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재난은 수많은 인명과 막대한 재산 피해를 낳습니다. 집단 트라우마는 물론, 인재의 경우 국격 추락 등 상상하기 힘든 사회적 비용도 뒤따릅니다. 반면 재난은 누군가에겐 새로운 사업 기회가 되고, 재난 이후 정부 대책은 겉만 번지르르한 홍보 대상이 되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1조 5천억 원을 들여 구축한 ‘재난안전통신망’은 이태원 참사 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습니다.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뉴스타파는 범정부 차원에서 8년에 걸쳐 추진한 ‘통신망’이 이태원 참사 때 왜 제 역할을 못했는지, 천문학적인 예산은 어디로 흘러갔는지 등을 연속 보도합니다. -편집자 주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159개 기업 참여, KT와 리노스가 수주 선두
윤석열 대통령, 이태원참사 전 KT 재난통신망 홍보부스 찾아 통화 시연
KT와 리노스, 과거 유사 국책사업에서 불법하도급과 담합 적발돼
수의계약도 KT와 리노스가 1,2위...전체 수의계약 금액의 83%
긴급입찰 계약 대다수가 긴급입찰사유서 없이 진행
가구업체, 인쇄업체, 의료기기업체 등이 단말기 물품 계약 따내
국가통신망인데도 KT 등에 전용회선 사용료 680억 매년 지급
윤석열 대통령, 이태원 참사 8일 전 재난안전망 시연…경찰 격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10월 21일 경찰의 날을 맞아 국제치안산업대전에 참석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이 대통령 부부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10월 21일 인천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경찰의 날 기념식과 국제치안산업대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왔다. 윤 대통령은 치안산업대전 현장에서 케이티(KT)가 마련한 부스를 찾아 '재난안전통신망'으로 벽지 근무 경찰과 직접 통화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재난안전통신망을 활용해 울릉도와 마라도 등에서 근무 중인 경찰관과 화상으로 대화하면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관할지역 국민의 안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셔서 감사하다”라며 각별한 고마움을 나타냈다는 브리핑 자료를 냈다.
재난안전통신망 시연 부스를 주관한 KT는 이 사업에 참여한 핵심 기업으로 뉴스타파 조사 결과 재난안전통신망 구축과 운영 사업에 가장 많은 국가 예산을 따낸 업체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주관 부처인 행정안전부의 이상민 장관도 이날 윤석열 대통령을 수행했다.
▲10월 21일 국제치안산업대전에서 재난안전통신망으로 경찰과 직접 통신해보는 윤석열 대통령 (출처: 윤니크 대통령행보 유튜브 shorts 영상)
대통령의 재난안전통신망 시연 행사 8일 뒤인 10월 29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서 158명이 숨지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이런 참사와 재난을 예방하고, 신속 대응하기 위해 1조 원 넘는 예산이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투입됐다. 그러나 이태원 참사 골든타임, 그 절체절명의 시간에 재난안전통신망은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뉴스타파는 1조 5천억 원에 이르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비가 어떻게 책정됐고, 누구에게 흘러갔는지 추적했다.
통신망 구축, 운영, 단말기에 1조 5천억 원 투입
2014년 세월호 참사 발생 이후, 재난 관련 기관들이 서로 다른 통신망을 사용했기 때문에 공동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계기다. 이 사업은 소방·경찰·군·해경·지자체 등 8대 분야의 재난 관련 기관 3백여 곳이 재난 발생 시 하나의 통신망으로 소통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대규모 사업이다. 2025년까지 들어가는 총사업비는 1조 5천억 원에 이른다.
사업비는 크게 통신망 구축과 단말기 보급, 운영 예산으로 나뉜다. 여기서 통신망 구축비는 전국에 재난안전통신망과 기지국, 운영센터를 설치하는 데 들어간 비용이다. 3838억 원이 투입됐다. 사업 계획 단계에서는 전국 곳곳에 기지국을 만들어 어디서든 재난안전통신망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비용 및 기술 문제로 국가기반시설과 주요도로, 인구밀집지역에만 고정기지국을 설치했다. 재난안전통신망이 미치지 않는 지역은 이동기지국을 활용하거나 상업통신사업자의 일반 통신망(상용망)을 빌려서 통신하는 방식이다.
단말기 구입 예산은 4006억 원이다. 재난 관련 기관에서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기를 보급하는 비용이다. 무전기형, 스마트폰형, 복합형 등 3가지 종류가 있다. 삼성전자와 사이버텔브릿지, 에이엠텔레콤, 에스트래픽, 가보테크 등 5곳에서 제조한다.
운영비는 총사업비의 절반가량(47%)으로 비중이 가장 크다. 전국에 설치한 기지국과 통신망의 유지관리와 운영센터 관리비 등이다. 운영비에선 ‘전용회선료’(재난안전통신망 사용료)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오영환 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21년도 행안부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에 통신망사업자인 KT와 SKT에 정부가 지급한 전용회선료는 680억 원이다. 해당 연도 운영비의 70.9%였다. 행안부는 올해와 2023년 예산에도 전용회선료로 각각 680억 원을 책정해 놓았다.
1조 5천억 원 최대 수혜 업체는 어디일까
뉴스타파는 1조 5천억 원 규모의 사업비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확인하기 위해 조달청의 조달정보를 전수 조사했다. 조달정보에서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이 본격 추진된 2014년부터 현재까지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단어가 포함된 계약 건을 모두 취합했다. 해당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계약명에 재난안전통신망이 들어가지 않은 사업은 분석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
이를 통해 취재진이 확인한 계약 금액은 8430억 원 규모다.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 중 행안부와 장기계약을 맺어서 아직 지불하지 않은 계약 금액까지 포함하면 1조 995억 원이다.
이렇게 취합한 계약 내역 데이터를 바탕으로 어떤 업체가 얼마의 사업비를 따냈는지 살펴봤다. 복수의 기업이 하나의 팀(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을 낙찰받은 경우에는 컨소시엄에 참여한 개별 기업의 지분을 기준으로 수주금액을 산정했다.
분석 결과 모두 159개의 기업이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참여했다. 수주금액 순으로 1위가 KT, 2위가 리노스, 3위가 탑엔지니어링이다. 상위 5개 기업은 아래 표와 같다. 22건의 계약을 따내 2864억 원 가량을 수주한 KT는 2015년 정부가 재난안전통신망 시범사업을 실시할 때부터 뛰어들었고, 2018년에 본격적으로 사업이 추진된 이후에는 전국망 구축 사업의 3분의 2 이상을 차지했다. 경찰과 소방, 해양경찰의 망 시스템 구축 계약을 따낸 것도 전체 수주금액이 커진 이유다.
▲ KT와 리노스 등 2개 업체가 수주한 금액이 전체 계약금액의 절반에 이른다.
수주금액 상위 업체를 보면 리노스와 탑엔지니어링이라는 업체가 눈에 띈다. 재난안전통신망은 전국 단위의 통신망 사업인데 통신사업자 계열이 아닌 리노스와 탑엔지니어링이 포함된 이유는 뭘까.
행정안전부는 2018년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을 A, B, C 등 3개 구역으로 나눠 입찰 공고를 냈다. 이때 KT는 리노스와 탑엔지니어링 등과 컨소시엄(이하 ‘KT 컨소시엄')을 구성해 입찰에 참여했다. KT는 A와 B 구역 사업을 따내 2025년까지 총 5860억 원의 장기계약을 맺었다. 탑엔지니어링은 A와 B 사업구역 계약에서 KT 컨소시엄으로 참여한 덕분에 지분으로 따져 계약금액 3위에 올랐다.
계약금액 총액 2위인 리노스는 A구역 사업에 KT 컨소시엄의 일원으로 참여했고 경찰과 소방, 해양경찰, 군 등과 별도로 재난안전통신망 시스템 구축 또는 단말기 도입 사업 계약을 체결해 1천 2백억 원 넘는 수주금액을 기록했다.
▲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은 전국을 3구역으로 나눠 진행됐다.
▲ KT 컨소시엄이 A와 B 2개 구역을 담당했다.
문제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수주금액 1,2위를 차지한 KT와 리노스가 과거 유사한 국책사업에서 불법하도급과 담합 행위 등으로 적발된 전력이 있다는 점이다. 두 업체는 2005년부터 2009년까지 정부가 8천억 원 가까운 예산을 투입해 진행한 이른바 ‘통합지휘무선통신망’(TRS-TETRA 방식) 사업에도 주요 기업으로 참여했다. 2008년 이 사업 전반에 걸친 감사원 감사와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서 KT와 리노스는 불법하도급과 담합 행위로 적발돼 영업정지 통보 및 공정위 과징금 처분을 받았다.
결국 통합지휘무선통신망 사업은 여러 문제로 인해 천문학적 혈세만 날리고 중단됐다. 그리고 불과 몇 년 뒤 새로운 전국통신망 사업인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다시 이 두 기업이 주요 업체로 등장했다. 상세 내용은 '불법행위 적발된 KT와 리노스의 화려한 부활…배경조사 필요' (https://newstapa.org/article/YlS0E)에서 다룬다.
계약 체결 과정을 살펴보았다
1조 5천억 원 규모의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계약은 어떤 형태로 이뤄졌을까. 계약형태는 크게 경쟁의 유무로 구분할 수 있다. 국가·지방자치단체 등은 경쟁계약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특수한 사유가 있는 경우에는 ‘수의계약’도 할 수 있다. 수의계약은 특혜나 독점 우려가 있어서 그 내역과 사유를 공개해야 한다.
조달청 조달 정보를 통해 확인되는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계약은 모두 209건이다. 이 가운데 수의계약은 119건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계약금액은 1151억 원으로 전체의 14%였다. 수의계약을 많이 따낸 업체를 추려봤다. 역시 케이티가 10건에 691억 원으로 1위, 리노스가 5건에 262억 원으로 2위였다. 수의계약 금액 상위 5개 기업은 아래 표와 같다.
▲ KT와 리노스가 수의계약 대부분을 따냈다
KT와 리노스가 따낸 수의계약금액을 합하면 954억 원, 전체 수의계약의 83%다. 수의계약을 두 업체가 사실상 독식한 셈이다. 조달청 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따낸 수의계약은 발주기관이 경쟁입찰을 진행했으나 타업체의 참여가 없어서 수의계약으로 이뤄졌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3분의 1이 긴급입찰로 진행
경쟁·협상을 기반으로 한 정부 계약에서 입찰 공고 기간은 국가계약법에 따라 기본적으로 ‘40일 이상’이 돼야 한다. 입찰 참여 기업은 이 기간에 낙찰 희망 가격, 기술 제안서 등을 발주기관에 제출해 다른 기업과 경쟁한다.
다만 ‘긴급한 재해예방·복구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국가의 재정정책상 예산의 조기집행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등에는 입찰 공고 기간을 ‘10일 이상’으로 단축할 수 있다. 이를 긴급입찰공고라고 부른다.
입찰 공고 기간이 짧으면 입찰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기업에 유리할 수밖에 없다. 제안서 제출 기간이 짧아져 다양한 기업의 폭넓은 참여 기회가 줄어드는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국가계약법에서 긴급입찰은 특수한 경우에 한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뉴스타파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관련 계약 가운데 긴급입찰공고로 진행된 계약은 얼마나 있는지 조사했다. 모두 35건에 금액은 2629억 원으로 집계됐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전체 계약금 가운데 32%가 긴급입찰공고로 이뤄졌다. 긴급입찰방식으로 수의계약이 이뤄진 경우는 모두 6건에 916억 원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 전체 금액의 80%나 된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서 긴급입찰공고 방식을 통해 가장 많은 금액을 수주한 업체는 역시 KT로 나타났다. 6건에 1374억 원을 따냈다. 이 가운데 64%에 해당하는 881억 원이 수의계약이다. 이어 KT 계열사인 KT DS가 799억 원(1건), SK브로드밴드가 230억 원(3건) 순으로 나타났다. 긴급입찰 상위 5개 업체는 다음 표와 같다.
▲ 긴급입찰공고를 통해 사업을 수주한 업체는 모두 23개, 이들의 수주금액은 모두 2629억 원이다.
긴급입찰 계약 대다수에 긴급입찰 사유서 없어
긴급입찰공고를 할 때 발주관서는 국가계약법 시행령이 제한한 긴급입찰 요건을 설명하는 사유서를 공고에 첨부할 수 있다. 다만 법적 근거가 분명치 않아 긴급입찰 사유서 첨부가 의무 사항은 아니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서 긴급입찰공고로 진행한 계약은 23개 업체에 35건인데 이 가운데 긴급입찰 사유서를 공고에 첨부한 사례는 6건에 불과했다.
경찰청의 “재난재해에 대비한 전국단위 치안 무선망 전환이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처럼 빠른 재난 대응에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운 긴급입찰 사유서가 3건, “다른 국가 사업과 연계되어 일정조정을 위하여”(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처럼 국가사업 연계라는 이유를 든 경우가 2건, “공고일수를 최대한 앞당겨 구매하여 내수 진작에 기여”(해양경찰청)처럼 경제 논리를 내세운 경우도 1건 있었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계약의 3분의 1이 긴급입찰로 이뤄졌으나 결과적으로 긴급 상황에서는 무력하기 짝이 없었다.
예산감시 시민단체인 ‘함께하는시민행동’의 채연하 사무처장은 “긴급입찰 사유서 제출이 의무조항이 아니라고 해서 제출하지 않는 것은 재정을 투명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재정 원칙을 지키고 있지 않은 셈”이라며 “국가기관이 조달청을 통해 계약하는 것도 투명성의 일환이므로 사유서 제출을 의무 조항이 아닌 선택 사항으로 놔두는 게 맞을지 고민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재난안전통신망 계약 따낸 ‘뜬금없는 업체’
뉴스타파는 재난안전통신망 사업, 특히 전용 단말기와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업체가 관련 계약을 따낸 사례도 여럿 발견했다. 2021년 11월 부산 기장군에 주소를 둔 업체 S는 부산시 소방재난본부가 발주한 ‘재난안전통신망 복합단말기 구매사업’ 계약을 따냈다. 납품 물품은 소방업무용 복합단말기이고 금액은 8천7백만 원가량이다. 문제는 이 업체가 계약일 기준으로 불과 1년여 전에 설립됐고, 통신기기 관련 사업을 한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사무실 주소는 한 아파트로 돼 있고, 종업원은 1명으로 나타났다.
해당 계약 규격서에 따르면 계약자는 물품의 공급, 검사, 시험, 교육, 무선국 신고 등의 업무를 수행해야 하고, 계약 물품의 정상적인 동작을 위해 필요한 인력과 장비를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기존 시스템 및 무선통신망(UHF)과의 호환성 점검 등을 실시해야 한다. 즉 계약자는 단말기 유통뿐 아니라 활용을 원활히 하는 데 일정 부분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이 단말기 계약을 담당한 부산시 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뉴스타파 질의에 “이번 계약은 부산 지역 소기업, 소상공인 대상으로 이뤄졌다. 최저가 업체 중 부정당업자나 수의계약 배제 사유에 해당되지 않으면 바로 계약을 하게 된다”면서도 전문성이 확인되지 않은 업체가 낙찰 받는 경우가 생겨 “납품에서 삐그덕삐그덕해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말했다.
충남경찰청은 지난 2020년 12월 Y퍼니처라는 가구업체와 ‘재난안전통신망 스마트폰형 단말기 액세서리 구매 계약’을 체결했다. 단말기 케이스와 액정보호 필름 납품 계약으로 금액은 8천1백만 원이다. 가구 전문업체가 왜 단말기 액세서리 납품 업체로 선정된 건지 의문이다. 이 업체 측은 “관련 사업을 꼭 병행해야지만 입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공문 확인 후에 견적내서 마진이 괜찮다 싶으면 참여를 하는 거고, 1위 업체로 선정되면 이행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2020년 12월에는 강원도 원주 소재 의료기기업체인 Y가 대전경찰청과 5천3백만 원가량의 단말기 액세서리 납품 계약을, 같은 해 12월 인천 소재 인쇄업체 T는 충북경찰청과 7천2백만 원가량의 단말기 액세서리 납품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통신기기 관련 사업과 무관한 업체가 입찰에 참여해 계약을 따내는 경우가 다수 확인됐다.
조달청 관계자는 “시장에서 물건만 사다가 납품만 하면 되는 사업이다 보니 마구잡이로 투찰을 한다”며 “업체들이 낙찰받고 AS 요청이 오면 (받아다가) AS 하는 업체들에다가 (넘기는) 그런 식으로 해결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1조 5천억 원이 끝이 아니다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2025년까지 책정된 총 사업비 1조 4776억 원이 다가 아니다. 현재 사업 구조를 그대로 유지한다면 2025년 이후에도 운영비와 단말기 교체 비용은 끊임없이 발생한다. 특히 문제는 운영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용회선 사용료’ 즉, 재난안전통신망 사용료다.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은 정부가 통신망 구축 업체에게 통신망(전용회선)을 임차해 사용하는 방향으로 추진됐다. 2018년 행안부가 공고한 재난안전통신망 구축 사업 제안요청서를 보면 세부 사업으로 ‘전송망 임차’가 있다. 해당 사업의 계약에 따라 정부는 2025년까지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자인 KT와 SKT에 매년 전용회선 사용료를 지불해야 한다. 행안부 결산서에 따르면 2021년 행안부가 이 두 업체에 지급한 전용회선 사용료는 680억 원이다. 올해도 비슷한 금액이 이 업체로 간 것으로 추정되고, 2023년 이후도 마찬가지다.
행안부 관계자는 뉴스타파에 “전용회선 임차 방식은 가장 예산을 절약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기존 상용망을 쓰는 방안은 보안 문제와 재난망의 특수성, 비용 문제로 기각됐고 절충안으로 ‘전용회선 임차’ 방식을 택했다고 덧붙였다.
재난안전통신망 전용 단말기 보급에도 예산이 계속 들어간다. 전용 단말기의 사용연수는 4년이다. 4년 마다 교체해야 한다는 말이다. 추가로 계속 나가는 이 비용은 총사업비 단말기 예산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 때 무용지물이었던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 이처럼 1조 5천억 원의 사업비 이외에도 매년 680억 이상의 전용회선 사용료 등이 추가로 상업 통신사업자에게 흘러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정작 재난 상황에서 유관기관의 신속 공동 대응이 절실하게 필요할 때 이 통신망은 무용지물이었다. 현재로선 ‘돈 먹는 하마’나 마찬가지다. 국가 재난의 이면에 이같이 이익을 챙기는 구조가 되풀이되고 있다.
재난안전통신망 수주 복마전, 무용지물 원인 밝혀야
지난 12월 21일, 국회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출범 한 달, 이태원 참사가 발생한 지 54일 만에 현장 조사에 나섰다. 이번 국정조사의 주요 사안 중 하나는 참사 당시 재난 대응 유관기관의 상황 보고와 전파, 대응이 늦어진 원인을 규명하는 것이다. 그 핵심에 재난안전통신망 문제가 있다.
국정조사에서 재난안전통신망 관련 내용을 다루겠다고 밝힌 국회의원은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 정도다. 이태원 참사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 특수본도 재난안전통신망에 별 관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1조 5천억 원을 들여 만든 재난안전통신망이 왜 참사 때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인지, 개통 후 1년 반이 지났으나 왜 일선 재난 대응 기관에서 제자리를 잡지 못한 것인지, 그리고 불과 10년 전 유사한 국책 사업에서 여러 문제로 감사원 감사에서도 적발된 업체가 이번 재난안전통신망 사업에서 버젓이 주력 사업자로 참여한 배경은 뭔지 명확하게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