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지난 8월부터 연속 보도한 아동권리보장원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 문제가 사실로 드러나 관계 당국이 보장원에 시정을 요구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사업에 대한 특정 감사를 마무리하고 보장원 측에 예산 약 5800만 원을 환수토록 하는 한편,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 담당자들에 대한 징계와 수사 의뢰 조치 등을 취하도록 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인 아동권리보장원이 전신 중앙입양원 시절부터 10년간 실시했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부실 의혹을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는 △백지 스캔에 대금 지급, △ 기록물 DB 구축 가이드라인 미준수, △스캔 수량 불일치, △허위 검수, △감리 지적사항 미수정 의혹 등을 지적했다.
복지부 감사 결과, '백지 스캔' 의혹 사실로 드러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은 유실 우려가 있는 입양 기록을 공공에서 통합 관리한다는 목적으로 시행됐던 사업이다. 크게 ‘파일 스캔’, ‘데이터 구축’, ‘시스템 업로드’ 등 세 단계로 이루어진다. 아동권리보장원은 전신인 중앙입양원 시절인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실시했다.
그런데 뉴스타파 보도로 사업이 시작된 지 11년 만에 사업의 총체적 부실 의혹이 제기됐고, 이에 복지부는 지난 8월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이어 9월과 11월에는 실지(현장) 감사를 실시하고 지난달 29일 아동권리보장원에 처분 요구를 통보했다.
복지부 감사 결과, 아동권리보장원이 10년간 실시했던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에는 ▲일부 연도에서 내용이 없는 서류의 뒷면(백지)을 스캔, ▲스캔 해상도 지침 미달, ▲ 계약과 최종 사업 결과 간 물량 차이 등의 문제가 있었다. 사업을 점검해야 할 감리 업체는 이러한 백지 스캔과 해상도 지침 미달 문제 등을 발견하지 못했다.
복지부는 또 아동권리보장원이 계약에 맞게 용역 사업이 이뤄졌는지를 확인하고 대금을 지급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검수와 정산이 소홀했다고 지적했다. 기록물 구축 사업시 해야 하는 ‘면표시(파일 하단에 쪽번호를 기입하는 것)’는 용역 업체가 수행하기 곤란한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를 사업 제안 요청서에 포함하는 등 사업 관리가 미흡했다고 지적했다.
용역 결과물 관리 문제도 지적됐다. 일부 연도에서 사업 결과물인 외장하드와 CD 없이 데이터만 보관되어 있었고, 스캔 파일이 아예 부재한 사례도 있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드러났다. 아동권리보장원이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의 수량도 검수확인서상 수량과 다른 사례도 복지부 감사를 통해 적발됐다.
사업 결과물은 입양정보 공개 업무에 활용될 수 있도록 통합관리 시스템(ACMS)에 매년 업로드 해야 하지만 일부 연도에 일괄 업로드 한 점도 지적됐다.
예산 5800만 원 회수, 사업 담당자 수사 의뢰 요구
복지부가 보장원 측에 요구한 처분 사항은 모두 6가지다. ▲예산 환수, ▲사업·감리 업체 제재 조치 요구, ▲담당자 문책 요구, ▲수사 의뢰, ▲기관 경고, ▲사업 개선 요구 등이다.
먼저 복지부는 아동권리보장원이 5800만 원의 예산을 업체로부터 회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백지 스캔이나 해상도 지침 미달, 수량 불일치 등의 문제가 있었음에도 꼼꼼한 검수 없이 사업 대금이 지급되면서 결과적으로 대금이 과다 집행됐다는 판단이다. 복지부는 10년간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으로 쓰인 약 20억 원 중 예산이 과다 지출된 사례와, 반대로 과소 지출(계약보다 더 많은 양을 스캔한 사례 등) 된 사례를 합산해 최종 회수 금액 5,800만 원을 책정했다.
이와 함께 복지부는 아동권리보장원에 입양 기록물 전산화 사업에 참여했던 사업 수행 업체와 감리 업체에 대해서는 향후 보장원이 시행하는 입찰에 참가를 제한토록 했다.
복지부는 사업 검수와 정산을 소홀히 한 담당자에 대해서는 문책을 요구했다. 또 사업 담당자 등 8명에 대해서는 수사 의뢰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대한 ‘기관 경고’와, 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 조치 요구도 이번 감사 결과로 결정됐다.
다만 뉴스타파 보도와 국회 국정감사에서 지적됐던 사안 은폐 의혹에 대해서는 복지부는 “고의적인 은폐 축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결론을 냈다. 뉴스타파는 앞서 아동권리보장원의 감사팀장이 이 사업 관계자였다는 점, 감사팀장이 소극적인 감사 태도를 보였다는 점, 입양기록물 전산화 사업의 문제점을 최초 파악했던 직원이 예정에 없던 인사 발령을 받았다는 점 등을 보도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아동권리보장원의 조사가 체계적이거나 신속하게 수행되지 못했던 측면은 있으나, 고의적인 은폐나 축소로 보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아동권리보장원 “후속 조치 진행”
이번 복지부 감사 결과 관련, 아동권리보장원은 23일 뉴스타파에 “복지부 감사 결과 처분요구서 수령 후, 아동권리보장원은 해당 내용 검토 및 당사자 안내 등 제반 후속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감사 결과에 이견이 있을 경우 아동권리보장원은 복지부에 재심의 신청을 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해 아동권리보장원은 “아직까지 정해진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재(23일)까지 재심의 신청이 들어온 것은 없다”고 말했다. 재심의 신청이 가능한 기간은 감사 결과가 통보된 후 한 달(이달 28일)이다.
사업을 수행한 용역 업체 A사는 “사업 제출물을 재점검하는 등의 후속 조치에 응할 계획이 있는지”, “복지부 감사 결과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지”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별다른 답변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