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김석기 전 중앙종금 대표, 유령회사 6개 설립

2013년 05월 30일 10시 28분

미국 월가 출신의 첫 한국인 금융전문가. 국내 금융 부티크의 효시. 90년대 후반 우리나라 금융계의 4대 마왕.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에게 따라붙었던 수식어입니다.

배우 윤석화의 남편으로도 유명한 김석기씨는 IMF 금융위기 이후 40대 초반의 나이에 한누리투자증권, 중앙종금의 사장에 오르며 ‘금융계의 풍운아’로 활약했습니다. 지난 2008년 한 일간지는 김 씨에 대해,‘한국에서는 거의 처음으로 페이퍼 컴퍼니를 이용해 주식투자를 해서 성공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김석기씨는 골드뱅크 주가조작 등의 혐의로 금융당국에 고발당하고 검찰에 수배되면서 2000년 8월부터 지금까지 해외 도피자 신세가 되고 맙니다.

그런데 뉴스타파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가 입수한 자료에 김석기씨의 이름이 포함된 페이퍼 컴퍼니가 무더기로 발견됐습니다. 90년에 설립된 프리미어 코퍼레이션, 93년에 설립된 PHK 홀딩스와 STV 아시아 2001년에 만든 ZATO 인베트스먼트,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그리고 2005년에 만든 에너지링크 홀딩스 등 모두 6개나 됩니다.

90년대 만들어진 법인 3개는 김 씨가 홍콩에서 활동하던 시절과 IMF 이후에 사업상 활용한 법인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나머지 3개 법인은 설립 시점이 김 씨가 검찰수배를 피해 해외로 도피한 2000년 이후입니다. 중앙종금이 4천억원이 넘는 부실을 떠안고 문을 닫은 뒤에 버진아일랜드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겁니다.

또 이 가운데 2개 회사엔 부인 윤석화씨가 각각 이사와 주주로 등재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취재진은 윤석화씨에게 왜 유령회사에 이사와 주주로 올라있는지를 물어보기 위해 윤 씨가 발행하는 월간지 '객석'의 사무실로 찾아갔습니다.

[월간 객석 직원]
(윤석화 대표님을 취재하러 왔다고...)
"윤석화 대표님은 지금 영국에 체류 중이세요. 지금 한국에 안 계세요."
(언제부터 (영국에) 계신건가요. )
"오래되셨어요."
(저희가 대표님과 직접 통화를 해서 대표님이 페이퍼컴퍼니에 이름이 등재돼 있으셔서 저희가 직접 확인을 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연락처를 남겨주세요. 저희도 연락을 잘 못합니다."

이번에는 윤 씨가 2004년에 매입한 것으로 돼 있는 삼청동 집으로 가봤습니다.

[삼청동 자택 관리인]
(여기 윤석화씨 댁 아닌가요?)
"맞는데요."
(안 계신가요.)
"네."
(어디 가 계신가요.)
"외국 가 계실거에요."
(외국이요?)
"네."

김씨가 가장 최근에 설립한 에너지링크 홀딩스라는 페이퍼 컴퍼니 설립 서류에는 김씨와 윤석화씨의 주소가 홍콩의 맨해튼 타워로 적혀 있었습니다.

맨해튼 타워는 홍콩 남부 리펄스만이 내려다 보이는 곳에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한 채가 우리돈으로 백억원 가량에 거래되는 고급아파트입니다. 김 씨는 이 아파트를 96년에 구입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하지만 취재진은 여기서도 김 씨를 만날 순 없었습니다.

[맨해튼 타워 관리인]
"여기는 외국인과 중국인만 삽니다. 한국인은 살지 않습니다."

이번에는 김 씨가 설립한 페이퍼컴퍼니의 마스터클라이언트 즉 중개관리업체로 돼 있는 팬오션 시크레터리얼 서비스라는 홍콩업체를 찾아가 봤습니다. 이 곳은 김씨가 페이퍼 컴퍼니 6개를 만들때 버진아일랜드 법인등록 대행업체인 PTN에 중개업무를 도맡아 했습니다.

[중개관리업체 직원]
"그 사람들은 우리의 직접적인 고객이 아니에요. 우리의 고객은 킴바코입니다. 킴바코를 통해 일을 하는 것이라서 그(김씨)를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에너지링크 홀딩스 란 페이퍼 컴퍼니 자료를 보니 김 씨 부부 외에 다른 두 명의 이사가 더 나타났습니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이수형씨와 조원표씨입니다. 이들의 여권번호까지 기재돼 있습니다.

이들이 김 씨의 페이퍼 컴퍼니에 이사로 등재된 시점은 2006년 8월 31일. 이때는 이 씨가 당시 동아일보에서 삼성의 법무팀 상무보로 옮긴 직후였고 조 씨는 한 코스닥업체 대표로 근무할 시점입니다.

뉴스타파는 두 사람을 만나 사실 여부를 물어봤습니다. 두 사람은 기자시절 김석기씨를 취재원으로 알게 됐고, 김 씨가 해외로 도피한 이후에도 2006년까지 3-4차례 홍콩을 방문해 만난 적은 있으나 같이 사업을 한 것은 절대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2005년 쯤 김 씨가 컨설팅 업체를 시작하려고 한다면서 이사로 이름만 걸어달라고 부탁해서 여권번호를 건네줬을 뿐 그것이 페이퍼 컴퍼니인 줄은 전혀 몰랐다는 겁니다.

[조원표 전 이상네트웍스 대표]
"그 사람이 했던 이야기는 홍콩에서 에너지 링크라는 회사를 리포센터에서 만들어서 일을 한다. 컨설팅 한다. 그래서 이건 돈 들 것도 없고, 그러니가 와서 한번씩 출장갔다 오면서 홍콩 오면 소주나 한잔 하고 친구처럼 해달라. 그런데 왜 이걸 해야 되냐? 이런 게 있어야 나도 긴장하고 일하지 않겠습니까 이랬다고. 그걸 믿든지 안 믿든지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데...그건 내 진실이란 말이에요."

이 씨도 페이퍼컴퍼니인 줄 몰랐다면서 후배인 조 대표의 부탁으로 별 생각없이 동의했을 뿐 현재 몸담고 있는 삼성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수형 삼성 준법경영실 전무]
“최선을 다해 확인을 해볼게요. 그리고 저희가 확인한 걸 다 말씀드릴게요. 다만 저희도 피해자일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누군지 몰라요.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적어도 우리와 관계되어 있는건 알 수 있잖아요. 일원 한푼 넣은 적도 거래한 적도 없습니다."

김 씨부부와 이 두사람 등 4명이 이사로 등재돼 있는 에너지링크 홀딩스의 자본금은 1억 달러까지 납입할 있도록 돼 있습니다. 주당 1달러씩 1억주입니다. 그런데 실제는 1달러짜리 1주만 발행한 것으로 나옵니다.

취재진은 페이퍼컴퍼니 설립목적과 다른 사람들 이름까지 끌어들인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 김씨의 소재를 수소문했습니다. 어렵사리 김씨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왜 조세피난처에 유령회사를 만들었냐고 묻자 페이퍼컴퍼니는 홍콩에서 일반화된 형태라면서 외국 기업의 중국관련 사업을 컨설팅하는게 목적이었다고 말했습니다. 이수형씨와 조원표씨 등 두 사람에게 이사로 참여해 줄 것을 부탁하면서 페이퍼컴퍼니를 만드는 것이라고 알렸는지 물었습니다.

그 두 사람은 전혀 몰랐다고 주장한다고 하자

"버진아일랜드 법인이라고 정확하게 말씀드렸는데, 그 분들이 헷갈리시는 것 같다"

며 상반된 입장을 보였습니다.

또 본인 혼자 이사를 해도 얼마든지 회사를 만들 수 있는데 왜 굳이 부인과 이 씨, 조 씨 등을 이사로 올렸냐고 묻자

“부인은 친분 상 그냥 한 것이고, 다른 두 사람을 이사로 등기한 것은 많은 연줄이 있고 명망있는 사람으로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것이 사업에 중요하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김씨는 에너지링크 홀딩스에 들어간 돈은 1달러 뿐이며.이 회사를 통해 어떤 투자도 이뤄지지 않았다고 해명했습니다. 구상했던 만큼 사업이 진행되지 않아 아무 것도 이룬 것이 없으며 한국을 떠난 15년 동안 아무런 수입없이 빚만 쌓였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뉴스타파는 그의 말이 사실과 다를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 2009년에 독일경제지 한데스발트에 실렸던 기사입니다.

독일의 청년 백만장자 라스 빈트호스트에 대한 기사인데 남아공 출신의 자산가 로버트 허소브와, 김석기 씨의 친분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김씨가 2003년 라스에게 5백만 유로를 투자했다가 큰 손해를 봤지만 그래도 여전히 그를 후원하고 있다는 내용이 나옵니다.

2012년 3월 런던 에서 독일의 투자회사인 사핀다 그룹이 배포한 보도자료에도 라스 빈트호스트와 로버트 허소브, 김석기씨, 그리고 다른 개인 주주들이 사핀다 그룹을 지원하고 있다고 돼 있습니다. 일정정도 지분이 투자됐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빈트호스트는 사핀다 그룹의 CEO, 허소브는 회장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김 씨의 역할은 무엇일까? 김석기씨에게 이 부분에 대해서도 물어봤습니다.

김 씨는 자신이 사핀다 그룹에 어떤 투자도 하지 않았고, 지분도 없으며 단지 조언을 해줄 뿐 아무 관계도 아니라고 해명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납득하기 힘듭니다. 미국의 시큐어앨러트라는, 나스닥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통신업체가 지난해 4월 미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지분 변동 보고서입니다.

사핀다 그룹의 자회사인 사핀다 아시아의 지분이 14.3%로 올랐다는 내용인데 라스 빈트호스트와 김석기씨가 또 등장합니다. 두 사람이 등기이사로 나란히 올라있습니다. 김석기씨의 역할은 사핀다 그룹의 고문으로 돼 있습니다.

사핀다 아시아도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인데 주소지는 홍콩의 항생뱅크 빌딩으로 기재돼 있습니다. 김 씨가 홍콩에 설립한 또 다른 법인 킴바코의 주소지와 호수까지 똑같습니다. 사핀다 아시아가 김씨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보여줍니다. 사핀다 그룹은 아주부라는 게임업체에도 투자했는데 국내에까지 진출해 게임팀도 운영하고 게임대회도 후원하고 있습니다. 빈트호스트가 바로 아주부 그룹의 이사회 의장이고 허스트가 아주부 유럽의 회장입니다. 김석기씨에게 다시 확인했습니다.

김 씨는 아주부의 국내 게임대회 진출에 인적 네트워크를 연결시켜 준 것은 맞다고 시인했지만 그 뿐이라고 해명했습니다. 또 사핀다 아시아의 주소를 킴바코 사무실로 해놓은 것도 서류상 주소가 필요해 빌려준 것 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부인 윤석화씨는 이틀 후에 이메일을 통해 답변을 보내왔습니다. 이씨는 힘든 시기를 보낸 남편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해 이사등재를 했으며 설립 대행을 맡은 현지 변호사로부터 버진아일랜드에 설립 등재하는 것이 유리하고 문제가 없다고 해서 그렇게 믿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김석기씨가 홍콩에 보유하고 있는 법인은 킴바코를 포함해 3개입니다. 그리고 그가 버진아일랜드에 만든 페이퍼 컴퍼니는 모두 6개 입니다. 모두 등록을 갱신해가며 법인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국내 인사들을 페이퍼컴퍼니의 등기이사로 끌어들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아무 관련이 없다면서도 사핀다 아시아에는 등기이사로 등록돼 있고 이 회사의 한국진출에도 관여를 했습니다. 이번 ICIJ가 입수한 조세회피처 관련 자료를 통해 해외 도피 후 10년 넘게 베일에 가려졌던 그의 행적이 일부 드러나면서 새로운 의혹이 불거지고 있습니다.

뉴스타파 최기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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