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미국 소송비용도 다스가 낸 듯
2018년 02월 01일 19시 40분
이명박 전 대통령 측에서 직접 고용한 변호사가 다스의 140억 원 갈취 사건을 총지휘했다는 사실이 다스의 내부 문서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확인한 문서에는 다스의 미국과 스위스 소송을 주도한 미국 법무법인 에이킨 검(Akin Gump)을 이명박의 대리인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이 영입했다고 적혀 있다. 에이킨 검이 영입돼 다스 소송에 개입한 때는 2009년 3월로 당시 이명박은 대통령이었고 김백준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었다. 다스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주장해 온 이명박이 현직 대통령 신분으로 다스의 변호사를 직접 선임하는 등 경영에 관여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뉴스타파는 또 다스와 이명박 측이 김경준을 상대로 각종 소송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거액의 변호사 비용을 김경준 횡령사건의 직접 피해자인 옵셔널벤처스에 떠넘겼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2004년 1월, 옵셔널을 김경준을 상대로 한 소송에 끌어들인 다스와 이명박 측이 옵셔널을 위한 소송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으면서 거액의 변호사비만 챙긴 사실이 문서로 드러난 것이다. 뉴스타파는 2001년부터 2007년까지 다스에서 경리팀장으로 일했던 채동영 씨의 이메일에 남아 있는 소송비용 관련 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뉴스타파는 최근 다스 내부자료를 입수했다. 문서의 제목은 ‘BBK 소송현황’이다. 2011년 2월 다스가 김경준으로부터 140억 원을 갈취한 뒤, 공동피해자였던 옵셔널이 다스에 ‘140억 원을 다시 돌려 놓으라’며 소송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만든 문서로 보인다. 문서가 작성된 시점은 2012년 1월이다.
문서에는 다스가 그 동안 김경준을 상대로 진행해 온 소송내역이 세 갈래로 정리돼 있다.
김경준 재산을 몰수하기 위한 소송, 김경준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 그리고 김경준의 스위스 계좌를 압류하기 위한 형사고소이며 각각의 소송 별로 별도의 법률회사들이 다스를 대리하고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런데 이들 소송을 총괄지휘한 곳이 법무법인 ‘에이킨 검’으로 ‘김석한’이라는 한국인 변호사가 총괄책임자였다.
문서에 따르면, 에이킨 검은 다스의 북미 소송 전반을 지휘했다. 그리고 ‘김백준 비서관과의 구두합의를 통해 영입됐다’고 적혀 있다. 에이킨 검이 영입된 시기는 2009년이다. 당시 이명박은 대통령으로 재직하고 있었고, 이명박의 대리인인 김백준은 청와대 총무기획관이었다. 결국 다스가 벌인 각종 소송의 총괄책임자를 대통령인 이명박이 직접 고용한 것이다. 대통령 이명박이 다스의 경영을 진두지휘했음을 보여주는 결정적인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뉴스타파는 채동영 전 다스 경리팀장의 동의를 얻어 그가 다스 재직시절 사용했던 이메일에 남아 있는 자료도 제공받아 분석했다. 가장 주목되는 내용은 다스와 이명박 측이 김경준을 상대로 수년간 소송을 진행하면서 변호사들과 주고받은 변호사 비용 내역이다.
채동영 씨 이메일에는 지난 2006년 12월부터 2007년 6월까지 다스에 청구된 변호사 비용내역이 들어 있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과 옵셔널에 청구된 내역도 포함돼 있다. 다스와 옵셔널, 그리고 이명박은 지난 2004년 1월 공동소송 계약을 맺었고, 다스를 변호하던 미국 법률회사 림루거킴을 공동변호인으로 선임했다. 옵셔널은 변호사비 20만 달러도 부담했다. 따라서 다스와 이명박 측에 제공된 변호 비용 내역은 옵셔널에도 전달됐어야 한다.
취재진은 채동영 이메일에서 나온 변호비용 청구내역을 옵셔널벤처스 장용훈 대표에게 보여주고 “이런 문서를 변호사나 다스로부터 받았는지” 물었고 장 대표는 처음보는 문서라고 말했다.
다스와 이명박 측에 전달된 변호사 비용내역은 구체적이다. 총액만 있는 게 아니고 구체적인 변호내역이 상세히 들어 있다. 개별 변호사가 어떤 일을 했는지, 어떤 회의가 있었는지, 어떤 문서가 만들어졌는지가 모두 설명돼 있다. 변호비용 세부내역을 보던 장 대표는 결국 화를 참지 못했다.
너무 화가 납니다. 저희와 공동소송을 할 당시 이명박은 서울시장이었고, 저희는 큰 어른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런 분이 우리와 같이 한다면 우리같은 작은 회사도 충분히 도움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일련의 과정을 보니 ‘본질적으로 참 나쁜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만 듭니다.
그렇다면 다스와 옵셔널, 그리고 이명박 측에 청구된 변호비용은 정당하게 분담됐을까? 취재진은 변호비용 청구내역과 공동변호인이었던 림루거킴이 미국에서 대리한 소송기록을 비교 검토했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발견됐다. 다스와 이명박은 소송이 제기되기 1~3개월 전부터 변호사 비용이 발생한 반면, 옵셔널은 소장이 접수되기 무려 6개월 전부터 거액의 비용이 청구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다스의 경우 2003년 5월 처음 소송을 제기했는데 변호비용 청구는 3개월 전인 같은 해 2월부터 시작됐고, 이명박 측의 경우는 소송이 제기된 시점(2004년 2월)과 변호비용 청구 시점(2004년 1월)이 거의 같았다. 그러나 옵셔널의 경우만 소송이 제기(2004년 6월)되기 6개월전부터 지속적으로 거액의 변호사 비용이 청구된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비용 청구금액에서도 수상한 점이 발견됐다. 다스나 이명박 측에 비해 옵셔널에 청구된 비용이 턱없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동변호를 맡은 림루거킴은 2004년 1월 공동소송 계약이 맺어진 뒤부터 8개월간 옵셔널에 변호사비용을 청구했다. 그해 8월 옵셔널이 림루거킴을 해임하고 메리리를 새로운 변호인으로 선임한 뒤부터는 비용청구가 중단됐다.
확인 결과 림루거킴이 8개월간 옵셔널에 청구한 변호사 비용은 총 37만 9000여 달러(한화 약 4억 원)에 달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기 변호사 비용이 청구되기 시작한 이명박 측에는 고작 2만 4000여 달러(한화 약 2600만원)만 청구된 것으로 확인된다.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무려 4년간이나 김경준을 상대로 소송을 했던 이명박 측이 쓴 변호사 비용은 8만 8000여 달러, 한화 1억 원도 안 되는 돈이었다. 옵셔널에 단 8개월 동안 청구된 변호사비 4억 원과 큰 차이가 있었다.
소송 초기 변호 비용 청구내역도 이상했다. 소송 초기 8개월 동안 옵셔널에 청구된 변호 비용이 4억 원을 넘었던 반면, 같은 기간 다스에 청구된 비용은 2억 6000여만 원으로 1억 원 이상이 적었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같은 기간 이명박 측에 청구된 금액은 고작 2600여만 원 정도였다. 2004년 1월, 공동소송 계약을 맺을 당시 이명박 측은 “모든 준비가 다 돼 있다”며 옵셔널을 회유했다고 한다. 별다른 노력없이도 김경준의 은닉재산을 찾아올 수 있다는 뜻이었다.
처음 보는 문서입니다. 저희가 2004년 이명박 측과 공동소송합의를 한 뒤에 림루거킴에 변호사비 20만 달러를 보냈습니다. 그런데 돈만 받아가고 이후 아무런 연락이 없었습니다. ‘소송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를 물어도 답이 없었습니다. 만약에 소송진행상황과 비용내역 같은 걸 제대로 받았었다면 다스, 이명박 측과 계속 소송을 같이 했을 겁니다.
그러나 채동영 메일에서 확인한 변호사 비용내역은 공동소송 계약이 맺어진 뒤 옵셔널에 가장 많은 변호사 비용이 청구된 사실을 보여준다. 이명박과 다스가 옵셔널에 변호사 비용을 떠넘겼다는 추정 외에는 달리 해석이 안 되는 대목이다.
다스와 이명박 측의 옵셔널로 변호비용 떠넘기기는 절반의 성공으로 끝난 걸로 보인다. 옵셔널은 2004년 1월 다스, 이명박 측과 공동소송 계약을 맺고 20만 달러(한화 약 2억 1000만 원)를 보낸 뒤 더 이상의 변호사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 공동변호를 맡은 림루거킴이 아무런 보고나 설명도 없이 추가로 8000만 원 가량을 요구하자 사실상 계약을 해지했기 때문이다.
뉴스타파가 입수, 공개한 채동영의 이메일에서 나온 자료와 다스의 내부자료는 현재 검찰에도 제출돼 수사자료로 활용되고 있다. 다스의 실소유주 의혹, 다스 140억 송금 사건과 이명박 정권의 관련성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에 중요한 단서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취재 : 최문호 한상진 송원근 강민수 임보영 김지윤
촬영 : 최형석 김기철 신영철
편집 : 정지성
CG : 정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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