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시와 차별, 망각...아리셀 참사 유족들은 얼어붙은 길 위에 있다
2024년 11월 19일 11시 38분
아파트 입주민의 모독을 견디지 못해 분신한 아파트 경비노동자 이모 (53) 씨가 지난 7일 끝내 숨졌지만 해당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측은 공식 사과할 뜻이 없음을 분명하게 밝혔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입주자대표회의는 경비노동자가 숨지기 이틀 전인 지난 5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현재 아파트 관리 업무를 하고 있는 용역업체와 연장계약을 하지 않기로 의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인 김아무개 씨는 8일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경찰 수사 결과도 발표되지 않았고 입주자 때문에 목숨을 끊었다고 확정된 사실이 있느냐”고 반문하며 “우리가 뭘 잘못했는데 대표자회의에서 사과하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경비업체에 책임을 돌렸다. 그는 “업체가 인사관리를 잘 했다면 이런 사고가 안 났을 것”이라며 “적재적소에 인재 배치를 해야 하는데 그런 것을 잘못한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지난 5일 정기 회의에서 현재 관리업체와 연장계약을 하지 않기로 의결했고 이 같은 회의 결과를 6일 각 아파트 게시판에 공지했다. 해당 경비업체는 30년 이상 이 아파트에서 경비 업무를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1년 단위로 계약을 연장해왔다.
김 대표는 경비업체를 변경하기로 결정한 이유에 대해 “인사관리를 적절하게 못하고 관리 능력이 좀 떨어진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했다”며 “위임 업체가 30년 이상을 했기 때문에 바꿀 때도 됐고, 여러가지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서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번 경비노동자 분신과 관련해 민주노총과 시민사회단체들은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 대책 및 투쟁을 위한 시민사회단체 연석회의’를 구성했다. 이들은 이날 오전 서울 압구정동 신현대아파트 관리사무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입주자대표회의는 진심어린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신승철 민주노총 위원장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졌다”며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의 가슴에 맺힌 한을 풀 수 있는 진심어린 사과를 부탁한다”고 말했다.
압구정 신현대아파트 경비노동자인 이아무개 씨는 10월 7일 오전 입주민 차량 운전석에 앉아 시너를 사용해 분신했다. 화상전문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던 중 11월 7일 오전 9시 30분 숨졌다. 이 씨는 아파트 입주민이 떡과 빵을 아파트에서 던져 주는 등 모욕적인 처사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유가족과 고인이 소속돼 있던 노조는 가해 입주민의 사과, 입주자대표회의의 공식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 가해 입주민과 입주자대표회의, 용역업체가 함께 책임지는 보상 등을 요구하며 발인을 무기한 연기했다.
아래는 입주자대표회의 대표와의 일문일답.
- 관리업체(경비업체) 변경을 결정했다고 들었는데.=이제까지는 한국주택관리와 수탁관리계약을 맺어왔는데 그 계약이 금년 연말로 만기가 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다시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한 이유가 뭔가.=지금 한국주택관리에서 인사관리나 이런 것을 적절하게 못한다, 관리 능력이 좀 떨어진다 이런 자체 판단을 했다.
- 최근 경비노동자 자살 사건때문에 그런 것인가.=아니 그런 저런 이유는 있다.
- 회사 책임이라기 보다는 입주민으로 인해서 사건이 발생한 것 아닌가.=누가 그러나. 입주민이 잘못해서 이런 사고가 발생했다고 누가 증명한 게 아니다. 나는 사고 발생 원인이 확정됐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 그게 입주자대표회의의 전반적인 입장인 건가.=입주자대표회의의 입장이 아니고, 경찰이 수사하고 있지 않나. 수사 결과 발표도 안 했다.
- 경찰 수사 결과가 나오면 사과를 할 의향은 있나.=대표자회의에서 왜 그걸 사과하나. 우리가 뭘 잘못을 했는데...생각을 해보라. 입주자대표회의에서 사과를 해야 할 근거가 뭔가. 왜 내가 사과를 해야 하는지 근거를 가지고 내가 납득이 되면 사과를 하겠다. 기자가 설명을 해보라. ***동 주민과 분신하신 분이 다퉜거나 그런 영상도 없고 사람들 말만 듣고 취재를 하거나 기사를 쓰면 나중에 법적인 문제가 있으니까 신중하셔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대표자회의에서 성금 모금하는 공고문도 붙였던데.=성금은 모금했다. 우리가 직접적으로 고용한 피고용자는 아닌데 우리 아파트에서 근무를 하다가 이런 불상사가 났으니까 도의적인 책임도 아니고 뭐 아무튼 그분들 생활이 어렵다니까 치료비가 어렵다고 하니까.
- 아까 말한 내용 중 업체가 인사관리를 잘못했다는 게 정확히 어떤 의미인가.=인사관리를 잘 했다면 이런 사고가 안 났을 것이다. 관리를 잘 했더라면 이런 사고가 안 나지 않았겠나.
- 항간에는 경비노동자들이 민주노총에 가입돼 있고 추모 행사 등 때문에 입주민들의 반발이 있어서 업체를 바꾸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있다.=여러가지 객관적 상황을 종합해서 했다. 위임업체가 30년 이상 했기 때문에 이제 좀 바꿀 때도 되지 않았느냐...이런 상황도 있고 하니까 그걸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한 것이지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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