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영화 <자백> 주인공 故 김승효 유족, 손해배상 2심도 승소

2023년 02월 03일 13시 05분

지난 2016년 뉴스타파가 제작한 영화 <자백>의 주인공 고 김승효 씨의 유족에게 국가가 25억 원을 배상하라는 2심 법원 판결이 나왔다. 영화 개봉 7년 만,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은 지 4년 반 만이다. 김승효 씨의 유족은 "한이 풀린다"면서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 김승효 씨는 재일교포 출신으로 1973년 서울대에 진학했다가 간첩 혐의로 체포돼 고문을 받았고, 허위 자백에 근거해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던 인물이다. 1981년 석방된 뒤 조현병을 앓았고, 영화 <자백> 개봉 이후 청구한 재심에서 간첩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받은 뒤 2020년 12월 사망했다. 

법무부, '소멸시효 완료' 주장... 재판부는 '재심 확정 뒤에야 불법 요건 인식'

서울고법 민사12-1부(윤종구 권순형 박형준 부장판사)는 지난 2월 1일 김승홍 씨 등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정부가 유족에게 총 25억 1천여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일시 배상금 15억 7천만 원, 매월 치료비 211만 원으로 정했던 1심 판결보다 크게 늘어난 액수다. 
피고인 법무부는 재판에서 ‘소멸시효가 완료됐다’고 주장했다.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법이 시행된 2005년경부터는 원고들이 손해배상청구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들은 고 김승효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심판결이 확정된 2018.9.8 이후에야 비로소 불법행위의 요건사실에 대해 인식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법무부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무부, '한국 기준 간병비 지급' 주장... 재판부는 '실제 지출된 간병비 지급' 판결

법무부는 또 ‘고 김승효씨의 개호비(간병비)를 김승효 씨의 가족이 일본에서 실제 지출한 금액이 아니라 한국의 도시일용노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실제 김 씨 유족이 지출한 개호비를 인정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고 김승효씨는 81년 8월 15일 출소한 이후 82년부터 2003년까지 약 20년 동안 일본의 병원에 입원했고, 퇴원 후에는 가족들이 비용을 부담하며 간병을 했다. 고 김승효씨와 유족을 변호한 신윤경 변호사(동화 법무법인 )는 “법원은 통상적으로 실제로 얼마를 지출했냐를 따지지 않고 규범적으로 통계상 한국 도시 일용 노임을 기준으로 판단하는데, 우리는 이 사건이 특수한 경우라는 것을 주장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동생이 만신창이가 돼서 돌아오자 가족들이 손해배상이고 뭐고 아무 생각도 없이 혼신을 다해서 치료한 건데 실제 지출한 비용을 다 줘야 하지 않느냐’고 우리측이 주장했는데 재판부가 인정을 해줬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또 위자료를 산정하면서 법무부가 제1심에서 고 김승효 씨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부인하며 다투던 중 고 김승효씨가 사망해서 결국 직접 손해배상을 받지 못하게 된 점도 고려했다. 
고 김승효씨 가족을 도우며 소송을 지원해온 강종헌 와세다대 객원 교수는 “내가 민사재판 판결문을 많이 봤지만 이렇게 유족들의 심정을 받아준 판결문은 처음 봤다. 그래서인지 고 김승효 씨의 형님도 ‘조국을 믿는다'고 말하시더라"고 했다. 강종헌 교수에 따르면 고 김승효 씨의 형 김승홍 씨는 “한이 풀린다. 동생의 억울함이 풀린데 감사하다. 조국을 믿는다"고 말했다.
고 김승효씨가 살아 생전 이 판결을 받았더라면 그의 생각이 바뀌었을까? 그는 영화<자백>에서 “대한민국은 나쁜 나라"라고 말했고, 끝내 한국 땅을 밟지 않은 채 2020년 12월 26일 별세했다

법무부는 고 김승효씨에 대한 주요 가해자... 상고 말고 사죄해야

법무부가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는다면 이 판결이 확정된다. 그러나 상고를 하면 또 몇 년의 세월을 보내야 한다. 고 김승효 씨의 형 김승홍 씨는 “법무부가 상고를 하지 않고 이대로 확정되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법무부는 고 김승효 씨의 삶을 일그러뜨린 주요한 가해자였다. 김승효 씨에 대한 고문은 중앙정보부가 자행한 것이지만 검찰은 고문에 의한 허위자백을 모른척했다. 특히 법무부는 고문 후유증으로 조현병이 발병한 김승효 씨가 구금되어 있던 2662일 동안 적절한 치료를 하지 않은 채 방치했고, 김 씨는 결국 증세가 악화돼 영구적인 장해를 입게 됐다. 또 법무부는 끝까지 소멸시효의 완성을 주장하며 손해배상 책임을 부인해, 고 김승효씨가 별세할 때까지 국가로부터 제대로 된 사과를 받지 못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지금이라도 자신들의 행위를 성찰하고 상고를 포기함으로써 고 김승효 씨의 영전에 사죄해야 할 것이다.
제작진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