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2012년 녹음파일... "내가 변호사 소개했다"
2019년 07월 08일 23시 40분
윤석열 검찰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가 연루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해 경찰이 지난 2013년 내사를 벌인 사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경찰의 수사첩보 보고서에 따르면, 경찰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지난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주식 시장의 ‘선수’로 활동하던 이 모 씨와 공모해 도이치모터스 주가를 인위적으로 시세 조종 했고, 김건희 씨의 경우 이 ‘작전’에 이른바 ‘전주(錢主)’로 참여해 자신의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증권 계좌, 현금 10억 원을 주가조작 선수 이 씨에게 맡긴 혐의 등을 포착해 내사를 진행했다.
지난해 7월 8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청문회를 앞두고 야당과 언론에서는 여러가지 의혹이 흘러나왔는데 그 중 하나가 윤석열 총장 아내 김건희 씨의 주식 거래에 관한 의혹이었다.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전환사채를 시세보다 현저히 싼 가격에 매입했다는 의혹이었다. 이 의혹은 중앙일보가 2018년 4월에 처음으로 보도했는데, 윤석열 총장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여야의 인사청문위원들은 이 의혹을 검증하기 위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을 증인으로 채택하는 데 합의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예상과 달리, 김건희 씨의 주식 거래와 관련된 질의 응답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윤석열 총장이 관련된 자료를 하나도 제출하지 않은데다, 핵심 증인인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이 청문회 출석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당시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과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이 관련 질의를 하긴 했지만, 자료도 증인도 없는 상태였기 때문에 기존에 나왔던 의혹을 되풀이 하는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더구나 이날 청문회에서는 윤우진 전 용산세무서장 사건에 윤석열 총장이 개입했는지 여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김건희 씨의 주식 거래 의혹은 그냥 덮이고 말았다.
뉴스타파는 윤석열 총장의 청문회 이후 김건희 씨와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과의 관계에 주목하며 관련 취재에 착수했다. 이 과정에서 자신의 신원을 밝히지 않은 제보자로부터 문건을 하나 입수하게 된다. 30쪽 가량의 해당 문건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있었다. 취재진은 해당 문건의 형태나 표현 등으로 미루어 수사기관에서 작성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문건의 작성 주체와 출처를 탐문했다. 그 결과 해당 문건은 2013년 경찰이 작성한 수사첩보 보고서라는 사실이 다각도로 확인됐다. 해당 문건을 작성한 경찰관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문건을 작성한 것은 맞지만 너무 오래 전이라 지금은 가지고 있지 않다”라고 답변했다. 뉴스타파는 이와 함께 경찰이 해당 문건을 토대로 지난 2013년 정식 내사(정식 내사라는 것은 내사 번호가 부여된 내사 사건을 말한다)를 진행했던 사실까지 확인했다.
경찰보고서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자세한 내용과 함께, 윤석열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의 연루 의혹이 적혀 있었다. 우선 보고서의 내용을 소개한다.
도이치모터스는 시가 총액이 2천억 원에 이르는 코스닥 상장사다. 독일 자동차 BMW의 국내 수입 판매권을 가진 ‘딜러’ 중 하나이며 또 다른 독일 자동차인 ‘미니’에 대해서는 국내 독점 판매권을 갖고 있다.
도이치모터스의 대표이자 대주주인 권오수 회장은 지난 2009년 말 어려움에 처해있었다. 권 회장은 1년 전인 2008년 11월, 145억 원을 주고 ‘다르앤코’라는 코스닥 상장사를 사들인 뒤 당시 비상장 회사였던 도이치모터스와 ‘다르앤코’를 합병했다. 도이치모터스를 우회상장시키기 위한 합병이었다. 도이치모터스의 코스닥 우회상장은 이듬해인 2009년 1월 30일에 성사되었다. 문제는 상장 이후 도이치모터스의 주가가 곤두박질 쳤다는 것이다. 상장 첫날 주당 9,000원으로 시작했던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첫날부터 하한가로 시작해 계속 내리막길을 걷더니 인수합병 1년 뒤인 2009년 11월에는 급기야 2천 원 아래로까지 떨어졌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경찰의 보고서에 따르면, 권오수 회장은 이렇게 어려움을 겪던 2009년 11월, 주식 시장에서 이른바 ‘선수’로 활동하던 이 모 씨를 만났다. 경찰보고서의 곳곳에는 이 씨의 자필서 내용이 제 3자의 시점에서 요약된 형태로 기재되어 있는데, 이 씨 자필서 요약본의 해당 부분은 이렇게 되어있다.
경찰보고서에 따르면 권 회장은 이 씨에게 자신의 주식 100만 주를 맡겼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취득한 대주주 지분은 1년 동안 보호예수로 묶여 매매할 수 없는데, 이 시점은 정확히 인수합병으로부터 1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또 권오수 회장의 제안을 받아들인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이를 가지고 주가를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돼 있다.
주가조작을 하기 위해서는, 즉 특정 회사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서는 보통 세 가지가 필요하다. 첫째, 그 회사의 주식을 다량으로 보유하거나 통제할 수 있어야 한다. 주가는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데, 아무리 자금을 확보해 주식을 사들이더라도 시장에 나오는 매도 물량을 통제하지 못하면 돈만 들이고 주가는 올리지 못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당연히 돈이다. 주식과 돈을 다 확보하고 있어야만 마음대로 주식을 사고 팔며 가격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는 임의로 사용할 수 있는 타인 명의의 계좌다. 소수의 계좌에서 특정 주식을 장기간에 걸쳐 자주 사고 팔 경우 금감원이 이상 거래 징후를 포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보고서에 기재된 이 씨의 자필서 내용에 따르면 권오수 회장은 보호예수에서 풀린 자신의 주식 100만 주를 맡김으로써 주가조작의 첫 번째 도구를 제공해 준 것에 그치지 않았다. 권 회장은 이 씨에게 도이치모터스의 다른 주주들을 소개해 주었다. 이들은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 뿐 아니라 계좌와 돈도 빌려주었다. 주가조작에서 이른바 ‘전주’ 역할을 한 것이다. 이로써 두 번째와 세 번째 도구도 구비됐다.
자필서에서 권오수 회장이 이 씨에게 소개해줬다는 양 모 씨의 경우 도이치모터스 합병 전인 2008년 10월 기준으로 도이치모터스의 주식 5%를 보유한 주요 주주와 이름이 일치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런데 그 다음 대목에서 뜻밖에도 윤석열 총장의 아내 김건희 씨가 등장한다. 시점은 2010년 2월 초, 김건희 씨가 윤석열 총장과 결혼하기 2년 전쯤이다. 또 다른 도이치모터스 주주 김건희를 ‘선수’ 이 씨에게 소개해줬다는 대목이다.
김건희 씨는 2010년 2월 시점에 실제로 도이치모터스의 주주였을 가능성이 높다. 취재진이 공시 자료를 확인한 결과 소개 시점 9개월 전인 2009년 5월, 도이치모터스 주식 8억 원 어치를 김건희 씨가 장외매수한 사실이 나오기 때문이다.
이 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자필서의 이 대목은 권오수 회장이 도이치모터스의 주주이자 자금을 대는 전주 가운데 하나로 김건희 씨를 주가조작 선수인 이 씨에게 소개해줬고 김건희 씨는 보유하고 있던 도이치모터스 주식과 10억 원이 들어있는 신한증권 계좌를 이 씨에게 맡겼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일련의 움직임 이후 주가는 서서히 올랐다. 경찰이 작전 시작 시점으로 보는 2009년 11월 초 천 9백원 대였던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1년 뒤에는 4천 원을 넘나들었다. 그런데 이 시기 권오수 회장이 자신의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 도이치모터스 공시에 따르면 2010년 4월과 8월, 권오수 회장은 두 차례에 걸쳐 자신의 주식 269만 주를 담보로 주식담보대출을 받았다. 주식담보대출의 경우 주가가 대출금 대비 일정 비율 이하로 떨어질 경우 반대매매, 즉 은행이 담보로 잡은 주식을 팔아버릴 위험이 있다. 즉 주가를 유지하거나 부양해야 할 또 하나의 강력한 동기가 권오수 회장에게 있었다는 뜻이다.
2010년 말에는 주가를 한 단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호재가 생겼다. 2010년 12월 16일에는 도이치모터스가 미국 최대의 중고차 업체라는 코파트 사와 제휴를 맺었고, 1월에는 6개월 앞으로 다가온 한-EU FTA가 호재로 점쳐졌다.
이 시기에는 특히 증권사의 적극적인 매수 추천과 긍정적인 언론 기사들이 잇따라 쏟아지면서 주가 상승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경찰보고서에 따르면 이 역시 작전의 일환이었다고 한다.
실제 당시 기사들을 검색해보면, 솔로몬 투자증권은 2010년 7월부터 12월 사이 도이치모터스에 긍정적인 의견을 연속으로 세 차례나 냈고, 경찰보고서에 등장하는 경제신문의 해당 기자는 그때마다 이를 기사화했음이 확인된다.
해당 기자는 2010년 7월부터 12월 사이 권오수 회장과의 인터뷰 기사 등 도이치모터스에 우호적인 기사를 12건이나 작성했고, 자사의 증권 방송에 나와서는 투자자들이 주목해야 할 회사로 도이치모터스를 추천하기도 했다.
경찰보고서에 따르면 이 시기, 주가조작 선수 이 씨는 사채 100억 원을 동원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사들였다고 한다. 증권사와 언론, 주가조작 ‘선수’가 합작 작전을 벌인 것이다. 이러한 작전의 결과 때문인지, 도이치모터스의 주가는 2011년 3월 8천 원까지 올랐다. 그리고 그 뒤로는 급격하게 하락해 다시 4천 원대로 내려 앉았다.
경찰은 보고서에서, 도이치모터스의 주가 차트가 전형적인 주가조작의 패턴을 따르고 있다며 정확한 분석을 위해서는 한국거래소가 보관하고 있는 데이터를 통해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다고 결론지었다.
주가조작, 즉 시세조종은 자본시장법 176조가 엄격하게 금지하는 행위로, 적발될 경우 1년 이상의 유기 징역과 이득의 3배에서 5배에 이르는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특히 176조 4항에 따르면 이같은 거래를 한 당사자 뿐 아니라 시세 조종의 목적을 갖고 거래를 위탁하거나 수탁한 사람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
여기까지가 뉴스타파가 입수한 경찰 수사 첩보보고서의 내용이다. 뉴스타파는 보고서에 나오는 관계자들을 어렵게 찾아 보고서의 진위를 확인했다.
우선 경찰보고서에 등장하는 언론사 기자는, 주가 조작 ‘선수’ 이 모씨를 만난 적도 없고 주가조작 여부에 대해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관행에 따라 보도자료를 기사화 해주었을 뿐이지만 주가조작 세력이 자신의 기사를 이용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답했다.
저는 권오수 회장 인터뷰를 써주면서 인연이 돼서… 아시겠지만 그 다음에 언론사랑 이렇게 협찬 관계 맺고… 보도자료는 좀 다뤄주잖아요. 출입처 이런 식으로 해가지고... 그랬었죠. 그런데 선수들이 낀다면, 회사 입장에서는 그런 건 있을 수 있겠죠. 그 경제지에서 뭐가 나올 것이다, 라는 것으로... 그런 건 많이 했겠죠.
다음으로 경찰보고서에 등장하는 당시 솔로몬 증권사의 김 모 이사. 그는 권오수 회장을 한두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주가조작에 가담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했다.
예전에 저희가 그때 기업방문 때문에 (권오수 회장을) 한두 번 봤나... 그랬을 거예요. 증권사에 있으면서 그러면(주가조작에 가담하면) 큰일나죠. 지금 말씀하시는 게 지금 되게 위험한 말씀을 하시네...
여러 달에 걸친 수소문 끝에, 이번 의혹의 핵심 인물, 즉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의 ‘선수’였다는 이 씨와 어렵게 직접 연락이 닿았다. 그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주가조작 가담 여부에 대해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았다. 김건희 씨와 만난적이 있냐는 의혹에 대해서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나중에 통화하자”고 서둘러 전화를 끊었다.
(도이치모터스라는 종목 관련해서 권오수 회장님하고 같이 일을 하지 않으셨었나요?)
갑자기 왜 전화를...
(경찰이 작성한 보고서에 선생님의 자술서라는 게 나오더라고요.)
지금은 좀 그런데...
(김건희 씨를 만난 적이 없으신가요?)
나중에 얘기하시죠. 지금 사람들하고 얘기하고 있어가지고..
(보고서에는 논현동 사거리 미니 매장에서 만났다고 되어 있거든요. 만나신 건 맞나요?)
제가 기억이 잘 안나거든요. 나중에 한 번 통화하시죠. 제가 전화드리겠습니다.
이틀 뒤 다시 이뤄진 통화에서 그는 긍정도 부정도 없이 이 일에 개입하고 싶지 않다는 입장만을 밝혔다
아니... 저 관여하고 싶지도 않고… 제가 나중에 전화 드리겠습니다.
뉴스타파는 등기우편을 통해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의 사무실과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 질의서를 보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이후 도이치모터스 본사와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을 찾아가 다시 질의서를 전달했다. 일주일 이상 답이 없어 도이치모터스 본사와 홍보팀, 코바나콘텐츠 사무실에 여러 차례 전화를 걸었지만 두 사람과 연락이 닿지 않았고, 결국 기사가 출판되는 시점까지 두 사람은 아무런 답변도 내놓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2013년 주가조작 선수 이 씨의 자필 진술서를 토대로 내사를 진행했지만 내사가 정식 수사로 전환되지는 못했다. 금감원이 경찰의 자료 제공 요청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와 통화한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영장을 치거나 추가 수사를 하려면 일단 금감원에서 이 회사와 관계된 자료를 줘야되거든요. 줘야되는데 금감원에서 협조가 안 되니까 더 이상 진행을 못한 거죠. 검찰과만 거래하겠다, 경찰에는 자료를 줄 수 없다. 그래서 더 이상 여기에 관한 자료 획득이 불가능해서 내사 중지. 금감원하고 검찰 그쪽 파트(금융범죄 수사파트)하고 짬짜미만 하면 대한민국 모든 사건을 다 말아먹을 수 있죠.
금감원은 이에 대해 현재 자본시장법에 따라 정해진 금융범죄 사건 수사의 업무체계상, 경찰이 법원의 영장 없이 독자적으로 요청하는 자료 제공 요청은 받아들일 수 없도록 되어있다고 설명했다. 자신들이 금융범죄 수사에 필수적인 한국거래소의 심리 분석 결과나 금감원의 분석 결과를 보낼 수 있는 곳은 오로지 검찰 뿐이라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경찰의 내사는 중지됐고,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과 김건희 씨의 관여 의혹은 그렇게 어둠 속에 묻히게 됐다.
이어지는 기사(윤석열 아내 김건희-도이치모터스 권오수의 수상한 10년 거래)에서는, 10여 년에 걸친 도이치모터스 권오수 회장과 김건희 씨의 수상한 금전 거래에 대해 분석한다.
취재 | 심인보 |
촬영 | 이상찬, 정형민 |
편집 | 박서영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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