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광주비엔날레 작품 실종 사건’

2014년 08월 14일 21시 49분

0. 프롤로그

광주 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 <달콤한 이슬, 1980 그 후>에 1세대 민중미술 작가인 홍성담 화백이 초청됐다. 윤병모 책임 큐레이터는 “광주정신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데 홍성담 화가를 빼 놓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 와중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다. 홍 화백은 진도로 달려갔고, <세월오월>이라는 작품을 구상한다.

 1. 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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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는 지난달 17일 초청작 <세월오월>을 제작하고 있는 홍성담 화백에게 허수아비로 묘사된 박근혜 대통령을 수정할 것을 제안한다. 윤범모 책임 큐레이터는 소모적인 잡음을 우려한 판단이었다고 하지만, 작품 제작 주체인 홍성담 화백은 광주시의 압박이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2. 전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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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담 화백은 큐레이터들에게 두 가지 제안을 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아예 흰색으로 칠해버리는 것,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바꿔서 그리는 것. 홍성담 화백은 “박근혜 대통령 별명이 닭 아니냐”고 말했다고 한다. 이들은 닭으로 바꾸는 것으로 합의한다.

3. 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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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닭으로 교체된 완성본을 본 한 큐레이터는 이 사실을 광주시에 알린다. 광주시는 발칵 뒤집혔다. 큐레이터가 홍성담 화백에게 전한 광주시 관료들의 요구사항은 “박근혜 대통령을 닭으로 바꾸러면 박정희 모자에 달린 별도 떼고, 선그라스도 벗기고, 김기춘 실장도 빼고, 이건희 회장도 빼야한다”였다고 홍 화백은 전했다. 홍 화백은 거절했다. 오히려 닭을 다시 박근혜 허수아비로 바꿔버렸다.

4.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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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시는 특별전 개막 이틀전인 지난 6일, 작품을 걸 수 없다고 언론에 발표해버린다. 윤범모 책임큐레이터는 이 발표에 반발해 책임 큐레이터에서 사퇴한다. <세월오월>이 걸릴 예정이었던 벽은 비어있다. 걸게그림이 걸릴 자리도 비어있다. 이 사실에 항의하며 3명의 작가가 자신들의 작품을 자진 철거했다. 외국 작가들의 전시 철회 통보도 잇따른다.

∞. 에필로그

이미 광주 비엔날레 특별전은 국제적인 웃음거리가 됐지만, 광주시는 뒤늦게 “전시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사후 약방문을 내렸다. 재단 측은 그제야 무려 한 달 뒤인 다음 달 16일 토론회를 열어 <세월오월>을 전시할지 말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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