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비판 빼고, 영부인 동정 넣고 '...인수위 인사들의 MB정부 언론통제 기록 공개

2022년 04월 15일 18시 00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 김은혜 국민의힘 의원 등 이명박 정부에서 언론정책을 총괄한 청와대 핵심 인사들이 YTN과 MBN 등 보도전문채널의 보도에 개입해 온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보도전문채널을 대상으로 대통령을 비판하는 보도 수위를 낮추거나 빼고, 영부인 동정은 방송하도록 조치하는 등 이른바 ‘문제 보도의 조치 결과’를 담고 있는 내부 문건을 작성해 언론 통제에 나섰다.
MBC 등 공영방송에 대한 개입과 통제에 이어 보도전문 채널을 상대로 방송 장악을 시도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런 사실은 뉴스타파가 대통령기록관에서 비밀 해제된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35만 건을 확인하던 중 찾아낸 것이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이동관 특별고문과 김은혜 의원 말고도 당시 보도 개입과 통제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또 다른 인사들이 윤석열 선대위와 인수위에 합류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대통령기록관을 통해 확보한 대통령기록물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부 당시 생산된 대통령기록물 35만 건 가운데 비밀 해제된 기록물을 추렸고, 이들 문서 중 2009~2011년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생산한 이른바 ‘문제보도 조치 문건’이라는 제목의 문서 수십 건을 찾아냈다.
이들 문건에는 정권에 불리한 이른바 ‘문제 보도’를 분류해 정리한 다음, 해당 보도가 방송되지 않도록 조치하거나, 당시 대통령 부인인 김윤옥 씨의 개인 일정과 동정은 방송에 나가도록 관리한 ‘조치 결과’의 내용까지 담겨 있다.
정권 비판적인 보도에 대해 청와대가 수시로 개입하고 조치한 정황으로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 ‘보도지침’의 재현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당사자들은 지금까지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거나 보도에 개입했다는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MB 집권 때 YTN·MBN 비판 보도 개입 정황 드러나

‘문제보도 조치 문건’이 생산된 시기, 이동관 전 수석은 청와대 대변인과 홍보수석, 언론특별보좌관을 차례로 지냈다. 김은혜 의원은 청와대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두 사람은 지난 3월 나란히 당선자 대변인과 특별고문에 임명됐다.
또 청와대 춘추관실 선임행정관, 대변인 등을 지낸 박정하 씨는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선대위 수석공보 부단장으로 활동했다. 박 씨와 함께 청와대 춘추관실 행정관을 지낸 채성령 씨도 윤석열 선대위에 참여한 뒤, 인수위 사회복지문화분과 전문위원에 발탁됐다.
청와대가 '문제보도 조치 문건'을 만들던 시기, 홍보수석실에서 재직한 고위공직자들이 윤석열 인수위, 선대위에 합류했다. 
이밖에 당시 청와대 언론비서관실 선임행정관 출신인 한 모 씨도 지난해까지 윤석열 선대위에서 언론 관련 업무를 맡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명박 정권 ‘언론 장악’ 의혹에 직·간접으로 연루된 인사들이 윤석열 당선자 주변에 다수 포진해 있는 것이다.
유독, 이명박 정권 시절, 언론 정책을 총괄했던 인사들이 윤 당선자 주변에 몰려 있는 이유는 뭘까.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언론 통제의 구체적인 실체를 어제에 이어 오늘도 폭로한다. 이는 윤석열 새 정부에 대한 정책·인물 검증의 목적으로 진행됐다.
보도 통제 ① 비판적 외신 보도를 막아라
2010년 5월 29일, 제주에서 1박 2일간 한중일 정상회담이 열렸다. 두 달 전 일어난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당시 정부는 중국을 설득해 북한에 대한 국제 제재를 끌어내고자 했다. 다가올 6·2 지방선거를 불과 5일 앞두고 벌어진 중요한 국제회담이다.
회담을 마친 2010년 5월 30일, 이명박 정부는 “한중일 정상이 천안함 관련, 적절한 대처에 협의했다”며 회담에 성과가 있었다고 발표했다. 청와대는 “절반의 성공”,  “합의문에 천안함이 들어간 자체가 긍정 신호”라며 회담 성과를 홍보하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당시 KBS는 청와대의 발표를 그대로 받아 ‘중국 협력의 디딤돌이 됐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하지만 AP통신, 로이터, BBC 등 외신의 평가는 달랐다. “한국 정부가 중국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고, 구체적 성과 없이 회담이 끝났다”고 평가했다. 이런 외신 보도를 YTN과 MBN은 5월 31일 새벽부터 주요 뉴스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청와대가 2010년 5월 31일 생산한 보도조치 문건
그러자 청와대가 ‘조치’에 나섰다. 외신 인용 보도를 막는 ‘언론 통제’를 시도한 것이다. 그때, 이명박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문서에는 이런 언론 통제의 정황이 생생하게 담겨 있다.
그날(5월 31일) 오후,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생산한 문서 제목은 ‘YTN 보도 리스트’다. 이날(5월 31일) 아침, YTN과 MBN 등 보도전문채널의 방송 뉴스를 모니터링한 결과를 적었다.
청와대가 2010년 5월 31일 생산한 보도조치 문건, 문서 하단에 '문제 내용'과 '조치 결과'가 적혀 있다.
이 문서는 일반적인 언론 모니터가 아니었다. 모니터한 이유가 따로 있었다. 해당 문서 하단에 나온 표가 잘 설명해주고 있다. 당시 홍보수석실은 방송 모니터를 작성한 후, 아래에  “문제 내용”과 “조치 결과”라는 사항을 별도 기재했다.
한중일 정상회담에 대한 외신 보도가 쏟아진 이날 청와대는 ‘문제 보도 내용’에 뭐라고 썼을까? ‘문제 내용’의 칸에는 “AFP, AP, BBC, NHK 외신의 부정적 반응 보도”라고 적었다. 외신 보도 내용을 그대로 전한, 사실 관계에 아무런 문제가 없는 보도였지만, 정권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문제 보도’라고 분류해 놓은 것이다.
청와대의 언론 개입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 문건은 “문제 내용”에 대해 조치를 했다는 의미로 화살표까지 표시해 “조치 결과”를 따로 정리하고 있다. 여기엔 “오전 10시 이후부터 해당 기사 비보도”라고 쓰여 있다.
2010년 5월 31일 MBN 주요뉴스 목록, 청와대 문건에 적힌 대로 해당 기사가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실제, 이날 오전 10시 ‘MBN 주요 뉴스 목록’을 보면 청와대 문건에 적힌 대로 해당 기사가 빠져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YTN도 더 이상 외신을 인용한 보도가 아닌, 이명박 정권의 외교 성과를 홍보하는 기사를 잇달아 냈다. 전국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권에 불리한 작은 기사라도 미리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보도 통제 ② 정부 비판은 작은 것도 막아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2009년 9월에도 이른바 ‘보도 조치’ 문건을 생산했다. 그해 9월, 경기도 임진강에서 우리 국민 6명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우리 정부에 예고 없이 북한 측이 댐을 열어 방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의 재해 대응에도 문제가 없진 않았다. 사고 직후인 2009년 9월 7일, MBN은 우리 정부의 책임을 묻는 이런 내용의 방송을 내보냈다. 과하다고 하기 힘든 적당한 수위의 비판 보도였다.
그러자 청와대가 곧바로 ‘보도 통제’에 나섰다. 그날 오전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보도 조치 문건을 보면, MBN 보도에 대한 구체적인 개입 방법이 적혀 있다.
2009년 9월 7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작성한 'YTN 보도리스트' 문건
문건에서 청와대는 이명박 정부의 부실한 재해 대응을 비판하는 앵커 멘트를 ‘문제 내용’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청와대가 문제 삼은 앵커 멘트는 다음과 같다.
“우리의 재해 대응체제는 총체적인 부실을 드러냈습니다.”“우리 국민 6명만 실종이 됐습니다. 정부가 어떤 책임을 져야 될까요? 이런 가운데 정부는 북측으로만 책임을 떠넘기고 있습니다.”

2009년 9월 7일 MBN 10시 보도 내용 중
이 같은 방송 멘트가 나간 시각은 사고 당일 오전 10시였는데, 문건에는 이에 대한 ‘조치 결과’로 “오전 11시부터 앵커 맨트를 순화했다”고 쓰여 있다. 우리 정부만 단독으로 책임을 묻는 내용에서 “우리 정부, 군, 지자체 모두 잘못했다”는 식으로 바꾼 것이다. 비판 보도 1시간 만에 나온 문건 조치였다.
2009년 9월 7일 청와대가 지적한 '문제 내용'과 '조치 결과', 앵커멘트를 순화했다고 적혀 있다.
보도통제 ③ 대통령 동정은 반드시 내라
당시 이명박 청와대는 대통령 및 부인 김윤옥 씨의 일정을 다룬 동정 보도가 어떻게 방송되는지, 대통령에 대한 비판 보도가 있었는지 등을 집중적으로 모니터링했다. YTN, MBN 등 보도채널을 대상으로 한 청와대 홍보수석실 문서를 보면, 이들 방송사가 대통령의 동정을 얼마나 자주 보도했는지 매주 주간 단위로 수치를 집계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청와대 홍보수석실은 대통령의 동정을 얼마나 자주 보도했는지 매주 주간 단위로 수치를 집계했다. 
2011년 9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부산을 방문했다. 특별한 일정은 아니었다. 내년 총선을 겨냥한 ‘민심 잡기’라는 정치적 해석 외엔 보도 가치가 거의 없는 일정이었다. YTN과 MBN은 이날 오후까지, 단신 처리도 하지 않았다. 
그러자, 청와대 대변인실이 나섰는데, 실시간 모니터링 결과를 적었다. 대변인실은 문건에서 “VIP(대통령)의 부산 방문 관련 YTN과 MBN 보도 없음”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9월 29일 청와대 홍보수석실 생산 문건, YTN과 MBN의 대통령 동정 보도가 없음을 지적하고 있다.
곧, 두 방송사가 움직였다. 이날 밤 YTN은 대통령의 부산 방문을 홍보하는 2분짜리 리포트를 제작해 방송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리포트가 노출된 시간은 오후 11시 35분이다. MBN도 이보다 조금 앞선 오후 11시 17분 비슷한 내용의 홍보성 리포트를 방송했다. 두 보도는 이명박 대통령의 ‘물 부족 해결 약속’ 발언을 비중 있게 다루며, 이는 ‘부산 민심 달래기’라는 해석까지 내놨다. 
결국, 청와대가 원하는 방향으로 보도가 나가도록 두 방송사에 부당하게 압력을 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하지만 당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있던 박정하 씨는 이런 보도는 방송사의 독자적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박 전 대변인은 뉴스타파와의 통화에서 “(청와대가) 보도를 요청하거나 압력을 넣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보도통제 ④ ‘여사님’ 일정을 보도하라
대통령 동정 관련, 보도 요청이 없었다는 당시 대변인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이와 유사한 사례를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은 더 확인된다. 
2011년 10월 7일, 당시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가 숙명여대에서 열린 ‘여성 국제 콘퍼런스’에 참석했다. 특별한 것 없는 일정이었다. 국정 홍보 방송인 KTV 정도만 보도했을 뿐, 대다수 주류 언론은 보도하지 않았다.
2011년 10월 7일 청와대 대변인실이 작성한 문건, '김윤옥 씨의 컨퍼런스 관련 미보도'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청와대는 이런 ‘언론사의 미보도’를  ‘특이사항’으로 판단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작성한 문건 특이사항에 이렇게 써놨다. “김윤옥 여사님, 아시아·아프리카 여성 국제 컨퍼런스 관련 미보도.”
이 문건 작성 이후, 어떻게 됐을까.  청와대 문건 작성 직후, 공교롭게도 YTN은 호응했다. YTN은 김윤옥 씨의 컨퍼런스 참석과 발언을 담은 방송을 내보냈다. 김 씨가 “아시아와 아프리카 여성들이 충분한 교육 기회를 누려야만 활기찬 미래를 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전형적인 홍보성 동정 보도였다.
이런 일은 또 있었다. 김윤옥 씨의 동정 보도 일주일 뒤인 2011년 10월 14일, 이명박 대통령은 부인 김 씨와 함께 미국을 방문했다. 당시 홍보수석실 소속 대변인실이 작성한 문건에는 어김없이 모니터 특이사항이 등장했다.
2011년 10월 14일 청와대 대변인실이 작성한 문건, 김윤옥 여사의 동정 보도가 방송됐는지 체크했다.
특이사항 첫 줄에는 “VIP, 미 의회 연설 관련, YTN, MBN 매시간 보도”라고 적혀 있다. 당시 YTN은 이명박 대통령이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미 의원들의 기립 박수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MBN도 이날 합동연설 주요 발언을 전하며 대통령의 일정 등을 보도했다.
그런데 둘째 줄에는 대통령의 일정이 아닌 영부인의 동정과 관련해 '불만 사항'이 적혀 있었다. ‘모니터 특이사항’으로 “여사님 美 공립학교 방문 관련, YTN 16시 보도, MBN 미보도”라고 강조했다.
실제, YTN은 이날 김 씨가 미셸 오바마의 초청으로 미 공립학교를 방문한 사실을 보도했다. 학생들에게 박수받는 장면까지 보도에 담아냈다. 하지만 MBN은 이날 오전까지 김 씨 동정을 단신 글 기사로 냈을 뿐, 영상 리포트로는 만들지 않았다.
결국 청와대가 모니터링을 빌미로 보도 가치가 의심스러운 대통령 부인의 보도까지 ‘넣고 빼라’는 식으로 부당하게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당시 대변인인 박정하 씨는 “지금 문재인 정부에서도 영부인이 외교 순방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고 (보도) 하지 않냐”라며 “영부인 순방 중 공식 활동이니까 보도가 됐는지 모니터하는 건 너무 당연하고, 이게 뭐가 문제라는지 전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MB·영부인 집중 관리, 일상적인 ‘언론 통제’

이번에 뉴스타파가 밝혀낸 이 같은 ‘보도조치’(뉴스동향) 문건은 이명박 정부가 언론 보도에 수시로 개입하며 언론을 통제해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전체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가운데 비밀 해제로 공개된 35만 건의 문서 중 극히 일부 문건을 조사한 결과다. 따라서 부당한 언론 통제는 더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대통령기록관은 문서를 전체 공개하지 않고 대부분 부분 공개했다. 특히 당시 청와대의 언론 통제를 증명해주는 ‘문제 보도의 내용’과 ‘조치 결과’는 대부분 내용을 지우고 빈칸으로 외부에 공개했다. 
2010년 4월 7일 청와대 홍보수석실이 생산한 문서, 문제 내용과 조치 결과를 삭제한 것으로 추정된다.
아주 일부 문서만 내용을 가리지 않은 채 전체 공개했을 뿐이다. 따라서 지워진 빈칸의 내용을 모두 채웠을 때, 이명박 정권에서 벌어진 언론 장악의 전모가 드러날 것이다.
그러나 이미 드러난 일부 문서는 이명박 청와대가 얼마나 언론 자유에 반하는 제왕적 언론관을 지녔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언론을 통제하고 장악하려 했는지 충분히 증명하고 있다. 또한 대통령 본인은 물론 부인과 관련된 동정 보도까지 집중 관리하며 언론을 정권의 '애완견'처럼 만들려 했던 의도도 드러난다.
이런 언론 통제의 중심에 이동관 특별고문, 그리고 김은혜 의원이 있었다. 그러나 이들은 현재까지 사과는커녕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고 있고 더 '큰 권력'을 노리고 있다. 
뉴스타파는 대통령직인수위 측에도 공식 질의해, 언론 통제 의혹의 당사자인 이명박 정권 인사를 대거 영입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나 아직 답하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이명박 정권 시절, 이동관, 김은혜, 박정하 등 고위 공직자들이 수장으로 있던 홍보수석실, 대변인실이 기록해놓은 언론 통제의 증거인 대통령기록물 원본을 뉴스타파 홈페이지에 공개한다. 이는 어떤 정권이든 다시는 언론장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교훈과 함께 인수위의 인사·언론 정책을 검증하기 위해서다. 
제작진
취재강현석, 임선응, 박중석
영상취재오준식, 최형석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신동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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