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감시

“청와대 회유 있었다” 파문...끊임 없는 거짓 해명

2014년 12월 16일 20시 32분

‘정윤회 문건’ 논란과 관련한 청와대의 해명이 잇따라 사실과 다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문건 유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는 한 모 경위는 자살한 최 모 경위의 유서에 언급된 ‘청와대의 회유’가 실제로 있었다고 언론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한 경위는 JTBC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8일 청와대 민정수석실 파견 경찰관을 한 카페에서 만나, 자백하면 불기소 처분해주겠다는 제안을 받았으며, 이에 뚜렷하게 대답하지 않자 바로 다음날 긴급체포됐다”고 말했다.

이는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의 그 누구도 한 경위와 만난 적도 없고 따라서 제안한 것도 없다”고 밝힌 지 불과 이틀만의 일이다. 청와대와 한 경위 중 어느 한 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청와대는 이전에도 몇 차례 사실과 다른 해명을 내놓은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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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하면 곧바로 거짓말 들통…’양치기 정부’

정윤회 문건과 관련한 청와대의 입장과 설명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은 처음부터 사안에 대한 규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탓이 크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28일 세계일보가 처음 문건을 폭로한 당일 청와대는 해당 문건이 시중 찌라시의 풍문을 모아 놓은 수준의 동향보고로 사실이 아니라며 즉각 해당 언론사를 고소하고 유출 경위에 대해 검찰 수사를 의뢰했다. 청와대에서 보고서 형식을 갖춰 생산된 문건을 ‘찌라시’라고 규정하면서도, ‘찌라시’ 유출에 대해 검찰 수사까지 의뢰하는 모순적인 태도를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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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일련의 과정에서도 청와대의 대응은 상식 밖이었다. 청와대는 지난 1일 해당 문건이 김기춘 비서실장에게 구두로만 보고됐다고 밝혔다가, 지난 10일 한 언론이 정식으로 서면보고가 된 것으로 파악됐다고 보도하자 뒤늦게 사실을 인정했다. 이를 두고 청와대로선 애초부터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한 탓에 공식 보고 계통을 밟지 않은 것처럼 보일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많다.

비서관 3인방이 정윤회 씨와 10년 넘게 접촉이 없었다고 한 청와대의 발언도 다음날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조선일보 인터뷰로 하루 만에 거짓임이 드러났다. 청와대는 다시 통화만 했고 만나지는 않았다고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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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는 문건 유출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11일에는 자체 감찰 보고서를 검찰에 전달했다. 이 보고서에서는 문건 유출의 주역으로 ‘7인회’가 등장한다.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의 주도로 7명이 문건 작성과 유출에 가담했다는 내용이었다. 앞서 박 대통령이 “문서 유출은 국기문란”이라고 규정해 수사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데 이어 이번엔 아예 수사를 지휘하는 것이나 다름 없던 셈이다.

이 청와대 보고서는 청와대 오 모 행정관이 ‘조 전 비서관이 문건 작성과 유출을 주도했다는 진술서에 서명 날인하라고 청와대의 강요를 받았다’는 폭로가 나오면서 곧바로 신빙성을 잃게 됐다. 그리고 오늘(16일) 박지만 EG그룹 회장에 대한 조사를 마친 검찰도 ‘7인회’의 실체가 없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승마선수인 정윤회 씨 딸에 대한 특혜 의혹을 감찰한 문체부 공무원에 대한 인사를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는 한겨레신문의 보도에 대해 문체부가 나서서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지만, 이 또한 불과 하루 만에 유진룡 전 문체부 장관의 조선일보 인터뷰로 거짓임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의 대응도 마찬가지였다. 박 대통령은 또 지난 7일 새누리당 지도부와의 오찬에서 "정윤회씨는 이미 오래전 곁을 떠나 전혀 연락도 끊긴 사람"이라고 말했지만, 정 씨는 지난 대선 직후 박 대통령으로부터 감사 전화를 받았다고 밝혔다.

검찰 수사 신뢰 불능 수준… 대통령 지지율은 40%선 붕괴

이처럼 청와대는 이번 사태를 조기에 덮기 위해 무리한 대응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갑작스런 최 경위의 자살과 새로 불거진 청와대의 한 경위 회유 시도 의혹으로 이번 사태는 쉽게 수습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즉각 국정조사나 특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어가고 있다. 현재의 검찰 수사로는 국민들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는 공감대가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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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지난 13일 한길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 정윤회 문건에 대한 검찰 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28.2%에 그친 반면 신뢰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63.7%에 달했다. 특히 새누리당 지지층 가운데서도 신뢰하지 않는다(45.4%)는 응답이 신뢰한다(45.2%)는 응답보다 많았다.

이러면서 대통령 지지율도 급전직하하고 있다. 리얼미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지난 12일 조사된 대통령 국정수행 평가에서 잘하고 있다는 응답이 39.7%로 나타났다. 이 기관의 조사에서 박 대통령의 국정지지도가 40% 아래로 떨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정윤회 문건이 처음 보도된 지난달 28일을 기준으로 하면 불과 2주 동안 무려 10.2%가 하락한 수치다.

최근 조선, 중앙, 동아 등 보수언론들이 사설을 통해 하나같이 ‘문고리 권력 3인방’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는 배경에도 일종의 위기의식이 자리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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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여론과는 달리 박 대통령이 측근 비서진들을 교체하는 것으로 사태 해결의 실마리를 풀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을 지낸 이상돈 중앙대 교수는 뉴스타파와의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현재의 시스템을 밀고 나갈 것이라는 건 사실 모든 국민들이 짐작하고 있을 것 같다. 대통령 스스로도 그 측근들을 자신의 가족 같은 사람들이라고 말하지 않았나. 직원은 해고해도 가족은 해고하지 못하는 법이다. 이건 어쩌면 우리 국민의 비극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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