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 야권, '은혜로교회-피지정부 유착' 조사 촉구

2022년 07월 29일 16시 43분

뉴스타파가 국제 탐사보도 기관인 '조직 범죄와 부패 보도 프로젝트(이하 OCCRP·Organized Crime and Corruption Reporting Project)'와 함께 보도한 피지 정부의 은혜로교회 비호 의혹과 관련해, 피지 야당이 일제히 보도자료와 성명 등을 통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현 집권 여당을 제외한 피지의 야당들은 올해 실시될 총선에서 집권할 경우 은혜로교회 관련 의혹을 공식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피지에서는 올해 말 총선이 실시될 예정이다.  
앞서 뉴스타파는 지난 26일 OCCRP와 함께 국제협업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피지 은혜로교회의 실상을 2회에 나눠 보도했다. ([피지에 '왕국' 세운 이단교회]①은혜로교회, 신도 폭행·착취), ([피지에 '왕국' 세운 이단교회]② 피지 정부, '은혜로교회' 비호 의혹). 
협업 취재팀은 은혜로교회가 조세이아 프랭크 바이니마라마(Josaia Voreqe Bainimarama) 피지 총리가 이끄는 현 집권당의 도움을 받아 피지에서 급속히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고 보도했다. 또 2015년 이후로 피지 국책은행인 피지개발은행이 은혜로교회에 한화로 50억 이상의 자금을 대출해준 사실도 폭로했다. 이 은행은 현 집권 정당의 2인자로 불리는 아이야즈 사예드 카윰(Aiyaz Sayed-Khaiyum) 법무부장관이 관할한다. 바이니마라마 총리와 카윰 법무장관의 정당, 즉 현 피지 집권당은 ‘피지퍼스트(Fiji First)’다. 
조세이아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오른쪽)와 아이야즈 사예드 카윰 피지 법무부장관(왼쪽).
원내 정당이자 피지 제 1야당인 '사회민주자유당(SODELPA)'은 보도 다음날인 27일 언론 배포문을 통해 "OCCRP와 뉴스타파가 보도한 은혜로교회 및 피지 정부 관련 내용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그동안 은혜로교회의 급속한 피지 사업 확장에 많은 피지 국민들이 무언의 우려를 표했으며, 은혜로교회 내에서 인권 침해와 노동권 침해 의혹이 있는 것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사회민주자유당은 "우리는 피지 땅에서 그러한 심각한 인권 및 노동권 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며 집권 여당과 관할 당국에 "은혜로교회와의 관계를 청산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피지퍼스트' 정부가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사회민주자유당이 정권을 잡을 경우 독립적인 조사를 수행하기 위한 조사위원회를 꾸릴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원내 정당인 국민연합당(NFP)을 이끌고 있는 비만 프라사드 대표는 28일 호주 라디오 매체인 '라디오 오스트레일리아'와 인터뷰에서 "(은혜로교회와 피지 정부에) 제기된 의혹에 대해 즉시 조사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992년부터 1999년까지 피지 총리를 맡았던 시티베니 라부카(Sitiveni Rabuka) 인민연합당(People's Alliance) 대표는 27일 언론 배포문을 통해 "신도를 착취한 행위로 한국에서 감옥에 있는 목사가 설립한 외국 종파가 피지퍼스트 정부에 의해 '레드 카펫'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피지 연방준비은행의 전 총재이자 '피지통합당(Unity Fiji)' 대표인 사베나카 나루베(Savenaca Narube) 대표는 "은혜로교회와 피지 정부의 긴밀한 관계에 깊은 우려를 갖고 지켜봤다", "은혜로교회에서 일어나는 신도들에 대한 정신적, 신체적 학대에 대해 우려한다"며 "피지통합당 정부는 은혜로교회와 현 정부의 유착을 조사해 모든 의혹을 해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1999년부터 2000년까지 피지 총리를 맡았던 마헨드라 차우다리(Mahendra Chaurdhary) 현 피지노동당(Labour Party) 대표는 OCCRP와 뉴스타파의 보도가 "진실을 밝혀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피지의 많은 권력자들이 은혜로교회에 대해 호의를 베풀고 그 대가로 사적인 이득을 취했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고, 은혜로교회가 정부의 건설 계약을 따낸 것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피지 경찰의 은혜로교회 관련 수사는 그저 '장난(just a joke)'이었다, 이제 이들을 제대로 조사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은혜로교회와 유착 의혹이 제기된 카윰 법무장관은 뉴스타파-OCCRP 보도 이후 현지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그 보도를 한 매체를 들어본 적이 없다"며 "그런 조직을 신뢰할 수 있냐"라고 말했다. 
은혜로교회는 지난 2013년부터 이른바 종말론을 내세우며 피지가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핵전쟁과 기근 등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나라라는 이유로 신도 약 400명을 집단 이주시켰다. 신옥주 목사가 이끌었던 이 교회는 성경에 나오는 '타작' 관련 이야기를 근거로 '타작마당'이라는 종교 의식을 만들어 신도들을 '타작', 즉 구타하고 피지에 이주한 신도들의 여권을 걷어 보관하는 등 인권 탄압과 가혹 행위를 일삼았다. 피지로 집단 이주하고 나서는 신도들에게 무임금으로 주6일, 하루 12시간 이상의 노동을 강제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결국 지난 2018년, 신도 폭행 및 감금 등의 혐의로 신옥주 목사는 인천공항으로 입국하는 길에 한국 경찰에 체포됐고 이후 대법원에서 징역 7년을 선고받아 현재 복역 중이다. 하지만 신옥주 목사의 아들 김정용 씨가 여전히 피지에 남아 피지 은혜로교회 사업체인 '그레이스 로드 그룹'의 실질적 대표를 맡고 있다.
은혜로교회는 피지에 정착한 지 10년이 채 안 돼 피지에서 가장 큰 식당 체인과 120만 평의 농장 등을 운영하고 있다. 은혜로교회가 경영하는 식당, 카페 등은 피지의 주요 도시 쇼핑센터에 입점해 있으며 현재는 사업 범위를 케이터링, 화장품 사업, 치과, 주유소, 건설업으로 넓혔다. 뉴스타파-OCCRP 협업 취재팀은 은혜로교회의 사업 확장 비결에 현 피지 정부의 도움이 있었다고 보도했다. 
은혜로교회가 피지에서 운영하는 대형 마트 내부 (출처 : OCCRP)
은혜로교회가 피지에서 판매하는 빵과 케익들  (출처 : OCCRP)
피지를 포함해 호주, 뉴질랜드 등 인근 국가의 여러 매체도 뉴스타파-OCCRP가 보도한 은혜로교회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고 있다. 
피지 현지 매체인 피지 빌리지 PINA가 관련 내용을 다뤘고, 호주 국영방송인 ABC는 보도 첫날인 26일 태평양 지역 뉴스를 다루는 라디오 뉴스 프로그램, ‘퍼시픽 비트(PACIFIC BEAT)’에서 뉴스타파와 OCCRP의 협업 취재 내용을 자세히 소개했다. ABC 방송은 이틀 뒤인 28일에는 피지 야당에서 은혜로교회와 집권당의 관계에 대해 조사를 촉구하고 있다는 내용도 보도했다. 뉴질랜드의 라디오 매체 RNZ도 뉴스타파-OCCRP의 협업 취재 내용과 함께 은혜로교회와 피지 권력 실세의 유착 의혹에 대한 피지 야당의 반응을 보도했다.
제작진
취재강혜인, 이명주
디자인이도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