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누가 군대 보낼까요”
2015년 05월 28일 22시 28분
‘상이군경회’같은 국가유공자 단체는 회원들의 복지를 위해 수익 사업을 벌일 수 있다. 이런 수익 사업에 대해서는 공공 기관과 수의 계약을 맺을 수 있는 특혜를 받는 대신, 반드시 직접 사업을 하는 방식으로 국가보훈처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를 어길 경우 사업 승인이 취소된다. 하지만 상이군경회가 운영하는 일부 수익 사업의 경우 사업을 직접 하지 않고 명의만 빌려주는 대신 복지기금 명목의 수수료를 받아 챙긴 의혹을 사고 있다. 이른바 ‘대명 사업’을 한다는 의혹이다.
또 사업 관리가 투명하게 이뤄지지 않아서 실제 사업을 하는 업체가 낸 거액의 손실을 상이군경회가 떠안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특히 상이군경회의 수익 사업들은 회장 선거와 맞물리면서 사업권을 둘러싼 이권 다툼의 대상으로 변질해 가고 있다. 상이군경회 회원들의 자립과 복지를 돕기 위한 원래 취지는 뒷전으로 밀렸고, 전체 상이군경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요인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상이군경회 환경개발 사업소 2공장은 군대 안에서 나오는 폐식용유를 수거해 정제 과정을 거친 뒤 바이오 디젤 원료로 재가공하는 곳이다. 원래는 특수부대 출신 전역자들의 모임인 ‘특수전 연맹’과 함께 주식회사 형태로 사업을 영위해 오다, 2012년부터 상이군경회 산하 사업장으로 변경됐다. 상이군경회에 명의와 폐기물 처리 허가권을 넘기면 국방부 등과 수의 계약을 맺을 수 있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해 나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매월 5백만 원을 복지기금 명목으로 상이군경회에 주는 조건이었다. 상이군경회는 업체가 잘못해 상이군경회로 손실이 전가될 때를 대비해 3천만 원의 보증금과 5억 원의 근저당 설정, 그리고 비밀 준수 약정도 맺게 했다. 하지만 회사 관계자가 상이군경회 회장 선거 과정에서 현 김덕남 회장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계약이 해지돼 지난해 초부터 더 이상 사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 이 회사 본부장은 계약 업무만 상이군경회에서 했고 자금 운용이나 세금 납부, 임금 지급 등 사업소 운영 일체는 업체가 맡았다고 털어놨다. 이와 같은 사업 행태는 불법이다. 수익 사업의 경우 직접 사업을 운영해야 한다는 ‘국가 유공자 단체의 수익 사업에 관한 규칙’을 어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양주에 있는 상이군경회 미디어 사업소 역시 대명 사업 의혹을 받고 있다. 이곳에는 예전부터 비슷한 사업을 해오고 있는 ‘영화 아트텍’이라는 회사가 같은 주소지에 법인 등록이 돼 있다. 이상한 것은 이 회사의 이사가 다름 아닌 상이군경회 미디어 사업소의 소장이고, 대표는 그의 딸이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상이군경회 183차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의혹은 더욱 짙어진다.
김덕남 상이군경회 회장은 법적으로는 직영이지만 내용상으로는 하청이라는 점을 실토하고 있고, 사업관리본부장은 급료나 비용을 실제 관리하지 않은 위임 사업이라고 밝혔다. 더구나 이 사업장은 지난해까지 부채만 65억 원이 발생했고, 추가로 수십억 원이 더 불어날 처지에 놓여있다. 그런데도 대명 사업을 벌였다는 약점과 조달청으로부터 선급금을 받고 진행 중인 계약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는 얘기가 회의록에 고스란히 나와 있다. 하지만 상이군경회 미디어 사업소장은 오히려 상이군경회로부터 빚을 떠안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상이군경회로부터 고용된 소장이 오히려 본부에 큰소리를 치는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누구의 말이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불투명한 사업 관리로 상이군경회가 막대한 손실을 보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해명을 듣기 위해 상이군경회 본부를 찾아갔다. 상이군경회 측은 1년만 참아주면 정상화하겠다며 제기되는 의혹들은 기득권자들의 반발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질문이 계속되자, 폭언과 욕설을 쏟아냈다. 상이군경회의 불투명한 수익 사업들에 대해서는 고소, 고발 사건과 인지 수사 등 여러 건의 경찰 수사가 동시에 진행 중이다.
국가보훈처는 일부 수익 사업의 문제점을 파악하고는 있었지만, 손을 못 대고 있는 실정이다. 관리 감독 기관이 손을 놓은 사이 각종 의혹으로 얼룩진 상이군경회의 일부 수익 사업은 회장 선거 때마다 논공행상의 대상으로 전락해 버렸고, 더 나아가 국가를 위해 희생한 전체 상이군경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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