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방산업체 연관 유령회사 발견... '스위스계좌 개설'
2016년 04월 27일 07시 32분
뉴스타파의 보도를 토대로 검찰이 방위산업체 비리를 적발해 기소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에서 국내 방위산업 대기업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이는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 컴퍼니 두 곳을 찾아내 폭로했다. 세관과 검찰은 이후 추가 수사를 벌여 전직 장성 한명과 방산업체 임원의 뇌물 수수혐의를 적발해 기소했다. 이들은 뉴스타파가 보도한 터키의 무기거래 중개업체 KTR과 국내 방위산업체 사이의 수상한 거래 과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각각 거액의 금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관련기사 : 대형 방산업체 연관 유령 회사 발견)
<파나마 페이퍼스> 프로젝트는 파나마의 최대 로펌 ‘모색 폰세카’에서 유출된 내부자료를 토대로 전세계 60여 개 언론사 기자들이 공동 취재해 세계적 규모의 역외 탈세와 돈세탁 실태를 폭로한 기획이다. 한국에서는 뉴스타파가 파트너 언론사로 참여했다.
서울중앙지검 외사부는 터키의 무기 중개 업체인 KTR로부터 각각 8억 원과 13억 5천만 원의 의 뒷돈을 받은 혐의로 예비역 준장 고 모 씨와 삼성 테크윈 (현 한화 테크윈)의 전직 임원 김 모 씨를 기소했다. 터키의 무기 중개업체 KTR의 원래 이름은 ‘코오롱 터키 리미티드’로, 1990년대 한국기업인 코오롱이 터키에 탄약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현지 에이전트 역할을 한 것을 계기로 무기 중개업에 뛰어든 회사다. 현재의 코오롱과는 무관하다.
우선 예비역 준장 고 모씨는 2009년 1월까지 터키 주재 무관으로 근무하다 퇴역한 뒤 아내의 이름을 대표로 내건 페이퍼 컴퍼니를 세워 KTR로부터 컨설팅비 명목으로 3년 동안 72만 달러 (8억 천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현대로템이 K-2 전차 기술을 터키에 수출하는 과정을 지원하는 업무를 맡았던 고 씨는, 방위사업청 공무원과 현대로템의 담당자에게 KTR과의 기술 수출 계약을 체결하도록 종용한 대가로 금품을 받았다고 검찰은 밝혔다.
뉴스타파는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 당시, 현대로템이 KTR과 거래를 하는 과정에서 조세도피처인 버진 아일랜드에 세운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거래를 한 사실을 확인했다. 특히 문제의 페이퍼 컴퍼니는 스위스 UBS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었으며 이로 미루어볼 때 로비자금이나 리베이트 같은 검은 돈을 은닉하기 위한 목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한 바 있다. 보도 이후 거의 3년 만에 검찰의 수사를 통해 뉴스타파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삼성 테크윈(현 한화테크윈)의 임원 김 모 씨는 KTR로부터 K-9 자주포 성능 개량 산업에 터키 업체 제품을 납품하게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2009년부터 2014년까지 120만 달러 (13억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김 씨가 뒷돈을 받는 과정에서 페이퍼 컴퍼니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에 대해서는 확인이 되지 않았다. 김 씨는 KTR로부터 받은 뒷돈과는 별도로, 국내의 다른 업체로부터 부품 납품 대가로 2억 5천만 원을, 해외의 다른 업체로부터는 40만 달러(4억 5천만 원)을 받은 혐의도 받고 있다.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 당시 뉴스타파가 취재에 착수하자 터키 무기중개업체 KTR은 홈페이지 첫 화면에 눈에 잘 띄게 게재해 놓았던 주요 거래 파트너의 목록을 서둘러 삭제한 바 있다. 당시 KTR이 황급히 이런 조치를 취한 이유가 무엇인지 이제야 드러난 것이다.
이번 검찰의 수사에는 뉴스타파의 보도가 결정적 단초가 됐다. 지난 2016년 4월 뉴스타파 보도를 계기로 우선 세관이 방위산업체들의 외국환 거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조사를 했으며, 지난해 1월 세관으로부터 조사 결과를 넘겨받아 수사를 한 끝에 이들의 범죄 혐의를 포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뉴스타파의 2016년 <파나마 페이퍼스> 보도와 2017년 <파라다이스 페이퍼스> 보도 이후 조세당국은 뉴스타파 보도에 등장한 기업과 인물들에 대해 광범위한 조사를 벌여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추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어떤 기업과 인물들로부터 얼마의 세금을 추징했는지에 대해서는 납세자 개인 정보 보호를 이유로 밝히지 않고 있다.
취재 : 심인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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