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 위협하는 4대강 반지성주의

2022년 05월 24일 17시 53분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리는 가장 큰 원인이 ‘반지성주의’라고 강조했다. 그는 ‘서로의 입장을 조정하고 타협하기 위해서는 과학과 진실이 전제되어야’ 하는데,  “국가 내부의 지나친 집단적 갈등에 의해 진실이 왜곡되고, 각자가 보고 듣고 싶은 사실만을 선택하거나 다수의 힘으로 상대의 의견을 억압하는 반지성주의가 문제 해결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고 개탄했다.
윤 대통령이 말하는 반지성주의 사례에 4대강 사업만큼 정확하게 들어맞는 것도 찾기 힘들 것이다. 사업이 시작된 2008년부터 지금까지 논란이 계속되고 있고, 정치적 입장에 따라 서로 다른 사실을 주장하고 있어 문제 해결이 어렵지만, ‘과학과 진실'의 잣대로 판단하면 비교적 명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는 것이 4대강 문제다. 특히 시간이 갈수록 4대강 녹조가 만들어내는 독소들이 국민 건강에 심각한 위험 가능성을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이 문제 해결은 매우 시급하기도 하다. 

환경부는 ‘녹조는 위험하지 않다'고 홍보, 그러나 농작물에서 높은 농도 독소 검출돼

4대강 사업은 원래 대운하를 목표로 한 사업이었다는 점에서 시작부터 거짓말잔치였다. 4대강 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거짓말이 더해졌지만 그 중 지금까지 큰 영향을 미치고 국민 건강까지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것이 ‘4대강 사업이 녹조를 증가시키지 않았다'는 거짓말이다. 이명박 정부 내내 4대강 보는 녹조의 원인이 아니라고 주장하던 환경부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야 ‘보가 물 흐름을 느리게 해 녹조를 증가시켰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환경부는 ‘녹조는 위험하지 않다'고 홍보해왔다. 대표적으로 2016년 환경부가 만든 ‘녹조 현상이란 무엇인가'라는 홍보책자에는 ‘녹조가 있는 물은 질소, 인 등 영양분이 많아서 비료를 덜 써도 되는 효과가 있다' ‘녹조 독소는 농작물에 거의 흡수되지 않아 위험하지 않다'고 되어 있다. 그러나 2021년 여름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한 조사에서 낙동강과 금강에서 수천 ppb의 마이크로시스틴(녹조 독소)이 검출됐다. 환경단체들은  2022년 3월 낙동강 물로 기른 쌀에서 발암물질이자 생식 독성을 가진 녹조 독소 마이크로시스틴(MC)이 쌀 1㎏당 3.18㎍(마이크로그램, 1㎍=100만분의 1g)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환경단체들은 이 녹조 독소(마이크로시스틴)의 양은 세계보건기구가 정하고 있는 하루 허용치를 넘지는 않지만,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의 하루 허용치에 비해서는 12배,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의 하루 허용치에 비해서는 8배에 이르는 높은 농도라고 밝혔다. 
우리 밥상에 올라가는 쌀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보고 이후에도 환경부 등 정부는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4대강 주변에서 생산되는 먹거리가 녹조 독소에 얼마나 오염됐는지 광범위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요구에도 정부는 응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실험 방법을 탓하는 등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에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설사 환경단체의 조사 결과가 정확하다 해도 세계보건기구의 하루 허용치보다는 낮은 양이며 국민 건강에는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정부와 가까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그러나 과연 세계보건기구의 기준은 금과옥조일까? 뉴스타파는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보다 훨씬 낮은 하루 허용치를 설정하고 있는 해외 전문 기관들을 접촉해 알아봤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은 과거 연구 반영,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주 기준은 최근 연구 반영

세계보건기구가 설정한 마이크로시스틴(MC) 하루 허용치는 0.04(μg/kg-day)다. 즉 몸무게 1kg당 하루에 0.04μg 이하의 마이크로시스틴을 섭취하면 괜찮다는 의미다. 만약 60kg 성인이라면 2.4μg까지 섭취해도 괜찮다. 그런데 프랑스 하루 허용치는 세계보건기구보다 40배 낮은 0.001μg/kg-day다. 캘리포니아주의 하루 허용치는 0.0018μg/kg-day인데, 이는 세계보건기구보다 22배 낮은 수치다.
왜 이렇게 차이가 나는 것인가?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주가 반영한 연구가 세계보건기구와 달랐던 것이 그 이유였다. 세계보건기구는 1994년에 수행된 ‘마이크로시스틴(MC)이 간에 손상을 주는 연구'(Farwell et al.,1994)를 반영한 반면 프랑스와 캘리포니아주는 2011년에 수행된 ‘마이크로시스틴이 생식기능에 손상을 주는 연구(Chen et al.,2011)를 반영했다는 것이다.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 전문가는 뉴스타파에 다음과 같이 밝혔다.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은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독성 기준치를 마련하기 위해 광범위하게 연구 논문을 조사했다. 그런데 세계보건기구와 다른 많은 기관들이 기준치를 만들기 위해 참고한 1994년의 연구(Farwell et al.,1994)보다 낮은 독성에서 건강에 영향을 준 연구들이 여럿 있었다. 그 연구들을 ToxRTOOL이라는 평가기법으로 순위를 매긴 결과 2011년의 연구(Chen et al.,2011)가 1994년의 연구( Farwell et al.,1994)보다 순위가 높았다. 2011년의 연구(Chen et al.,2011)에서 나타난 건강영향은 같은 연구자들에 의해 수행된 다른 연구들에서 재확인됐다. 이런 과정을 거쳐 우리는 이 연구를 마이크로시스틴에 대한 독성 기준치를 수립하는 중심 연구로 설정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서 프랑스 식품환경위생노동청(ANSES)은 2019년 마이크로시스틴(MC) 하루 허용치를 0.001μg/kg-day로 설정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20년에 마이크로시스틴(MC) 하루 허용치를 재설정했는데 1994년의 간 손상 연구를 토대로 프랑스보다 40배나 높은 0.04μg/kg-day로 정했다.

왜 세계보건기구는 프랑스처럼 2011년의 생식독성 연구를 반영하지 않았나

세계보건기구가 2011년의 생식독성에 대한 연구를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빈센트 콜리아노 미국 캘리포니아주 환경건강위험평가국(OEHHA) 부국장은 “WHO가 마이크로시스틴 허용치를 설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는데, 그 때는 아직 2011년의 생식독성 연구의 정확성이 다른 연구들로 검증되기 전이었다. 그래서 WHO는 1994년의 간 손상 연구를 토대로 허용치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OEHHA는 프랑스 ANSES가 검토한 자료들을 포함해 광범위한 조사를 했고 그 결과 2011년의 생식독성 연구가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한다.
그래서 WHO보다 낮은 허용치를 설정했다는 것이다. 그는 “생식기능에 대한 영향 연구가 충분히 잘 구축됐기때문에 앞으로 많은 관련기관들이 마이크로시스틴 허용치를 만드는 데 이 연구를 사용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현재 한국은 마이크로시스틴의 기준치가 없는 상태다. 국민이 소비하는 농작물에 마이크로시스틴이 어느 정도 들어 있으면 위험하다고 판단할지 기준이 없는 것이다. 쌀 등 농작물에서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는 환경단체의 발표 이후 정부는 겨우 ‘기준치를 만들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철재 환경운동연합 생명의강 특위 부위원장은 “기후위기 가속화와 그에 따른 녹조 번성이 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WHO의 느슨한 기준치로는 국민건강과 안전을 담보하기 어렵다. 따라서 프랑스, 캘리포니아주의 사례를 바탕으로 기준치를 더욱 엄격하게 설정해야 한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반지성주의가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렸다'고 비판했다. 사실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이라는 거짓과 반지성을 관철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파괴했고, 지금까지 자신의 잘못을 부정하고 있다. 그가 뿌린 반지성의 씨앗은 10년이 흐른 지금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진정으로 반지성주의를 걱정한다면 4대강 반지성주의 문제야말로 하루 속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제작진
연출신동윤
구성이근수
취재최승호
촬영오준식 신영철 정형민
편집윤석민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