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법 그 후② 현대중공업 '호스 잔혹사' 13년

2022년 04월 25일 10시 00분

현대중공업이 창사 50주년을 맞았다. 1972년 울산광역시 동구 180만 평 부지에 첫삽을 떴다. 성장은 눈부셨다. 지난해 기준 매출 15.5조 원(한국조선해양 기준)의 거대 기업집단으로 발돋움했다. 지주회사와 여러 사업부를 분할하고도 부동의 글로벌 1위 조선 업체의 타이틀을 지키고 있다. 
이 눈부신 성장의 역사에는 짙은 그늘이 있다. 창사 이래 473명의 노동자가 산업 재해로 사망했다. 노동조합이 과거 자료를 토대로 집계한 숫자일 뿐, 실제는 더 많다. 위험의 외주화, 불법 파견, 블랙리스트 등 노동자의 안전을 위태롭게 하는 노무 관리가 자주 입길에 올랐다. 최근에는 쉼 없이 돌아간 공장의 시설이 곳곳에서 오작동을 일으키며 노동자의 몸을 노린다. 일부 현장 노동자들은 자신의 일터를 '죽음의 조선소'라 부른다. 
이 글은 2만 원짜리 가스 호스와 한 하청 노동자의 죽음을 둘러싼 현대중공업사(史)의 한 토막이다. 창사 50년을 맞은 '우리 경제의 심장'을 향해 온전한 박수를 보내기 힘든 이유다. 

회사와 나라는 473명 노동자의 죽음을 예우했을까

지난 4월 2일 오전 7시 48분,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2야드 패널 2공장에서 작업하던 50대 노동자 김 모 씨가 사망했다. 가스 절단기 작업 중 옆에 있던 툴박스(공구함)에서 원인 불상의 가스 폭발이 일어났다. 김 씨는 그 충격으로 떨어져 나온 툴박스 문에 몸을 맞아 내상을 입었다. 목격자의 말에 의하면 폭발과 함께 하얀 연기가 일어나 사고 상황은 볼 수 없었고, 연기가 걷힌 후 폭발 장소로부터 11m 가량 떨어진 곳에 김 씨가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사고 직후 인근 대학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을 거뒀다. 김 씨는 아내와 10대 자녀 둘을 둔 가장이었다.
△ 지난 4월 2일 현대중공업 중대재해 현장. 재해자 김 씨는 가스 절단기 작업 중 원인 불상의 가스 폭발로 사망했다. (제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1월 27일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이후 현대중공업에서 발생한 첫 중대재해 사건이다. 올해 들어서는 두 번째 참사다. 1월 24일 크레인 오작동으로 인해 노동자가 사망한 사건이 있었지만 법 시행 사흘 전이어서 중대재해 처벌법은 적용되지 않았다. 
현대중공업 측은 김 씨의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고용노동청과 경찰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폭발의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언론 보도와 노동조합을 통해 나온 말에 따르면, 회사는 일단 재해자 개인의 과실에 의한 사고에 무게를 두고 있다. 폭발 위치를 볼 때 가스 절단기 거치 과정에서 안전 수칙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다. 
여기까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 사건의 전부다. 취재진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위치한 울산광역시 동구로 향했다. 울산항에 늘어선 대형 선박과 크레인들이 지역의 독특한 정취를 자아냈다. '우리가 잘 되는 것이 나라가 잘 되는 것이며, 나라가 잘 되는 것이 우리가 잘 될 수 있는 길이다'. 현대중공업 정문에 붙은 두 줄 표어가 복잡하게 읽혔다. 회사와 나라를 위해 일한다는 노동자의 긍지만큼, 회사와 나라는 473명 노동자의 죽음을 예우했을까.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정문 앞. 대형 표어가 한 눈에 들어온다.
현장 노동자들의 반응은 '또'였다. 중대재해를 재해자의 과실로 본다는 회사의 반응이 익숙하다는 투였다. 노동자들은 매번 '왜 하필 네가 거기에 서 있었냐'라는 식으로 중대재해 문제를 바라보는 조직 문화가 회사의 안전 관리 체계 전반에 만연하다고 말했다. 현장 노동자들의 시선은 회사와 달랐다. 개인의 과실이 일부 있을지언정, 그 현장에는 언젠가 중대재해가 터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원인이 있었다고 말했다. 

"언제 폭발해도 이상하지 않은 곳... 누구든 김 씨가 될 수 있었다"

김 씨의 죽음 뒤에는 곱씹어야 할 장면들이 있다. 김 씨의 사망 시각은 주말인 토요일, 그것도 업무 시작 시각인 오전 8시보다 이른 시각이다. 김 씨가 소속된 작업장은 공정이 지체되어 시간에 쫓기고 있었다. 그가 업무에 나선 시각은 오전 7시, 이른바 '조출'이다. 현장 노동자들은 울산조선소에서 이러한 조출이 일상적으로 이뤄진다고 말했다. 앞선 공정 일정이 제때 끝나야 후속 공정 역시 일정에 맞출 수 있는 조선업 특성상, 일정이 지체됐을 때는 주말이고 새벽이고 일터로 나와야 한다.
위험 작업을 할 때는 안전감독관과 2인 1조로 움직이며 작업 지시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사건 당시 현장에는 안전감독관이 없었다. 현대중공업 측은 안전감독관이 출근한 상태였지만 다른 현장에 대한 안전 점검을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와 같은 작업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은 매일 아침 가스 냄새가 났다고 증언했다. 작업장은 지상보다 아래로 패인 구조여서 일부러 가스 냄새를 빼내지 않으면 가스가 그대로 고여 있었다. 노련한 용접공들은 바람을 이용해 가스 냄새를 먼저 빼낸 후에야 작업을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환기를 해도 눈에 보이지 않는 가스가 어디에 얼마나 남아있는지 알 순 없는 노릇이었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용 중이던 가스 호스. 갈라진 부위를 테이프로 감은 채 사용 중이었다. (제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위험은 뻔히 보였다. 현장 노동자가 사용하는 장비와 시설은 하나같이 낡은 상태였다. 찢기고 갈라진 가스 호스는 급한대로 테이프로 막아놨다. 산소와 가스를 공급하는 밸브 장치는 어딘가 틀어져 있었다. 새 호스를 가져와 연결하고, 연결부를 아무리 조여도 가스는 계속해서 새어 나왔다. 가스 절단기에 부착된 역화 방지 장치는 고장을 일으키기 일쑤였다. 화구에 붙은 불이 호스를 타고 올라와 폭발을 일으키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지만, 사용연한을 넘겨가며 쓰다 보니 제 기능을 못하는 일이 많았다. 이 모든 것을 눈앞에 두고도, 바쁜 공정은 노동자의 불안을 무디게 만들었다.
해당 작업장은 하청업체 담당이었다. 김 씨도 하청 노동자였다. 현장이 위험해 보인다고 작업을 피하거나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작업 중지 요청을 할 순 없었다. 노동자의 작업 중지 권한을 명시한 산업안전보건법도, 회사가 보장한다는 안전작업 요구권도 그에겐 소용 없었다. 작업을 중지할만한 '급박한 위험 상황'이라고 주장하기에, 위험은 일상과 같았다. 지연된 작업의 책임은 노동자, 하청업체, 심지어 원청 부서 어디도 질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일을 안 하겠다고 버텼다간 아예 일거리가 끊길 수 도 있다. 2016년 조선업 불황과 구조조정 분위기 이후, 자칫 눈밖에 났다간 당장 하루 일당을 놓칠 수도 있다는 하청 노동자들의 불안이 커졌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사용 중이던 가스·산소 공급 밸브. 가스가 지속적으로 새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제공 :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김 씨는 현장에서 잔뼈가 굵은 노련한 50대 용접공이었다. 노동자들은 김 씨가 아닌 다른 누구라도 같은 일을 당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김 씨의 중대재해 사건 이틀 뒤, 가스 누출 실태에 대한 노사합동점검이 있었다. 사고 현장이 아닌 곳에서도 비눗물을 맞은 밸브는 쉼 없이 거품을 피웠다. 가스가 새고 있다는 의미다. 위험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형이다.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되고서야, 그들이 움직였다 

가스 절단기와 노후 호스 문제에 대한 노동자들의 이야기는 뜻밖에 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시작은 무려 13년 전이었다. 2009년 7월 21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소식지에는 가스절단기 작업 중 화상을 입은 노동자의 산재 소식이 실렸다. 시간 차가 있을 뿐 내용은 김 씨의 중대재해 사건과 판박이다. 가스절단기 작업 중 폭발이 발생해 재해자가 무릎에 2도 화상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절단기와 호스 사이에서 누출된 가스가 폭발의 원인으로 지목됐다. 
같은 해 10월과 12월에는 같은 사고로 사람이 죽었다. 가스 절단기에 불을 붙이는 순간 잔류 가스가 폭발했고 파편과 화마가 노동자를 덮쳤다. 노동조합은 이후에도 한해 5건 내외의 가스절단기 관련 산업재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전했다. 대개의 원인은 가스 호스, 밸브, 안전장치 등 가스 절단기 제반 시설의 오작동, 노후화였다. 
△ 2009년 7월 21일 발행된 현대중공업 노동조합 소식지 내용. 2022년 4월 발생한 중대재해와 판박이다.
이에 대해 노동조합은 회사에 시설 개선을 요구했다. 2010년 4분기 노사가 함께 참여한 사내 산업안전보건위원회에서 안건으로 다뤄졌다. 사용 중인 장비의 전수 점검과 안전장치 연구 개발, 새 장비로의 교체를 추진해야 한다는 노조 측 주장에 회사의 반응은 미온적이었다. 프로판 가스를 사용하는 가스 절단기에만 의무적으로 안전장치를 부착하고, 나머지 가스 절단기에는 안전장치 부착을 권고한다는 정도의 대책이 나왔다. 원인 규명과 재발 방지는 미뤄두고 일단 눈앞의 급한 불을 끄자는 식이었다. 이후에도 가스 절단기 사용 중 폭발 사고에 의해 몸을 상하는 노동자는 계속해서 나왔다.
회사의 태도 변화가 나타난 건 공교롭게도 중대재해 처벌법이 시행된 이후다. 김 씨의 중대재해 이틀 전에도 가스 절단기 사용 중 폭발 사고가 일어나 40대 노동자가 화상을 입었다. 역화 방지 장치 고장이었다. 회사는 비로소 가스 절단기 제반 장비에 대한 전수 점검에 나섰다. 13년 전에 이뤄져야 했던 일이다.

2만 원짜리 가스 호스와 맞바꾼 생명들

점검 결과는 현장 노동자의들 주장대로였다. 점검한 가스절단기 293개 중 126개, 43%가 넘는 물량이 폐기 및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화 방지 장치는 태반이 사용 연한을 넘긴 상태였고 가스 호스 10개 중 2개는 훼손으로 인해 사용이 불가능했다.
△ 지난 4월 1일자 현대중공업 가스 절단기 점검 현황 문건. 총 293개 중 126개가 폐기 및 교체가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월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을 앞두고 시행된 가스호스 점검에서 이미 심각한 실태가 보고됐지만 변화는 더뎠다. 당시 작성된 현대중공업의 내부 문건에 따르면, 2021년 점검 이전까지는 아예 가스 호스의 폐기 연한 자체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새로 수립한 폐기 연한 기준(사용 시작일 기준 2년)을 적용해 봤더니 82%에 이르는 물량을 교체해야 하는 상태로 나타났다. 
중대재해 처벌법 시행 전후 가까스로 사태 파악은 마쳤지만, 결국 김 씨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김 씨의 중대재해 발생 이후에야 조선소 곳곳에는 버려진 가스 호스 더미가 나타났다. 가스 호스와 밸브 시설이 교체되고, 특별 안전 교육이 진행됐다.
취재진은 공구상가를 찾아 새 가스 절단기와 가스 호스 가격을 물었다. 가스 호스, 역화 방지 장치를 포함한 가스 절단기 일체의 가격은 35만 원, 10m 길이 새 가스 호스의 가격은 2만 원이었다. 대기업 노동자가 낡은 가스 절단기를 사용하다 폭발 사고로 사망했다고 말하니, 공구상은 혀를 찼다.  

180만 평 조선소, 노동자의 죽음을 위해선 허락되지 않는 1평

지난 4월 4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은 산재사망 노동자 472명의 이름이 박힌 추모비를 조선소 안에 설치했다. 추모비 설립을 이틀 앞두고 사망한 473번째 산재사망 노동자 김 씨의 이름은 들어가지 못했다. 창사 50주년을 맞아 노사가 함께 세우자고 건의했지만, 회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노조는 단독으로 설립을 강행했고, 회사는 자진 철거를 요구한 상황이다.
△ 지난 4월 4일, 현대중공업 노동조합이 설치한 추모비. 회사 측은 자진 철거를 요구한 상태다.
지난 2020년 뉴스타파의 현대중공업 산재 전수조사 보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의 산재 사망 사건은 회사의 경영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1970년대 말 선박 건조량이 줄었을 때는 산재 사망자가 줄었고, 1980년대 건조량을 회복한 이후에는 사망자가 다시 늘었다. 1987년 노조 결성 이후 산재 사망자가 크게 줄었다가 이후에는 선반 수주 상황과 경기에 따라 산재 사망자 수가 오르고 내렸다. 1990년대까지는 산재 사망자 가운데 정규직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았지만,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00년대부터는 하청 노동자가 더 많이 목숨을 잃었다.
최근 들어서는 노후 시설, 시설 유지 및 관리 문제에 기인한 중대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공장 시설 자체가 50년을 넘어가다 보니 훼손, 오작동 등 예기치 않은 위험들이 노동자의 생명을 위협한다. 지난 1월에 발생한 크레인 오작동 사건이 대표적이다. 노후화된 크레인은 브레이크를 걸어도 멈추지 않았고 그대로 곁에 서 있던 노동자를 덮쳤다. 현장 노동자들이 사고 이전부터 이러한 밀림 현상을 회사에 알렸지만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시설 관리 전문가조차 더 이상의 수리가 어렵다고 말했을 정도로 노후화가 심각한 상태였지만, 운행은 아랑곳없이 계속됐다.
△ 현대중공업 모스 홈페이지. 현대중공업은 2016년 시설 지원 부서를 분사해 자회사로 만들었다.  
노동조합은 2016년 현대중공업이 본사 설비 지원 부서를 '현대중공업 모스'라는 자회사로 분사했을 때 이미 예견됐던 문제라고 지적한다. 시설 관리를 자회사로, 또 자회사는 다른 하청업체로 일을 넘기면서 노후 시설에 대한 중장기적인 관리와 예산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려워졌다. 1월 크레인 중대재해 이후에야 현대중공업은 모스 재합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 측은 현장 노동자의 죽음을 줄이기 위해 이미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입장이다. 취재진에 보내온 서면 답변을 통해, 2020년 하반기 수립된 종합 안전대책에 따라 안전조직을 확대하고 안전 시스템 관련 컨설팅을 받는 등 그간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왔다고 밝혔다. 2020년 권오갑 현대중공업그룹 회장은 향후 3년간 3000억 원의 안전 예산을 투자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해당 예산의 구체적인 사용처에 대해 밝히라는 노조 측의 요구에 대해 회사는 응하지 않고 있다.
최근 시설 노후화와 유지·관리 문제로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서는 이미 수시 점검과 교육이 시행 중이라고 밝혔다. 문제가 된 가스 절단기 제반 시설에 대해서는 이미 개선 조치가 진행 중이었고, 하청 노동자와 노동조합의 안전작업 요구권, 작업 중지 권한은 보장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인력 부족' 창사 50년 현대중공업의 자승자박

전문가들은 현대중공업의 중대재해를 줄여나가기 위해 균형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 떠넘기는 회사, 안전 지침보다 작업 편의를 우선하면서 회사  탓만 하는 노동자, 양 극단의 입장만으로는 반복된 중대재해의 원인을 바르게 들여다볼 수 없다는 의미다.
조선업계 산재 문제를 연구해온 박종식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경영자가 수주 실적에 따라 노동 현장의 위험이 높아지는 산업 특성을 고려해 적극적인 안전 관리에 나서야 한다고 주문했다. 작업량이 늘어 업무 강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기존과 같은 수준의 안전 관리를 했다는 것으로 책임을 회피할 순 없다는 지적이다. 
박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이 다른 조선 업체에 비해 재해 발생이 잦은 이유를 조직 문화와 소통 구조에서 찾았다. 경영자가 안전 문제를 개선하려는 의지를 갖고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도 거대 기업의 복잡다단한 구조 속에서 효과를 보지 못하는 실정이라는 것이다. 안전 관리를 담당하는 지원 부서를 떼어 현대중공업 모스와 같은 자회사로 만들고, '원청-자회사-하청'으로 소통 단계를 늘리는 것은 오히려 문제를 악화시키는 경영 판단이라는 지적이다.
△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전경. 선박 수주 실적이 호조세를 보이며 최근 인력난을 겪고 있다.
현장 노동자들은 최근 조선업계가 겪고 있는 인력난의 배경에 노동자의 죽음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는 안전 경시 풍조가 있다고 지적한다. 2016년을 전후한 조선업계의 불황으로 많은 숙련노동자가 일터를 떠나고, 일부는 하청 노동자로 전락했다. 이러한 가운데 일터의 안전마저 외면받고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조선소 현장을 찾는 청년층이 급격히 줄었다는 지적이다. 최근 선박 수주 실적이 다시 호조세를 보이면서 회사는 더 많은 숙련노동자를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정작 현장에 남아있는 것은 차마 떠나지 못해 남은 50~60대 노동자 뿐이다. 수십 년 동안 안전을 외면하고 목숨값을 귀하게 여기지 않은 결과다.
제작진
촬영이상찬, 신영철, 정형민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