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타파] 현대차그룹③가압류, 형사고소, 민사소송⋯현대건설의 하도급업체 죽이기

2020년 08월 13일 10시 10분

<편집자주>

뉴스타파는 2018년 12월 현대중공업을 시작으로 대기업 갑질 사례를 ‘갑질타파’라는 시리즈로 보도하고 있습니다. 공정위 등 감독 당국들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짚어보고 있습니다. 현대중공업, 롯데그룹에 이은 갑질타파 세 번째 기업은 현대자동차그룹입니다. jebo.newstapa.org

현대자동차그룹① "계약 해지 이유라도 알려주세요"...블루핸즈의 피눈물
현대자동차그룹② 세차만 하는 억대 연봉 낙하산...글로비스의 하도급 갑질

경기도 안양에 있는 중소건설업체 동림종합건설(대표 조중호)은 4년째 개점 휴업 상태다. 회사 사무실에 걸린 액자 속 글귀 ‘더 높이 날아라’는 말이 무색하게 지난 4년 동안 한 건의 공사에도 입찰하지 못했다. 40여 명에 이르던 직원들은 회사를 떠났다. 퇴직금도 챙겨주지 못했다. 이 회사에는 지난 4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40여명의 직원이 일했던 경기도 안양의 동림종합건설에는 이제 5명의 임원만 남았다. 일상 업무는 중단됐고 5년째 현대건설을 상대로 소송 등 대응만 하고 있다.

현대건설 계약해지 후 가압류, 형사고소, 민사소송 이어져

동림종합건설은 2013년 1월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한림간 도로에 있는 교량인 신천교 건설 현장에 하도급업체로 들어갔다. 기존에 현대건설에서 하도급을 받은 A업체가 다른 공사현장의 안전사고 여파로 철수하면서 동림종합건설이 인계받아 들어간 것이다. 그런데 막상 현장에 들어가보니 A업체가 작업한 교량에는 문제가 많았다고 한다. 이미 조립된 다리를 해체해 불량 자재를 수정하고 다시 조립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당연히 공사비는 늘어났다.

그런 와중에 해당 도로 공사 현장에서 토공‧배수구조물 공사를 맡았던 또다른 B 하도급업체도 2013년 9월 경영악화를 이유로 공사를 포기했다. 후속업체를 정식으로 선정하기 전까지 공사를 계속 이어가야 했던 현대건설은 임시로 동림종합건설에 해당 공사를 맡긴다. 그리고 2014년 8월 경쟁입찰에 응한 동림종합건설이 낙찰돼 정식으로 하도급계약을 체결했다. 2015년 12월까지는 별 문제 없이 공사가 진행되는 듯 했다. 그런데 2016년 1월 신임 현장소장이 부임하면서 마찰이 시작됐다. 현대건설 현장소장은 실제 공사가 진행된 것보다 동림종합건설에 공사대금이 과다하게 집행됐다고 주장하기 시작했다. 한 마디로 하청업체인 동림종합건설이 원청 현대건설의 공사비를 떼어먹었다는 주장이었다.

▲ 동림종합건설이 하도급업체로 공사에 참여한 경상남도 창원시 동읍-한림간 도로 중간에 있는 신천교.

결국 공사비 협상은 결렬됐고 2016년 3월 현대건설은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동림종합건설은 2016년 5월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했다. 몇 차례 조정회의가 열렸지만 막판에 현대건설 측이 조정을 거부하면서 조정은 결렬됐다. 사건은 자동으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넘어갔다. 그 와중에 현대건설은 동림종합건설 법인과 임직원을 상대로 78억 원 상당의 채권 가압류를 걸었다. 동림종합건설과 임직원 4명의 계좌는 현재까지도 압류돼 있는 상태다.


공정위는 9개월 조사 끝에 현대건설이 동림종합건설과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면서 추가공사에 대한 추가계약서를 서면으로 발급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하지만 하도급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3조 1항) 위반으로 경고 조치에 끝났다. 정작 중요한 하도급대금 미지급 행위에 대해서는 “양 당사자의 주장이 상이하고 사실관계 확인이 곤란하다”며 판단을 유보했다.

공정위, 9개월 조사 끝에 ‘경고’ 조치만

그런데 애초에 이 현장의 공사비 지급 구조상 동림종합건설이 수십억 원의 공사대금을 떼먹는 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었다. 원래 건설현장 공사대금은 발주처 → 원청 건설업자 → 하청 건설업자 → 협력업체 또는 건설노동자 순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이 현장에서는 원청인 현대건설이 동림종합건설이 아닌 동림의 협력업체들에게 직접 공사비를 입금했다. 이른바 ‘직불’ 지급 방식이다. 대신 세금계산서는 동림 이름으로 발행됐고 노동자들의 4대 보험료도 동림종합건설 이름으로 납부했다. 이런 공사비 지급방식에 대해 현대건설은 “동림종합건설의 요청에 따른 것”이라는 입장이고, 동림은 “원청이 직불을 요구해 직불 지급 동의서를 써준 것”이라는 입장이다.

▲ 원래 건설현장에서는 발주처 → 원청 건설업자 → 하청 건설업자 → 협력업체 또는 건설노동자 순으로 공사비가 지급된다. 동림종합건설이 하청업자로 참여한 동읍-한림간 도로 공사 현장에서는 현대건설이 동림종합건설의 협력업체, 건설노동자들에게 직접 공사비와 임금을 지급했다. 대신 동림종합건설 이름으로 세금계산서가 발행되고 4대 보험료가 납부됐다.

2016년 7월 현대건설은 동림종합건설 임직원 5명을 사기 혐의로 형사고소까지 했다. 현대건설 직원과 짜고 공사한 것보다 공사대금을 더 청구하는 방식으로 공사비를 떼어 먹었다는 주장이었다. 사기 혐의는 검찰에서 무혐의로 종결됐지만 수사가 끝나는 데까지 1년 7개월이나 걸렸다.

같은해 12월 현대건설은 동림종합건설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공사비 78억 원을 뱉어내라는 소송이었다. 소송 과정에서 현대건설은 기존 A업체가 작업했던 신천교의 하자 보수 작업비를 시공권을 승계한 동림종합건설이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사 과정에 발생된 여러 건의 추가공사에 대해서도 합의한 바 없다며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건설이 지정한 감정인은 한 차례 추가 감정 끝에 결론적으로 동림종합건설이 받은 공사비보다 실제 공사가 더 됐다는 감정결과를 내놨다. 다시 말해 현대건설이 공사비를 더 지급하는 것이 맞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현대건설은 “객관적인 자료가 충족되지 않은 채 작성된 감정인의 의견에 불과하다”며 자신들이 지정한 감정인의 감정 결과를 인정하지 않았다.

2019년 7월 1심 법원도 감정 결과를 그대로 인정하지 않고, 현대건설 손을 일부 들어줬다. 동림종합건설이 현대건설에 16억 원을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조중호 동림종합건설 대표는 1심 판결 당시를 떠올리며 “모든 희망을 빼앗아 간 순간이었다”며 “주위에서 너희가 아무리 준비를 잘 해봐라, 힘있는 자를 이길 수 있겠느냐 그랬는데 그게 딱 맞아떨어졌다”고 회상했다.

2심에서 반전 “현대건설이 공사비 더 지급하라”

하지만 1년 뒤 반전이 일어났다. 2심 법원은 추가공사에 대해 현대건설 지시가 있다고 인정했고, 공사비도 12억 원을 더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현대건설은 2심 법원 판결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현대건설이 낸 인지대만 5천만 원이 넘는다. 현재 동림종합건설은 영업정치 처분까지 받은 상태로 파산 직전이다. 동림종합건설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나오면 그동안의 손해에 대해 현대건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는 입장이다.

▲ 재판 과정에서 원고인 현대건설 측은 추가공사에 대해 합의한 바 없고, 동림종합건설이 공사대금 78억 원을 뱉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동림종합건설은 현대건설 지시로 추가공사를 했고 공사비 35억 원을 더 받아야 한다고 맞섰다. 2019년 7월 1심 법원은 동림종합건설이 16억 원을 현대건설에 지급해야 한다고 판결했고, 2심 법원은 지난 7월 22일 현대건설이 12억 원을 동림종합건설에게 더 지급해야한다고 판결했다. 양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제작진
취재조현미
촬영신영철 김기철 정형민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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