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속이는 ‘기사형 광고’...조선일보 1위, 한국경제 2위
2019년 10월 17일 15시 56분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이하 심의기구)가 사실상 광고인데도 기사인 것처럼 포장한 것으로 심의를 통해 판단한 이른바 ‘기사형 광고’는 모두 5,517건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가 976건(18%)으로 심의 대상 신문, 잡지 119개 언론사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뉴스타파가 심의기구의 기사형 광고 심의 내역을 정리해 분석한 결과다.
신문 등의 진흥에 관한 법률(신문법) 6조는 신문 편집인 등이 ‘독자가 기사와 광고를 혼동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구분하여 편집’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심의기구는 이 법에 따라 자체 사실상 광고인데도 광고 표기를 하지 않거나, 기자 이름을 달아 마치 정상적인 기사인 것처럼 포장한 ‘기사형 광고’를 적발해 위반 정도에 따라 주의와 경고 등 두 단계 심의결정을 내리고 자체 웹사이트에 공개하고 있다. 해당 사업 비용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지원한다.
심의기구의 편집기준에 따르면 “취재”, “편집자 주”, “독점인터뷰”, “글(또는 취재) 000 기자”, “전문기자”, “칼럼니스트” 등의 표현을 써서 독자가 광고문을 기사로 착각하도록 유도하는 ‘기사형 광고’가 주 단속대상이다.
지난해 뉴스타파는 심의기구의 2019년 상반기 자료 6개월치를 분석해 보도한 바 있다. 이번에는 2019년 하반기 자료를 추가해 2019년도 기사형 광고 연간 동향을 분석했다. (관련 기사: 독자 속이는 ‘기사형 광고’...조선일보 1위, 한국경제 2위)
심의기구가 ‘편집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한 기사형 광고는 2019년 상반기에는 3,190건, 하반기에는 7월부터 11월까지 5개월 동안 2,327건으로 나타났다.(심의기구 내부 업무 사정으로 2019년 12월 기사는 모니터링에 포함되지 않았다.) 2019년 전체 통계를 보면 한 달 평균 500건 정도가 제대로 된 광고 표시 없이 기사 형태로 발행됐다가 적발된 셈이다.
2019년 전체 ‘기사형 광고’ 양은 2018년과 비슷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연도별 추이를 살펴보기 위해 심의기구에서 발행하는 ‘기사형 광고’ 연간 통계를 분석했다.
심의기구가 ‘기사형 광고’ 심의를 시작한 2010년 이후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는 매년 늘어 2017년에는 3,058건을 기록했다. 2019년 기사형 광고는 2018년과 비슷한 2천 건 수준으로 조사됐다.
2019년 한 해 동안 심의기구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실은 매체는 조선일보다. 조선일보는 모두 976건의 기사형 광고를 ‘광고 표시 없이’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는 이 기사형 광고들을 게재하면서 심의기구로부터 227건의 경고와 47건의 주의를 받았다. 조선일보에 기사형 광고를 의뢰한 광고주들은 CJ제일제당(54건), 씨스팡(45건), 종근당건강(33건), 푸른친구들(27건), 광동제약(26건) 등 건강기능식품 제조업체였다.
한국경제는 ‘기사형 광고’를 664건 게재해 2위를 차지했다. 한국경제는 경고 75건, 주의 47건을 받았다. 한국경제의 주요 광고주는 대우건설(24건), GS건설(20건), 대림산업(14건), 한화건설(12건), 한국투자증권(9건) 등 건설사와 금융회사로 나타났다.
매일경제는 622건으로 3위를 차지했다. 매일경제는 90건의 경고와 39건의 주의를 받았다. 매일경제는 종근당건강(30건), CJ제일제당(21건), 광동제약(11건) 등 건강기능식품 업체와 GS건설(9건), 롯데건설,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상 7건) 등 건설사에서 주로 ‘기사형 광고’를 받았다.
4위 아시아투데이는 광고 표시 없이 ‘기사형 광고’ 348건을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시아투데이의 주요 ‘기사형 광고’주는 이마트(13건), GS건설(11건), 에이스침대(10건), 바디프렌드(9건) 등이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심의기구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를 각각 340건과 285건의 게재해 5위와 6위에 올랐다. 중앙일보의 주요 광고주는 종근당건강(64건), 광동제약(39건), 교보생명(14건) 등이었다. 동아일보는 명인제약(10건), 대림산업(10건), 농심(9건) 등에서 광고를 많이 받았다.
뉴스타파는 각 업종별로 어떤 광고주가 어떤 상품을 ‘기사형 광고’ 형태로 홍보했는지도 분석했다. 심의기구에서 가장 많이 위반 판정을 받은 ‘기사형 광고’ 의뢰 업종은 건설업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가 심의기구 자료를 정리한 결과 ‘건설/건재’ 분야에서 제재받은 기사형 광고는 1,725건이었다.
심의기구에서 위반 판정받은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건설업체는 GS건설이었다. GS건설은 자이 아파트 등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104건 낸 것으로 나타났다. GS건설은 단독주택 단지 ‘삼송자이더빌리지’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15건) 게재했다. 삼송자이더빌리지 기사형 광고는 조선일보, 국민일보 등 종합일간지부터 매일경제, 한국경제, 헤럴드경제 등 경제지까지 다양한 매체에 실렸다.
건설업계에서 기사형 광고를 많이 낸 회사 2위는 대림산업. 이 회사는 e편한세상 아파트 등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103건 냈다. 대림산업은 대구광역시 두류역 인근에 짓는 ‘e편한세상 두류역’ 기사형 광고를 16건이나 냈다. 이 기사형 광고는 중앙일간지와 경제지 외에 경북신문, 대구일보, 경북일보, 영남일보 등 지역지들에도 많이 실렸다.
한화건설은 82건의 기사형 광고를 내 3위를 차지했다. 한화건설이 집중적으로 홍보한 단지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에 분양한 ‘수지 동천 꿈에그린’ 아파트다. 이 단지 기사형 광고는 무려 25건이나 실렸다. 이 단지 광고는 한국경제(5건), 아시아투데이(4건), 아주경제(4건) 등에 많이 게재됐다.
4위 대우건설은 푸르지오 아파트 등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75건 게재했다. 대우건설은 파주시에 짓고 있는 ‘운정신도시 파크 푸르지오’ 아파트 광고를 10건 게재했다. 한국경제에 게재한 기사형 광고가 5건으로 가장 많았다.
5위 현대엔지니어링은 힐스테이트 아파트 등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74건 게재했다. 현대엔지니어링이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낸 곳은 대구 황금동에 짓는 ‘힐스테이트 황금 센트럴’ 아파트였다. 모두 14건의 기사형 광고 중 6건이 매일신문(2건), 영남일보(2건), 대구일보, 경북일보 등 지역신문에 실렸다.
개별 단지 중 기사형 광고가 가장 많은 곳은 한화건설의 수지 동천 꿈에 그린 아파트(25건)다. IS동서가 짓는 수성 범어W와 신영시티디벨로퍼가 시행사로 참여한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가 각각 20건으로 공동 2위를 차지했다. 포스코건설의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 삼성물산의 래미안 연지 어반파크가 각각 17건으로 뒤를 이었다.
건설업종의 ‘기사형 광고’ 상위권에는 서울 이외 지역 아파트가 많았다. 청약이 몰리는 서울 아파트보다는 홍보가 필요한 지방 아파트를 기사 형태를 가장해 집중 광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10위권에 든 서울지역 건설사업은 여의도MBC부지복합개발 사업인 브라이튼 여의도(14건, 공동9위)가 유일했다. 10위권에는 경기도와 대구 지역 건설사업이 각각 3개씩으로 가장 많았다. 경기도에 짓는 사업은 수지 동천 꿈에그린(25건, 1위), 남양주 더샵 퍼스트시티(17건, 공동4위), 삼송자이더빌리지(15건, 공동 6위)였다. 대구에 짓는 아파트는 수성 범어W(20건, 공동2위), e편한세상 두류역(15건, 공동 6위), 힐스테이트 황금 센트럴(14건, 공동9위) 등이다. 부산 지역에서는 래미안 연지 어반파크(17건, 공동4위), 충남지역에서는 아산 탕정지구 지웰시티 푸르지오(20건, 공동2위), 전북 지역 포레나 전주 에코시티(15건, 공동6위)가 순위권에 들었다.
건설업계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매체는 한국경제(238건)로 나타났다. 매일경제(155건, 2위), 아시아투데이(109건, 3위), 아주경제(100건, 4위) 등이 뒤를 이었다. 파이낸셜뉴스도 62건으로 10위를 차지하는 등 건설업 기사형 광고의 경우 경제지 강세가 두드러졌다. 중앙일간지 중에서는 조선일보(93건, 5위)와 동아일보(78건, 7위)의 순위가 높았다. 대구일보(81건, 6위), 매일신문(68건, 8위), 영남일보(65건, 9위) 등 영남권 지역신문도 지역 건설사업 ‘기사형 광고’를 많이 게재했다.
심의기구가 ‘식품/음료’ 분야로 분류해 적발한 ‘기사형 광고’는 모두 1,042건이었다. 이중 상당수는 건강기능식품 등의 건강 효과를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였다. 상위권을 차지한 광고주는 모두 건강기능식품 회사들이었다.
식품/음료 분야 회사 중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낸 곳은 종근당건강이다. 128건을 냈다. 2위는 86건을 게재한 CJ제일제당, 3위는 80건을 낸 광동제약이다. 씨스팡(46건, 4위)과 KGC인삼공사(33건, 5위)가 그 뒤를 이었다.
개별 상품 1위는 36건의 기사형 광고를 통해 소개된 광동제약의 ‘‘광동 침향환’이다. 광동 침향환은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기사형 광고가 많은 실린 상품이었다. 이 상품 광고 대부분은 중앙일보(16건)와 조선일보(15건)에 실렸다.
2위 역시 광동제약 상품인 ‘광동 진녹경’이다. 진녹경 ‘기사형 광고’ 21건은 중앙일보(10건), 매일경제(6건), 조선일보(4건) 등에 실렸다.
CJ제일제당의 건강기능식품 ‘아이시안 루테인 골드’와 과채음료 ‘한뿌리 양배추브로콜리’가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아이시안 루테인 골드’ 기사형 광고 20건은 조선일보(12건), 매일경제(5건) 등에 게재됐다. ‘한뿌리 양배추브코롤리’ 기사형 광고도 조선일보(12건), 매일경제(7건)에 주로 실렸다.
씨스팡의 건강기능식품 ‘혈관팔팔 피부팔팔’과 종근당건강의 건강기능식품 ‘관절통치’ 기사형 광고가 각각 18건씩 게재돼 공동 5위를 차지했다. ‘혈관팔팔 피부팔팔’ 광고는 모두 조선일보에만 실렸고, ‘관절통치’ 광고는 중앙일보(9건), 조선일보(7건) 등에 게재됐다.
건강기능식품을 포함한 식품을 광고하려면 ‘식품 등의 표시·광고에 관한 법률(이하 식품표시광고법)’에 명시된 규제를 따라야 한다. 식품표시광고법(8조)은 ‘질병의 예방이나 치료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인식할 우려가 있는 광고’ 등을 ‘부당 광고’로 규정한다. 허위·과장 광고 등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국민 건강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규제를 잘 적용하기 위해 광고 게재 전에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의 자율심의기구에서 광고 사전심의도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홍보 목적으로 작성된 ‘기사형 광고’는 광고 사전심의 제도와 같은 규제를 받지 않고 있다. 즉 ‘기사형 광고’가 광고 사전심의를 우회하는 통로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규제 사각지대에 있다보니 광고 사전심의를 거쳤다면 걸러졌을 내용이 ‘기사형 광고’에는 버젓이 실리기도 한다. 조선일보에 실린 씨스팡 ‘혈관팔팔 피부팔팔’ 기사형 광고에서는 ‘혈관벽 두께를 감소시켜 준다’는 등 의약 전문가들이 인정하지 않는 내용이 실리기도 했다. (관련 기사: 건강식품이 만병통치약?..."언론기사라서 단속 못한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 심의 결과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유통 분야 ‘기사형 광고’는 485건으로 집계됐다. 심의기구 편집기준을 위반한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게재한 유통업체는 이마트다. 55건의 기사형 광고를 냈다. 이마트는 주로 ‘국민가격 프로젝트’ 등의 할인 행사를 기사형 광고로 홍보했다. 이마트 기사형 광고는 아시아투데이(13건)와 파이낸셜뉴스(7건)에 많이 실렸다.
롯데백화점은 37건으로 유통업체 분야 2위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 기사형 광고는 한국경제(6건), 아시아투데이(5건), 파이낸셜뉴스(4건) 등에 많이 실렸다. 롯데백화점 기사형 광고 역시 각종 할인 행사를 다룬 내용이다.
3위 홈플러스는 32건의 기사형 광고를 조선일보(9건), 아시아투데이(7건) 등에 실었다. 신세계백화점(25건, 4위)과 롯데마트(24건, 5위) 등이 뒤를 이었다.
의료 분야 ‘기사형 광고’는 335건으로 집계됐다. 1위는 모두 15건의 기사형 광고를 게재한 더와이즈치과병원이다. 더와이즈치과병원 광고는 주로 조선일보(6건)와 중앙일보(6건)에 실렸다.
2위 유디치과 기사형 광고는 모두 13건이다. 대부분이 월간지인 여성조선(6건)과 여성동아(6건)에 게재됐다. 3위인 서헌만통증의학과는 11건의 기사형 광고를 조선일보에만 실었다. 4위 두레치과는 9건의 기사형 광고를 조선일보(4건)와 중앙일보(3건)에 실었고, 5위 분당차병원도 8건을 조선일보(5건), 중앙일보(3건) 등에 게재했다.
의료 분야 기사형 광고를 가장 많이 실어준 매체는 조선일보다. 사실상의 의료 광고 112건을 마치 기사인 것처럼 포장해 신문에 실어줬다. 2위는 부산일보(51건), 3위는 중앙일보(44건), 4위는 동아일보(27건)로 나타났다.
한편, 병원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는 현행법상 불법이다. 의료법 56조에서는 ‘기사 또는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병원 홍보 기사와 병원 광고를 함께 싣는 등의 방법으로 규제를 우회하고 있다. 한국광고자율심의기구나 한국의사협회 등의 심의 관계자들은 병원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가 심각한 상태라고 지적한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의료 광고 심의를 통과하기 어려운 내용이 기사 형태로 버젓이 실리는 사례가 다수 발견됐다.(관련 기사: 광고보다 못한 기사...국민건강 해치는 '기사형 광고')
데이터 | 김강민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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