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부정선거 확인하려고 국정원이 선관위 보안점검 했을까?
2024년 12월 20일 17시 25분
미래통합당 유상범(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후보가 창원지검장을 지낸 뒤 8개월 만에 창원 지역 건설사의 법률 고문으로 재취업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미래통합당 윤갑근(충북 청주상당) 후보는 실제 법률고문 취업 일자보다 두달 늦춰 인사혁신처에 취업 일자를 신고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상범 후보와 윤갑근 후보는 지난 2017년 6월, 법무부가 ‘과거 부적절한 사건 처리로 인사 조치’한 인물로, 이후 검찰 옷을 벗고 변호사로 개업했다. 뉴스타파는 법조인 출신 후보들의 전관 변호사로서 행적을 살펴보던 중 인사혁신처에 공개된 ‘퇴직공직자 취업이력 공시’ 자료에서 법률 고문 재취업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 고위직 전관 변호사들의 법률 고문 재취업은 인사혁신처의 취업 심사를 거쳐 가능한 일이나, 이른바 전관예우방지법을 피하기 위한 ‘꼼수’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유상범 후보는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3차장 검사, 대검 공판송무부장, 창원지검장을 지냈다. 유 후보는 지난 2014년에 불거진 정윤회 국정개입 의혹 사건 수사 책임자로서, 비선 실세 의혹은 수사하지 않고, 문건 유출자만 기소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지난 2017년 8월, 검찰 옷을 벗은 뒤 변호사로 개업한 유 후보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강원 홍천횡성영월평창 후보로 출마했다.
뉴스타파는 유 후보가 변호사 시절, 검찰 전관으로서 어떤 일을 해왔는지 살펴봤다. 인사혁신처에 공개된 ‘퇴직공직자 취업이력 공시’에 따르면 유상범 후보는 지난 2018년 2월 1일자로 한림건설의 법률고문으로 재취업했다. 한림건설은 창원, 김해, 진주 등 경남 지역 일대에 ‘한림 풀에버’라는 아파트를 분양한 건설사로 창원시에 본사를 두고 있다. 유 후보는 1년 6개월간 역임했던 창원지검장을 떠난 지 8개월 만에 창원지역 건설사의 법률고문을 맡은 것이다.
지난 2014년에 개정된 공직자윤리법, 이른바 전관예우 방지법은 퇴직 5년 전까지 근무했던 기관과 해당 기업의 업무 연관성을 따져서 취업을 제한하도록 했다. 다만,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 심사를 거쳐 법률 고문으로는 재취업할 수 있다. 그러나 전관예우 방지법을 피하기 위한 법률 고문 재취업은 전관 변호사들이 기업과 손을 잡는 꼼수라는 지적이 오랫동안 제기돼 왔다.
“자신과 혹은 자기 회사와 관련해서 검찰의 내사가 진행됐는지, 또는 기소된 사건이 있었는지 등 검찰의 수사 동향을 확인한다든가하는 목적으로 법률 고문을 두는 것입니다. 창원지역 검사장이 창원 지역 건설사 법률 고문으로 취업한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입니다.”
뉴스타파는 유상범 후보가 법률 고문을 맡았던 한림건설의 대표를 찾아가 부적절한 전관 대우와 관련해 질의서를 보냈으나 아무런 답을 하지 않았다. 뉴스타파는 유 후보의 선거 사무실을 찾아 갔으나 만날 수 없었다. 뉴스타파는 유상범 후보에게 전화를 걸었으나, 유 후보는 “뉴스타파와는 인터뷰를 안 한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윤갑근 후보도 박근혜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 1차장 검사, 대검 강력부장과 대검 공안부장 그리고 대구 고검장을 지내며 승승장구했다. 윤 후보는 대구 고검장 시절인 지난 2016년 8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이석수 특별감찰관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맡았다. 윤 후보는 황제소환으로 면죄부 논란이 일었던 이 사건을 결국 무혐의 처리했다. 하지만 이후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특검은 우 전 수석이 국가정보원에 지시해 이석수 감찰관을 불법 사찰한 혐의로 기소했고, 현재 우 전 수석의 혐의는 1심에서 유죄가 난 상태다.
윤갑근 후보는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미래통합당 충북 청주상당 지역구 후보로 공천 받았다. 윤 후보는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와 성균관대 법학과 동문으로 황교안 라인으로 불린다.
지난 2017년 6월, 법무부의 인사 조치이후 퇴직한 윤 후보는 이후 세 곳의 기업의 법률 고문으로 재취업했다. 인사혁신처가 공개한 ‘퇴직공직자 취업 이력 공시’에 따르면 윤 후보는 검찰 퇴직 후 6개월 만인 지난 2018년 1월부터 유명 시계 제조업체인 제이에스티나, 바이오업체인 셀트리온헬스케어에 법률 고문으로, 2018년 12월 31일에는 경동제약 법률 고문으로 일했다.
뉴스타파는 이들 회사에 윤 변호사의 고문 계약 내용과 사유, 기간 등을 물었다. 경동제약은 윤 후보의 법률 고문 취업은 경동제약의 류덕희 회장과 성균관대 동문이라는 학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월 100만원의 고문료를 지급했지만, 전관 예우는 아니라고 답했다.
“경동제약의 류덕희 회장님이 성균관대 총동문회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동문회 지인으로부터 소개를 받았다. 윤갑근 변호사와 법률 자문 서비스 수수료는 월 100만원으로 계약했다. 업종 특성상 의약품 관련 법률 이슈(특허분쟁 등)가 많은 편이기에 해당 분야에 보다 특화된 제약 전문 법률자문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2019년 12월부터는 약사 출신 변호사를 보유한 타법무법인으로 법률고문을 변경했다.”
윤갑근 후보가 고문 계약을 맺은 셀트리온헬스케어측이 보내온 답변에는 인사혁신처에 공개된 자료와 다른 사실이 확인됐다. 인사혁신처 자료에는 윤 후보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2018년 1월1일부터 재취업했다고 나와 있다. 하지만 회사측은 계약서 상으로, 2017년 11월부터 고문 계약이 시작됐다고 답했다.
“저희 계약서 기준으로는 2017년 11월부터 2019년 10월까지 2년간 계약을 한 것으로 돼 있습니다. 이 기간 안에 윤갑근 변호사가 저희와 업무를 진행한 것을 의미하는 겁니다.”
(인사혁신처에 신고된 윤갑근 후보의 취업일자가 달라서 여쭤보는 겁니다.)
“저는 (윤갑근 변호사와의) 계약서를 보면서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검찰 옷을 벗은 같은 해에 재취업했다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을까. 실제 취업일자와 인사혁신처 신고된 내용이 다를 경우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뉴스타파는 윤갑근 후보를 찾아가, 취업일자가 회사측과 다른 이유를 물었다.
“인사혁신처에 물어보세요. 법대로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선거 끝나고 자세히 말씀드릴게요.”
이후 뉴스타파는 재차 윤갑근 후보 캠프 측에 사실관계를 물었으나, 선거 운동을 이유로 답변을 거부했다.
취재 | 강민수 |
촬영 | 오준식 이상찬 |
편집 | 김은 |
CG | 정동우 |
디자인 | 이도현 |
출판 | 허현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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