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장 속 박희영 구청장의 '총체적 부실'... 무대책, 태만, '정부 비판 없애라'

2023년 02월 01일 14시 00분

10·29 이태원 참사 당시 박희영 용산구청장의 부실 대응이 검찰의 공소장을 통해 확인됐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박희영 구청장과 용산구청 부구청장·안전건설교통국장·안전재난과장을 업무상 과실치사상 등 혐의로 기소하면서, 박 구청장이 핼러윈 데이의 사고 발생 위험을 인지하고도 사실상 용산구청을 무방비 상태로 방치한 책임이 크다고 적시했다. 앞서 뉴스타파는 박 구청장과 용산구청의 부실한 대응과 책임에 대해 연속 보도한 바 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용산구청의 무대책과 부실... 검찰 공소장에 언급  

뉴스타파가 더불어민주당 권인숙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공소장에는 참사 이전과 당일 박 구청장과 용산구청 직원들의 행적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다. 이 가운데는 뉴스타파가 앞서 보도한 내용도 상당 부분 반영됐다. 
뉴스타파는 지난해 11월 9일 용산구청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만든 대책 문건을 보도한 바 있다.("불법 전단지, 노점상 단속"... 용산구청 '핼러윈데이 대책 문건' 입수) 참사 이틀 전 용산구청의 '핼러윈 데이 대비 긴급 대책회의'가 열렸지만 용산구 안전 주무 부서인 안전재난과는 다른 부서들에 이태원 일대에 대한 '시설물 안전관리 철저'만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작 안전·인파 관리에 대한 대책은 없었다. 이로 인해 용산구청의 부서별 핼러윈 데이 대책 문건에는 노후 옥외 간판 점검, 불법 노점상 단속, 가로 정비, 소음 단속 등의 시설 관리 관련 사항만 담겼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용산구청의 '핼러윈 데이 대비 안전 대책(건설관리과)' 문건. 노점상 단속, 옥외 간판 점검 내용만 있을 뿐 인파, 교통 관리에 대한 언급은 없다. 
검찰도 뉴스타파와 같은 지점을 지적했다. 엄청난 인파가 몰릴 것을 알았으면서 용산구청이 대비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재난과 안전사고의 위험성에 대해 구체적인 대책 마련과 현장 지휘를 해야 할 박희영 구청장은 이 같은 무방비 상태를 방치했다고 봤다.
검찰 공소장에는 "대부분의 부서에서 핼러윈데이 대비 부서별 추진사항 자체를 준비한 것이 없었는데, 이로 인해 회의 결과로 나온 대책은 시설물 관리, 청소, 소음, 주차관리 등 다중 인파 밀집에 대한 실효적인 안전 대책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그럼에도 용산구청 홍보담당관실에서는 구청 명의로 동일한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까지 하였으나, 피고인(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를 확인하지 않아 실효적인 대책 수립에 대한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한 채 방치했다"라고 적혀 있다. 
또 검찰은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시설물 안전 점검'만 실시했던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의 책임도 공소장에 명시했다. 공소장에는 "피고인(안전재난과장)은 부구청장이 2022년 10월 27일 개최한 긴급대책회의에 아무런 준비 없이 참석하여 안전재난과의 2022년 핼러윈데이 대응 방안을 발표하면서 '시설물 안전 관리 등' 업무만을 하겠다고 하였고.. (중략).. 경찰 및 소방과 협조를 통한 안전사고 예방 및 대응, 피해 수습 등을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아니했다"라고 나와 있다. 

문건에는 '밤 11시까지 순찰', 실제로는 9시 46분에 사무실 복귀 

뉴스타파는 참사 당일 건설관리과의 '가로 정비 특별단속 실시 계획' 구역 내에 참사 장소가 포함돼 있었다는 사실을 보도하기도 했다. 건설관리과 문건에 따르면, 10월 29일 용산구청 직원들은 이 구역을 오후 7시부터 밤 11시까지 순찰해야 했다. 이에 뉴스타파는 "용산구청 직원들이 참사 당일 현장 상황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용산구청 측은 아무런 조치나 보고도 하지 않고, 계속 노점상 단속에만 열을 올렸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지난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용산구청 건설관리과가 만든 대책 문건. 10월 29일 빨간색 박스 안 구역을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 순찰하겠다고 했다. 이 구역 안에는 참사 발생 장소도 있다. 
검찰 역시 이 부분을 지적하는 한편, 수사를 통해 드러난 새로운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검찰 공소장에는 "불법 노점상과 도로상 적치물을 단속하기로 한 건설관리과 직원들은 같은 날 23:00까지 단속계획을 수립하고도 같은 날 21:46경까지 큰 도로인 이태원로와 보광로만 다니면서 순찰을 한 다음 사무실로 복귀했다"라고 나온다. 대책 문건에는 밤 11시까지 순찰을 하겠다고 적혀있지만 실제로는 참사 발생 직전인 밤 9시 46분까지만 순찰을 했다는 것이다. 심지어 참사가 발생한 지역 인근인 세계음식문화거리는 순찰 구역에 해당했지만 정작 직원들은 근처에 가보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박희영 구청장이 지휘 방치", "정부 비판 전단지 주워라 지시해"

용산구청의 부실 대응은 비단 일부 담당 부서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감사담당관실 직원들은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순찰) 중점 구역으로 지정하고도 전날 다른 근무자들이 순찰을 했다는 이유로 순찰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맑은환경과 직원들은 세계음식문화거리에 인파가 너무 많다는 이유로 진입조차 시도하지 않았고, 이태원 일대 시설물 안전 점검을 하기로 한 안전재난과 직원들은 순찰을 하지 않고 사무실에서 대기만 했다. 참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많았지만, 용산구청 조직 전체가 작동하지 않은 총체적 부실 상황이었던 셈이다.
이에 대해 검찰은 이들을 지휘해야 할 박희영 구청장의 책임이 막중하다고 공소장에 적시했다. 박 구청장이 직원들을 상대로 제대로 업무 지시·교육을 하지 않고, 근무 태만을 방치하는 등 재난 및 안전 사고를 예방‧대비‧대응‧구조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해 막대한 사상자가 생겼다는 얘기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2021년에는 구청장이 직원들에게 비상근무 철저 지시 공문을 발송하여 직원들에게 핼러윈데이 대비 근무를 철저히 하도록 지시했으나 피고인은 2022년 핼러윈 데이를 대비하여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아니 함에 따라.. (중략).. 직원들의 근무 태만을 유발하고 그 상황을 방치했다"라고 밝혔다. 
또 검찰은 박 구청장이 사고 발생 2시간 전 비서실 직원들에게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삼각지 집회 현장에 가서 전단지를 수거하라'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이 지시로 인해 용산구청 당직실 직원들이 해당 지역으로 이동해 전단지 수거 업무를 하게 됐고, 인파 밀집 신고에 대한 대응이 어려워졌다고 지적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