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스 녹음파일 수백 개 입수… “다스 인사권자는 MB”

2018년 01월 25일 18시 02분

뉴스타파는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밝힐 전화녹음 파일 800여개를 입수했다. 20년 가까이 다스의 감사비서실에서 일해 온 핵심관계자 A씨가 녹음한 것으로, 2016년 1월부터 최근까지의 통화내용을 담고 있는 기록이다.

파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아들인 이시형 다스 상무와의 통화내용을 녹음한 파일 두  개와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인 이동형 다스 부사장과 통화한 파일 여섯 개도 포함돼 있다. 여덟 개 파일의 길이는 63분이다. 이 외에도 녹음파일에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조카인 김동혁 형제, 신학수 전 청와대 비서관 등 이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현직 다스 경영진과의 대화 내용도 다수 들어 있다.  

다스 인사 문제에 MB 개입 흔적 나와

다스에서 해고된 A 씨는 지난해 7월 14일, 이시형 상무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복직 문제를 상의한다. 이 상무는 거만한 태도로 전화를 받는다. A 씨가 만나기를 청했지만 그는 “무엇 때문에 그러냐”, “만날 일이 뭐가 있냐”며 거절했다. 만남이 불발되자 A 씨는 전화로 자신의 용건을 얘기한다. 이 전 대통령의 조카이자 다스 납품회사의 대표인 김동혁 씨의 이름을 꺼내며 복직 문제를 조심스럽게 꺼냈지만, 이시형 상무는 거부했다. 이 상무는 오히려 이동형 부사장의 비리 의혹을 들추며 인사 조치를 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당시 이동형 부사장은 A 씨의 복직을 찬성하는 쪽이었다.

  • A씨: 김동혁 사장이 이시형 상무님 찾아가서 향후 거취에 대해서 상의를 해보라고 해서...
  • 이시형 다스 상무/이명박 전 대통령 아들: 누구의 거취를 얘기하는 거예요?
  • A: 저(A씨)요.
  • : (A씨가)지금 요청한 게 어떤 내용인지 나에게 얘기해주세요.
  • A: 복직하는 거죠.
  • : 근데 복직은 이 부사장도 어떻게 전달을 했는지 모르겠어요. 본인이 다 얘기 끝났다고 해가지고. 현장이고 어디고 복직이라는 게 또 복직 자체가 문제가 된다고요. 지금 여러가지로 시끄러웠잖아요. 물론 이(동형) 부사장 잘못한 것도 있고 하지만 내부적으로 처리를 할 일이고.

직급이 낮은 상무가 부사장의 인사 문제를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보통의 회사라면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상무가 언급한 이동형 부사장의 비리 의혹은 대화가 있기 두 달전인 지난해 5월경,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도 보고된 것으로 보인다. 이시형 상무의 사촌형인 김동혁 씨는 A 씨와 나눈 대화에서 이렇게 말한다.

지금 내가 이명박 대통령과 두 시간 전화했다. 맞장 뜨는 식으로 전화했기 때문에 너는 그대로 (이동형 부사장 처리문제를) 진행해라.

김동혁 이명박 전 대통령 조카/다스 협력업체 대표

이 전 대통령이 다스의 인사권을 실질적으로 행사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복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A 씨는 이번에는 이동형 다스 부사장에게 전화한다. 파일 6개의 대화에서 이동형 씨는 A 씨에게 “형 점심이나 먹게 해달라”, “형이 말이야”는 식으로 대화를 이어간다. 이 대화에서 본인의 비위 문제로 고심하던 이동형 부사장은 열네살 어린 사촌동생 이시형 상무와의 관계를 털어놨다.

(내가)‘시형아 이제는 니가 열심해라. 나는 물러나서 뒤에서 도와줄게’, 결재 안 하라면 안 하고, 너 잘 되라, 잘 되라라고 하는 거거든.

이동형 다스 부사장/이명박 전 대통령 조카

이시형 상무가 자신의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을 이동형 부사장도 인정하고 있다. 이 또한  다스의 실소유가 누구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부분이다.  

동형이형도 눈물나게 잠 못 자면서 내가 자존심 상하면서 시형이한테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는 생각에 그만두고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데...

코너에 몰린 이동형 부사장 “불쌍한 것은 아버지와 나”

개인 비리로 위기를 맞은 이동형 부사장은 “이명박 전 대통령 부자가 자신과 아버지를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말까지 남긴다.

이쪽 집안(이명박 부자)에서는 00이와 00까지 사표를 받게 하고 나의 수족을 다 잘라 버리려고 하는 거 아니야..

이동형 씨의 개인비리 문제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MB의 최측근이자 당시 다스의 감사인 신학수 전 청와대 비서관은 적극적으로 이시형 상무를 도왔던 것으로 보인다. 신 전 비서관은 이 전 대통령의 고향(경북 포항) 후배로, 1993년 이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 시절 민자당(자유한국당 전신)의 서울 종로지구당 총무부장을 맡으며 이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었고,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엔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민정1비서관을 지냈다. 2015년부터는 다스 감사를 맡고 있다.

신학수 감사는 시형이 일이라면 MB 일이니까 뛰어 왔겠냐...신 감사가 솔직한 얘기로 시형이 편이지.

이동형 다스 부사장

이동형 씨는 아버지인 이상은 회장이 사실은 다스 내에서 아무런 실권이 없다는 말도 남겼다. 다스의 대주주가 사실은 바지사장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아들이 인정한 것이다.

아무리 필요없는 의견이라고 해도 회장님 의견도 중요하잖아. 내일 전화해줄게. 형이 걱정하지 말고 너도 부담갖지 말고. 형을 이 세상에서 믿을 사람으로 해주면 너도 행복해질거야.

뉴스타파가 입수한 통화녹음은 2016년 이후 다스 내부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 와중에 만들어진 기록으로 추정된다. 다스의 실질적인 경영권을 놓고 이 전 대통령의 아들 이시형 상무와 이상은 회장의 아들 이동형 부사장 측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상황이 적나라하게 들어 있다. 뉴스타파는 이 녹음파일이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푸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고 판단해 공개를 결정했다.          

취재: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최형석

편집: 이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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