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30공구의 비밀 -‘정,경,언 동지상고 카르텔’이 공사비 90% 수주
2013년 11월 26일 10시 09분
뉴스타파가 하도급 계약 서류 등을 분석한 결과 낙동강 공구 참여한 동지상고 출신 건설사는 모두 28개 인 것으로 확인됐다. 동지상고 졸업생이 공사 수주 당시 이사급 이상으로 재직한 회사들이다. 원청으로 참여한 건설사는 9개, 하청은 18개, 설계감리 1개다.
이들이 낙동강 사업에서 수주한 금액은 총 4,286억 원이다. 인구가 두 배가 넘는 울산의 경우 (포항:52만 명, 울산 116만 명) 4대강 사업에 참여한 업체는 모두 7개, 수주액은 440억 원에 불과하다. 일개 고등학교 동문들이 광역시 업체들 보다 10배에 이르는 공사액을 수주한 셈이다.
이들 동지상고 출신 업체들의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포스코, 현대엠코, 극동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제외, 신용평가 회사에서 파악할 수 있는 17개 업체 대상) 이명박 정부가 시작되기 전인 2007년 4,613억 원에서, 4대강 사업이 막바지로 접어든 2011년 1조43억 원으로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4대강 사업에 참여한 포항 소재 기업을 분석한 결과 29개 참여사 가운데 동지상고 출신은 22개, 76%인 것으로 나타났다.
<앵커 멘트>
22조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부어서 강을 망친 4대강 사업. 이명박 대통령은 왜 국력을 낭비할 것이 뻔한 4대강 사업을 했을까요. 누구도 그 이유를 분명히 알 수는 없지만, 그의 주변 인물들이 막대한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말들이 계속 나돌아 온 것은 사실입니다.
뉴스타파는 그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4대강 의혹 관련 계약 서류들을 모두 입수해 분석해봤습니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의 모교인 포항 동지상고 출신들이 특히 많은 공사를 수주한 것을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4대강 사업의 한 부분인 낙동강 사업에 참여한 동지상고 출신 업체는 28개고 수주금액은 모두 4천 2백억원이었습니다. 포항보다 인구가 두 배 이상 많은 울산광역시 건설업체 전체가 수주한 금액보다 동지상고 업체가 수주한 금액이 10배 이상입니다.
김경래 기자가 보도합니다.
<김경래 기자>
이명박 정권 집권 2년차에 접어들던 지난 2009년 2월 7일. 대통령을 배출한 포항 동지상고에서 성대한 행사가 열립니다.
“이날 행사에서 동문인 이명박 대통령이 제1회 자랑스런 동지인 상을 수상해 화제가 됐습니다.”
김백준 당시 청와대 총무비서관이 대통령을 대리해 상을 받기 위해 포항에 직접 내려갔습니다.
‘동지상고가 있어 현재의 제가 있고 특히 ‘제1회 자랑스런 동지인상’ 수상은 어느 상보다 값진 것입니다.‘
이 대통령의 수상 소감입니다.
당시 행사 참석자의 면면은 이렇습니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동지상고 7회, 축하 메시지를 보낸 이른바 ‘상왕’ 이상득 씨는 4회. 19회 이병석 한나라당 의원은 건설 정책을 총괄하는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위원장. 박승호 포항시장은 동지중 23회. 최영만 포항시의회의장은 18회. 이 자리에서 동문회관 건립을 위해 1억 원을 쾌척한 황대봉 대아그룹 회장은 1회 졸업생입니다. 황대봉 회장은 4대강 공사에 참여한 동대건설과 지역 언론사인 경북일보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부터 의회, 지방자치단체, 건설업체, 언론사 사주까지 한 자리에 모인 고등학교 동문회. 동지상고 출신은 이명박 정권 시절 이렇게 파워 인맥의 한 축을 형성하면서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올랐습니다.
4대강 사업 이권을 둘러싼 ‘동지상고의 독식 의혹’도 이런 구설수 중 하나였습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
“4대강사업 중에서 낙동강 공구는 포항 동지상고의 동문 잔치입니다. 포항 기업이 9개 공구인데 포항 기업 중에서도 8곳이 동지상고 출신입니다. 권력실세 개입이 있었나, 없었나 조사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국무총리 정운찬 : 예, 아직까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으면 앞으로 파악하겠습니다.)
동지상고 출신들의 낙동강사업 독식 의혹은 어디까지 사실일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뉴스타파는 4대강 공사 당시 하도급 계약 서류 전부를 입수해 분석했습니다. 낙동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들의 법인 등기부 등본을 모두 발급받아 동지상고 졸업생 명부와 일일이 대조했습니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됐던 낙동강을 거슬러 올라가 보겠습니다. 각 공구별로 동지상고 출신의 건설회사가 관여한 공사 현장을 표시하면 이렇습니다.
뉴스타파가 파악한 동지상고 출신 업체 수는 낙동강 공구에서만 모두 28갭니다. 동지상고 출신이 이사급 이상의 직책을 갖고 있는 회사들입니다. 총 18개 공구에 분포돼 있습니다. 원청업체 9개, 하청업체 18개, 설계 감리업체는 1개입니다.
주요 공구로 따지면 낙동강 전체 48개 중 12개, 25%에 해당됩니다. 낙동강 공사 현장 4곳 가운데 한 곳에는 동지상고 출신 건설회사가 공사를 했다는 겁니다.
28개 건설사의 낙동강 사업 수주액을 모두 합하면 4200억 원이 넘습니다. 포항보다 인구가 2배 이상 많고 낙동강에서 더 가까운 울산의 경우 낙동강 사업에 참여한 건설업체는 모두 7개, 수주액도 440억 원에 불과합니다. 일개 고등학교 출신 건설사가 광역시 전체보다 업체수로는 4배, 액수로는 10배가 많습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동지상고 인맥은 정계, 관계, 경제계에 이르기까지 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고향인 포항의 경우 그 영향력의 강도는 더욱 강력했습니다.
낙동강사업에 참여한 포항지역 건설사는 모두 29개입니다. 이 가운데 동지상고 출신은 22개, 76%가 동지상고입니다. 포항에서도 아무나 4대강 사업에 참여하지는 못했다는 말이 됩니다.
[박신용 전 플랜트건설노조 포항위원장]
“건설사들은 회사에 이명박이랑 같이 찍은 사진 거의 다 하나 걸어놓은 상태였어요. 자랑처럼 선거 당시에 뭐 기부를 했든지 뭐 후원을 했든지 하면서 단 둘이서 찍은 사진들을 거의 회사 안에 많이 걸어놨었죠.”
(그렇게 걸어놓는 이유는?)
“대통령하고 잘 안다, 이런 거죠.”
낙동강 사업에 참여했던 건설업체 인사들을 직접 만나봤습니다. 하나 같이 동지상고 출신과
4대강 사업 참여는 아무런 상관이 없고 오히려 손해를 봤다고 하소연합니다.
[4대강 참여 업체 관계자(동지상고 출신)]
“내가 30회라는 걸 어떻게 알고, 여기 근무한다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우리도 4대강 해가지고 적자 났어요.”
역차별을 받았다는 주장도 펼칩니다.
[4대강 참여 업체 관계자(동지상고 출신)]
“동지상고 덕본거 아무것도 없습니다. 동지상고 출신이 일하면 자꾸 소리가 니니까 동지상고 출신은 엎드려 있으라 이거지.”
4대강 사업 수주 당시 동지상고 28회 출신이 대표이사로 있었던 진영종합건설. 이 회사는 낙동강 사업 4개 공구에 공동도급사로 참여했습니다.
[진영종합건설 관계자]
“MB라고 해서, 동지라고 해서 거기에 수주하고 그건 아닌거죠. 거기 전부 적자를 봤어요.”
진영종합건설은 4대강 사업 이후 매출액이 크게 상승했습니다. 2008년 167억원이던 매출액은 4대강 사업을 따낸 이후부터 크게 늘어나 2011년에는 498억으로 세 배 가량 늘었습니다. 당기순이익도 25억원으로 2008년에 비해 역시 세 배 가량 증가했습니다.
낙동강 30공구에 공동도급사로 참여한 동대건설의 매출 역시, 2008년 129억 원에서 2011년 395억 원으로 3년 사이, 200억 원 이상 급증했습니다.
낙동강 사업에 참여한 동지상고 출신 업체들의 매출액을 집계해봤습니다. 포스코와 현대엠코, 극동엔지니어링 등 대기업 3곳을 제외하고 기업 정보 회사에서 파악이 가능한 17개 업체의 매출액입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매출액이 가파르게 상승합니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기 전인 2007년과 4대강 사업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던 2011년을 비교하면 매출액이 2배가 넘게 급증했습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전체 건설업 성장률은 -7.86%였습니다.
[이미경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위원]
“누가 보더라도 돈이 뒷거래가 오고 갔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면 실질적으로 어떻게 오고갔는지 검찰이 수사를 해서 찾아낼 수 있을 것 같다구요. 그런데 그런 것들을 안 하고 있지요.”
특혜에는 대가가 따르기 마련입니다. 대기업의 담합과 당국의 묵인. 하도급 과정의 특혜와 몰아주기. 이런 과정 속에 어떤 대가가 오갔는지가 결국 mb의 4대강 사업에 대한 의혹의 핵심입니다.
뉴스타파 김경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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