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우형, 대검 수사 대상이었던 '부산저축은행 차명 회사' 운영 확인

2023년 10월 04일 11시 09분

'대장동 자금책' 조우형이 과거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를 운영한 사실이 다각도로 확인됐다.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주요 수사 대상이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SPC(특수목적법인) 운영이었다는 점에서 조 씨도 당연히 수사 대상에 올라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

법원 판결문 속 조우형의 실체 "부산저축은행 차명 사업장 운영"

경기도 용인시 양지면에는 '발트하우스'라는 전원주택 단지가 있다. 세대별 대지 면적이 최대 1,031㎡(312평)에 달하는 최고급 타운 하우스로 조우형이 운영한 시행사 '더뮤지엄양지'가 지난 2004년부터 개발했다.
더뮤지엄양지는 부산저축은행의 '차명 회사'였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를 보면, 더뮤지엄양지의 지분은 대표 조우형이 5%, 공동대표 송 모 씨 등 4인이 95%를 갖고 있다고 나온다. 하지만 장부와 달리 실제 주인은 따로 있었다.
조우형은 2021년 11월 24일 검찰 조사에서 "더뮤지엄양지에서 시행했던 발트하우스의 지분에 대해 제가 5%, 부산저축은행이 95% 소유했다"고 말했다. 장부에 나온 지분 구조는 허위고, 더뮤지엄양지의 실소유주는 부산저축은행이라는 얘기다.
뉴스타파가 확보한 법원 판결문에도 관련 내용이 나온다. 지난 2011년 부산저축은행이 망하며 파산 관재인이 된 예금보험공사가 2020년, 조우형의 토지를 몰수해 간 정부를 상대로 낸 민사 소송이다. 판결문에는 "부산저축은행 계열 임원들은 특수목적법인인 주식회사 더뮤지엄양지를 설립한 다음, 2004년 9월 3일 더뮤지엄양지와 사이에 사업 약정을 체결하고, 용인시 처인구에서 전원주택 사업(발트하우스)을 추진했다"고 적혀 있다. 조우형이 검사에게 진술한 내용이 법원 판결문을 통해 사실로 확인된 것이다.  
2008년 '더뮤지엄양지' 대표로 언론과 인터뷰한 조우형. "조우형이 발트하우스를 선보이며 국내 최고급 타운하우스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출처 : 매일경제신문, 2018.3.14) 

'조우형 차명 회사' 통해 부동산 개발, 대출까지... 모두 불법

저축은행법상 저축은행이 차명 회사를 세워 직접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여기에 고객 돈까지 대출해 주는 것은 모두 불법이다. 하지만 조우형과 부산저축은행은 거리낌이 없었다. 더뮤지엄양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은 2004년쯤부터 발트하우스 개발을 위해 더뮤지엄양지에 100억 원이 넘게 대출해 줬다. 그리고 2008년 발트하우스 분양이 성공리에 마무리되자 조 씨와 부산저축은행은 사업의 크기를 키워갔다. 
(발트하우스가) 첫 사업이어가지고 무리를 안 했는데 그게 성공을 하면서 (부산저축은행) 박연호 회장한테 인정을 받은 부분이 있어요. 그러면서 거의 조 사장(조우형)이 얘기하면 다 그냥 대출해 주는...

A 씨 / 2011년 당시 조우형 회사 재직
2008년 말 더뮤지엄양지는 경기도 양평의 복합 리조트 단지 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산저축은행은 더 많은 돈을 빌려줬다. 더뮤지엄양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06년 12월 기준 더뮤지엄양지의 부산저축은행 장단기 차입금은 약 121억 원이었지만, 2010년 12월에는 약 458억 원까지 늘어났다. 
더뮤지엄양지의 양평 리조트 사업은 2011년 부산저축은행이 파산하며 좌초됐다. 부산저축은행이 망하지 않았다면, 더 많은 고객 예금이 불법적으로 투입됐을 것으로 보인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 '수사 프레임'에 들어맞는 인물

2011년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비리 사건 수사의 초점 중 하나는 부산저축은행이 임직원의 친인척과 지인 등을 내세워 차명 SPC를 만든 뒤 직접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고, 여기에 고객 예금까지 끌어다 쓴 불법적 행태였다.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의 비자금과 정관계 로비도 수사 대상이었다. 
조우형은 박연호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친인척으로 차명 SPC인 더뮤지엄양지를 운영하며 지분 5%를 갖고 있었다. 부동산 개발 사업도 했고, 수백억 원에 달하는 부산저축은행 대출도 끌어다 썼다. 또 앞서 뉴스타파가 보도했듯 조 씨는 부산저축은행의 정관계 로비 자금 중 일부를 댔고, 비자금 조성에 관여한 정황도 확인됐다. 조우형은 2011년 대검의 '수사 프레임'에 딱 들어맞는 인물이었다. 조 씨가 수사 대상이 아니었다는 현재 검찰의 주장과 배치된다.
제작진
취재봉지욱 변지민 홍주환
촬영오준식 최형석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