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조세도피처 회사'는 스위스 계좌 개설 목적

2021년 10월 08일 08시 00분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2021년 10월 4일부터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 주관으로 전세계 600여 명의 언론인과 함께 <판도라페이퍼스: 조세도피처로 간 한국인들 2021>프로젝트 결과물을 차례로 보도합니다. 국제협업취재팀은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알코갈, 아시아시티 트러스트, 일신회계법인 및 기업컨설팅(홍콩) 등 14개 역외 서비스업체에서 유출된 1190만 건의 문서를 입수해 취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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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든 목적이 스위스은행 UBS에 법인 계좌를 개설하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7일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 2008년 영국령 버진아일랜드(BVI)에 ‘배처리 파이낸스 코퍼레이션’(Bachury Finance Corp.)이라는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부회장의 역외 법인 설립은 세계 최대 역외 서비스 업체인 트라이덴트 트러스트(Trident Trust)가 대행했다. 이 부회장의 페이퍼컴퍼니 관련 문서는 이 트라이덴트 트러스트에서 유출된 고객 관리 파일에서 나왔다.
뉴스타파는 트라이덴트 트러스트의 스위스 사무소와 BVI 사무소 간 업무 연락 문서를 추가로 검토한 결과 이 부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이유를 확인할 수 있었다.
2008년 5월 트라이덴트 스위스 지사의 한 직원이 트라이덴트 BVI 지사에 보낸 ‘신규 고객 정보’ 업무 서신에는 배처리 파이낸스의 실소유주(Beneficial Owner)가 이재용임을 적시하고, 이 회사 설립 목적은 스위스 은행인 UBS 취리히 지점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다.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스위스 사무소와 BVI 사무소 간 업무 연락 문서에 따르면 배처리 파이낸스의 실소유주(Beneficial Owner)가 이재용임을 적시하고, 이 회사 설립 목적은 스위스 은행인 UBS 취리히 지점에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서라고 적혀 있다.
또 이 업무 서신에는 이 부회장 담당 자산관리 매니저로 추정되는 인물 관련 정보가 기재돼 있다. 이름은 에이드리언 루디. 확인 결과 그는 이 때 UBS자산운용부문(UBS Wealth Management)의 한국과 일본 고객 담당 책임자였다. 서신에 적힌 그의 주소를 검색해보니 스위스 취리히 금융 중심가 파라데플라츠에 위치한 UBS은행 본사로 나왔다.
이 서신 하루 전인 4월 30일자 서신에는 이재용 부회장의 여권 사본이 첨부돼 있는데 거기에도  UBS자산운용 측에서 신원 검증을 하고 팩스 전송을 한다는 도장이 찍혀 있다. 
이 부회장의 여권 사본을 페이퍼컴퍼니 설립 대행사인 트라이덴트에 보낸 사람은 UBS자산운용부문 자산관리 매니저 루디였다. 이 부회장 여권 사본이 진본이라고 검증한 언스트 슐러라는 인물도 당시 UBS자산운용 팀장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내부 문서 내용을 종합하면 먼저 UBS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개인 자산 운용과 관련한 컨설팅을 했고, 그 결과 BVI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해당 법인 명의로 UBS자산운용이 관리하는 계좌를 개설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내부 연락 문서 내용을 종합하면 먼저 UBS가 이재용 부회장에게 개인 자산 운용과 관련한 컨설팅을 했고, 그 결과 BVI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 해당 법인 명의로 UBS자산운용이 관리하는 계좌를 개설하라고 제안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어 UBS 측은 이 부회장을 위한 BVI 법인 설립 업무를 트라이덴트 트러스트 스위스 사무소에 의뢰해 2008년 3월에서 5월 사이에 배처리 파이낸스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한국에서는 삼성 구조본 법무팀장 출신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비자금 폭로 이후 특검이 삼성그룹과 이건희 회장 일가의 비자금을 전방위 조사하고 그 결과를 발표할 때다.
이 부회장이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2008년 당시 UBS자산운용 한국, 일본 고객 담당 책임자였던 루디는 2015년 4월까지 UBS자산운용 초고액 순자산 보유 고객(Ultra High Net Worth)팀을 거친 뒤 UBS를 떠나 2015년부터 현재까지 LGT은행 싱가포르 지사에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LGT은행은 리히텐슈타인에 본사를 둔 프라이빗 뱅킹 전문 은행이다. 
뉴스타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어떤 목적으로 스위스 UBS은행 계좌를 개설했고, 자산 운융 규모는 어느 정도였는지 등을 질의하기 위해 당시 이 부회장 담당 자산운용 매니저였던 루디에게 여러차례 전화와 이메일 등으로 연락을 취했으나 답을 듣지 못 했다. 
스위스 UBS자산운용부문의 고객은 두 단계 등급이 있는데, 초고액 순자산 보유 고객(Ultra High Net Worth)은 미화 5천만 달러, 우리 돈 600억 원 가량을 예치해야 한다. 고액 순자산(High Net Worth) 고객은 미화 2백만 달러, 우리 돈 약 23억 원을 맡겨야 한다.   
제작진
취재김용진 이명주 홍우람 강혜인
촬영신영철 정형민
편집박서영 윤석민
디자인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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