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검증> 수상한 '양평고속도로', 원희룡 4가지 거짓말

2024년 03월 27일 18시 00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국토부) 장관은 22대 총선에서 인천 계양을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경쟁한다. 검사와 변호사, 3선 국회의원(제16·17·18대), 재선 제주특별자치도지사, 대통령 후보를 지낸 그는 여권의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다. 뉴스타파는 원희룡 전 장관이 정치인으로 살면서 해 온 말을 검증했다. 제주도에서 오랫동안 기자로 활동하며 ‘원희룡 제주도’를 감시해 온 박소희 뉴스타파 펠로우가 검증을 맡았다. 검증 결과를 총 3편에 걸쳐 보도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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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수상한 '양평고속도로', 원희룡 4가지 거짓말
원희룡 전 장관은 2023년 7월 12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 ‘원희룡TV’에 나와 양평고속도로 김건희 일가 특혜 의혹을 전면 반박했다. 
국비 1조 9000억 원이 들어가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은 원래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에서 경기도 양평군 양서면(양평 JCT)까지 약 27㎞ 구간에 왕복 4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사업이었다. 서울시와 양평군 간 접근성 향상, 6번 국도(두물머리) 교통 정체 해소가 목적이었다. 2017년 국책사업으로 추진될 때부터 ‘양서면 종점안’(이하 ‘원안’)이 유지됐다.
지난해 5월 국토교통부(국토부)가 노선 종점을 강상면 병산리(이하 ‘국토부 변경안’)로 바꾸기로 하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국토부 변경안’ 인근에 축구장 5배(3만9421㎡) 면적의 윤석열 대통령 처가 땅이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대통령 처가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국토부 변경안’은 윤석열 정부 들어 만들어졌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중심으로 의혹이 제기되자, 원희룡 장관은 “민주당의 날파리 선동”이라고 받아쳤다.
원 장관은 논란이 시작되고 한 달여가 지난 2023년 7월 6일, 돌연 사업 백지화를 선언하고 직접 반박에 나섰다. 원 전 장관은 “국토부 종점안은 대통령과 상관없이 국토부가 독자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며 아래와 같이 주장했다.
① 변경된 종점 주변(김건희 일가 땅)에 개발 호재는 없다.
② 김건희 일가 땅은 조상묘가 있는 선산이라 개발 가능성이 없다.
③ 김건희 일가 땅은 수변구역이라 개발이 불가능하다.
④ 모든 관련 자료를 공개해 국민에게 직접 검증받겠다. 종점 변경 과정에 국토부가 부적절하게 개입한 사실이 확인되면, 장관직 뿐 아니라 정치생명을 걸겠다.
하지만 원희룡 전 장관의 주장은 상당부분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 홈페이지(위)와 원희룡 장관의 페이스북 글. 지난해 7월 원희룡 장관은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자료를 모두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7년간 모든 자료 공개? 

2023년 7월 23일, 원희룡의 국토부는 홈페이지에 별도 페이지를 만들고 서울-양평고속도로 관련 문서 55개를 올렸다. 2017년 국책사업 선정 이후 7년 간 생산된 모든 문서라고 했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었다.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되지 않은 중요 문서들이 이후 우후죽순 확인됐다.
뉴스타파가 입수해 보도했던, ‘서울-양평 고속도로 타당성평가 관계기관 협의(2차) 요청'(2023년 1월 16일) 공문도 그 중 하나다. (관련 기사: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문건' 최초 작성자는 '국토부' 아닌 '의문의 업체 직원')
이 문서는 국토부가 서울-양평고속도로와 관계있는 서울시, 양평군, 한강유역환경청, 도로교통공사 등 9개 기관에 노선 검토를 요청하면서 보낸 것이다. 2022년 7월, 2023년 1월 두 차례 협의를 요청했다. 1차 땐 ‘원안’인 양서면 종점안, 2차 땐 ‘국토부 변경안’인 강상면 종점안에 대한 검토를 제안했다.
국토부는 2022년 5월 이 사업에 참여한 용역업체가 국토부에 제출한 ‘타당성 용역 착수보고서’도 뒤늦게 공개했다. 용역사 관계자는 “공개 전 수정 사항이 있어 작업중”이라고 뉴스타파에 설명했는데, 이후 확인해 보니 용역사가 삭제한 건 ‘종점 변경 검토’와 관련된 내용이었다.
2022년 4월 용역사가 국토부에 제출했던 ‘과업수행계획서’도 원본이 아닌 일부 삭제한 수정본을 공개한 사실이 확인돼 논란이 됐다. 과업수행계획서는 어떤 인력으로 어떤 과업을 어떻게 추진하겠다는 계획이 담긴 문서여서 사업의 진행 상황을 확인하는 데 필수적이다. 용역사는 계약 체결 10일 안에 이 계획서를 주무부처에 제출해야 한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국토위) 소속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국감에 앞서 국토부에 과업수행계획서 제출을 요구했다. 국토부는 박 의원에게 원본과 삭제본 두 가지 버전을 보냈다. 같은 문서가 두 가지 버전으로 만들어진 걸 이상하게 생각한 박 의원이 확인해 보니,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원본 대신 삭제본만 올라와 있었다.
삭제된 부분(23~26쪽)에는 “종점부 위치를 변경하고 그에 따른 교통수요 및 노선의 타당성을 검토하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국토부가 ‘국토부 변경안’으로 종점 변경을 추진한 과정을 알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었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국토부 변경안’이 졸속 추진됐음을 보여주는 증언도 나와 논란이 됐다. 한 용역사 간부는 “기술적 검토, 경제성 분석, 교통량 분석 없이 2022년 4월 6일 하루 동안 현장을 조사해 ‘원안’을 뒤집는 ‘국토부 변경안’을 그렸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국토부 변경안’이 급하게 준비됐다는 말이었다.
2022년 4월 서울-양평고속도로 용역사가 제출한 ‘과업수행계획서’ 중 삭제된 페이지. 종점부 위치 변경을 검토하라는 내용이 들어 있다.
삭제 논란이 불거지자 국토부 관계자는 “용역사가 두 가지 버전을 제출했는데, 실수로 삭제본을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식으로 해명했다. 하지만 이 주장도 거짓말로 드러났다. 지난해 10월 12일 국정감사에 출석한 용역사 간부는 “국토부 관계자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해 수정·삭제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실수였다”는 국토부 해명이 뒤집힌 것이다.
맞습니다. 같이, 국토부의 누구인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금번에 (과업수행계획서를) 국토부 홈페이지에 공개를 하면서 적절하지 않다라고 판단을 해 가지고 수정·삭제를 했던 기억은 있습니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용역사 김OO 상무 (국회 국정감사, 2023.10.12.)
뒤늦게 존재가 확인된 서울-양평고속도로 ‘월간진도보고서’는 지금까지 국토부 홈페이지에 올라오지 않고 있다. 월간진도보고서는 용역사가 국토부에 제출한 과업수행계획서 목록을 통해서도 존재가 확인되는 문서다.
결국, “자료를 모두 공개해 국민에게 철저히 검증받겠다”는 원희룡 국토부장관의 말은 거짓말이 됐다. 하지만 원희룡 장관은 자신의 말에 아무 책임도 지지 않았다.
경기도 양평군에 있는 김건희 여사 일가 땅(빨간색, 파란색 동그라미 부분)과 서울-양평고속도로 '국토부 변경안' 종점 예정지.

김건희 여사 일가 땅에 호재는 없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경기도 양평군에 보유하고 있는 땅은 확인된 것만 총 29개 필지다. 이 중 ‘국토부 변경안’ 종점과 가까운 필지는 총 20개(이하 ‘병산리 땅’)다.
뉴스타파는 작년 7월 26일 현직 감정평가사 두 명과 함께 김건희 여사 일가가 보유한 양평군 땅 29개 필지를 전수조사한 바 있다.(관련 기사 : 김건희 여사 일가의 양평군 땅 감정 평가액은 125억 원) 이 중 ‘병산리 땅’ 감정평가액은 약 72억 원으로, 2021년 공시가격보다 3.6배(52억 원) 정도 높았다. ‘국토부 변경안’으로의 종점 변경을 가정하지 않았는데도 그랬다.
서울-양평고속도로가 국토부안대로 확정되면, 이 노선 종점은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연결된다. 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 29개 필지를 구글어스에 표시한 후, 향후 만들어지거나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각종 도로를 종합적으로 살펴봤다. 그랬더니 ‘병산리 땅’ 말고도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이는 김건희 일가 땅이 더 확인됐다.
국토부 변경안인 ‘병산리 종점’(위 지도 빨간 점)에서 경기도 광주 방면으로 약 1km 이동하면 남양평 IC가 나온다. 이 나들목을 통해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양근대교를 건너 양평읍내로 진입할 수 있다. 양평사거리를 지나 약 750m를 달리면 김건희 일가가 소유한 양근리 땅(파란색 원)이 나온다. 이곳에서 다시 약 1500m 더 달리면 고흥리와 백안리에 있는 김건희 일가 땅(파란색 원)과 만난다. 고흥리와 백안리 뒤쪽으로 용문산 관광지가 있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서울 접근성이 좋아져 상당한 수혜가 예상된다. 게다가 양평군은 추후 이 도로가 확정되면 동홍천IC(서울-양양고속도로)로 연결해달라고 국토부에 제안한 상태다. 서울-양양 고속도로와의 연결은 서울-양평고속도로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기대하고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서영창 전 공주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비도시지역 토지의 가치 상승의 첫 번째 요건은 개발 인허가가 가능한지다. 두 번째가 접근성이다. 서울-양평고속도로 종점이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뀌면 서울 접근성이 좋아진다. 이 곳에 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큰 호재가 있을 수 있다. 특히 남양평 IC로 빠져나와서 양평 읍내로 도로가 연결되는데, 이 도로가 추후 (서울-양양고속도로) 동홍천 IC까지 연결되면 토지 가치는 더 상승할 수 있겠다.

서영창 전 공주대 부동산학과 교수
'국토부 변경안'을 결국 서울-양양고속도로와 연결할 생각이라면, 원안인 양서면 종점안이 더 경제적이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국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 서울-양평고속도로 용역사 간부는 “추후 춘천고속도로(양양고속도로 일부구간)와의 연결을 고려하면, 원안(양서면 종점안)의 경제성이 더 좋다”고 했다. “국토부 변경안이 더 경제적”이라던 원희룡 전 장관 주장을 뒤집은 말이었다. 

선산인데 설마 개발 하겠나?

지난해 논란 당시 윤석열 정부와 원희룡 장관은 문제가 된 김건희 여사 일가 땅에 대해 “조상묘가 있는, 물려받은 선산이라 개발 가능성이 없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양평땅 중 선산 인근에 있는 건 총 17개 필지(2만2897㎡)다. 모두 ‘국토부 변경안’ 종점이 연결되는 중부내륙고속도로와 접해 있다.
뉴스타파는 17개 해당 필지의 토지대장, 등기부등본, 부동산종합증명서 등을 모두 확인했다.(기사 맨 아래 '김건희 여사 일가 선산 토지 현황' 표 참조) 12개 필지는 1987년 김건희 여사 일가가 상속받은 것이었고, 나머지 5개는 2000년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가족과 측근이 사들였다가, 2008년부터 순차적으로 김건희 여사 일가로 소유권을 넘긴 것이었다. 
상속받고 매입할 때만 해도 17개 필지는 모두 임야거나 답(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임야 5개, 대지 4개, 창고용지 5개, 도로 2개, 논 1개로 바뀌었다. 김건희 여사 일가는 이 땅 주변에 중부내륙고속도로 공사가 시작된 직후인 2003년부터 용도변경을 진행했다.
2003년에는 임야 3개 필지가 대지로 변경됐고, 2005년엔 임야 1개(896㎡)를 2개(500㎡, 396㎡)로 쪼갠 뒤 이중 1개(396㎡)를 대지로 바꿨다. 2008년엔 임야 7개를 창고용지 4개, 도로 3개로 바꿨다. 유일한 농지 한 필지는 2008년 대부분 국토부에 수용되면서 12평 정도만 남은 상태다.
정리하면, “선산을 개발하겠냐”는 원희룡 전 장관 주장과 달리 김건희 여사 일가는 이미 등록전환, 형질변경, 지목변경 등 개발 절차를 지난 20년간 꾸준하고 집요하게 밟아온 것이다. 개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라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다.
수변구역인 김건희 여사 일가 땅(빨간색 원)과 같은 수변구역 내 개발 진행 부지(노란색 원). 원희룡 장관은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은 수변구역에 있어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했지만 사실이 아닌 걸로 드러났다. 

수변구역이라 개발이 불가능하다?

지난해 7월 26일, 서울-양평고속도로 논란이 시작된 뒤 열린 국회 국토위 현안질의에서 원희룡 장관은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의) 병산리 17개 땅은 수변구역이라 법을 바꾸지 않는 한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지금 문제의 땅, 특히 강 아래쪽의 고속도로 접속부 부근 땅은 상수원구역입니다. 그래서 수변구역으로 개발이 금지돼 있고요. 경기지사 바뀌면 이것을 용도변경하면 개발할 것 아니냐 이렇게 하시는데 법으로 금지돼 있습니다. 그 법을 국회에서 바꾸지 않는 한 이게 금지돼 있기 때문에 개발될 우려 자체가 없습니다.

원희룡 국회 국토위 발언 (2023.7.26.)
그런데 “수변구역은 개발이 안 된다”는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김건희 여사 일가의 선산이 있는 병산리 땅에서 불과 600m 떨어진 곳에선 현재 5000평 면적에 단독주택 25채를 짓는 주택개발 사업이 진행중이다. 이 곳 역시 김건희 여사 일가 땅과 같은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권역 내 수변구역이지만, 문제없이 허가가 났다.
부동산 전문가 A씨는 “김건희 여사 일가 소유 땅은 현행법으로도 전원주택 개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또 “수질보전특별대책지역 1권역 내 수변구역은 허가권자 재량이 크다”고 했다. “수변구역이라 법을 바꾸기 전에는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원희룡 전 장관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는 말이다.

김선교 전 양평군수, "(윤 대통령이) 안다, (내가) 허가 잘 내준 것을..."

허가권자의 재량권이 토지개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는 다름 아닌 양평군수 출신 김선교 전 의원의 입을 통해 확인된 바 있다. 2022년 9월 1일 MBC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3월 30일 김선교 당시 의원(전 양평군수)은 국민의힘 양평군수 예비후보 행사에서 아래와 같이 말했다.  
옛날에 인연도 있지만, 지청장 때 인연도 있지만, 장모님(최은순)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걸 (윤석열 대통령이) 너무나 잘 알아요, 너무나…(중략)...(윤석열 대통령이) 나하고 단둘이 있을 때는 '야, 김 의원아(라고 부르고)’. 나하고 60년생이니까. '야, 김 의원, 당신만 보면 미안해’(라고 한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알잖아요? (내가)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

김선교 전 양평군수 (전 국회의원, 2022.3.30.)
한마디로, 김선교 의원 자신이 양평군수 재직시절 김건희 여사 일가에 특혜성 허가를 내 주고, 그런 사실을 윤석열 대통령도 잘 알고 있다는 취지의 말이었다. 지난해 5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의원직을 잃었던 김 전 의원은 이번 22대 총선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받아 양평에 다시 출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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