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8페이지 짜리 거짓말 교본?

2015년 02월 05일 2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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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이명박 사건’이란 뭘까?  지난 1996년 동아일보가 한 마디로 저질코미디를 보는 느낌이라고 일갈했던 이른바 ‘이명박 사건’을 마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거론하고 있다.

의원직에 집착하고 연연할 이유가 없었다. 국회의원직 사직서를 들고 김수한 국회의장을 찾았다.그는 깜짝 놀라며 만류했다. 정치 경험이 짧아 잘 모르시는 것 같은데 그럴 필요 없습니다.할 수 있는 데까지 시간을 끄세요. 다른 국회의원들도 다 그렇게 합니다.(김수한) 제가 여기 오면서 그런 생각을 안 했겠습니까? 처리해주십시오(이명박) -회고록 79~80쪽

그는 스스로를 마치 관행적인 사건에 연루됐으나 용감하게 의원직을 사퇴한 사람처럼 묘사했다. 그러나 '이명박 사건'은 단순한 선거법 위반사건이 아니었다. 당시 종로구 국회의원 선거에서 당선된 이명박 후보가 선거 기간 뿌렸다는 돈만 무려 7억 원 가량이었다. 또 부정선거를 도왔던 자신의 비서관을 해외로 도피시켰다가 그가 국내로 소환되자 거짓 증언을 회유했다고 해서 큰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던 사건이었다.

1999년 대법원에서 범인 도피 및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형이 확정됐음에도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범죄 행각에 대한 반성은 제대로 하지 않고, 의원직 사퇴를 마치 대단한 결단을 한 것처럼 호도한 것이다. 자신의 어두운 과거도 이렇게 미화했으니 다른 부분은 사실 더 들여다 볼 필요도 없을 지경이다.

747(7% 경제성장, 4만불 국민소득, 7대 세계강국)을 외치며 스스로를 경제 대통령으로 부각시킨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재임 5년 동안 기록한 평균 경제성장률은 2.9%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 전 대통령은 이 수치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이 5년 중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았던 2010년(6.1%)만 언급하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2010년의 6.1%도 아시아의 4마리 용으로, 우리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싱가폴, 대만, 홍콩등과 비교하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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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랑했던 2010년 성장률도 아시아의 네 마리 용 가운데서는 꼴찌였던 것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또 회고록에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 서울시 공무원들이 청계천 일대 상인들을 4000여 차례 만나 설득했다고 썼다. 이 내용을 본 청계천 시장 상인들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라며 쓴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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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은 이밖에 자신의 원칙 있는 대북정책으로 북한에 시장경제의 싹이 텄다, 노조법개정과 노사정 합의를 이끌어 내 노사관계를 선진화시켰다, 국민과의 소통에 목이 말라 라디오연설을 통해 ‘국민들에게 있는 그대로를 전달’했다 등 국민 대다수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주장을 잇달아 폈다.

이 전 대통령때문에 북한에 시장경제의 싹이 텄는지는 아무도 확인할 길이 없고, 스스로 노사관계를 선진화시켰다고 하지만 그의 재임기간 동안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이 발표한 한국의 노사생산성 지수는 조사대상 58개국 가운데 56위 수준을 맴돌아 줄곧 최하위 권이었다. 또 KBS 새노조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진행시킨 백여 차례의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은 유성기업 노동자들 평균 연봉이 7천만인데 파업을 해서 국가경제를 교란시킨다는 등의 거짓 주장을 해서 언론중재위에 제소를 당하기도 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평균 연봉은 4천 5백만원 수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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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합리화와 자기 자랑을 위한 사실 왜곡, 짜깁기, 그리고 위선으로 가득 찬 회고록을 썼음에도 이명박 전 대통령은 말미에 ‘무엇보다 자화자찬을 경계’하면서 ‘사실에 근거할 것, 솔직할 것, 그럼으로써 후대에 실질적 참고가 될 것’이라는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책을 집필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나 성찰, 진솔한 자기 고백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지만 이 책은 매우 두껍고 비싸다.무려 798페이지에 가격은 2만 8천 원이나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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