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⑧ 언론과 기업의 '검은 카르텔'

2019년 02월 15일 19시 03분

2016년 8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관계가 폭로돼 언론과 재계의 검은 거래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송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송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였다. 그는 언론과 기업을 연결하는 ‘로비스트’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취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이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폰에 저장됐던 것으로 총 2만 9534건에 달한다.

문자의 상당부분은 사적인 내용이거나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문자에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확인됐다.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민낯을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로비스트’ 박수환 문자는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감춰져 있던 기업과 언론의 공생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접대와 청탁, 그리고 기사거래로 이어지는 일종의 ‘검은 카르텔’이다.

박수환 문자에는 유독 조선일보가 많이 등장한다. 박수환 뉴스컴 대표와 문자를 주고받은 기자 179명 중 무려 35명이 조선일보 기자였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박수환과 금품과 청탁을 주고받거나 기사를 거래했다. 박수환과 송희영 전 조선일보 주필의 ‘남다른 관계’를 감안한다해도 정도가 심했다.

하지만 ‘박수환 문자’ 보도를 접한 홍보업계에서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 나온다. “박수환 대표의 문자여서 그렇지 사실 조선일보만의 문제는 아니다”라는 것이다. 박수환 문자로 확인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관계가 사실은, 언론계에서 이미 오래전에 보편적인 관행으로 자리잡았다는 얘기였다.  

접대와 청탁을 넘어선 ‘그들만의 먹이사슬’... “이미 오래된 관행”

박수환 뉴스컴 대표의 언론사 로비에는 일정한 규칙, 패턴이 있었다. 먼저 식사나 골프접대, 선물공세를 통해 언론인을 자기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점조직 같은 인연을 하나씩 연결하며 그물망같은 카르텔을 구성했다. 기업과 언론을 연결하고, 언론인과 언론인을 연결하는 식이었다. 접대골프 같은 수단이 유용하게 쓰였다. 그리고 그렇게 얽히고 설킨 인연을 파고들어 기사 거래, 청탁 등을 은밀히 진행했다. 박수환은 때로는 로비스트였고 때로는 ‘매칭 매니저’로 움직였다.

조선일보의 관계사로, 주로 대기업과 관련된 기사를 생산, 유통하는 ‘인베스트 조선’의 김민열 대표의 사례는 박수환이 만든 생태계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박수환과 수많은 문자를 주고받는 사이였다.

2013년 11월 26일, 박수환은 김민열 대표와 골프 약속을 잡았다. 김OO 조선일보 부장, SPC 그룹 임원 김OO 상무가 함께했다. SPC그룹은 박수환이 대표로 있던 뉴스컴의 고객사로, 송의달 조선일보 기자에게 미국 왕복 항공권을 주고 김영수 디지털조선 대표와 기사거래를 한 사실이 ‘박수환 문자’로 확인됐던 바로 그 기업이었다.

2014년 5월에도 김민열 대표는 박수환 대표와 골프약속을 잡았다. 이번엔 김영수 현 디지틀조선 대표, OB맥주의 임원이 함께 했다. OB맥주 역시 당시 박수환의 고객사였다. OB맥주는 자사와 관련된 악성 루머가 돌자 박수환과 포털서비스 검색조작을 계획한 사실이 ‘박수환 문자’로 드러난 바 있다.  

박수환 대표를 중심으로, 이렇게 만들어진 그물망 인맥은 이후 기사거래와 같은 이해관계로 연결됐다. 2014년 10월, 김민열 당시 인베스트조선 취재본부장은 박수환 대표가 보내준 보도자료 내용대로 자사의 기사를 수정해 준 것으로 박수환 문자에 나온다.

김 대표가 박수환에게 사실상 데스킹을 요청한 문자도 확인됐다. 2015년 6월, 김 대표가 기사 전문을 박수환에게 전달한 뒤 보낸 문자에는 “한번 봐달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취재진은 김민열 대표에게 연락해 ‘박수환 문자’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그는 이렇게 답했다.

박수환 대표와는 대우조선해양 사건이 벌어지기 전부터 알던 사이지만, 대가성 있는 거래를 한 사실은 없다. 박 대표 사건 당시 검찰 참고인 조사 때도 충분히 소명한 내용이다. 박 대표에게 받은 숙박권 2개는 모두 무료 바우처였다. 바우처 사용 이후엔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선물을 박 대표에게 전달했다. 골프비용은 각자 냈다. 박 대표에게 보낸 기사 전문은 이미 인베스트조선 회원들에게 오픈된 기사였다. 비판의 대상인 기업의 반론을 싣는 과정에서 보낸 것이다. 박 대표의 청탁이 기사에 영향을 미친 사실도 없다. 박수환 조현문 두 사람이 나눈 대화내용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다.

김민열 인베스트 조선 대표

박수환 대표가 언론사에 광고비를 지불하는 방식으로 기업의 홍보기사를 청탁, 중개한 사실도 확인됐다. 2013년 7월, 박수환은 이광회 당시 조선일보 산업부장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OOO( 조선일보 AD본부 광고영업 담당 부장)과 광고를 진행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취재진은 문자내용대로 광고기사가 조선일보 지면에 게재됐는지를 확인해 봤다. 그리고 박수환이 문자를 보내기 한 달 전, 문자내용대로 광고기사가 집행된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게재된 기사에는 이것이 광고기사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 표시가 전혀 없었다.  

취재진은 박수환에게 문자를 받았던 이광회 현 조선일보 AD본부장에게도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조선일보에 게재된 기사가 ‘박수환 문자’ 내용과 같이 기업으로부터 광고비를 받고 만들어진 기사인지, 왜 광고기사를 일반기사처럼 게재했는지” 등을 묻는 질문이었다. 이 본부장은 다음과 같은 입장을 전해 왔다.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기사는 '기사형 광고, 또는 광고성 기사'를 담는 조선일보 섹션에 게재된 것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의 결과다. 조선일보 데스크는 엄격한 잣대를 가지고 기사작성을 해오고 있다. 기업의 마케팅 활동을 장려하고, 독자에게는 좋은 기업ㆍ제품정보를 제공하자는 취지를 동시에 담은만큼 광고를 기사인 것처럼 속인 것은 아니다.

이광회 조선일보 AD본부장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처장은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이 되지 않는 기사들이 넘쳐나는 현상에 대해 “언론사 스스로가 광고전단지가 돼 독자들의 신뢰를 깎아먹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광고인지 기사인지 알 수 없는 기사 게재… “독자 신뢰 깍아 먹는 행위”

그런데 문제는, 언론계 내에서 이와 같은 기사거래가 점점 노골적이고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박수환 문자’를 취재하던 도중 만난 한 홍보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간부급 기자들이 기업과 기사거래를 하고 청탁하는 일이 많았지만, 요즘엔 회사 차원에서 영업을 독려하면서 젊은 기자들까지 영업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 “기사를 미끼로 기업으로부터 돈을 요구하거나 협박을 하는 대형언론사 기자들도 많다”는 것이다.

OO경제에서 저희 고객사 인터뷰 요청이 있었는데 그 채용 관련된 인터뷰를 요청하셨었어요. 그래서 이제 어렵사리 다 일정을 잡고 인터뷰 진행하고 이제 기사 게재만 남은 상황이었는데, 그때 기사 나간 당일에 연락이 오셔서 이제 페이지 단가를 알려주시면서 몇 페이지 게재될 거니까 이 정도의 광고비를 달라고 요구하셨죠.

전 홍보대행사 직원

박수환 문자에는 총 35개 언론사의 기자 179명이 등장한다. 하지만 박수환에게 접대나 선물을 받고, 기사거래에 나선 기자는 20여명 남짓에 불과했다. 그 외 기자들이 박수환과 주고받은 문자는 대부분 정상적인 취재활동이었다.

박수환 대표와 기사를 거래하고 청탁이나 선물을 주고받은 것으로 확인된 기자들이 내놓는 입장은 거의 비슷했다. “박수환 같은 고급 취재원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오랜 친분관계에서 주고받은 선물이라 부적절한 거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박수환의 고객사인 대기업의 입장을 충실히 담아 균형잡힌 기사를 만들기 위해 사전에 기사를 보내거나 데스킹을 부탁했다”는 식의 답변이었다.  

그럼 과연 이들의 주장은 사실일까. ‘언론과 기업의 공생관계’는 언론계에 보편적인 현상이며, 접대와 금품을 받아야만 취재원이 관리되고, 또 기자생활을 잘 할 수 있는 걸까.

뉴스타파는 두 달 가량 진행된 ‘박수환 문자’와 관련된 취재를 마무리하면서, 박수환과 여러번 문자를 주고 받았지만 기사거래나 청탁없이 취재를 진행했던 여러 언론사의 기자들을 접촉해 의견을 들었다. 이들의 입장은 하나같이 단호했다.  

박수환 씨는 재벌들하고 일을 해서 돈을 버는 사람입니다. 당연히 고객인 대기업을 만족시켜주는 것이 그 사람의 첫번째 임무입니다. 박수환 씨가 언론을 관리한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겠죠. 박수환 대표는 저에게는 단 한번도 선물한 적이 없습니다. 왜 그랬겠어요? 그래봐야 소용이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겠죠. 결국 조선일보에는 조선일보에 맞게, 한겨레에는 한겨레에 맞게 홍보전략을 짠 겁니다. 기자가 취재원인 박수환과 결탁한다는 거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겁니다. 홍보대행사가 아니고 홍보대행사 할아버지라고 해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왜냐? 나는 내 기사를 쓸 뿐이기 때문인 거죠.

한겨레신문 대기업 전문기자

취재 : 한상진, 홍여진, 강민수, 강현석
연출 : 신동윤, 박경현
촬영 : 최형석, 신영철
편집 : 박서영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관련뉴스

최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