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총장' 특활비 관리책들 대통령실 근무 중

2023년 11월 09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으로 꾸려진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의 끈질긴 보도가 이어지면서 검찰 특수활동비라는 ‘성역’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의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 보도에 집중해 온 공동취재단은 이번에는 국회의 예산 통제와 각종 법망을 교묘하게 회피하며 초법적 방식으로 국민 세금을 쓰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비밀’을 추적했습니다. - 편집자 주
윤석열 검찰총장 시절, 총장 비서실에 근무하며 특수활동비를 ‘비밀금고’에 보관하고 관리해 오던 ‘특활비 관리책’들이 대거 대통령비서실로 영전해 재직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긴 ‘총장 특활비 관리책’은 강의구 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과 김 모 현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이다. 두 사람은 2019~2021년 검찰총장 비서실에 근무하면서 ‘검찰총장 몫 특활비’를 관리했다. 당시 윤석열 총장이 누구에게 어떤 명목으로 특활비를 줬는지 정확히 아는 검찰 직원은 비서실에 근무한 이들뿐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해 5월, 강 실장과 김 행정관 외에도 각각 대검 사무국장과 운영지원과장으로 재직하며 검찰 특활비 출납에 깊이 관여했던 복두규 현 대통령비서실 인사비서관과 윤재순 현 대통령비서실 총무비서관이 윤 대통령 취임과 함께 대통령실 비서관으로 영전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다. (관련 기사: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특수활동비 금고지기'를 대통령실로 데려간 이유)
이로써 윤석열 검찰총장을 위해 특활비를 출납·보관·관리했던 검찰 직원들이 대거 대통령비서실로 자리를 옮긴 사실이 드러났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보안 관리’라는 이유로 이들의 대통령실 재직 여부는 물론 담당 업무가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검찰총장 특활비 관리한 총장비서실 직원 2명, 현재 대통령비서실 근무 확인

강의구 실장과 김 모 행정관은 각각 2019~2021년 검찰총장 비서실 비서관(4~5급)과 비서실 주사(5~6급)로 재직하며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수행했다. 이들의 주요 업무는 윤석열 총장을 대신해 대검 운영지원과로부터 특활비를 교부받아 금고에 보관하는 것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검찰 간부와 검찰 직원은 당시 이들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했다.
“(특활비를) 봉투에다 (검찰총장) 비서관이 가지고 오거든요. 그러면 거기다가 바로 자리에서 (영수증) 서명해서 주죠.”

전직 검찰 간부 증언
“김00가 (특활비를) 관리하니까 (서울)중앙지검하고 대검에서 걔(김00)가 관리한다고.”

전직 검찰 직원 증언
▲ 강의구 현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은 윤석열 총장 시절, 검찰총장 비서관으로 근무했다.
▲ 김 모 대통령비서실 행정관은 윤석열 총장 시절, 검찰총장 비서실 주사로 근무했다.
서류상 대검 운영지원과는 검찰총장에게 특활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실제론 검찰총장이 아닌 총장 비서실이 인출한 특활비를 받아 현금 형태로 금고에 보관한다. 이렇게 현금이 쌓인 금고의 관리는 검찰총장 비서실 몫이다.  ATM( 현금인출기)처럼 검찰총장이 언제든 현금을 찾아 쓸 수 있도록 ‘비밀 금고’를 운영하는 것이다. 검찰총장이 쓸 특활비를 관리하고 운반하는 역할은 ‘금고지기’인 비서실이 담당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가 대검찰청이 작성해 온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기록에 나온다. 그중 2019년 12월 자 특활비 자료를 보면, ‘검찰총장 비서실’ 명의로 된 ‘지출 기록 장부’를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장부는 검찰총장이 몇 월 며칠, 얼마를 썼는지 기록해 둔 장부이자, 동시에 비서실 직원이 금고에 쌓아둔 ‘특활비 현금’을 빼낸 기록이다. 앞서 밝혔듯 ‘검찰총장 몫 특활비’는 전액 현금으로 인출돼 ‘비밀금고’에 보관돼 있다. 이 비밀금고에서 돈을 빼지 않으면 실제 사용은 불가능하다.
▲ 2019년 12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이 서명한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 자료. 검찰총장이 12월 한 달 동안 쓴 특수활동비 지출 내역이 적혀 있다.
그런데 총장 비서실 명의로 된 이 장부엔 한 가지 중요 정보가 빠져 있다. 바로 ‘총장 몫 특활비’를 보관한 ‘비밀금고의 잔액’이다. 은행 계좌를 떠올려 보면, 왜 잔액 정보가 중요한지 알 수 있다. 은행 계좌엔 모든 입출금 정보와 함께 잔액이 명기돼 있어, 언제 돈이 나갔고 얼마나 돈이 남았는지 바로 알 수 있다. 
그러나 비서실 장부엔 앞 달에 넘겨받은 돈이 얼마인지, 사용 후 남은 돈이 얼마인지 적혀있지 않다. 이 때문에 총장의 명을 받아 특활비 집행을 대리하는 비서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금고의 정확한 잔액을 알 수 없다. 그만큼 비서실 직원은 검찰총장의 내밀한 비밀을 알고 있는 ‘심복’으로 불릴 수밖에 없다.
▲ 검찰총장의 특수활동비를 관리하는 곳은 검찰총장 비서실이다.
이러한 검찰총장실 예산 집행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검찰을 제외한 거의 모든 정부 기관은 이런 식으로 예산을 관리·운영하지 않는다. 심지어 검찰조차도 업무추진비 등 다른 예산 항목이라면, 아래와 같은 절차대로 예산을 집행한다.
최초 검찰 예산이 편성되는 곳은 ‘상급 기관’인 법무부다. 법무부는 검찰 전체 예산을 대검 사무국에 내려보낸다. 이 중 일부가 다시 대검 운영지원과를 거쳐 검찰총장에게 배정된다. 이때 검찰총장은 대검 운영지원과를 통해 필요한 만큼 예산을 사용한다. 주로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 등이 활용된다. 검찰총장이 예산을 쓸 때마다 운영지원과가 관리하는 국고 계좌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구조다. 아무리 검찰총장이어도 국고 계좌를 관리하는 운영지원과의 협조 없이 함부로 예산을 쓸 수 없다.
▲ 검찰의 업무추진비 등 관서운영경비 출납 흐름도
하지만 ‘특수활동비’만은 예외다. 특수활동비의 경우, 대검 운영지원과가 미리 현금을 찾아 검찰총장에게 전달하면, 그 순간 모든 예산 집행 절차를 끝낸 것으로 간주한다. 카드 결제나 계좌 이체가 아닌 ‘현금 집행’이기 때문에 운영지원과는 이후 구체적인 예산 사용에 아무런 관여도 할 수 없다. 검찰총장이 언제 특활비를 쓰는지, 얼마나 현금으로 보관하는지 알 수도 없고, 개입할 수도 없다.
이런 구조에서 역대 검찰총장 비서실은 특활비의 ‘실사용’을 유보하는 방식으로 매달 ‘이월금’을 적립해 금고에 보관했다. 운영지원과에서 받은 특활비를 금고에 넣어 놓고 기한 없이 이월해 총장이 원할 때 꺼내 쓰는 것이다. 이 이월금이 바로 단 한 번도 공개된 적이 없는 총장 몫 특활비 ‘비밀 금고의 잔액’이다.
▲ 검찰총장은 운영지원과에서 현금 형태로 특활비를 지급 받아 사용한다. 현금 형태로 전달된 특활비 사용에 운영지원과는 관여할 수 없다.

검찰총장 비서실의 ‘비밀금고’ 운영… 기재부 지침 등 위반 의혹

뉴스타파 취재 결과, 2019년 12월 31일 기준, 검찰총장 비서실 금고에 보관된 특활비 현금은 최소 2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검 운영지원과에서 빠져나간 특수활동비 중 검찰총장이 연내에 사용하지 않고 따로 보관해놓은 현금을 추산한 액수다. (관련 기사: 검찰총장의 ‘현금 저수지’ 확인... 법망·국회 통제 교묘히 회피)
그런데 검찰총장 비서실의 이 같은 특활비 예산 관리는 그 자체로 국가재정법 위반 소지가 있다. 국가재정법 상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 때문이다. 
지난해 기획재정부가 펴낸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을 보면, 정부 기관은 국가재정법에 따라 국가 예산을 임의로 이월해 사용할 수 없다. 또한 정부 기관은 이월 절차 없이 남은 예산을 따로 보관할 수 없고, 남은 예산은 전액 반납 조치하도록 규정돼 있다. 더구나 특활비 정보공개 소송이 진행 중이던 2020년, 대검이 법원에 낸 준비서면을 보면, “각급 검찰청은 예산이 남는 경우 법무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 기획재정부가 펴낸 「예산 및 기금운용계획 집행지침」. 예산 이월에 대한 제한 규정이 적혀 있다. 
하지만 이렇게 윤석열 총장 시절, 관련 법 규정과 정부 지침, 검찰 스스로 규정한 예산 지침 등을 어겨가면서까지 특활비를 관리한 검찰 직원들은 처벌받기는커녕 대거 대통령비서실로 ‘영전’했다.
먼저 강의구 실장의 경우,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에 임명됐다. 대통령비서실 부속실장은 공무원 직급상 1급에 해당하는 고위공무원이다. 강 실장의 주요 업무는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일정 관리다.
강 실장과 함께 윤석열 검찰총장 비서실에 근무한 김 모 당시 검찰 주사는 윤석열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비서실 3급 행정관이 됐다. 그는 현재 검찰 주사 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의 일정 수행을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총장 비서실 재직 시절 김 행정관은 특활비뿐 아니라 윤석열 총장이 쓴 업무추진비도 예산 전결권을 받아 대신 결재하는 등 윤 대통령의 ‘심복’으로 활동했다.

검찰 특활비 배정·출납·관리·집행 관여한 4명 모두 대통령실 근무 중

강 실장과 김 행정관은 윤석열 총장 시절 집행된 특활비 집행의 ‘내막’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측근이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여기에 복두규 전 대검 사무국장과 윤재순 전 대검 운영지원과장의 대통령실 비서관 발탁까지 더하면, 윤석열 총장 시절에 검찰 특활비의 배정·출납·관리·집행에 관여했던 검찰 직원 모두가 현재 대통령비서실에 근무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지난 8월 이들의 재직 여부와 담당 업무를 묻는 민주당 권칠승 의원실의 질의를 받았지만, “인사 관리에 관한 사항으로 ‘보안 관리’와 연계돼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러나 무엇이 ‘보안’인지 구체적 설명은 없었다.
▲ 대통령실은 윤석열 총장 시절, 검찰 특활비 출납 등에 관여한 직원 4명의 재직 여부에 대해 답변을 거부하고 있다.   

대통령실, ‘보안’이라는 이유로 4명의 담당업무 못 밝혀 

뉴스타파는 다시 대통령실에 강 실장 등이 11월 현재도 대통령비서실에 재직 중인지, 담당 업무가 무엇인지, 또 이들이 과거 검찰총장 특활비를 출납하던 과정에서 연루된 국가재정법 등 법 위반 의혹에 대한 입장과 해명을 요청했지만, 9일 현재까지 아무런 답변을 듣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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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신영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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