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4대강 전도사' 원희룡, 수상한 업추비와 막말 전력

2024년 04월 05일 11시 15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경쟁한다. 검사와 변호사, 3선 국회의원(제16·17·18대), 재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대통령 후보를 지낸 그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뉴스타파는 원희룡 전 장관이 정치인으로 살면서 해 온 말을 검증했다.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원희룡 제주도’를 감시해 온 박소희 뉴스타파 펠로우가 검증을 맡았다. 검증 결과를 총 3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지난 2월 인천구 계양을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원희룡 국민의힘 후보가 선거사무소 외벽에 건 현수막 (사진:원희룡 블로그)
저는 좋지 않은 프레임에서 자유롭습니다. 과거사, 도덕성, 막말, 뭐 상대방이 제 샅바를 잡을 게 없습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 ‘마포 포럼’ 발언. (2020. 10. 15.)

“4대강 수질 악화되면 정권 내놓겠다”

원희룡 후보는 이명박 정부 때 날개를 달았다. SD(이명박 친형 이상득)계로 분류됐고 한나라당 사무총장을 지냈다. 이명박 정부가 사활을 걸었던 ‘4대강’ 사업에도 몸을 던졌다. ‘4대강 전도사’로 불렸다.
2010년 8월 6일, 원희룡 당시 의원은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4대강 사업이) 만약 실패고 엉터리였다고 하면 한나라당은 정권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해 9월 16일 불교계 주최로 열린 ‘4대강 화쟁토론회(4대강 토론회)’에서는 “공사 후 수질이 악화되면 본인부터 정치적 책임을 지겠다”고 했다. “공사가 대략적으로 완공되는 내년(2011년) 6월이면 검증할 수 있다”고 했다. “(물이 오염돼 있으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정권을 내려놓겠다”고 했다. “(막바지 공사가 한창이던) 금남보(현 세종보) 인근 수생태계는 이미 복원됐다”고 했다.
2017년 11월 19일 보 개방후 드러난 세종보 바닥 녹조 (출처:오마이뉴스 김종술 시민기자)
하지만 ‘4대강’은 원희룡 후보 말처럼 되지 않았다. 생태계가 망가졌다.
2011년 12월 남한강(충주 중원지구) 샛강에 처음으로 한겨울 녹조가 발생했다. 2012년 3월 낙동강 구미보 주변에서 시작된 녹조는 석 달 뒤 낙동강 전역으로 번졌다. 2013년에는 원 후보가 “이미 복원됐다”고 큰소리쳤던 세종보에서도 처음 녹조가 발생했다. 2017년 11월 13일 세종보 수문을 개방하자, 녹조 41%가 줄었다.(정부 발표 기준)
원 후보는 자신이 뱉은 말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2014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처음 제주도지사 선거에 나갔을 때 ‘4대강 책임론’이 제기됐지만, 침묵으로 일관했다.
2020년 7월 27일, SBS플러스 <이철희의 타짜>에 출연한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는 “수질악화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의견이 분분해 아직 평가를 내리기 이르다”는 취지로 말했다. “공사가 끝나자마자 바로 검증이 가능하다”고 했던 10년 전과 말이 달라졌다. 진행자 이철희 씨가 “수질 악화는 박근혜 정부에서 이미 인정한 사안 아니냐”고 반문하자 “계파 갈등에 의한 정치 공세”라며 인정하지 않았다.
2010년 11월, ‘4대강 사업 국민적 논의 위원회’ 여당(한나라당) 대표였던 원희룡 후보는 “여야 합의 이전에는 (4대강) 예산안을 처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2010년 12월 8일 4대강 예산을 포함한 새해 예산(309조 567억 원)을 ‘날치기 처리’했다. 날치기를 막으려는 야당 의원들을 온 몸으로 밀어내는 원희룡 당시 의원 모습이 방송을 탔다.(위 사진)

“4.3 폐지법안 잘 몰랐다”

2008년 1월 21일, 국회의원이던 원희룡 후보는 ‘제주 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4.3중앙위)' 폐지 법안에 이름을 올렸다. ‘4.3중앙위’는 노무현 정부 때 제주 4.3사건 진상규명과 후속조치 등을 목적으로 만든 정부 기구다.
원희룡 후보가 서명한 ‘4.3중앙위' 폐지 법안의 골자는 “4.3중앙위 기능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로 통합한다”는 것이었다. 사실상 '4.3중앙위' 기능과 규모의 축소였다. 이명박 정부의 의지가 적극 반영된 결과였다.
제주 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는 ‘4.3중앙위 폐지 반대 도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심판 운동을 전개했다. 2014년 지방선거 땐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제주도지사 후보 원희룡의 ‘후보 자질’을 검증하는 잣대도 됐다. 원 후보는 아래와 같이 해명했다.
①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 의원 전원이 일률적으로 발의자가 됐던 당론이었다.
② 당내 갈등으로 의원 총회 등은 전혀 가동되지 않아 내용을 잘 몰랐다.
③ 상임위 차원에서 심의도 안 되고 폐기됐다.
하지만 해명 대부분은 거짓말이었다.
일단, 한나라당 의원 총회는 제대로 가동됐다. 2008년 1월 17일 한나라당은 ‘이명박 인수위’가 마련한 정부조직법 개편안에 대한 당론을 정하는 의원 총회를 열었다. 과거사위원회 통합 관련 법인 ‘4.3 특별법 개정’을 안상수 당시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하는 것으로 의견을 모았다.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동의한 이 법안은 4일 뒤 국회에 제출됐다. 당시 법안 발의를 주도했던 한나라당 관계자는 뉴스타파와 통화에서 “당론이라고 해서 의원실 동의 없이 발의자로 이름을 올리는 것은 불가능하다. 형식적이나마 서명을 받기 위해 의원실을 돌아다녔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임위 차원에서 심의도 안 되고 폐기됐다”는 주장도 사실과 달랐다. 문제의 법안은 소관 상임위인 행정자치위원회에 상정돼 법안 심사까지 진행됐다. 폐기된 건 17대 국회가 임기 만료됐기 때문이었다. 과거사위 통폐합 문제는 18대 국회로 넘어갔다.
제주 4.3사건에 대한 역사 인식에도 문제가 있었다. 2018년 4월 4일, 원 후보는 KBS1 <안녕하십니까 윤준호입니다>에 나와 제주 4.3사건을 “이념 충돌”로 설명했다. 2019년 4월 2일 KBS <오태훈의 시사본부> 에선 “(제주 4.3사건이) 1948년에서 1954년까지 진행됐다”고 했다.
사실이 아니다. ‘제주4·3사건진상규명및희생자명예회복에관한특별법(4.3특별법)과 정부가 채택한 4.3진상조사보고서에 따르면, 제주 4.3사건의 시작점은 1947년 3월 1일 벌어진 제주 경찰의 발포 사건이다. ‘자주독립국가 건설과 친일파 청산’을 요구한 제주도민들의 자발적 시가행진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제주도민 6명이 죽고 8명이 중상을 입었다. 원 후보의 말처럼, ‘이념 충돌’이 불러온 비극도 아니었다.

원희룡 대선 전초기지 ‘제주도 서울본부’

‘제주도 서울본부’는 제주도 예산으로 운영된다. 2014년, 원희룡 후보는 제주도지사로 취임한 직후 서울본부를 확대했다. ‘원희룡 사조직’ ‘원희룡 대선 전초기지’ 같은 말이 나왔다.
원 후보는 일단 ‘제주도 서울본부’ 조직을 격상했다. 정원을 9명에서 14명으로 늘리고, 본부장 직급을 기존 4급(서기관)에서 3급(부이사관)으로 올렸다. 국회협력팀을 강화하고 사무실을 여의도로 이전하면서 정무 기능을 강화했다. 2013년 2억 원이던 예산이 이듬해 5억 원(결산 기준)으로 늘었다. 서울본부에는 원 후보 측근들이 포진했다.
2020년 10월 21일 KBS제주 ‘원 지사 대선 선거조직 역할?’ 보도 화면 
2020년 10월 15일, 김무성 전 의원이 중심이 돼 열린 소위 ‘마포 포럼’ 8차 세미나. 원희룡 지사는 개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그런데 ‘제주도 서울본부’ 직원이 관용차를 이용해 원 지사 일정을 수행한 사실이 KBS제주 보도로 드러났다. 제주도 감사위원회가 감사에 나섰고, 부정 사례가 확인됐다. (아래 문서 사진 참조) 
2021년 4월 12일 제주도 감사위원회 홈페이지에 공개된 '제주도 서울본부' 복무 관련 조사 결과. 
공무원 행동강령에 따르면, 휴가 도중 직무 관련자로부터 사적 노무를 제공받을 수도, 사적 용도로 공무 차량을 이용할 수도 없다.
제주도 감사위원회 감사 결과에 따르면, 원 지사를 의전한 서울본부 직원 2명은 허위로 출장 보고서를 적거나 아예 출장신고를 하지 않았다. ‘제주도 서울본부’는 기관 경고를 받았다.

공식 일정이 없는 날 ‘제주도 예산 지출’

무소속이었던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2020년 1월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후 서울 출장이 잦아졌다. 미래통합당 합류부터 도지사 사퇴 전(2020년 1월~2021년 7월)까지 서울 출장으로 제주도를 비운 기간은 149일, 1년 반 동안 3일에 한 번 꼴로 서울에 갔다. 출장비 2,100여만 원을 썼다. 간담회 등을 한다며 국회가 있는 서울 여의도 인근에서 쓴 업무추진비(업추비)도 3,000만 원이 넘었다. 제주도정과 무관해 보이는 일정도 많았다.
2020년 4월 26일부터 28일까지 원 후보는 ‘국회 관계자와의 도정 현안 미팅’을 이유로 서울 출장을 갔다. 받아 간 출장비는 41만 2,500원, 업추비 152만 3,000원을 별도로 썼다. 하지만 출장 3일간 원희룡 도지사의 공식 일정은 없었다. 누구와 어떤 내용의 도정 업무를 진행했는지 알 수 없다. 3일 중 원 후보가 공식 석상에 얼굴을 드러낸 건 28일 미래통합당 전국위원회 행사가 유일했다. 도지사 업무와는 관련 없는 개인 정치 일정이었다.
3일간 쓴 돈을 일일이 확인했다. 매번 1인당 3만 원을 거의 채워 밥을 먹었다. 27일과 28일 아침의 경우, 참석 인원(10명)과 금액(27만 6,000원)이 똑같다. 밥 먹은 사람만 ‘국회 관계자’에서 ‘학계 관계자’로 바뀌었다. 4월 24일 아침, 7월 22일 아침도 똑같은 금액(27만 6,000원)을 ‘국회 관계자’, ‘정책 관계자’들과 썼다.(아래 표 참조) 참석 인원 역시 같았다. 사람은 매번 바뀌었는데, 매번 똑같은 밥을 먹은 것인가. 그저 우연인가.
원희룡 후보가 제주도지사 시절 서울 A호텔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내역.

개인 정치 비용으로 쓴 ‘업무추진비와 출장비’

2020년 6월 9일부터 10일까지 원희룡 후보는 ‘장제원 포럼’으로 불리는 ‘대한민국 미래혁신포럼’ 강연차 서울에 갔다. 미래통합당 대선 출구 전략을 모색하는 자리로, 사실상 개인 정치 활동이었다. 업추비 137만 2,000원, 출장비 32만 5,300원을 썼다.
2020년 11월 4~5일 이틀간 조선일보 100주년 행사 참석을 목적으로 서울 출장을 갔다. 출장비 26만 2,900원. 업추비 22만 1,000원을 썼다. 2021년 6월 16일과 17일엔 도지사 일정에 없는 중앙 언론 인터뷰를 위해 서울 출장을 갔다. 인터뷰 주제는 ‘대권 도전’으로, 제주도정과 관련없는 개인 정치 활동이었다. 출장비 31만 3,700원을 썼다.
4일 뒤인 2021년 6월 21일, 원희룡 지사는 다시 서울 출장을 갔다. 공개된 도지사 공식 일정을 보면, 이 날 제주포럼 청년 섹션 ‘불평등과 포용적 번영’에 패널로 참석한 뒤, 다음날 주한 호주대사 캐서린 레이퍼를 만난 것으로 나온다.
2021년 6월 22일 원희룡 당시 제주지사가 서울 여의도 켄싱턴 호텔에서 열린 ‘원코리아혁신포럼’ 출범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출처:원희룡 후보 SNS)
그런데 제주포럼 외에도 원희룡 지사에게는 중요한 일정이 하나 있었다. 2021년 6월 21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원 지사의 대선 싱크탱크격인 ‘원코리아혁신포럼’ 출범식이다. 원 지사의 대권 도전을 돕는 전문가 300여 명이 참석했다. 도지사 공식 일정에 없는 행사였고, 사실상 개인 정치 활동이었다. 원 지사는 이틀간 출장비 40만 6,000원을 썼다. 업추비는 사용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제주도에 원희룡 전 제주지사의 서울 출장결과 보고서를 요청했다. 제주도는 “없다”고 했다. 지방공무원의 경우 출장보고서를 도지사에게 제출할 의무가 있지만, 도지사는 제출 의무 규정이 없다고 했다.

“과거사, 도덕성, 막말 없었다”

① 사법연수생 시절 음주 폭행 갑질

조선일보 장학생(방일영장학회 출신 모임 서중회 10기) 출신인 원희룡 후보는 사법연수생이던 1993년 9월 15일, ‘음주 폭행 갑질’로 연행된 전력이 있다. 연수원 동기와 노상방뇨를 하던 중 나무라는 50대 최모 씨를 폭행하고, 연행된 파출소에서 “사법연수생을 우습게 본다”며 기물을 파손해 경찰에 입건됐다. 정계 입문 후 이 사건이 논란이 되자 원 후보는 “노상방뇨를 하지 않았다고 항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2014년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다시 논란이 되자 “도지사 임기 내 금주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금주 선언은 2019년 제주도지사 재선에 도전하면서 깨졌다.
2019년 5월 17일 제주도지사 재선 시절 4차 산업혁명 관계자들과 저녁 식사 후 2차 술자리를 갖고 있는 원희룡 전 장관. (출처:원희룡 페이스북)

② 정치 후원금 학비 사용

정치자금 사적 유용 논란도 있었다. 2022년 4월 29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원 후보는 초선 의원 시절(2000~2004년) 정치자금 1,200만 원을 본인의 대학원 학비로 썼다. 858만 5,000원 가량을 ‘정책 개발비’ 혹은 ‘의정 활동비’ 명목으로 처리했다. 385만 원 가량은 동창회비, 학생회비 등으로 처리했다.
자신의 정치 후원회에 친동생을 고용해 2004년부터 2012년까지 인건비 등으로 약 2억 원을 지급하기도 했다. 친인척 고용이 불법은 아니지만 적절성 논란이 일었다.

③ 전두환 찾아가 큰절

‘전두환 세배’ 논란도 있다. 민주화 운동 경력, 검사 경력을 앞세워 정치인이 된 원희룡 후보는 2007년 1월 2일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최고위원 신분으로 전두환 집을 찾아가 큰절했다. “이제 그만 갈등과 증오의 역사를 녹여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논란이 되자 사과했다.
2007년 1월 2일 전두환을 찾아가 큰절 하는 원희룡 당시 국회의원

④ 단식 농성자 조롱

제주도지사 시절 ‘단식 농성자 조롱 논란’으로 사과하는 일도 있었다. 2017년 10월 22일 제주 제2공항 반대 농성장을 찾은 원희룡 지사에게 13일째 단식 농성을 하던 김경배 씨가 항의하자 “기운이 많이 있구나, 아직”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원 지사는 “의지표명(제2공항 반대)도 중요하지만 건강을 먼저 챙겨주길 걱정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다고 해명했다.

⑤ 전광훈 만난 적 없다?

2023년 12월 4일, 원희룡 후보는 보수 기독교 집회에 참석했다.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 국민운동본부' 주최 행사였다. 다음 날 “전 목사를 만났냐”는 기자들 질문에 “만난 적 없다”고 했다. 하지만 원희룡 전광훈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누는 영상이 확인되면서 거짓말로 확인됐다.
제작진
취재박소희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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