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와 잔고증명서위조범의 ‘삼각거래’ 의혹

2022년 01월 1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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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01월 11일 18시 22분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의 부인 김건희 씨가 신안저축은행 허위 잔고증명서를 만든 김 모 씨와 연관된 회사에 도이치모터스를 소개하는 등 사업상 편의를 제공해 준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 허위 잔고증명서를 만든 김 씨는 이 회사를 통해 수십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 두 사람이 해당 회사를 매개로 사업적 이익을 주고받았다면 잔고증명서 위조라는 범죄를 매개로 한 ‘삼각거래’ 의혹이 성립한다.
김 씨는 검찰 수사에서 잔고증명서 위조의 대가로 얻은 이익이 전혀 없다고 주장해 왔다. 당시 검찰은 김 씨의 주장에 의문을 품었지만 이를 뒤집을 ‘스모킹 건’은 확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삼각거래 의혹은 의문으로만 남은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의 동기를 규명할 핵심 고리다. 삼각거래 중 삼각형의 첫 번째 변에 해당하는 거래는 2013년 무렵 윤석열 처가가 벌인 각종 이권 사업과 관련된 것이다.

첫째 변 : 잔고증명서 위조한 김 씨, 윤석열 처가의 ‘집사’ 역할

지난달 23일 법원은 잔고증명서 위조 혐의를 받는 김 씨에게 실형에 해당하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형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를 받는 장모 최 씨에겐 징역 1년을 선고했다. 이날 법원은 도촌동 땅 투자 과정에서 김 씨가 장모 최 씨의 부탁으로 모두 네 장의 잔고 증명서를 위조한 것으로 판단했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나온 김 씨의 ‘자백’을 사실로 인정한 것이다. 앞서 김 씨는 지난 2020년 3월 검찰 피의자 신문에서 잔고증명서 위조 사실을 다음과 같이 진술한 바 있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의 2020년 3월 검찰 진술 조서 중 
김 씨는 명문대 법대 출신으로 대형 금융투자사에서 여러해 근무한 금융인이다. 퇴사 이후엔 대출 중개업에 종사하다가 금융 관련 벤처회사를 창업하기까지 했다. 그런 그가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들었을 때의 처벌 위험과 불이익을 몰랐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밖에 없다. 더구나 김 씨는 사건 당시 장모 최 씨와 그의 딸인 건희 씨 등과 여러 사업 관계로 얽혀 있었다. 김 씨는 2012년 3월~2015년 3월까지 건희 씨가 대표를 맡고 있는 공연기획사인 ‘코바나콘텐츠’의 감사로 재직했다. 때문에 검찰은 잔고증명서 위조의 대가로 건희 씨 등이 김 씨에게 경제적 이득을 제공한 것은 아닌지 물었다. 김 씨는 대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의 2020년 3월 검찰 진술 조서 중 
뿐만 아니라 김 씨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사실을 건희 씨에게 알리지 않았다”며 자신이 저지른 범행과 건희 씨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건희 씨와 김 씨는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 동기로 김 씨에게 장모 최 씨를 소개해 준 사람은 건희 씨였다. 건희 씨 몰래 장모 최 씨의 사업을 돕기 위해 처벌을 감수하면서까지 잔고증명서를 위조했다는 것이 김 씨의 주장이다.
김 씨는 허위 잔고증명서를 만든 것 외에도 그 무렵 최 씨가 벌인 여러 사업에 도움을 줬다. 대표적인 사업은 도촌동 부동산 투자다. 이는 최 씨 본인이 관련 사실을 실토한 녹취를 통해 확인된다. (https://newstapa.org/article/bsOQX) 녹취에는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도촌동 사업 전반에 깊숙히 개입했음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그 땅을 이제 우리가 샀잖아. 계약만 했잖아. 계약을 했는데 잔금을 못 치뤘잖아. 못 치루니까 김OO이 신안저축(은행)에서, 김OO이 돈을 빌려가지고 분할하고 사업계획하고 해서 감정가를 높였어. 감정가를 높여가지고 48억 원을 대출받은 거지.

최은순 씨(최은순 씨과 지인과 나눈 대화)
당시 김 씨는 최 씨에게 부동산 투자에 활용할 차명 법인도 소개했다. (https://newstapa.org/article/SmebL) 김 씨의 주선으로 최 씨는 동업자 안 모 씨와 함께 도촌동 땅을 사들일 때 차명 법인을 동원할 수 있었다. 부동산 실명법 위반에 해당하는 거래지만 관련 법인을 이용해 최 씨는 47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시세차익을 거둘 수 있었다.
김 씨는 최 씨가 징역 3년을 선고받은 파주 요양병원 사건에도 개입했다. 당시 김 씨는 최 씨와 함께 건물 계약을 하러 다니고 X레이 장비 대여 업체를 소개해주는 등 요양병원 설립과 운영에 도움을 줬다. 최 씨는 파주 요양병원을 통해 수십억 원대 요양 급여를 부정수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으며 현재 2심 재판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김 씨는 최 씨가 이권을 노리고 불법을 저지른 여러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했다. 그 중 일부 사건에서는 불법에 가담해 최 씨와 함께 재판을 받는 처지에 놓였다. 이런 김 씨가 아무런 보상도 없이 최 씨를 도와줬다는 주장은 선뜻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둘째 변 : 김건희, ‘비마이카’에 도이치모터스 소개?

그런데 김 씨는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 수사 당시 검찰의 질문에 뜻밖의 답변을 했다. 자신이 대표로 있던 투자중개업체인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를 언급하면서 검사가 묻지도 않은 다른 회사를 스스로 밝힌 것이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의 2020년 3월 검찰 진술 조서 중 
김 씨는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가짜 잔고증명서를 만들었다. 이 회사가 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김 씨의 진술은 타당해 보인다. 그런데 비마이카는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에 전혀 등장하지 않는 회사다. 왜 김 씨는 이 회사를 먼저 언급하면서 위조 사건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은 걸까. 삼각거래 중 삼각형의 두 번째 변으로 추정되는 거래는 비마이카, 그리고 건희 씨와 관련이 있다.
렌터카 업체 비마이카는 카셰어링과 고급 외제차 구독서비스를 앞세운 벤처회사다. 지난해 중소벤처기업부는 비마이카를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했다. 예비 유니콘이 되면 정부 산하 금융기관인 기술보증기금으로부터 최대 100억 원의 특별보증을 받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정부가 보증하는 유망한 벤처회사란 것이다.
비마이카는 2013년 4월 24일 자본금 1억 원으로 설립됐다. 설립일로 따지면 10년이 채 되지 않은 회사다. 그런데 비마이카가 설립된 시점은 공교롭게도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 비마이카는 김 씨가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직후 설립된 것으로 확인된다. 김 씨가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잔고증명서를 처음 위조한 날은 2013년 4월 1일이다. 이날은 비마이카 대표인 조 모 씨가 김 씨의 회사인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 사내이사가 된 날이기도 하다. 즉, 비마이카 대표 조 씨는 김 씨와 잔고증명서 위조 시점에 같은 회사 임원이었던 것이다. 
이들은 같은 금융회사 출신이다. 퇴사 이후에도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를 포함, 다섯 개 법인에 함께 이사로 이름을 올리는 등 사업적으로 매우 가까운 사이다. 비마이카 설립 당시 두 사람이 사실상 동업관계였다는 증언도 있다.
조OO이 실질적인 대표고요. 걔네들이 OO은행에 하여간 같이 근무해서 나올 때 같이 나왔더라고요. 같이 나와서 다른 거(사업)를 이렇게 이제 펀드식으로 다른 데서 사무실을 내서 있다가 안정적으로 차를 잘 사 오더라고요.

전직 렌터카 업계 관계자
그런데 비마이카는 법인 설립 불과 두 달 만인 2013년 6월 이례적인 대형 이벤트를 벌였다. 고급 수입차인 BMW 신형 50대를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장기 렌트해주는 프로모션을 진행한 것이다. 렌터카 업계에 따르면 당시는 아직 외제차 대량 구매가 활성화됐던 때가 아니다. 더구나 외제차 50대로 장기 렌터카 사업을 시작한다는 것은 유례를 찾기 힘들었다.
비마이카는 당시 한 수입차 딜러사와 업무협약을 맺고, BMW 차량 50대를 공급 받기로 했다. 당시 비마이카가 이런 대형 이벤트를 할 수 있도록 해준 회사는 다름 아닌 도이치모터스다. 비마이카가 렌터카 사업 허가를 위해 차량등록을 완료한 시점은 2013년 9월이다. 그런데 도이치모터스는 이보다 3개월 앞선 6월에 업무협약을 맺었다. 그러니까 도이치모터스는 아직 허가도 받지 않은 신생 렌터카 업체의 프로모션을 위해 차량 50대를 지원한 셈이다. 도이치모터스는 수입차 딜러사 중 손꼽히는 규모의 상장사다. 렌터카 업계에서는 이 같은 업무협약이 일반적이지 않다는 증언이 나온다. 
그냥 막연하게 지나가는 사람이 와서 ‘나 50대 이렇게 할 테니까 우리 이거 하자’ 이렇게는 아니었겠지. 모르겠어요. 저 같으면 도이치모터스에서 50대를 살… 영업을 할 생각을 솔직히 못해. 우리 중소사업자들 저 같은 사람들은 그렇게 안 해주겠죠.

렌터카 업계 관계자 A
비마이카 입장에서는 대외적으로 굉장히 큰 홍보거리가 되죠. 도이치모터스랑 손을 잡았다. 그러니까 예를 들어서 다른 캐피탈이나 다른 투자자나 이런 곳에다가 어필하기가 굉장히 쉽잖아요. 우리가 밀어주고 있다. 그러니까 얘들이랑 우리랑 같은 편이니 우리한테 돈을 빌려줘도 이제 괜찮다 내지는 우리랑 같이 뭘 제휴를 하자 이런 식으로 이제 사업적으로 펼쳐나가기가 쉬운 거죠.

렌터카 업체 관계자 B 
비마이카에 BMW를 제공한 도이치모터스는 건희 씨와 특수관계로 알려진 회사다. 건희 씨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제외하고도 거의 10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도이치모터스와 주식을 거래했다. 권오수 도이치모터스 회장은 같은 기간 건희 씨에게 회사 주식을 배정하는 등 경제적 이득을 제공했다. 특히 도이치모터스가 BMW 50대를 비마이카에 내줬던 2013년 6월은 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 도이치파이낸셜 주식 40만주(2억 원 어치)를 헐값에 인수했던 시기다. 
비마이카가 도이치모터스와 업무협약을 맺고 이벤트를 벌였던 2013년 6월은, 김건희 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자회사인 도이치파이낸셜의 신주 40만주를 배정받은 시기다.
이렇게 도이치모터스와 특수관계였던 건희 씨가 비마이카에 대한 차량 제공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삼각거래의 두 번째에 해당한다. 앞서 건희 씨, 그리고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씨와 함께 대학원에 다녔다는 익명의 제보자는 지난달 뉴스타파에 이메일을 보내왔다. 이 제보자는 이메일에서 건희 씨와 김 씨, 그리고 비마이카가 연루된 의혹에 대해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김 씨가 건희 씨를) 동기들에게 사촌간이라고 소개했고 누나라고 호칭했으며..”
“그 당시 인기 차종이던 BMW 차량이 김건희의 연결로 도이치모터스를 통해 나온 걸로 알고 있습니다” 
한 제보자가 뉴스타파에 보낸 이메일,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와 김건희 씨의 관계를 소개하고 있다.
취재진은 이 제보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진술도 확보할 수 있었다. 당시 렌터카 업계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와 건희 씨가 친남매라는 소문이 돌았다는 것이다. 또한 도이치모터스와 비마이카가 맺은 업무협약의 내용을 고려할 때 ‘윗선’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진술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니, 그 제가 아는 걸로는 김건희 동생이 김OO이라고요. 김건희… 김건희 씨 동생이 김OO으로 나는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누나가 누군지도 몰랐죠. 그랬는데 OO이가 ‘자기 누나가 매형이 윤석열’이라고 그러길래 그런가 보다하고 말았어요. 솔직히.

전직 렌터카 업계 관계자
도이치 모터스가 BMW의 딜러인 상황에서 이런 식으로 한다라고 하는 건 당연히... 프로모션이 들어갔잖아요. 일단 그 프로모션이 회사 이름이 나왔잖아요. 마케팅 활동을 보고를 하게 돼 있어요. 함부로 저기 신문에 그런 식으로 낼 수가 없어요. 당연히 그러면은 경영진이 그거를 확인을 하고 회사 직인이 들어가야 되잖아요. 그러면 권오수 회장이 어떻게든 도장을 찍어야 되잖아요.

렌터카 업체 관계자B 
이에 대해 비마이카는 이메일 답변에서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의 세일즈 담당자를 소개해준 것은 맞지만 김건희 씨의 개입 여부는 알지 못하며, 도이치모터스 담당자가 제시한 조건이 다른 딜러사보다 좋았기 때문에 도이치모터스를 선택한 것 뿐”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비마이카는 뉴스타파에 "김 씨가 도이치모터스를 연결해준 것은 맞지만 김건희 씨의 개입 여부는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러한 비마이카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혹은 또 있다. 건희 씨가 비마이카와 관련된 회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던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건희 씨가 이사를 지낸 회사는 비마이카의 계열사인 비엠씨셀앤바이다. 건희 씨는 회사 이름이 비엠씨셀앤바이로 바뀌기 전인 2013년 말까지 이 회사의 사내 이사를 역임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건희 씨가 이사에서 물러난 뒤 바로 비마이카 대표인 조 씨가 비엠씨셀앤바이 대표가 됐다는 것이다. 이후 비엠씨셀앤바이는 비마이카 유상증자에 참여해 5억 8천만 원 어치 주식을 샀고, 비마이카는 2016년이 돼서야 이 회사를 계열사로 편입했다. 정리하면, 어떤 이유에서인지 건희 씨가 이사로 등재됐던 회사가 조 씨에게 넘어갔고, 그 뒤 최종적으로 이 회사가 비마이카 계열사가 됐다는 것이다. 비엠씨셀앤바이는 건희 씨가 사내 이사로 재직할 당시 특별한 영업활동이 없던 휴면법인이었다. 
비마이카 자회사인 비엠씨셀앤바이의 등기부등본. 회사 이름이 바뀌기 전, 김건희 씨가 사내 이사로 등재되어 있었다. 
취재진은 건희 씨가 사내이사로 등재됐던 시기 이 회사에서 일하던 사람을 어렵게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비마이카와 비엠씨셀앤바이의 정확한 관계는 알 수 없지만, 비엠씨셀앤바이가 만들어질 때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건희 씨에게 연락해 이사직을 권유했다고 털어놨다. 비마이카 창업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김 씨가 비마이카 자회사 설립에도 관여했던 것이다. 
조OO은 아예 애초에 없었어요. 그때 회사 만들 때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중의 1명이 김OO이었고, (그때) OO이가 전화해서 ‘누나 이런 회사 만들 건데 할래?’ 누나 할래? 그렇게 법인 만든 거예요. 

비엠씨셀앤바이 전 관계자
김 씨와 건희 씨가 비마이카를 매개로 거래를 주고받은 정황은 또 있다. 비마이카가 설립된 2013년 건희 씨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대형 사진전을 개최했다. 이 전시 협찬사 중에는 건희 씨와 10년 넘게 관계를 맺어 온 도이치모터스가 있었다. 그런데 전시가 열린 같은 해 설립된 비마이카도 전시 협찬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마이카가 계열사로 운영하던 한 자동차 전문 카페에는 건희 씨가 기획한 전시회에 쓰인 사진들이 걸려있기도 했다. 게다가 2013년 당시 대형 사진전의 제작과 투자를 전담한 곳은 로버스트인베스트먼트,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가 운영한 바로 그 회사다. 취재진은 지난해, 김 씨와 두차례 만나 건희 씨와 어떤 관계인지 인터뷰를 시도했지만 김 씨는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뉴스타파 질의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도이치모터스와 건희 씨에게도 각각 해명을 요청했다. 도이치모터스가 신생 렌터카 업체인 비마이카에 BMW 50대를 제공하게 된 경위를 묻는 질문을 보냈다. 도이치모터스에는 수차례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답변하지 않았고, 건희 씨 역시 전화와 문자로 수차례 해명을 요청했지만 직접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셋째 변 : 김 씨, 비마이카와 거래해 수십억 원 시세 차익

이제 삼각거래 의혹의 마지막 고리를 연결할 차례다.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도촌동 사업은 물론 김건희 일가의 재산 증식에 마치 재산관리인이나 집사처럼 도움을 줬다. 그리고 건희 씨는 신생 업체인 비마이카가 사업 초반 ‘결정적인 고비’를 넘고, 렌터카 시장에 자리잡을 수 있도록 자신이 잘 알고 지내던 도이치모터스를 소개했다는 진술과 정황이 있다. 그렇다면 김 씨는 앞선 검찰 수사에서 주장한 것처럼 이들과의 거래로 얻은 이익이 전혀 없을까. 삼각거래 중 삼각형의 마지막 변에 해당하는 거래는 김 씨가 얻은 경제적 보상과 관련이 있다. 
지난 2015년 김 씨는 싸이드스텝이라는 카셰어링 스타트업을 설립했다. 이 회사는 한해 매출 규모가 3억 원 정도로 경영실적이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당시 벤처투자 업계에서는 카셰어링 업체의 성장 가능성을 낮게 평가하는 시각이 있었다. 기존 렌터카 업체에 비해 가격 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고, 차량 매입에 따른 감가상각 속도를 매출 증가 속도로 상쇄할 수 없기 때문에 회사 재무구조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하지만 비마이카는 2017년 11월 싸이드스텝을 인수했다. 비마이카의 싸이드스텝 인수합병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해 이루어졌다. 결과적으로 김 씨는 이 인수합병을 통해 막대한 시세차익을 거두어들였다. 
비마이카와 싸이드스텝의 포괄적 주식 교환 거래 계약서
포괄적 주식 교환 거래는 쉽게 말해, 두 회사가 각자 갖고 있는 주식을 상대 회사에 넘기는 방식을 말한다. 당시 김 씨는 싸이드스텝 주식 3200주를 넘긴 대가로 비마이카 주식 1400여 주(11억 원 어치)와 현금 3억 원을 받았다. 주당 거래 가격은 78만 원 정도다. 당시 거래에 대해 비마이카는 외부 전문기관의 평가에 따라 회사가치를 산정했다고 설명한다. 이렇게만 보면 당시 김 씨의 비마이카 주식 취득 과정에는 별 문제가 없어 보인다. 
그런데 김 씨는 같은 달 비마이카 주식 4000주를 추가로 인수한다. 기존 주주인 이 모 씨가 김 씨에게 주식 4000주를 매각했다. 당시 김 씨가 해당 4000주를 인수하는데 쓴 돈은 4000만 원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싸이드스텝 인수 합병 당시에는 1주당 78만 원에 평가된 주식이 같은달 단돈 만 원에 거래된 것이다. 투자업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비정상적인 거래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런 경우는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벤처기업들이 아주 좋아질 때는 가격이 비쌌다가 회사가 위태해지거나 이러면 주가가 폭락해서 이런 식으로 거래가 이뤄질 수도 있어요. 그런데 그게 회사가 이틀(거래일) 사이에 부도가 나거나 갑자기 채무 불이행이 일어나거나 그런 어떤 아주 돌발적인 그런 변수가 없었다고 그러면 이런 거래는 국세청에서도 이상하게 볼 거 같은데요. 증여로 볼 수 있어요. 이런 것들은…

벤처투자 업체 대표
어찌됐든 김 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싸이드스텝 주식과 경영권을 비마이카에 팔고, 여기에 추가로 시장 가격의 70분의 1도 안되는 헐값에 비마이카 주식을 사들여 지분 14.4%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된다. 그리고 3년 뒤인 2020년, 이중 일부 주식을 되팔아 투자금을 회수했다. 당시 1주당 거래 가격은 무려 146만 원까지 치솟았다. 이를 적용하면, 김 씨가 벌어들인 수익은 34억 원에 달한다. 또 팔지 않고 보유했던 주식은 그 가치만 4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평가됐다. 
따라서 김 씨는 비마이카 주식 거래로 3년 만에 60억 원이 넘는 수익을 올린 셈이다. 이렇게 김 씨가 단기간 고수익을 낼 수 있던 데는 비마이카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포괄적 주식 교환과 헐값 인수가 없었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거래이기 때문이다. 비마이카 대주주인 조 씨의 승인 없이 가능했던 거래인지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이거는 제가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이런 식의 거래는 보통 차명계좌이거나 그런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벤처투자 업체 대표
이에 대해 비마이카는 “김 씨 회사인 싸이드스텝과의 인수 합병은 적정한 가치평가에 따라 이루어졌으며, 당시 비마이카의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었던만큼 주당 만 원에 주식을 사들였다해도 김 씨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거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김건희 씨와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비마이카를 경유한 삼각거래를 통해 사업적 이익을 주고 받은 것으로 보인다. 
이로써 삼각거래 의혹의 마지막 고리가 연결됐다. 잔고증명서 위조를 매개로 한 삼각거래에는 유력 대선 후보의 부인과 잔고증명서 위조 사건의 공범, 한 벤처회사가 각각 등장한다. 가장 먼저 김 씨는 법적인 처벌을 감수하고 잔고증명서를 위조하는 등 김건희 일가의 사업에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건희 씨는 그 대가인지는 몰라도, 비마이카와 연관된 회사에 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비마이카의 사업을 도왔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리고 잔고증명서를 위조한 김 씨는 비마이카의 성장과 함께 수십억 원을 벌었다.
이에 대해 김건희 씨는 지난 10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캠프를 통해 “잔고증명서 사건에 관여된 사실이 없고, 비마이카는 물론 어떠한 회사를 통해서도 대가를 주고받은 적이 없다”는 입장을 전해왔다. 
이어지는 기사(https://newstapa.org/article/SA_7P)에서는, 비마이카 설립 초기 결정적인 종잣돈을 대출해 준 신안저축은행과 윤석열 후보 처가와의 관계에 대해 취재한 내용을 보도한다. 
제작진
취재심인보, 강현석, 박종화
영상취재최형석
CG정동우
그래픽이도현
편집박서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