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과 신안저축은행, 핵심 고리는 김건희

2022년 01월 1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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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11일 18시 22분

뉴스타파는 앞선 기사(https://newstapa.org/article/2AlqA)에서 윤석열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와 잔고증명서위조범 김 씨, 렌터카업체 비마이카 사이의 삼각 거래 의혹을 보도했다. 그런데 비마이카가 사업을 시작할 때 도움을 준 회사가 하나 더 있다. 현재는 바로저축은행(이하 신안저축은행)으로 이름을 바꾼 신안저축은행이다.
신안저축은행은 김건희 씨 일가의 재산 축적 과정에서 고비마다 중요한 대출을 해줬다. 그리고 2012년 대검 중수부의 저축은행 수사 당시 유독 신안저축은행의 오너 일가는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수사 착수 당시 윤석열 검사는 대검 중수부의 중수 1과장이었다. 이 때문에 신안저축은행은 윤석열 및 김건희 일가와 특수 관계가 아니냐는 의혹을 받아왔다.
뉴스타파 취재 결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와 김건희 씨는 신안그룹 박순석 회장의 차남 박상훈 씨와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EMBA에서 2년간 함께 수학했던 동기였던 사실이 확인됐다. 윤석열 처가와 신안저축은행의 핵심 연결고리는 김건희 씨의 학연이었던 것이다.
▲왼쪽부터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 김건희 씨, 신안그룹 박상훈 씨.
김건희 연관 의혹 신생 렌터카업체에 종잣돈 대출
서울 광진구에 위치한 비마이카는 2013년 4월 조 모 대표가 설립한 렌터카업체다. 조 대표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와 모 금융회사에서 함께 일한 동료관계였고 퇴사 이후에도 여러 법인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렌터카사업은 등록 차량 50대가 있어야 전국 사업을 개시할 수 있다.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서 렌터카업체는 보통 여신을 통해 대출금을 마련한다. 사업을 한창 할 때는 갖고 있는 차량 등을 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지만, 자산이 없는 사업 초기에는 이마저도 쉽지 않다. 때문에 여러 개의 렌터카업체 사장들이 모여 함께 사업을 시작하거나, 한 은행에서 한 번에 큰 금액을 대출받기 어려우므로 여러 은행을 통해 여신을 끌어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비마이카 창업 초기부터 최근 연도까지 신안저축은행의 대출이 이어졌다.
보통의 렌터카업체들이 처음 시작할 때 자기 자본이 부족하면 주도하는 사람, 그리고 영업사 두 사람 이렇게 두 세군데가 뭉쳐서 오십 대, 육십 대로 출발하거든요. 거기서 어느정도 자리잡고 규모가 커지면 같이 했던 사람들이 회사를 차리고 먼저 했던 사람은 규모를 키워나가는 형태가 대부분이거든요.

- 렌터카업체 대표 B씨
그러나 비마이카는 한 은행의 대출만으로 사업 초기 종잣돈을 한 번에 마련했다. 그 은행은 바로 신안저축은행이었다. 
▲서울 테헤란로 신안빌딩에 바로저축은행 (구 신안저축은행)이 있다.
비마이카는 2014년 신안저축은행에서만 11억 5천여만 원 장기차입 대출을 했다. 이듬해에는 약 74억 원을 장기차입 대출했다. 이후 최근 연도까지 신안저축은행의 장·단기·일반·연대보증 대출이 이어졌다. 당시의 감사보고서는 공개되어있지 않지만 2013년 회사 창립 초기에도 비마이카는 회사가 가지고 있던 돈과 신안저축은행의 대출금을 합해 차량구매를 위한 종잣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회사 설립 초기 신안저축은행의 대출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이다.
▲2015년도 감사보고서에서 전기는 2014년, 당기는 2015년을 말한다. 2015년까지 비마이카의 유일한 자금줄은 신안저축은행이었다. (출처 = 2015년 비마이카 감사보고서)
신안저축은행의 대출을 통해 자리를 잡은 비마이카는 이후 승승장구했다. 수입차 위주의 렌터카 사업모델로 유명세를 타는 한편 카셰어링이라는 사업 모델로 후속 투자도 이끌어냈다. 전국의 유휴 렌터카를 고객과 연계해주는 것을 골자로 한 플랫폼 사업이 큰 그림이었다. 그 결과 지난해 말까지 410억 원이 넘는 후속 투자를 받았고, 중소기업벤처부가 지정하는 예비유니콘에도 선정되는 등 유망한 렌터카업체가 됐다.
▲비마이카 홍보 영상 갈무리
국내에서는 이 정도까지 계속 투자를 받고, 그리고 후속 투자 라운드들도 이렇게 순차적으로 잘 하는 거는 굉장히 운이 좋은 케이스라고 봐야 되겠죠.

- 벤처투자업계 대표(익명)
이에 대해 비마이카는 초기 차량을 구매하기 위해 신안저축은행의 대출을 받은 것은 사실이나 자동차를 담보로 한데다 금리도 다른 은행보다 높았으므로 사업상의 이익을 받은 것은 아니라고 해명했다.
윤석열 처가와 신안저축은행의 수상한 관계 
▲과거 신안빌딩 3층에는 신언저축은행과 신안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한 김씨의 사무실이 있었다.
1) 최은순의 도촌동 땅 투자와 신안저축은행
신안저축은행은 윤석열 장모 최 씨가 성남시 도촌동 땅을 매입해 수십억 원의 차익을 올렸을 때도 대출을 해줬다. 신탁회사와 토지매입 계약을 한 뒤 잔금을 치를 때 신안저축은행은 토지를 담보로 48억 원 짜리 마이너스 통장을 개설해줬다. 최 씨와 동업자 안 씨는 이 마이너스 통장에서 36억 원을 인출해 잔금을 치렀다.
▲이에스아이엔디는 신안저축은행의 부실채권인 ‘자산담보부채무증권’을 48억5천여만 원에 사들였다. (출처 = 2015년도 이에스아이엔디 감사보고서)
동업자 안 씨가 이자를 밀리면서 채권이 부실화되자 최은순의 가족회사였던 이에스아이앤디는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채권을 사들는데, 이때 다시 돈을 빌려준 것도 신안저축은행이었다. 2015년도 이에스아이엔디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에스아이엔디는 신안저축은행으로부터 사들인 부실채권 48억5천여만 원어치를 ‘매도가능증권’으로 계상했다. 그리고 이 증권을 담보로 38억5천만 원을 대출한다.
▲(출처 = 2015년도 이에스아이엔디 감사보고서)
바꿔 말해, 신안저축은행이 이에스아이엔디에 판 부실채권을 담보로 이에스아이엔디에 또다시 38억 5천만 원을 대출해준 셈이다.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은순의 가족회사 이에스아이앤디는 도촌동 땅의 지분을 전부 손에 넣었고, 이후 매각을 통해 40억 원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이 모든 게 가능했던 것은 신안저축은행이 최씨와 최씨 가족 회사에 단순 대출이라고만 보기 어려울 정도로 복잡한, 투기성 대출을 허락해준 덕분이었다.
2) 최은순의 파주 요양병원 사업과 신안저축은행
지난해 7월, 윤석열 장모 최은순 씨는 징역 3년의 실형을 받고 법정구속됐다. 적법하지 않은 절차로 파주에 요양병원을 세운 뒤 영리 병원처럼 운영하며 요양 급여를 부정 편취한 혐의다. 그런데 이 사건에서도 신안저축은행이 등장한다.
▲2021년 7월 2일, 의정부지방법원 1심에서 최 씨는 징역 3년을 선고 받았다.
최씨는 파주에 있는 병원 건물을 인수하기 위해 자신의 암사동 건물을 담보로 17억 원의 대출을 받았다. 대출을 해준 것은 역시 신안저축은행. 그런데 신안저축은행은 이 암사동 건물을 담보로 2013년 3월에는 22억 1천만 원, 4월에는 26억 원을, 10월에는 13억 원의 채권최고액 기준으로 근저당을 설정하고 잇따라 대출을 해줬다. 2015년 이 건물의 매매가액은 64억 원, 통상 80%로 담보가치를 계산한다면 51억여 원의 담보가치를 가진 이 건물을 두고 신안저축은행은 61억 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셈이다. 
3) 신안저축은행, 김건희 기획 전시에도 협찬  
▲코바나컨텐츠 사무실
신안저축은행은 김건희 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협찬을 하기도 했다. 2016년 12월 르 코르뷔지에 전을 시작으로 2017년 12월 알베르토 자코메티 전, 2019년 6월 야수파 걸작선에도 협찬사로 이름을 올렸다.
4) 잔고증명서 위조했는데 부사장 선임?
신안저축은행은 서울 테헤란로에 위치한 신안빌딩의 1~3층에 있다. 윤석열 장모 최은순 씨가 지시한 잔고 증명서 위조도 바로 이 건물 3층에서 이루어졌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당시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라는 대출중개업 회사를 운영했는데 신안빌딩 3층에 사무실을 두고 신안저축은행만을 상대로 대출중개를 했다. 김 씨가 위조한 가짜 잔고증명서 역시 신안저축은행 명의였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있다. 자기 회사 명의로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는데도 신안저축은행은 김씨에게 어떤 책임도 묻지 않았다. 오히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씨를 신안저축은행이 설립한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의 부사장으로 임명했다. 
신안저축은행은 왜 윤석열 처가에게 이렇게 ‘관대한’ 대출을 반복적으로 해주었을까. 그리고 최은순의 지시를 받고 자기 회사 명의의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에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았을까. 질의를 위해 여러 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공식적인 답변을 듣지 못했다.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 찾아갔을 때 우연히 만난 박상훈 대표는 질문을 듣지도 않은 채 “답하지 않는 게 좋을 것 같다”며 자리를 피했다.
서울대 EMBA 2기 동창생 인연으로 엮인 세 사람
확인 결과, 박상훈 신안저축은행 전 대표와 잔고위조범 김씨, 그리고 김건희 씨는 2기 과정을 함께 수료한 서울대 EMBA 2기 동창생이었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와 김건희 씨가 이 과정 동창생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져 있지만, 신안저축은행의 박상훈 전 대표까지 이들과 학연으로 얽혀있다는 사실이 처음 확인된 것이다.
이 사실을 염두에 두고 윤석열 및 그 처가와 신안저축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얽힌 사건을 시간 순으로 다시 정리해보면 이렇다.
  • 2010년부터 2011년 사이 김건희는 서울대 EMBA 2기 과정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와 신안저축은행 박상훈 전 대표를 만나 인연을 맺었다. 
  • 2012년 3월 김건희는 윤석열 검사와 결혼한다. 
  • 2012년 7월 금감원이 박상훈 전 대표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 당시 윤석열 검사는 당시 수사를 맡았던 대검 중수부의 중수1과장이었다. 
  • 2013년 3월, 대검 중수부는 박상훈 씨를 불기소 처분하고 신안저축은행의 임직원 두 명만 기소한다. 
  •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나와 2013년 신안저축은행의 대출을 중개하는 회사를 차렸다. 김건희가 운영하던 전시기획사 코바나컨텐츠의 감사로 이름을 올리고, 최은순의 지시를 받아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등 윤석열 처가의 사업을 돕는다. 
  • 이 시기 신안저축은행은 윤석열 처가의 사업에 여러 건의 대출을 해준다. 김건희 씨가 연관된 의혹이 있는 비마이카에도 대출을 해줬다. 이후 김 씨는 비마이카를 통해 큰 돈을 벌고, 신안저축은행이 설립한 증권사의 부사장까지 오른다. 
▲윤석열 및 그 처가와 신안저축은행,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얽힌 사건 타임라인 
윤석열 “신안저축은행, 비마이카와 아무 연관 없어”
지난 2020년 11월 법정 증인신문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박상훈 씨와 친분이 있냐는 변호사의 질문에 ‘증언 거부’로 일관했다.
변호인 : 증인은 혹시 신안그룹 차남인 박상훈씨, 개명 후 이름은 박지호인데요. 개인적 친분이 있으신가요.
김 씨 : 증언거부하겠습니다.변호인 : 증인께서는 바로투자증권에서도 근무하셨다고 했는데 근무하셨던 그 시기는 언제인가요.김 씨 : 2020년도인데요. 본 사건하고 관계없는 것은 증언거부하겠습니다.

- 2020년 11월 법정 증인신문
뉴스타파는 두 차례 김 씨를 만나 비마이카 및 김건희 씨와의 관계에 대해 질문했지만 김 씨는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김 씨가 운영하는 회사에 찾아가 질의서도 전달했지만 역시 답을 받지 못했다. 김건희 씨에게도 휴대 전화를 통해 여러 차례 입장을 물었지만 답변하지 않았다. 
윤석열 후보 국민의힘 선대위는 뉴스타파 질의에 “윤석열 후보는 신안저축은행 사건을 지휘하거나 수사한 적이 없어 불기소 처분과는 무관하며, 김건희 씨 역시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이나 비마이카의 사업에 관여한 적이 없어 특혜 의혹은 사실 무근”이라고 답했다.
제작진
촬영신영철 최형석
편집정지성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