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개혁] 미래에셋 임직원들이 홍천으로 간 이유
2017년 06월 23일 10시 34분
뉴스타파 보도 3년 만에 공정거래위원회가 박현주 회장의 가족회사에 일감 몰아주기를 한 혐의로 미래에셋 계열사들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43억 9천만 원의 제재를 결정했다. 뉴스타파는 지난 2017년 6월 강원도 홍천 블루마운틴CC 골프장에서 이뤄진 미래에셋 그룹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보도한 바 있다. (관련기사 : 미래에셋 임직원들이 홍천으로 간 이유 https://newstapa.org/article/lGNlJ)
공정위는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2015년부터 3년에 걸쳐 430억 원에 이르는 내부거래를 통해 지주회사 격인 미래에셋컨설팅을 지원한 것으로 봤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총수 박현주 회장 일가가 지분 90% 이상을 가지고 있는 사실상의 가족회사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이 회사에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블루마운틴CC)과 호텔(포시즌스호텔)에서 임직원 법인카드 사용, 행사 및 연수, 광고, 명절 선물 구입 등 내부거래를 해 일감을 몰아줬다. 임직원들에게는 해당 골프장과 호텔을 이용하도록 하는 그룹 차원의 이용원칙이 있었고, 주요 계열사들은 할당량에 따라 선불카드 등을 구입해야 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이러한 계열사 매출을 기반으로 매출 규모가 2014년 176억 원에서 2017년 1100억 원으로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스타파는 2017년 보도를 통해 미래에셋 주요계열사들의 골프장 법인카드 사용 비중이 블루마운틴CC에 70~95% 집중된 사실을 밝혔다. 당시 미래에셋 관계자는 '계열사들의 자율적인 이용'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번 미래에셋 그룹에 대한 제재는 공시대상기업집단 소속회사가 소속 관계의 회사와의 거래에서 합리적 검토없이 무조건적 거래를 하는 것은 공정거래법 위반이 된다는 사실을 밝힌 첫 사례다.
미래에셋 측은 공정위 제재에 대해 '금산분리 원칙에 의해 그룹 내 비금융계열사인 미래에셋컨설팅이 불가피하게 운영을 맡을 수 밖에 없었다'며 '운영 적자로 인해 오너 일가에 실제 이익으로 돌아간 부분은 없다'고 주장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3년만에 내려진 제재 결정이지만 사실상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감 몰아주기로 인해 총수 일가가 수백 억 원대 이익을 본 것에 비해 과징금의 액수가 적어 제재의 실효성이 적다는 것이다. 각 계열사에 대해 과징금이 부과됐을 뿐, 수혜자인 박현주 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은 빠졌다.
이에 대해 공정위 측은 '골프장, 호텔 이용이 기존의 기업 활동 연장선에서 이뤄진 것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다'며 '박현주 회장의 구체적인 지시가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지 않아 개인에 대한 고발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취재 | 오대양 |
디자인 | 이도현 |
웹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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