 부인했다. 이우희 씨와는 사적으로 만난 사실이 없다는 주장이었다. 하지만 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 문자를 보면, 임채진의 당시 주장은 진실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장충기 문자에는 임채진이 장충기에게 보낸 문자 3개가 들어 있다. 2015년 1월부터 6월 사이에 전달된 것으로 주로 사위의 인사청탁을 하는 내용이다.
아래는 2015년 4월 10일 장충기가 받은 문자 메시지이다. 부산고 동문 골프 모임을 전하는 내용으로 장충기는 마산중-부산고-서울대를 졸업했다.
이 문자 메시지에는 검찰 관계자 이름이 등장한다. 서울중앙지검장을 지낸 안영욱, 대구지검장을 지낸 문효남이다. 김용철 변호사가 “임채진을 담당했다”고 폭로했던 이우희 씨의 이름도 들어 있다. 참여정부에서 기획예산처 장관을 지낸 변양균과 민정수석을 지낸 박정규의 이름도 있었다. 이들은 모두 부산고 출신이었다. 당시 골프 비용은 KT 황창규 회장과 골프를 치지 않았지만 장충기가 반반씩 냈던 것으로 보인다.
김용철 변호사의 첫 폭로가 나온 건 2007년 10월이었다. 폭로 후 검찰은 특별수사팀을 꾸려 삼성 비자금과 떡값 검사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당시 임채진은 검찰총장 내정자, 안영욱은 서울중앙지검장이었다.
아래는 2015년 6월 15일 장충기가 받은 또 다른 문자이다.
황찬현 감사원장 시절 감사원장 관사에서 고기를 구워먹는 모임이 열린다는 내용이다. 당시 MBC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이었던 김장겸과 최기화가 참석자 명단에 등장한다. 최형두는 박근혜 정부 첫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뒤 국회 대변인을 맡고 있었다. 장충기를 뺀 참석자들은 모두 마산고 동문, 장충기는 마산중학교를 졸업했다는 이유로 이 모임에 참여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문자에서 주목할 부분은 참석자로 기재된 ‘법원 후배들’이다. 이들은 대체 누굴까? 감사원장 관사에서 고기 회식이 열리기 3개월 전인 2015년 3월 장충기가 받은 또 다른 문자에는 이 궁금증을 풀어줄 단서가 들어 있다.
마산중, 고 출신 모임을 알리는 내용인데, 6명에 달하는 현직 판사들의 이름이 들어 있다. 감사원장 관사 고기파티 모임에 참석한 ‘법원 후배들’과 같은 사람들로 추정된다.
장충기 문자에는 ‘합포회’ 혹은 ‘합포모임’이라는 이름의 모임과 관련된 내용도 자주 등장한다. 마산중, 고등학교가 있는 합포구에서 이름을 따온 것으로 추정되는 모임이다.
전현직 국회의원(김정부, 박성호, 배덕광, 여상규, 이만우)의 이름도 보이고, 공기업 사장 (인천국제공항 박완수, 한국관광공사 변추석)의 이름도 확인된다. 민간기업 임원(삼성 이학수, CJ 허민회, 파리크라상 최석원)도 여러 명이다. 이학수 부회장이 합포회 모임을 후원한다는 내용도 문자에서 확인됐다.
장충기에게 ‘향기나는 동생이 되고 싶다’는 문자를 보냈던 국정원 직원도 장충기의 고향 후배였다.
장충기가 사장이던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그룹의 심장과 같은 곳이다. 법적인 근거는 없지만, 삼성그룹 경영을 진두지휘하고 대관업무라고 부르는 정관계 로비도 이 곳에서 도맡았다. 장충기는 그 업무의 정점에 있었다. 미래전략실은 2006년 안기부 X파일 사건이 터지면서 해체된 삼성그룹 구조본의 후신이었다.
사실 미래전략실이라는 것은 정식 삼성그룹의 조직이 아닙니다. 삼성그룹의 비즈니스와 관련돼서 예산이 집행될 수 없는 곳이에요. 계열사에서 받아서 집행을 하잖아요. 계열사에서 그 형체가 없는 유령조직에 돈을 줘야 될 이유가 없는거죠. 비서실과 미래전략실이라는 조직의 힘은 막강할 수밖에 없었고 거기에서 그 업무를 핸들링하는 사람은 최대 꽃이 될 수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사회 저명인사들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되고 심지어 그 사람과 점심 한 끼 먹으면 엄청난 출세한 것처럼 인식하게 되고 그런 사회가 돼버린 거죠.
장충기 문자는 삼성이 학연, 지연과 같은 사적 관계를 어떻게 공적인 관계로 연결시키면서 삼성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왔는지 잘 보여준다. 예를 들어 장충기에게 인사청탁을 하고 삼성 편을 드는 발언을 해왔던 박재완 전 장관은 장충기의 중, 고등학교와 대학 후배였고, 삼성 민원 창구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제기된 변양균 전 장관은 장충기의 부산고 동문이다. 그리고 이들 중 상당수는 공직을 떠난 뒤 아예 삼성맨으로 변신해 삼성지킴이가 되기도 했다.
취재 : 한상진, 송원근, 조현미, 박경현, 강민수, 홍여진
데이터 : 최윤원
촬영 : 정형민, 최형석, 김남범, 신영철, 오준식
편집 : 정지성, 윤석민, 박서영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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