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토토 ‘관피아’...국회서도 문제제기
2014년 06월 20일 17시 16분
이번 사고는 오랫동안 우리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끼리끼리 문화와 민관유착이라는 비정상의 관행이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올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의 근본 원인으로 ‘관피아’를 지목할 바로 그 즈음, 조달청은 공개입찰을 통해 스포츠 토토 위탁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 스포츠토토는 판매수익금이 해마다 증가해 지난해에는 1조 원에 육박하는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이권 사업이다.
스포츠토토 판매수익금 현황(기획재정부 보도자료) |
5,066억원(11’) → 8,330억원(12’) → 9,400억원(13’) |
그런데 뉴스타파가 이 공개입찰경쟁에 뛰어든 업체들의 명단을 단독으로 확보해 분석해 보니 특이한 점이 발견됐다.입찰에 참가한 총 6개의 컨소시엄이 가운데 5개의 컨소시엄의 대표업체는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을 갖고 있거나 해당 컨소시엄의 최대주주였는데 유독 조달청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컨소시엄만, 불과 15%의 지분을 가진 웹캐시라는 업체가 대표로 이름이 올라와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이 컨소시엄에서 가장 많은 35%의 지분은 K-biz,즉 중소기업중앙회의 사모투자펀드가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기록돼 있다.그러나 중소기업중앙회는 뉴스타파 취재진에게 자신들은 사모펀드에 투자만 한 것일뿐 이 35% 지분의 대표는 아니라고 밝혔다.그렇다면 누가 이 사모펀드의 운용주체일까?
뉴스타파의 취재 결과 이 사모펀드의 대표격인 운용주체는 여의도에 있는 한 전문투자회사였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 투자회사의 대표는 2년전 기획재정부를 그만둔 전 차관보 출신이었다. 게다가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또다른 사모펀드 (K-파트너스:10% 지분) 역시 확인 결과 동일한 여의도의 전문투자회사가 대표자로 되어 있었다.
조달청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의 김현미 의원실에 공개한 자료에는 마치 두 개의 다른 사모펀드가 각각 투자한 것처럼 명시되어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의 확인 결과, 결국은 하나의 운용주체가 뒤에 있고, 그 운용주체의 대표는 기획재정부 차관보 출신이었다는 말이다. 이 사람은 공교롭게도 현 조달청장과 행정고시 24회 동기였다.
여기에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KT&G의 지분 10% 역시 기획재정부의 우호지분이라고 할 수 있다. KT&G는 담배사업과 관련된 각종 규제 때문에 사실상 기획재정부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정설이다.
우리야 꼼짝 못하죠.기본적으로 담배에 붙는 세금이 굉장히 많잖아요.또 저희 사업에 관련 법이 상당히 영향을 미쳐요.잘 보여야죠.
결국 이른바 기획재정부 모피아가 대표로 있는 투자회사와 기획재정부 영향력 아래 있는 KT&G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55%.이 컨소시엄의 과반 지분이 훌쩍 넘는다. 더구나 뉴스타파의 확인 결과 이 컨소시엄이 스포츠 토토의 최종 운영사업자로 선정될 경우 그 회사의 대표로 내정된 인물 역시, 지난해 퇴직한 국회 수석전문위원 출신. 이 사람도 입법고시를 합격해 차관보급인 국회 수석전문위원까지 역임한 고위 관료 출신이다. 또다른 관피아였던 것이다.
해당업체의 관계자는 관피아 논란에 대해 이렇게 대답했다.
옛날에 정부기관에서 나름대로 역할을 했던 분은 아무 일도 못하겠네요.그런 (관피아)논리로 해석하면..아무 일도 못하잖아요.뭐하면 관피아다,뭐하면 뭐다…
조달청 대변인실 역시 해당업체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게 관피아때문은 아니라면서 협상자 선정에 있어 아무런 법적,절차적 문제점이 없다고 말했다.그러나 법적,절차적 문제점이 없도록 서류상으로 깔끔하게 일 처리를 하는게 관피아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우석훈 박사는 말한다.
‘모피아’의 저자이기도 한 우석훈 박사는 이렇게 사모펀드 뒤에 관피아의 대표격인 기획재정부 고위 관료 출신의 모피아가 숨어 있는 경우는 처음 봤다며 관피아들이 대통령을 속이려 들면 얼마든지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말했다.
판매수익금만 1조원대, 이른바 황금알을 낳는 사업이라는 스포츠 토토 운영 사업자의 우선 협상대상자 뒤에 모피아가 버티고 있었다는 사실을 박근혜 대통령은 과연 알고 있었을까?
●후속 보도
└스포츠토토 '관피아'...국회서도 문제제기 2014-06-20
└법원, “스포츠토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무효” 2014-07-16
뉴스타파는 권력과 자본의 간섭을 받지 않고 진실만을 보도하기 위해, 광고나 협찬 없이 오직 후원회원들의 회비로만 제작됩니다. 월 1만원 후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