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장녀, 타인 자료 무단 베낀 '표절 전자책' 출판

2022년 05월 06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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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고등학생 자녀가 지난해 전자책 형태로 출간한 책 두 권의 내용이 다른 사람이 무료로 운영하는 웹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의 자료를 출처 표기 없이 무단으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표절에 따른 저작권 위반 의혹이 제기된다. 문제의 전자책 중 한 권은 무료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를 복사해 붙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 곳곳에 물음표(‘?’)가 생겼지만, 수정도 하지 않은 채 출판됐다.
그런데도 한 후보자의 장녀는 표절한 자료의 저작권을 주장하며, 아마존에서 유료로 책을 판매하는 등 저작권법 위반 의혹도 제기됐다. 
▲ 한동훈 후보자의 장녀가 2021년 출간한 영어 수학책

아랍에미리트 수학전공자 웹사이트 그대로 베껴

한동훈 후보자의 장녀는 지난해 아마존을 통해 영어로 쓴 전자책 5권을 출판했다. 이 가운데, 3권이 수학과 기하학 문제 풀이집 형태로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출판이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이들 전자책을 확인한 결과, 한 후보자의 장녀가 낸 전자책 <중학생을 위한 기하학 문제풀이집>(Mathematics workbook: GEOMETRY for middle school students)의 경우, 아랍에미리트의 한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https://www.analyzemath.com)의 문제를 숫자 하나 바꾸지 않고 그대로 베낀 것으로 드러났다. 한동훈 후보자의 장녀가 낸 전자책의 1번에서 16번까지 문제가 전부 해당 운영하는 앱의 내용과 정확히 일치했다. 하지만 출처나 인용 표기는 하지 않았다. 저작권을 위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 한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의 문제(왼쪽), 한 후보자 장녀가 쓴 수학책에 나오는 문제(오른쪽) 
책의 내용 뿐 아니라 편집도 문제였다. 한 후보자의 장녀는 다른 사람의 웹사이트에 게재된 수학 문제를 그대로 복사해 붙여 전자책을 만들면서 베낀 흔적을 고스란히 남겼다. 원저작자가 하이퍼링크를 나타낸 표시 부분을 고치지 않고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책을 급하게 베껴 만드는 과정에서 저지른 실수로 보인다. 
▲ 한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위쪽), 한 후보자 장녀가 쓴 수학책(아래), 하이퍼링크 표시를 베낀 흔적이 뚜렷하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자료를 무단으로 베꼈지만, 정작 한 후보자의 장녀는 본인의 출판물에는 자신의 만든 단체인 <재능의 일부>(Piece of Talent)가 저작권을 갖고 있으며,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장녀가 낸 이 전자책은 현재 아마존에서 미화 0.99달러에 유료 판매되고 있다.
▲ 한 후보자 장녀가 쓴 수학책, 남의 자료를 베꼈지만 본인이 창립한 단체의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업체 앱 무단 도용…정작 본인은 저작권 주장

한동훈 후보자의 장녀가 지난해 출판한 또 다른 영어 전자책인 <수학 워크북>(Mathematics Workbook: Precalculus Kindle Edition)도 교육 기업 사이트인 바시티 튜터(Varsity tutors,온라인 자기학습 업체)가 운영하는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를 무단으로 베꼈다. 바시티 튜터는 민간 영리기업으로 출처 표기 없는 무단 도용이나 무단 전재를 금지하고 있다.  
뉴스타파 확인 결과, 전체 70문제 가운데 최소 30문제가 바시티 튜터에서 문제 유형과 내용을 그대로 가져왔다. 그러나 출처와 인용 표기는 따로 없었다. 역시 저작권 위반에 해당한다.
▲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의 문제(왼쪽), 한 후보자 장녀가 쓴 수학책에 나오는 문제(오른쪽)
▲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의 문제(왼쪽), 한 후보자 장녀가 쓴 수학책에 나오는 문제(오른쪽)
▲ 수학전공자가 무료로 공개하는 수학자습 웹사이트의 문제(왼쪽), 한 후보자 장녀가 쓴 수학책에 나오는 문제(오른쪽)
특히 무료 애플리케이션의 문제를 복사해 붙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 곳곳에 물음표(‘?’)가 생겼지만 이마저도 수정도 하지 않은 채 출판됐다. 이런 물음표 오류가 난 문제가 10개가 넘었다.
▲ 복사해 붙이는 과정에서 오류가 일어나 곳곳에 물음표(‘?’)가 생겼지만, 고치지 않고 출판했다. 
한 후보자의 장녀는 이렇게 ‘바시티 튜터’를 베껴 만든 책에 대해서도 저작권을 주장하고 있다. 자신과 본인이 만든 단체인 <재능의 일부>(Piece of Talent)가 저작권을 소유하고 있으며, 허락없이 사용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 책 역시 현재 아마존에서 0.99달러에 판매된다.

한동훈 장녀가 영어 전자책을 낸 진짜 이유는?

저작권 위반 의혹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한 후보자의 장녀가 수학책을 낸 이유가 무엇인지 확인이 필요하다.
한동훈 후보자는 지난 5일, 문제의 전자책들과 관련해 "교육봉사 활동을 위한 영어·수학 문제 모음, 중·고교 수준 과학이론 그림책 등 10~30페이지 분량을 '아마존(Amazon) KDP'라는 개인출판 플랫폼(self-publishing site)에 한꺼번에 업로드한 것으로 10-30페이지 짜리 강의안(그림 포함한 분량)"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가 언급한 “교육봉사 활동을 위한 영어·수학 문제 모음”의 봉사활동이란 장녀가 2018년 중학교 1학년에 재학 당시 만든 비영리 봉사단체인 <Piece of Talent>의 활동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교육 격차를 해소하고 평등한 교육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단체의 목적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 후보자의 답변과 이 단체의 목적 등을 종합하면, 한 후보자의 장녀가 전자책을 출판한 것은 이 단체 활동의 일환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장녀가 낸 수학책의 저작권으로 <Piece of Talent>>를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요한 의문 한 가지가 제기된다.  한 후보자의 장녀는 한국 내 어려운 학생들을 위한 봉사활동을 한다며 수학책을 냈는데, 왜 영어로 된 전자책을 아마존에 출판했을까. 영어로 쓰여진 수학책으로 공부할 수 있는 대한민국의 소외계층 중학생이 몇 명이나 될까. 미국 대학을 위한 입시에 활용하기 위한 게 아니라면, 왜 국내 학생을 위한 수학책을 영어로 출판했는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결국 한 후보자의 장녀가 영어로 된 수학책을 출판한 것은 2023년 미국의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한 이른바 ‘스펙 쌓기’라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스펙쌓기 의혹은 어제 뉴스타파가 보도한 '약탈적 학술지'의 논문 게재에 이어 두 번째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한 후보자의 장녀는 오로지 대입을 위한 더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저작권까지 위반해가며 남의 자료를 베낀 표절 수학책을 낸 꼴이 된다.
제작진
데이터최윤원
디자인이도현
리서처홍채민, 강유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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