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서사모아에 유령회사

2013년 06월 19일 10시 29분

<앵커 멘트>
최은영 한진해운 홀딩스 회장에 이어 한진해운 전 임원들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가 추가로 발견됐습니다.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한진해운의 임원은 모두 2명인데, 고 조수호 회장의 오른팔로 알려져 있는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대표와 조 회장 생전에 비서실 부장으로 근무했던 김영소 전 상무입니다.

이들 두 명은 조 전회장의 최측근이었습니다. 또 한진해운은 페이퍼컴퍼니가 설립된 사모아에서 아무런 사업을 한 적이 없습니다. 따라서 이 페이퍼컴퍼니가 조 회장의 사금고 또는 회사의 비자금을 은닉하는데 사용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입니다.

황일송 기자가 보도합니다.

<황일송 기자>
뉴스타파가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로부터 입수한 로우즈 인터내셔널이라는 페이퍼컴퍼니 자룝니다. 이 유령회사의 주주명부에는 조용민 전 한진해운홀딩스 사장과 김영소 전 한진해운 상무가 나란히 등재되어 있습니다. 회사 설립 시점은 2001년 6월인데, 주주등재는 3개월 뒤인 2001년 9월 6일입니다.. 페이퍼컴퍼니 등록대행업체인 PTn이 미리 만들어 놓은 기성품 회사를 이들이 매입한 것입니다.

단독등기이사는 딕트라 리미티드. ptn사가 내세운 전형적인 차명계좌 이름입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일종의 기성복을 산 건데 바로 입어야 하는 그런 상황인겁니다.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놓은 것을 구매하는 것은 대부분 시간이 촉박한 경우입니다. 빨리 뭔가 그쪽에서 돈을 보내야 하고 절차 자체를 밟는데 우리나라에서도 등기설립 절차를 밟는데 며칠 걸리잖아요. 그런 시간 여유조차 없는거죠.”

작고한 조수호 전 회장이 그룹을 경영할 때입니다. 조용민 전 사장과 김영소 전 상무가 페이퍼컴퍼니를 매입하면서 도움을 받은 곳은 UBS 홍콩지점입니다. 뉴스타파는 조 전 회장의 배우자 최은영 회장 역시 UBS 홍콩 지점의 소개로 지난 2008년 10월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컨퍼니를 설립한 사실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UBS는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하는 것으로 유명한 스위스의 최대 은행입니다. 공교롭게 한진해운 현 회장과 전직 임원들이 모두 UBS 홍콩지점을 통해 유령회사를 설립한 것입니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 설립을 대행해준다는 인터넷 사이트입니다.

외환거래에 제한이 없고, 사업에 대한 세금이 없으며, 어떠한 회계요구도 하지 않는 것이 사모아 조세피난처 회사의 특징이라고 소개합니다. 한진해운 전직 임원 명의의 페이퍼컴퍼니는 바로 이곳. 사모아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과연 이들이 사모아에 유령회사를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한진해운측은 사모아에서 어떤 사업 활동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한진해운 홍보실 관계자]
“사모아는 업무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확인을 해보니까 업무상으로는 그쪽에다가 뭐가 있었거나 이런 기록이 없는 것으로 나오고요. 2000년 이후 확인해봤는데 사모아에서 뭔가 한 흔적은 없구요.”

선박금융이나 해운 사업을 위해 정상적인 경로로 만든 페이퍼컴퍼니가 아니라는 설명입니다. 조용민 전 대표는 페이퍼컴퍼니를 만들 당시 한진해운 미주지역본부에서 근무중이었습니다. 김영소 전 상무는 서남아지역 부본부장으로 싱가폴에 파견돼 있었습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그것도 서로 다른 부서에서 근무하던 두 사람이 개인적인 목적으로 페이퍼컨퍼니를 함께 만들었다고 하기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김영소 전 상무는 2009년 한진해운을 그만두고 투자자문사를 차렸습니다. 그가 공동대표로 있는 브레인 트러스트 파트너즈를 찾았습니다. 공교롭게도 한진해운 본사 바로 옆 건물에 있습니다. 그는 주로 싱가폴에 있고, 회사에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고 합니다.

[브레인트러스트 파트너즈 관계자]
“그분은 주로 싱가폴에 가 계시고 여기는 잘 나오지 않습니다. 지금도 없는 상태구요.”
(그럼 전화번호를 저희가 알 수 없을까요?)
“저희가 연락을 드릴게요.”

하지만 연락은 오지 않았습니다.

김 전 상무의 집을 찾았습니다. TV소리가 들리고 인기척이 있지만 벨을 눌러도 대답하지 않습니다.창문이 반쯤 열려 있고, 어두워지자 불이 켜진 것을 보면 집이 비어있는 것은 분명 아닙니다. 밤 늦게까지 그를 기다렸지만 끝내 나오지 않았습니다.

이튿날 오전 다시 그의 집을 찾았습니다. 여전히 대문은 굳게 닫혀있습니다. 간신히 가족 명의의 휴대전화로 간신히 그와 연락이 닿았습니다. 그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 사모아의 유령회사는 조수호 전 회장과는 무관하게 설립됐고, 당시 직장 상사의 요청으로 설립서류에 날인했다고 밝혔습니다. 법인 설립후 회사 운영에 관여한 적 없으며 회사를 관둘 즈음인 2008년말에서 2009년 초 페이퍼 컴퍼니의 주주 및 이사 지위에서 탈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김 전 상무의 해명은 사실과 달랐습니다. 2009년 5월 14일 페이퍼컴퍼니 업무를 대행해준 UBS 직원이 바뀔 때까지 그는 주주로 등재돼 있었습니다.
그러나 PTN사의 내부 자료기록을 보면 이 회사는 적어도 2010년 상반기까지 유지되었습니다. 김 전 상무도 당시까지 주주로 등재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그는 단순한 주주가 아닌 베네피셔리 오너, 회사의 실질적 소유자로 돼 있습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글쎄요. 내가 정말 어리석어서 그랬으면 할말이 없습니다.”
(이분은 지금 현재 브레인트러스트투자자문 경영컨설턴트를 하는 분이시거든요.)
“그러면 보통수준 이상의 사회적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는 분 같은데 뭔가 이유가 있을 것 같은데요. 아는 사이인데 부탁해서 이름을 빌려줫더니 대주주가 돼 있더라 글쎄 그정도 되면 대주주의 이차납세 의무라던지 여러 가지 문제에 대해서 걱정스러울텐데요.”

김 전 상무는 2001년 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기 바로 전까지 한진해운 비서실 부장으로 근무하면서 고 조수호 전 회장을 모셨습니다. 조 전 사장은 한진해운의 대표적 재무통으로 조 전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때문에 사모아의 페이퍼컴퍼니는 조수호 전 회장과 관련된 비자금을 은닉하는 용도로 활용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습니다.

뉴스타파 황일송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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