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이동통신 가입률 '7.7%'···비싼 요금으로 보편화 더뎌

2020년 04월 14일 10시 45분

정부 가격 규제 안 먹히고
요금 경쟁 없어 판매 저조

5세대(G) 이동통신이 2019년 4월 5일 개통해 1년이 흘렀지만 통신사업자들이 비싼 요금제를 고수해 가입률은 10% 미만에 그치고 있다. 

5G 이동통신은 2020년 2월 말 현재 누적 가입자가 536만699명으로 집계됐다. 같은 달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회선) 6906만7099명의 7.7%에 지나지 않았다. 4G 이동통신 ‘엘티이(LTE)’가 개통 11개월 만인 2012년 10월 이용자 1269만7582명으로 당시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5335만1626명의 23.79%에 이르렀던 것과 견주기 어려운 이용률 수준이다. 

LTE는 개통 9개월 만인 2012년 8월 이용자 1000만 명을 돌파(1022만7819명)하며 그때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5319만6862명의 19.2%를 차지해 대중화에 속도를 붙였다. 실제로 개통 10개월 만인 2012년 9월 이용자가 1171만7790명으로 당시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5327만8317명의 21.9%로 올라섰다. 하지만 5G는 개통 1년임에도 가입자 1000만 명이 요원하다. 2020년 2월에야 500만 명을 넘어섰을 뿐이다.

까닭이 뭘까. 주요인은 비싼 가격 때문이다. SK텔레콤의 경우 이른바 ‘스탠다드’ 요금이 월 7만5000원에 이른다. ‘슬림’ 요금도 월 5만5000원. ‘무제한’으로 쓰려면 월 12만5000원까지 내야 한다. 이런 체계를 깨기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5G 개통 전인 2019년 3월부터 SK텔레콤을 비롯한 주요 이동통신사업자에게 3만 ~ 4만 원대 중저가 요금제를 꾸준히 요구했다. 당시 7만 원대 요금제를 인가해 달라는 SK텔레콤의 신청을 반려한 이유였다. 이태희 당시 과기정통부 통신정책국장으로부터 “5G에서도 (데이터) 중·소량 이용자를 위한 중저가 (요금) 구간이 필요하다는 이용약관심의자문위원회 제안을 받아들인 것”이라는 설명이 뒤따르기도 했다.

▲ 2019년 5G 이동전화 가입자 흐름. (단위 명, 집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20년 5G 이동전화 가입자. (단위 명, 집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 2020년 4월 1일 기준 SK텔레콤 5G 이동통신 요금제. 시장 지배력이 큰 SK텔레콤은 정부로부터 미리 요금 인가를 받아야 한다. KT와 LG유플러스 5G 요금도 비슷한 수준이다.

개통 뒤에도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는 꾸준히 이어졌다. 2019년 11월 29일 최기영 과기정통부 장관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대표이사를 만나 “중저가 (5G) 요금제 출시”를 당부한 게 이를 방증했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도 지난 1년여 동안 사업자에게 3만 ~ 4만 원대 5G 중저가 요금제를 “계속 요구했다”고 밝혔다. 이런 노력에도 ‘5G 이통 요금이 월 5만50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책 당국의 꾸준한 가격 인하 요구가 사업자에게 왜 반영되지 않는지 의문이다.

장석영 과기정통부 2차관은 “저희가 힘이 없다”며 “정부가 (사업자) 팔을 비틀 권한이 있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요금 인하를 바라는) 시장 의견을 전달하고는 하는데 쉽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서비스가 안 되는 곳이 있는데도 비싼 것 아니냐 하는 소비자 의견이 많이 있는데, (정부에 모든 이통 요금의) 인가권이 있어서 (규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며 “예전에는 법적 권한이 없더라도 정부가 얘기하면 사업자들이 알아서 (인하)하기도 했는데 지금은 법적 근거가 없으면 잘 안 된다”고 덧붙였다. 이태희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도 “저희가 힘이 없다고 봐야죠”라고 말했다. 지난 20년간 “인허가 규제가 하나씩 없어져 지금은 솔직히 (정부가) 갖고 있는 게 몇 개 없다”는 것. “지금은, 요금을 내리라고 지속적으로 촉구하는 건 사실이지만 사업자가 판단할 문제가 됐고, 저희가 갖고 있는 건 요금 인가 제도와 도매 제공 규제 정도밖에 없다”고 짚었다.

정부 정책이 실패한 것일까. 장석영 차관은 “그건 좀 성급한 것(평가) 아닌가 싶다”며 “일단은 앞뜰폰부터 조금씩 내리기로 했다. 알뜰폰 중심으로 해서 3만 원대 나오고, 2만 원대까지 나올 수 있을 거라고 한다. 그러면 시장 경쟁이 되면서 (5G 일반 요금도) 내리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태희 실장도 알뜰폰을 기점으로 요금이 “이제 내려갈 것”이라고 봤다. 조경식 청와대 디지털혁신비서관은 5G 일반 요금이 5만50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까닭과 정부 정책 실패 여부를 두고 “한번 파악해 보겠다”고 답했다.

직접 이동통신망을 깔지 않고 도매로 사들인 뒤 값싼 상품을 내놓는 알뜰폰이 5G 요금 인하 경쟁을 부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2020년 2월까지 5G 알뜰폰을 쓰는 소비자가 318명에 지나지 않았다. 당시 5G 이통 가입자 536만699명의 0.005%. 같은 때 이동전화 전체 가입자 6906만7099명의 0.0004%에 불과했다.

올해 2월 들어 LG유플러스 자회사 LG헬로비전과 미디어로그가 월 3만9600원짜리, KT 자회사 KTM모바일이 월 4만5100원짜리 5G 알뜰폰 상품을 내놓았지만 가격 인하 경쟁이 활발해질 낌새는 없다. SK텔레콤도 3월 30일부터 “6개 알뜰폰 사업자에게 5G 요금제를 도매로 제공하고 5G 망을 알뜰폰에 본격 개방한다”며 3만7400원 ~ 7만 원짜리 상품이 나올 수 있게 했다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 2020년 2월 3일 LG유플러스가 내놓은 5G 알뜰폰 상품 홍보 사진.

5세대(G) 이동통신다운 상품 없는데 가격은 요지부동

“5G 이동통신이 맞나요, 지금?”

익명을 요구한 한 방송통신 정책 전문가 지적이다. 5G 일반 요금이 월 5만5000원 아래로 내려가지 않는 까닭을 물었는데 대답 대신 “5G 이동통신이 맞느냐”고 되물어 온 것. 그는 “5G 기지국이 포설되기는 했는데 (이용자가 서비스) 커버리지 안에 들어 있더라도 주파수 특성상 그걸 다 커버하지 못한다”며 “그래서 백(back) 망으로 LTE를 쓰잖아요. 그러니 5G와 4G 사이 중간 영역에서 요금을 책정하는 게 맞다”고 봤다.

5G다운 상품을 팔고 있지 않으니 4.5G쯤으로 보고 3만 ~ 4만 원대 일반 요금제를 내놓을 수 있다는 뜻. 그는 실제로 “5G만 놓고 보면, 주파수 대역 특성상 (기지국을) 여러 군데 심어야 하고, 심어도 음영 지역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계속 (설비)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요금 책정 바탕인 원가가 증가하죠. 그러면 5G만으로는 (가격을) 낮출 여력이 없는데 (지금) LTE가 결합돼 있으니 (되레) 낮출 여력이 있다”고 짚었다. 그는 특히 이통 3사 가운데 하나를 두고 “(그 회사 5G엔) 무조건 LTE 수신 장비가 붙어요. 거기는 어찌 보면 LTE에 5G 장비를 붙인 것이어서 요금을 더 내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금 5G에 4G 설비를 섞어 쓰고 있는 건 이동통신 사업자가 스스로 방증했다. 지난 1월 20일 SK텔레콤이 이통 상용망에서 ‘순 5G’라는 ‘SA(Standalone, 단독 규격)’ 통신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에나 상용화할 수 있다고 밝힌 것. “현재의 5G 네트워크는 LTE 시스템을 일부 공유하는 ‘NSA(Non-Standalone, 5G-LTE 복합 규격)’ 방식”이라는 친절한 설명과 함께였다. 같은 날 LG유플러스도 5G SA 표준을 바탕으로 삼아 통신 서비스 시연에 성공했다는 참고 자료를 내놓았다.

5G 이통 상품이 온전하지 않다는 건 LG유플러스 최고경영자 발언으로도 확인된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은 4월 2일 임직원에게 “1년 전 5G 상용화를 시작한 초심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각오를 다지자”며 “‘요금이 비싸다’, ‘볼 만한 콘텐츠가 없다’, ‘5G가 터지지 않아 LTE로 전환해 쓰고 있다’ 등 고객의 쓴소리를 반드시 기억하고 모두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 2020년 1월 20일 SK텔레콤이 내놓은 5G 스탠드얼론(SA) 통신 구현 알림 자료. 지난 10개월 동안 판매한 5G 이동통신이 온전한 5세대 통신이 아니었음을 엿보게 했다.

▲ SK텔레콤의 같은 알림. “현재의 5G 네트워크는 LTE 시스템을 일부 공유하는” 방식이라고 실토했고, 5G 순 통신은 “올해 상반기”에나 가능하다고 밝혔다.

세 사업자는 그러나 가격 인하 요구엔 요지부동이다. 지난해 11월 말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5G 중저가 요금제가 “시기상조”이고 “(가입자가 늘어) 좀 더 보편적인 서비스가 돼야” 가능하다고 주장했고, 그 흐름이 올해로 이어졌다. KT 한 임원도 “정부에선 중저가 요구를 계속하지만 당장은 (설비) 투자도 많이 해야 하고 시장 초기여서 어렵다”며 “현재는 (회사에서 5G 일반 요금제 가격을 인하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김상수 LG유플러스 상무도 “(월 5만5000원 아래 5G 일반 요금제 출시 계획이) 아직은 없다”며 “5G는 이제 시작했기 때문에 이통 3사 관련 실적이 도긴개긴이고, 아르푸(ARPU, 가입자 1인당 평균 수익)가 낮아져 요금을 내리는 데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김 상무는 5G를 “이제 시작”한 상품으로 여기지만 이미 개통한 지 1년이나 흐른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LG유플러스는 월 6만5000원짜리 무제한 요금제 ‘5G 다이렉트’를 지난 2월 14일부터 5월 31일까지 3개월 동안 팔되 구매 선착순 1만 명에게 매달 1만 원씩을 더 깎아 줘 5만5000원에 쓸 수 있게 하겠다고 밝혔다. 5G 이통 일반 요금을 깎을 수는 있되 월 5만5000원 아래로는 내릴 생각이 없음을 내보인 것. KT와 SK텔레콤도 일반 요금제를 두고는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한 대형로펌의 방송통신 고문은 “(5G 일반 요금 인하는) 정부가 이통 3사 몸체에 접근해 해결할 문제”인데 “3사는 (일반 요금제가) 주력 상품이다 보니 정부의 요금 인하 요구가 본인들에게는 그냥 영업 이익을 내놓으라는 것과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 대표 입장에서 생리상 (요금 인하 요구를) 대놓고 받을 사람이 있겠느냐”며 “(정부가 요금을 내리려면) 여러 가지 작전이 필요할 텐데, 예전 같으면 사업자 팔을 비틀기도 하고, 서로 입장 봐줘서 (인하)해 주기도 했지만 지금은 (SK텔레콤) CEO도 거부한 것 아닙니까. (5G 설비) 투자해야 되는데 (요금 인하로) 여력을 꺾는 것 아니냐거나 기지국 세우라더니 요금도 내리라고 하면 어찌하느냐고 거부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고 봤다.

2019년 9월까지 과기정통부에 준공 신고된 이통 3사의 5G 기지국 수는 3.5기가헤르츠(GHz)대역 7만9485국으로 확인됐다. LG유플러스 3만282국, KT 2만7537국, SK텔레콤 2만1666국. 정부가 제시한 5G ‘망 구축 기준’인 3사 15만 국씩 45만 국의 17.6%에 머물렀다. 2019년 4월 5G를 개통할 때 3사가 이미 갖췄다고 주장했던 8만2000국(SK텔레콤 3만4000국, KT 3만 국, LG유플러스 1만8000국)보다 줄었다. 3사가 개설 신고한 기지국에 10만 대씩 갖춰야 할 ‘28GHz대역 5G 장비’는 설치 작업을 제대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0년 2월까지 준공 신고된 이통 3사 5G 기지국 수를 공개해 달라는 뉴스타파 요구에 “해당 사업자가 경영상·영업상 비밀 이유로 공개를 반대한다”며 응하지 않았다.

제작진
취재이은용
디자인이도현
출판허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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