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김석기, 수배 중 버젓이 사업

2013년 06월 06일 10시 28분

골드뱅크 주가조작 사건으로 수배돼 있는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

지난 보도에서 뉴스타파가 밝힌 김씨 명의의 페이퍼 컴퍼니는 모두 6개였습니다. 특히 이 가운데 3개는 해외 도피중에 만들어진 것이어서 설립 목적이 의심스러웠습니다.

하지만 김 씨는 아무런 사업도 하지 않았다고 취재진에 설명했고, 뉴스타파가 제기한 독일 투자회사 사핀다 그룹과의 관련성도 부인했습니다. 과연 김 씨의 말이 사실일까?

뉴스타파는 김석기씨가 고문으로 돼 있는 독일계 투자회사 사핀다 그룹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사핀다가 투자한 업체를 찾던 중에 RNTS 미디어 N.V. 라는 회사를 찾아냈습니다. 네덜란드 법인인데 올해 1월 룩셈부르크 장외시장에 상장됐습니다.

기업공개를 신청할 때 내놓은 사업설명서입니다. 자본금 5백만유로 우리돈으로 75억원. 발행주식 수 5천만주입니다. 자회사 2개가 각각 서울과 베를린에 있습니다.

주주 구성을 봤습니다. 지주회사인 RNTS N.V의 최대 주주는 천6백여만주, 지분 33.5%를 가진 SYSK Limited, 그다음이 25%정도를 갖고 있는 사핀다 홀딩입니다.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돼 있다는 이 SYSK Limited의 정체는 무엇일까? 그런데 이 SYSK의 유일한 주주는 멀티-럭 인베스트 주식회사라는 설명이 나옵니다.

멀티-럭 인베스트. 김석기가 설립한 페이퍼 컴퍼니라고 뉴스타파가 보도했던 6개 회사 가운데 하나입니다. 또 멀티-럭 인베스트의 실소유주는 김 씨의 10살된 아들과 부인 윤석화, 그리고 대리인으로 추정되는 테레사 창으로 돼 있습니다.

결국 김석기란 이름은 드러나지 않지만 자신의 가족과 대리인을 내세우고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결국 전체를 지배하는 구조가 됩니다.

김석기씨와의 관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RNTS 한국법인이 있는 강남 사무실을 찾아가 봤습니다. 한국법인 대표는 촬영을 하지 않는 조건으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관련 여부를 전면 부인했습니다.

초기에 김석기씨로부터 조언을 받았을 뿐 김 씨는 아무런 지분도 없고, 경영에도 참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RNTS 코리아라는 이 회사는 김석기씨가 지분을 갖고 사실상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뉴스타파 취재결과 확인됐습니다.

뉴스타파가 ICIJ 자료에서 새로 파악한 페이퍼 컴퍼니 명단입니다. 김석기씨가 대표로 있는 홍콩의 킴바코가 관리하는 회사들입니다. 2002년에 버진아일랜드 등록대행사를 CTL, 즉 커몬웰스 트러스트로 바꿀 보낸 청구서인데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업체를 포함해 무려 17개 회사가 등장합니다.

등록비용으로만 홍콩달러로 3만7천4백달러를 지불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SYSK Limited가 포함돼 있습니다. 석화 윤, 석기 김. 김석기씨 부부의 영문 이름 이니셜을 딴 것으로 추정되는 이 페이퍼컴퍼니가 적어도 2002년 전에 만들어져 지금까지 유지돼 온 김 씨의 회사라는 명백한 증거입니다.

김 씨가 국내 사업에 진출하면서 자신의 정체를 완벽히 숨길 순 없었습니다. 국내 소프트웨어업체인 이 업체는 지난 3월 RNTS 측을 사기혐의로 경찰에 고소했습니다. 지난해에 RNTS 측에서 유럽에서 쓸 앱스토어 구축을 요청해와서 35억 원에 개발해주기로 계약했는데 개발완료를 코앞에 둔 10월쯤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했다는 것입니다.

[황성욱 유누스 대표]
“저희한테 대금 지급을 계속 미루고 쓸데없는 핑계를 대고그래서 저희가 검토를 하다가 3월초에 고소를 하게 됐죠. 35억 계약에 1억6천7백, 5% 수준을 받은 거죠”

김석기씨가 증시 상장을 앞두고 기업가치를 부풀리기 위해 계약을 한 것일 뿐 실제 대금 지불 의사는 없었다는 주장입니다.

[최 헌탁 당시 RNTS 독일법인 대표]
“이 계약서에 보시면 35억, 250만 유로를 자기네 자산으로 잡을 수가 있거든요. 무형자산을 독일법인에 잡아놓고 그 다음 밸루에이션을 할 때 투자금으로 잡게 되면...계약서가 필요했던 거죠.”

더군다나 김 씨가 런던에서 사실상의 CEO 역할을 했다며 국제전화회의록을 공개했습니다. 한국의 대표와 임원들이 각종 현안을 김석기씨에게 보고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 중의 일부입니다.

[김석기 전 중앙종금]
“회사에 이익을 가져오는 사람들한테는 우선적으로 스톡옵션이나 일부 무상주라도 내줄 용의가 있으니까 회사를 좀 잘 만들어봅시다.”
(예..알겠습니다..)

거처만 해외일 뿐 국내에 있는 것과 다름없이 대표 역할을 했습니다.

[황성욱 유누스 대표이사]
“실제로 RNTS는 한국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김석기씨가 세운 한국회사. 근데 여러과정을 거쳐서 세탁이 돼 있는 것 뿐이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컨퍼런스 콜로 화상회의로 주간회의를 하고 사람을 임명하고 해임하고 하는 권한을 다 가지고 있는게 사실 주인이지 않습니까. 사장이고.”
김 씨의 국내 진출 의혹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국내에 진출해있는 또다른 게임관련 업체인 AZUBU. 사핀다 그룹의 자회사인 AZUBU는 국내에 프로게임팀도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엔 유명 게임대회도 후원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주부의 해외상표권 등록권자가 바로 김석기씨의 SYSK Limited입니다. 김석기씨가 만든 다른 페이퍼컴퍼니들도 뭔가 역할이 있을 것이란 추정이 가능합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뭔가 SPC(특수목적법인) 자체가 어떤 사업에서 어떤 프로젝트에서 중요하든 어떻든 역할을 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까 관리를 하고 있겠죠. “

검찰은 골드뱅크 주가조작 사건 수사에서 김석기씨가 660억 원을 횡령했다고 밝혔습니다. 김 씨가 대표였던 중앙종금은 4천2백억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았고 1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이 투입됐습니다.

우리나라는 홍콩과는 2007년, 영국을 포함한 유럽과는 2011년 말 범죄인인도조약이 발효됐습니다. 김씨가 홍콩에 있다가 이후에 런던과 베를린으로 활동무대를 옮긴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수사당국은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면서 정확한 답변을 피했습니다.

[대검찰청 관계자]
”어차피 수배자를 검거하는 문제 자체도 수사의 일환이기 때문에요. 저희가 수사 공보 규책(?)상 어쩔 수 없다. 답변을 드릴 수가 없거든요. 저희 규정상.”

[서울중앙지검 관계자]
“말씀하신 것을 다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수사보안사항일 수도 있고 그 사람 사생활과 관련된 것일수도 있기 때문에...”

검찰 수사를 피해 해외 도피중인 사람이 이를 비웃듯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버젓이 국내에서 사업을 하고 또다시 국내 벤처기업에 피해를 입혀 소송에 휘말리는 일이 과연 정당한 일일까?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김석기씨는 현재 우리나라에서 기소중지상태입니다. 지명수배상태지요 그리고 범죄내용이나 이런 것들이 하찮은 범죄도 아니에요, 피해액도 꽤 크고 그럼 응당 사법당국이 해당국. 영국이나 중국에 범죄인도요청을 해야죠. 그걸 제대로 안하니까 그냥 아주 자유롭게 밖에서 활동하고 있는 거 아닙니까?”

김씨는 지난 5월29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자신은 한국을 떠난뒤 수입도 없었고 빚만 떠안은 상태로 힘들게 지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2012년에 같이 사업을 했던 사람은 김 씨의 런던생활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최헌탁 전 RNTS 독일법인 대표]
(런던집이 잘살던가요?)
“제가 알고 있기로는 앞에 주차돼 있던 차는 롤스로이스 팬텀이었고요. 그 다음에 집이 그냥 들어갈 수 있는데는 아니에요. 프라이빗 에어리어라고 해서 투자자들이 많이 있는 곳, 그러니까 예를 들어 사우디부호라든가 ...농담삼아 들었던 얘기는 3백억으로 알고 있습니다. 확인된 건 아닙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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