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계 정화작업 말 잔치로 끝나나?

2014년 04월 04일 22시 54분

문체부, 펜싱협회 부조리 적발하고도 ‘면죄부’

정부의 체육계에 대한 특별감사가 뿌리깊은 조직 사유화와 파벌주의 등 본질적 문제의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안현수 선수의 러시아 귀화로 악화된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시늉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체육계 부조리를 없애겠다며 특별감사를 벌여 지난 2월 대한펜싱협회에서 8건의 비위 사실을 적발했다. 감사 결과 펜싱협회가 무단으로 이광기 전 협회 부회장을 상임 고문으로 위촉, 모든 예산 집행에 대한 결재권을 준 사실이 드러났다. 이 씨는 매달 200만원의 활동비와 함께 각종 대회가 열릴 때마다 수십에서 수백만 원의 여비를 받았다.

이 씨는 펜싱 선수 출신도 아니고, 지도자 자격증도 없지만 국가대표 펜싱팀 경기력 강화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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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싱협회는 또 검과 도복, 심판기 등 펜싱 관련 장비 일체를 협회에 독점 납품하는 업체의 이사를 협회 전무이사로 선임하기도 했다. 협회는 이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물품을 구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품 구입 과정에 부정이 개입될 소지가 클 수 밖에 없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씨에 대한 비위사실을 확인하고서도 단순히 시정을 요구하는데 그쳤다. 뉴스타파가 입수한 ‘체육단체 특별감사 결과 보고서’를 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이 씨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거나 부당하게 지급된 활동비 등을 회수하는 대신 ‘상임고문 위촉 근거와 세부적인 업무 범위를 규정한 정관 개정 절차를 조속히 진행하라’고 협회에 요구했다.

이에 따라 협회는 정관을 개정했고, 이 씨는 정식 직제 상의 상임 고문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오히려 면죄부를 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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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문화체육관광부는 한 실업팀 감독이 선수들에게 지급해야 할 포상금을 횡령했지만 유야무야된 사실에 대해 눈을 감았다. 협회 임원 자녀들이 국가대표로 선발돼 군 면제 혜택을 받은 사실에 대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협회가 임원들의 비리를 폭로한 선수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허위 증언을 강요한 사실도 묻혔다.

한 펜싱계 관계자는 “선수나 지도자들 사이에서 협회 임원들에게 잘 보여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자조적인 말이 나오고 있다”며 “편파 판정으로 피해를 본 지도자 중에는 한국을 떠나기 위해 준비중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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