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타작 : 꿈을 키우는 학교, 방기정 선생님을 만나다
2013년 05월 16일 01시 13분
학교 수 2100여 개. 학생 수 182만의 전국 최대의 교육자치청인 경기도 교육청에 긴장감이 흐릅니다. 교육과학기술부가 10여 명의 규모 감사반을 파견해 28일부터 일주일간의 특별 감사에 돌입했기 때문입니다.
같은 시간.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의 특별감사에 항의하며 퇴근을 하지 않고 200시간 비상 근무하는 방식으로 정치적인 시위를 벌였습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이건 직선제(지방교육자치제도)를 상당히 억압할 뿐 아니라 말살하려는 의도로까지 비친다.”
이명박 정부 하에서 민선 진보 교육감으로 선출된 이래 교육혁신의 선두주자였던 그가 중앙정부에 정면으로 맞서는 이유는 뭘까.
경기도 교육청에 대한 교과부의 특별 감사는 학교 생활기록부에 학교폭력과 관련한 처벌을 등재하라는 교과부의 방침을 지키지 않아 이루어졌습니다. 경기도 교육청은 학생부 등재가 비교육적이고 반인권적이라는 입장입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 “자라나는 아이들의 변화 가능성, 성장 발전 가능성, 이러한 것을 미리 막아버리는, 그리고 낙인효과로 인해서 또 주홍글씨를 새기는 것으로 인해서 학생의 앞길을 막을 뿐만 아니라 학생을 둘러싸고 있는 사회관계가 흐트러지게 할 수밖에 없는 조치이기 때문에 재검토되어야 한다.”
@ MBC 뉴스
“대구의 한 중학생이 물고문까지 서슴지 않는 동급생들의 악랄한 왕따를 견디다 못해 자살했습니다.”
지난해 말 대구에서 중학생이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자살한 사건을 계기로 학교폭력 문제는 다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올랐습니다. 여론은 비등했고 정부의 무대책을 성토했습니다.
부랴부랴 이명박 정부는 총리실 주관하에 학교폭력에 대한 종합대책을 내놓았습니다.
@ 학교폭력 종합대책 발표 2월 6일
“학교폭력 실태를 초기에 파악하여 일진회 등 학교 폭력 서클을 기필코 발본색원하겠습니다.”
학교장과 교사, 그리고 고모의 책임을 강조하는 종합대책은 학교폭력 예방법에 따라 학교폭력을 저지른 학생에 대해 학교 자치위원회가 처분한 내용을 학교 생활기록부에 반드시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 6월 29일 이주호 교과부 장관은 이와 관련한 훈령을 각 교육청에 내렸습니다. 지침에 따르면 해당 학생들의 기록은 입시 전형 등에 이용되고 초중등학교는 졸업 후 5년, 고등학교의 경우 10년간 유지됩니다.
@ 학교폭력 종합대책 발표 2월 6일
“정부의 의지는 단호합니다. 앞으로 학교폭력을 좌시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입니다.”
정부 종합대책에 따라 학교 폭력 사건이 발생하면 학교장은 해당 학생을 의무적으로 학교폭력 대책 자치위원회에 넘겨야 합니다. 그리고 자치위원회는 폭력학생에 대한 처분을 1호 서면경고에서 9호 퇴학까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학생을 상대로 한 학교 내의 사법부인 셈입니다.
[학교 선진화과 교육과학기술부] “포용적이라고 하는 것이 지금까지 지속되어서 결국 누구의 인권이 유린당했냐면 피해 학생의 인권이 유린됐어요. 얘기도 못 하고.” (가장 큰 문제는 등재 자체가 폭력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교과부에서는 판단을 하는 건가요?) “그렇죠. 왜냐하면 설문조사를 해보니까 결과는 70% 이상이 찬성한 것으로 나왔어요.”
그러나 전교조 등 교육단체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이 성장기 미완성 인격체인 학생에 대한 낙인찍기라며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김민태 경기도 교육청 학생인권 옹호관] “학교폭력 근절 종합대책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어요. 그동안 '온정주의 때문에 학교폭력이 확대되고 있다'고 얘기를 하는데. 교육부가 좀 더 상세한 판단을 했으면 좋겠다는 거죠. 그 이유가 뭐냐면 2004년도에 학교폭력 예방법이 제정될 당시에도 지금 11년 대구 사건 이후에 학교폭력예방법이 강화된 배경과 똑같습니다. 2004년도에 제정될 때도 학교폭력으로 학생이 자살하면서 이 법이 제정이 된 것인데, 그렇다면 가해 학생을 엄벌하지 못해서 지금 학교 폭력이 악화됐다는 판단이 적정한 것인지, 엄벌하지 못했기 때문에 학교폭력에 대해 가해 학생을 모조리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해야 해결이 되는 것인지.”
[유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정부 기조가 그래서 그런 거죠. 강력한 응징, 강력한 처벌을 하면 무엇인가 될 거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모든 대책들이 사실은 학교, 교과부에서 취하고 있는 이런 폭력적인 대책, 폭력을 폭력으로 바꾸려고 하는 거잖아요? 이런 폭력적인 대책들이 사실은 사회에서도 계속 벌어지고 있죠. 용역들이 들어와서 때려 부수고... 초등학교 1~2학년 학생 아이스께끼(치마 들치기) 했기 때문에 남겨야 해요. 1학년 때 남기면 11년간 보존이 되는 거예요. 졸업 후 5년이기 때문에. 이런 어마어마한 일들이 정말 이뤄지고 있다는 것 자체가 저는 믿어지지 않아요.”
교육 일선에서는 학생부 등재 행위가 단순히 교육차원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법적인 형평성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김민태 경기도 교육청 학생인권 옹호관] “징계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학교 폭력 예방법에 선도 및 교육 조치라고 되어 있어요. '법의 취지가 그렇다'라는 거죠. 그런데 그것을 넘어서서 학생부 기재가 선도 및 보호조치인지도 저는 의심스럽습니다.”
“소년법에 따라서 보호 처분을 받은 학생들은 비밀주의에 따라 외부에 그 내용이 기재될 수가 없어요.” (처벌 관련 정보가 제3자에게 알려지는...?) “네. 네. 학교도 기재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그 처벌 내용이 끝나면 모두 삭제되는 것이 원칙입니다.”
소년법 32조입니다. 처분이 청소년의 장래 신상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 70조에는 재판, 수사, 군사상의 필요를 제외하고 사건기록에 대한 조회를 범죄 행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학교 현장에서 말하는 문제점은 더욱 구체적입니다. 수원에 있는 한 고등학교를 찾았습니다.
[생활인권부 교사 OO고교] “자치위원회가 있고, 선도위원회가 있거든요. 학교 폭력이 아닌 경우는 선도위원회를 하잖아요. 예를 들어 절도를 10번 정도 했다든가, 사이버 범죄를 했다든가, 그런 경우 더 나쁠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그런 경우는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안 되거든요.”
[유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폭력의 경우에는 전과 기록이 남고, 절도의 경우에는 남지 않고. 폭력 이외의 다른 거는 남지 않는 거예요. 잘못을 굉장히 심한 것을 했다고 하더라도.”
미성숙한 학창시절. 일순간의 실수가 인생 자체를 바꿔놓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행위에 대한 처벌은 감소하겠지만, 기록 등재에는 부정적인 학생들도 꽤 있습니다.
[학생 OO고교] “요새는 대학교 가는 것보다는 정부에서도 그렇고 취업 쪽으로 하는 것을 원하시는 분들도 많고, 저희 학생들로 그렇고 선생님들도 그렇고 취업하는 것에 대해 나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그 기록이 올라간다면 애들이 취업하는 데에도 어렵고...”
[유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생활기록부에 적지 않으면 이 학생이 처벌을 받지 않은 것이냐? 그렇지 않다는 거죠. 학교폭력 자치위원회에서 처벌을 내린 거예요. 그래서 처벌을 받은 거예요. 이 학생은. 이게 왜 이중처벌이냐면, 졸업 후 5년까지 보존하게 되어 있어요. 졸업 후 5년까지면 고등학생 같은 경우 사회 나가서 전문대 같은 경우 대학생활 끝나고 나서도 남아 있는 거예요. 그렇게 되면 취직할 때 떼어 와라, 그러면 이 사람은 전과자예요.”
[생활인권부 교사 OO고교] “99마리 순한 양보다는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택했거든요. 예수님은 왜? 99마리 그냥 둬도 제 길 가요. 길 잃은 한 마리가 문제가 되는 거죠. 그 길 잃은 양 한 마리를 죽여 버린다? 그러면 또 나와요, 그런 애가.” (그게 어떤 함의가 있는 거예요? 아이들 교육에서?) “예를 들어서 한 집단에서 얘만 없으면 잘 돌아갈 것 같아, 그래서 얘를 잘라냈으면 좋겠어, 그래서 잘라냈어요. 퇴학을 시켰어요. 그러면 또 하나 나와요. 그게 아니라 담임선생님이 잘 관리한다면 그 학급은 잘 돌아가는 거예요.”
교과부의 방침에 반대하는 경기도 교육청은 관내 혁신학교 성과를 근거로 학교폭력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은 교사, 학생과 관계 등 교육현장에 대한 변화와 학급 당 학생 수 축소 같은 교육환경의 개선에 중점을 두는 게 정답이라는 입장입니다.
[유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그러니까 학교 문화가 학생들과 많은 대화를 할 수 있고, 서로 교감을 나눌 수 있고, 폭력적이기보다는 위에서 내려찍는 일률적인,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서로 협의를 해서 만들어가는 협의문화인 경우. 물론 학급 운용도 그렇겠죠? 그런 게 잘 정착돼 있는 경우에는 학교폭력도 줄어든다는 얘기죠.”
학생부 등재가 학생의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 또한 중요하게 지적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7일 인권 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 정책 권고를 전원에 의해서 의결했습니다.
권고안에서 인권은 학생부 등재와 관련해 기록이 장시간 유지되는 것은 한두 번의 일시적인 문제 행동으로 사회적 낙인이 찍힐 수 있어 과도한 조치라고 판단한다며 개정을 권고했습니다.
[김민태 경기도 교육청 학생인권 옹호관] “예방 효과가 있다, 이것을 부정할 수는 없습니다.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런 예방 효과 때문에 헌법적 가치라는 부분을 그러면 범죄 예방을 위해선 예방 효과가 나오는 모든 행위들을 할 수 있다. 이렇게 역으로 판단할 수 있나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범죄 예방의 효과가 있다고 해서 전자 팔찌를 다 끼우고, 다 소급할 수 없다고. 지금 갑론을박이 되는 이유는 뭐냐면 소급 금지 원칙이나 이중처벌의 금지 원칙 같은 이런 모든 헌법적 가치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고.”
그러나 교육과학기술부의 방침은 완고합니다. 인권위원회의 권고는 묵살됐습니다. 대신 이번 입시에 학생부 자료를 이용할 수 있도록 자치위원회 처분 사항을 곧바로 입력할 것을 다시 지시했습니다. 지시를 어길 경우 학교장과 해당 교사 책임을 묻고 징계하겠다는 엄포도 놓았습니다.
교육현장의 혼란은 불가피해 보입니다.
[학교 선진화과 교육과학기술부] (경기도교육청에 특감 나와 있던데요. 이것 때문에 대한 보복 감사라고..) “이것 때문에 보복감사가 아니라 아시는 바와 같이 우리가 뭐 교육청이 깡패 집단도 아니고 무슨 보복 감사입니까? 그런 것은 아니고요. 교육감님께서 그 법령을 위반하면서 해석을 해서 학교에 위법한 지시를 내렸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불가피하게 지금 저희들이 시정 명령 내리고 했는데도 지켜지지 않으니까 저희가 감사를 간 것이지...”
[학교 선진화과 교육과학기술부] “일단 시행 초기이고 이전에도 이런 법률이 있었음에도 (학교폭력이) 줄어들지도 않았고, 자살하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자살하는 학생들이 발생하고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는 종합대책을 2월 달에 세워서 시행을 하고 있는 초기에 훈령도 만들어서 이것을 기재하는 초기에, 인권위가 중간 심의 삭제제도나 아니면은 졸업 전 삭제제도를 도입하라고 한 것은, 시행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시행도 못 한 것인데. 저희의 효과를 없앨 수 있는 권고이기 때문에 저희가 수용하지 않는 것이다, 라고.”
[유재 전교조 경기지부 정책실장] “비교육적인 분위기, 사실은 좀 학생들에 대해서 교사는 검사나 판사가 아니잖아요. 학생의 잘못을 캐내고 그 잘못에 대해서 학생을 벌하는 것이 교사의 역할이 아니잖아요. 잘못한 것은 물론 지적을 할 수 있고 바른길로 인도할 수 있고 그 학생을 믿어줄 수 있고, 이것이 교사의 역할인데. 자꾸 교사에게 검사와 판사가 되라고 하는 거죠. 그건 교육의 역할이 아닌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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