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유가족 통제? 일반인 출입 막는 국회
2014년 08월 12일 21시 23분
세월호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 과정에서 숨진 고 이광욱 잠수사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바지선에서 감독관 역할을 맡았던 민간 잠수사 한 명만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을 뿐 해경 관계자에 대한 문책이나 징계는 전혀 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사고 직후 해경이 ‘잠수사에 대한 총괄적인 지휘 책임은 해경에게 있다’고 밝혔던 것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더구나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확인한 결과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맞지 않는 내용이 다수 발견되는 등 해경의 책임을 면해주기 위해 민간 감독관에게 무리한 혐의를 적용한 것으로 볼 여지가 다분해 해당 사건에 대한 검경의 수사 일체가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6일 새벽 6시쯤, 세월호 실종자 수색구조를 위해 잠수 작업을 벌이던 민간 잠수사 이광욱 씨가 사망했다. 이 씨는 5월 4일 현장에 도착해 당일 첫 잠수에 나섰다가 변을 당했다. 발견 당시 이 씨는 납벨트를 풀고 공기공급 마스크를 벗은 상태였다.
사고 직후 브리핑에서 해경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구조에 대한 총괄 지휘 책임은 해경에게 있다며, 우선 사고 원인에 대한 정확한 조사 과정을 거친 뒤 합당한 책임을 지겠다고 밝혔다.
이후 사고 조사는 목포해양경찰서가 맡았고, 3개월 넘는 조사 끝에 지난 8월 사고 경위에 대해 결론을 내렸다. 이광욱 잠수사가 바지선과 세월호 선체를 연결하는 가이드라인을 옮겨 다는 작업을 위해 단독 잠수에 나섰다가 공기공급선이 수평 가이드라인에 걸려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스스로 마스크를 벗고 탈출하려는 과정에서 익사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유가족들은 경력 30년의 베테랑 산업잠수사였던 이광욱 씨가 스스로 납벨트를 풀고 마스크를 벗은 정황으로 볼 때 수면 바깥으로부터의 공기 공급에 문제가 있었을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경찰 조사 결과는 이런 의혹에 전혀 접근하지 못해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럼에도 목포해경은 조사를 마무리짓고 해당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물어 당시 바지선 위에서 ‘작업반장’ 역할을 맡고 있던 민간 잠수사 공우영 씨를 입건했다. 그러나 해경 관계자는 단 한 사람도 입건하지 않았고 내부 문책이나 징계조차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목포해경 관계자는 “사고 당시 현장에는 해군 잠수사와 해경 잠수사, 민간 잠수사가 함께 작업 중이었고, 이 가운데 민간 잠수사에 대한 지휘통제는 공우영 감독관이 담당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사고 직후 ‘해경이 잠수사들의 수색구조 작업을 총괄 지휘한다’던 정부 발표 때와는 입장이 전혀 달라진 것이었다.
목포해경은 이같은 과정을 거쳐 사건을 광주지방검찰청 목포지청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보강 수사를 거쳐 지난 8월 말 공우영 감독관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그런데 뉴스타파가 검찰의 공소장을 입수해 살펴본 결과 사실관계 자체가 맞지 않는 부분이 여럿 발견됐다. 우선 검찰은 고 이광욱 잠수사가 공우영 감독관과 같은 유성수중개발 소속이라고 명시하고, 자기 직원에 대한 안전관리 책임을 소홀히 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확인 결과 고인은 프리랜서 산업잠수사로만 활동해 왔으며 유성수중개발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검찰은 또 공우영 감독관이 이광욱 잠수사의 자격증을 검증하고 건강상태를 체크해야 했지만 그같은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당시 이광욱 잠수사는 해경의 잠수사 충원 요청에 따라 민간구조단체가 소개해 현장으로 투입되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자격증과 건강상태 확인의 의무 역시 해경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실제로 사고 직후 해경은, 이광욱 잠수사를 포함해 수색구조 현장에 투입된 모든 잠수사들에 대한 자격증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한 책임을 인정했다. 또한 사고 후속대책으로, 민간 바지선에 군의관과 의료 부사관, 응급 구조사 등을 즉각 배치해 운용했다. 이 역시 잠수사들에 대한 건강관리가 정부 책임이라는 점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취재진은 오는 11월 3일 열리는 첫 번째 공판을 앞둔 공우영 잠수사를 직접 만났다. 그는 고 이광욱 잠수사에 대해, 비록 현장에서 처음 만난 사이였지만 국가적 재난에 도움이 되고자 애쓰다가 운명을 달리하게 돼 안타까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독관을 맡았던 자신의 책임도 일부 있었다는 점도 인정했다. 특히 원칙대로라면 보조공기통을 메고 입수했어야 하지만, 조류가 빠르고 가이드라인이 복잡하게 얽혀 있던 당시 현장 상황의 특성상 보조공기통을 착용을 의무사항으로 강제하기 어려웠던 측면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경과 검찰의 수사 결과는 자신에게 모든 책임을 떠넘기기 위한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며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기본적인 사실관계조차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공소장을 받아본 뒤로는 더욱 분노할 수밖에 없었다고도 했다.
이는 피해자인 이광욱 잠수사의 유족들도 공감하고 있었다. 고인의 동생인 이승철 씨는 “해경이 초동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부터 ‘누구든 책임을 져야 한다. 책임을 질 사람을 찾고 있다’는 말을 했는데, 결론은 공우영 감독관 한 명으로 끝났다.”고 말했다. 그는 “유족 입장에서 원하는 건 제대로 된 사망 원인 규명인데, 그것도 제대로 하지 않은 상태에서 수사를 종결하고 민간인 한 사람 찍어서 ‘네가 가라’ 식으로 책임을 뒤집어 씌운 셈이다.”라고 비판했다.
이광욱 잠수사 사망 사고에 대한 수사과정은 결국 ‘셀프 수사’의 문제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초부터 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해경이 관련 수사를 진행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는 것이다.
이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가기관의 조사와 수사 결과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검찰이 세월호 구조 실패의 책임을 물어 구속한 것은 해경 차장 한 명뿐이었고, 감사원은 청와대 조사는 제대로 해보지도 못하고 감사를 종결했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여전히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 보장을 주장하고 있는 이유가, 잠수사 사망 사건에서도 그대로 확인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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