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가 이명박 정부가 언론 보도에 수시로 개입하며 언론을 통제해왔음을 보여주는 대통령 기록물을 발굴해 시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공개합니다. 이는 대통령기록관이 2019년부터 대통령기록물 공개 재분류 심의를 거쳐 비밀을 해제한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35만 건 중 일부입니다.
이번에 뉴스타파가 공개한 대통령기록물을 보면, 이명박 정부가 얼마나 철저하게 언론을 모니터링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언론 모니터링에는 홍보수석실과 대변인실, 국민소통비서관실 등 청와대 언론 담당 부서가 총동원됐습니다.
2008년 3월 18일 화요일, 청와대 대변인실 국민소통비서관실에서 작성한 ‘언론보도 점검 협조 요청' 문서에 따르면, 대변인실에서는 조간 06:00~07:00, 석간 13:00~13:30, 가판 19:00~19:30, 방송 수시, 인터넷 수시 보도 점검하고 있으나, 동일 시간에 각 수석실에서도 관련 보도를 동시에 점검하고, 팩트와 보도 경위 확인에 대해 긴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각 수석실의 보도 점검 담당자를 지정해 대변인실에 통보할 것을 요청합니다. 문서에는 이러한 협조 요청의 목적을 ‘적절한 취재응대를 통해 부정적 보도 및 정제되지 않은 보도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중 ‘언론보도 점검 협조 요청' 문서
기록들의 철명과 문건명을 보면, 언론 모니터링 업무가 어떻게 분장돼 실행됐는지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언론1비서관실에서는 주로 언론보도 분석과 점검 및 대응방법을 담당했으며, 언론2비서관실은 이를 위한 언론 보도 모니터링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TV메인뉴스와 KBS 추적 60분, 시사투나잇, MBC PD 수첩, 100분 토론, 2580 등 각종 시사프로그램뿐만 아니라 인터넷 포털 박스 기사와 인터넷 여론 동향까지 샅샅이 파악해 보고했습니다. 다음은 언론2비서관실이 작성한 문서들의 제목 대분류입니다.
언론2비서관실 작성 문서 제목 대분류
TV메인뉴스종합
시사프로모니터
인터넷보도여론종합
온라인여론일일현황
인터넷 정책이슈 일일현황
인터넷매체 오후 헤드라인 동향
정책이슈 온라인여론 일일현황
포털뉴스박스 아침동향
일일 지역언론 보도
▲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중 ‘인터넷매체 오후 헤드라인 동향' 관련 문서 목록 일부
홍보1비서관실에서는 이명박 정부의 국책사업인 대운하 관련 보도를 집중 모니터링했습니다. 홍보1비서관실에서는 ‘대운하 관련 인터넷 보도동향 보고'와 ‘대운하 관련 조간신문 보도동향 보고'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습니다. 관련 기사를 요약이나 분석 없이 원문 그대로 수집한 문서였습니다.
대변인실과 홍보수석실에서 작성한 것으로 분류돼 있는 문서 중에는 ‘YTN 뉴스동향 및 문제보도조치'라는 제목 문서들이 있습니다. 보도 전문 채널이 이명박 정부에 부정적인 보도를 하거나, 대통령 부인 김윤옥 씨 등 청와대 동정을 보도하지 않을 경우, 이를 확인, 조치 결과 등의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중 ‘[0531-오후] YTN뉴스동향 - YTN-mbn 정정 조치 내용 포함’
다만, 대통령기록관은 이들 문서의 대부분을 전체 공개하지 않고 부분 공개했습니다. 문제 보도의 내용과 이에 대한 조치 결과를 비공개 처리한 것입니다. 따라서 극히 일부 자료의 경우에만 청와대가 언론 보도 모니터 후, 어떤 조치를 취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시 이명박 정부가 언론 보도에 어떤 식으로 개입해 언론을 통제하려 했는지 그 전모를 파악하기 위해선 기록물의 전체 공개가 필요합니다.
청와대가 언론을 모니터하고 이에 대응하는 것은 문제 될 것 없습니다. 그러나 보도에서 다룬 사실 여부를 확인하거나 여론 동향 파악을 넘어서, 부정적인 내용을 기록해 조치 결과를 남기거나, 대통령과 그의 가족의 동정 보도를 하지 않았다고 방송하도록 조치했다고 기록하는 것은 언론 통제입니다. 또 언론 자유를 침해하는 권력 남용입니다.
언론의 가장 큰 역할이 권력 감시입니다. 언론과 권력이 적절한 거리를 두고 건강한 긴장을 유지할 때, 권력의 부패를 막을 수 있습니다. 뉴스타파가 이명박 대통령기록물 35만 건 가운데, 보도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언론을 통제하려 한 증거를 담은 기록물 원본을 홈페이지에 공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