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정책의 핵심 사업중 하나로 환경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진행중인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 곳곳에서 예산 오남용이 우려되는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경기도 화성시만 해도 면밀한 검토없이 급조된 사업에 수십억 원의 세금이 낭비될 예정이다.
경기도 화성시는 비오톱(Bio Tope), 즉 인간과 동식물이 공존할 수 있는 환경친화 도시를 만들겠다며 지난해 환경부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에 응모해 선정됐다. 국비 93억 원을 포함해 총 155억 원의 예산이 화성시 새솔동 일대에 투입된다. 화성시는 대규모 공업단지를 품고 있는 시화호의 시작점에 위치한 새솔동의 대기 오염문제를 해결하고, 생태공간을 활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스마트 그린도시 예산은 청정대기 조성사업에 가장 많은 90억 원이 투입되고, 녹색전환 도시사업(54억원)과 그린 생태공간 활성화 사업(11억원) 등에 사용된다.
뉴스타파 확인결과 화성시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의 핵심인 대기청정 사업은 대기오염 개선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거나 중복 투자 우려가 높았다.
전체 예산 가운데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청정대기 사업의 핵심은 물 입자를 안개처럼 분사하는 ‘쿨링포그’ 설치 사업이다. 새솔동 6곳에 총 42대를 설치하는 데 40억 원이 든다. 화성시가 환경부에 제출한 사업게획서에는 쿨링포그를 이용해 미세먼지를 흡수하고, 오존발생도 줄여 시민들에게 깨끗한 대기 환경을 제공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쿨링포그는 폭염 대책?"
쿨링포그로 미세먼지를 저감하고 대기오염을 해결하겠다는 계획은 과연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3년전부터 도심에서 쿨링포그 설비를 운영해 왔던 서울시 기후변화대응팀 관계자는 “쿨링포그는 어디까지나 폭염 대책으로 사용할 뿐, 미세먼지 저감용으로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고 말했다. 쿨링포그 가동을 통해 일부 미세먼지가 저감 되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고 해도, 쿨링포그 가동 범위에 국한될 뿐 특정 지역 전체의 대기질 향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화성시의 쿨링포그 설치 사업의 더 심각한 문제는 가동 시점에 있다. 명칭에서 드러나있듯 쿨링포그는 달궈진 도심 속 열기를 낮추기 위해 여름철에 주로 가동되는 장비다. 서울시는 동파 우려가 있기 때문에 겨울철에는 쿨링포그를 운영하지 않는다. 한 겨울 쿨링포그에서 날리는 차가운 물방울을 시민들이 반길리도 없다. 화성시에 설치될 쿨링포그 역시 겨울에는 운영이 어려울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최근 3년 간의 국립환경과학원 대기환경월보를 분석한 결과 화성시의 미세먼지 수치는 겨울철에 높고 여름철에는 낮은 경향을 보였다. 대기 정체가 심해지는 겨울에 미세먼지 수치가 올라가는 것은 우리나라 대부분 지역의 공통된 현상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측정한 경기도 화성시의 최근 3년간 미세먼지(PM10) 농도를 분석한 결과, 쿨링포그 가동이 어려운 겨울철 미세먼지 농도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화성시는 정작 겨울에는 무용지물이 될 수 밖에 없는 쿨링포그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공언한 셈이다. 대기질 개선 효과 자체를 기대하기 힘든 사업이 어떻게 환경부 심의를 거쳐 40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배정받았는지 의문이다.
말 뿐인 '대기 청정' 사업
화성시는 또 다른 대기청정 사업의 일환으로 새솔동 일대에 총 10대의 대기오염 측정기를 새로 설치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새솔동 일대에 1~2km 간격으로 조밀하게 설치해 대기환경을 모니터링하고 시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총 4억2,000만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그러나 경기도 내 대기오염 측정장비를 관리하는 경기보건환경연구원에 확인한 결과, 새솔동에는 이미 공인 측정소가 설치돼 있었다. 뿐만 아니라 좁은 간격으로 설치된 측정장비는 사실상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경기보건환경연구원 관계자는 “대기오염 측정 장비는 원칙적으로 4km 이상 이격 거리를 두도록 하고 있다”며 “대기 상태는 (지역)기상 상황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기 때문에 1km 안팎의 측정망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대기오염 측정장비를 무더기로 설치하는 사업은 그대로 예산 낭비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급조된 화성시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
화성시가 추진하는 다른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에서도 예산 낭비가 우려되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화성시는 새솔동 외곽에 위치한 야구장 공터에 트리하우스 3채를 지어 주민 편의시설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트리하우스는 원래 있던 나무를 훼손하지 않는 거주 공간이다.
그러나 취재진이 트리하우스 설치 예정 부지를 확인한 결과, 현장에는 트리하우스를 지을 만한 나무가 없었다. 이에 대해 화성시는 "우리가 (트리하우스를) 상상하는 그런 나무는 없다"며 "큰 나무가 (필요하다고) 판단이 되면 심을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미 사업 계획서에는 소나무와 참나무 각각 5그루를 새로 심는 비용까지 반영했다. 나무를 새로 심는 비용까지 포함해 트리하우스 3채를 짓는 데만 약 8억 원의 예산이 들어간다. ‘보여주기식 사업의 전형’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화성시의 트리하우스 설치 예정부지(왼쪽 사진) 현장에는 일반적인 트리하우스(오른쪽 사진)를 지을 수 있는 나무가 없다.
20억 원의 예산이 책정된 지하 매립형 생활폐기물 수거 장치와 분리수거 장치 설치 사업도 문제이긴 마찬가지다. 주민 반발로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화성시 관계자는 “(지하 쓰레기통을) 주택 단지 안에 넣으면 제일 좋은데, 주민들의 수용성 문제가 있다”며 “고압선이나 통신선도 설치해야 하는 등, 지하화 작업이 그렇게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다”고 말했다. 시민들을 위한 환경 시설이라며 예산을 타 냈지만 정작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채 고가의 장비 구입만 추진한 것이다.
환경단체들은 새솔동에서 진행되는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에 대해 “예산 낭비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정기용 화성환경운동연합 운영위원장은 “대기오염 방지 시스템이라면 (새솔동 주변에) 나무를 쭉 둘러서 심는 등 공해물질 접근을 막고 흡수할 수 있는 사업을 고민했어야 한다”며 “화성시의 계획은 설계 단계부터 친환경 도시화는 상반된 시설 투자사업으로 집중돼 있기 때문에 원천적으로 예산 낭비가 우려될 수 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화성시 "일부 계획만 수정해 예산 전액 사용 예정"
화성시는 예산 낭비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대해 “환경부 공모 기간이 짧아 사업을 계획할 당시 100미터 달리기를 하듯 서두른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화성시는 전체 스마트 그린도시 사업 계획 중 일부만 수정해 책정된 예산 155억 원 전액을 사용하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