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 작업장은 하청업체 담당이었다. 김 씨도 하청 노동자였다. 현장이 위험해 보인다고 작업을 피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작업 중지 요청을 할 순 없었다. 노동자의 작업 중지 권한을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도, 회사가 보장한다는 안전작업 요구권도 그에겐 소용 없었다. 작업을 중지할만한 '급박한 위험 상황'이라고 주장하기에, 위험은 일상과 같았다. 지연된 작업의 책임은 노동자, 하청업체, 심지어 원청 부서 어디도 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을 안 하겠다고 버텼다간 아예 일거리가 끊길 수 도 있다. 2016년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 분위기 이후, 자칫 눈밖에 났다간 당장 하루 일당을 놓칠 수도 있다는 하청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