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모녀’가 던진 화두... “복지 사각지대”
2014년 03월 11일 22시 24분
제 이름은 이일수. 동자동 쪽방촌에서 나고 자랐습니다. 착한 아내 승희의 남편이자 엄마를 닮아 눈이 큰 딸, 유리의 아빠이기도 합니다. 3년 전 저는 승희의 노비로 살겠노라 약속하고 그녀와 결혼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제가 승희의 도움을 받아야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일년 전부터 앞을 보지 못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눈이 보이지 않게 되니 자꾸만 보고싶은 것들이 생겨납니다. 그 중 가장 보고싶은 것은 바로 웃을 때 초승달이 되는 제 아내 승희의 눈입니다. 또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이제 세살 난 딸 유리의 모습도 보고싶습니다. 27년 동안 가족처럼 생활한 동네사람들인 동자동 사람들도 이제 제 기억 속에만 남았습니다.
20분이면 다 돌아볼 수 있는 작은 동네에 50여 채의 낡은 건물이 모여 있습니다. 한 두 평 되는 방들은 벌집처럼 붙어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사람이 삽니다. 1100명이 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습니다. 동자동 쪽방은 50년 넘도록 오갈 데 없는 사람들의 보금자리였습니다.
남선 아저씨도 그랬습니다. 오랜 노숙 생활을 하던 아저씨가 동자동에 둥지를 틀었을 때, 아저씨는 여기가 마지막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아저씨는 두 달만에 이곳을 떠나야 했습니다. 기초생활 수급자로 선정되어야 집세를 낼 여유가 있는데 수급자 선정이 되지 않아서입니다. 40년 간 제대로 안부도 주고받지 않는 노부모가 서류 상의 부양자로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남선 아저씨는 다시 거리에서 생활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며 기초생활 수급자가 된 2015년이 되어서야 이곳 동자동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번에도 아저씨는 말합니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여기가 마지막이야. 난 이제 더 갈 데가 없고 여기서 시체로 나가는 게 내 소원이야. 이제는
동자동 9-20 건물 주인은 이곳 거주자들에게 방을 비우라고 합니다. 이곳 주민 대부분은 사실 일흔 살 전후의 독거노인입니다. 경제력은 물론이거니와 재산도 없기 때문에 기초생활수급비로 생활을 꾸려가야만 하는 사람들입니다. 이사를 가려면 보증금도 필요하고 이사 비용도 있어야 할텐데, 어르신들께는 먼 나라 이야기입니다.
여기가 인생의 마지막 공간이라 믿고 살아온 우리 동네 사람들의 미래는 어떻게 되는 걸까요.
연출 송윤혁 글.구성 정재홍
이 다큐멘터리는 ‘다큐인’의 박종필 감독이 프로듀싱 하고 송윤혁 감독이 촬영, 연출했습니다. 송윤혁 감독은 이 다큐멘터리 제작을 위해 2012년 부터 1년이 넘는 시간을 동자동 쪽방촌에 실제 거주하며 그들의 삶 곳곳을 밀착 취재했습니다. 그 3년 간의 기록을 <뉴스타파 목격자>들을 통해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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