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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비스트' 박수환 문자① 고위언론인의 채용 청탁

2019년 01월 28일 14시 41분

2016년 8월, 송희영 당시 조선일보 주필과 대우조선해양의 유착 관계가 폭로돼 언론과 재계의 검은 거래가 또다시 세간의 관심을 끌었다. 이 사건은 검찰 수사로 이어졌고, 송 전 주필은 접대골프, 초호화 해외여행 등 향응을 제공받은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현재 2심 재판이 진행중이다.

그런데 송 전 주필과 대우조선해양 사이에는 연결고리가 있었다. 바로 홍보대행사 뉴스컴의 박수환 대표였다. 그는 언론과 기업을 연결하는 ‘로비스트’였다.

뉴스타파는 지난 수개월간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관계를 취재해 왔다. 그 과정에서 둘 사이의 관계를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방대한 자료를 입수했다. 바로 ‘로비스트’ 박수환의 휴대폰 문자 파일이다. 2013년 1월부터 2015년 7월까지 박수환의 휴대폰에 저장됐던 것으로 총 2만 9534건에 달한다.

문자의 상당부분은 사적인 내용이거나 회사업무와 관련된 것이었다. 하지만 일부 문자에서 언론과 기업의 부적절한 공생, 유착관계를 보여주는 흔적들이 확인됐다. 오늘부터 뉴스타파는 박수환 문자에 등장하는 언론인 등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민낯을 연속보도한다.

<편집자 주>

‘기자들의 채용청탁’...이학영 한경 논설실장, 송의달 조선 에디터

저명 언론사 고위급 언론인 2명이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를 대기업 인턴에 취업시킨 의혹이 ‘박수환 문자’를 통해 불거졌다. 이학영 현 한국경제 논설실장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다. 뉴스타파는 최근 입수한 박수환 전 뉴스컴 대표의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파일’에서 이들의 채용청탁 정황을 확인했다.

▲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왼쪽)과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두 사람은 2015년 ‘로비스트’ 박수환을 통해 자신의 자녀가 대기업 인턴에 채용되도록 청탁한 의혹을 받고 있다.

‘박수환 문자’에 따르면, 이학영 실장은 2015년 6월 자신의 딸을 자동차 회사인 한국GM 인턴에 채용되도록 박수환에게 청탁했다. 박수환 대표는 이 실장을 대신해 한국GM에 이 실장의 딸 인턴 채용을 부탁했다. 박 대표가 채용청탁 문자를 보낸 사람은 황지나 한국GM 부사장이었다. 아래 내용은 채용청탁 과정에서 박수환과 황 부사장이 나눈 문자 내용.

이 실장 딸의 한국GM 인턴 채용과정은 비정상적으로 진행됐다. 당시 한국GM은 서류심사와 면접 등의 절차를 거쳐 인턴을 채용했는데, 이 실장의 딸 이력서는 채용절차가 모두 끝난 뒤에야 한국GM에 접수됐다. 지원서 접수 기간은 2015년 5월 7일~5월 13일, 최종합격자 발표일은 2015년 6월 11일이었는데, 박수환 대표를 통해 이 실장 딸의 이력서가 한국GM에 들어간 것은 2015년 6월 16일 이후였다.  

‘박수환 문자’에는 당시 채용과정이 ‘선채용 후면접’이라고 표현돼 있다.  

이 실장은 딸의 인턴 채용이 확정되자 박 대표에게 문자를 보냈다. ‘열렬 감사드린다’는 내용이었다. 딸의 첫 출근날에도 ‘걱정해주시고, 응원해주시는 뜻 깊이 새기겠다’고 감사 문자를 보냈다.

2015년, 송의달 현 조선일보 에디터의 딸도 비슷한 방식으로 한국GM에 인턴으로 선발됐다.

박수환 대표가 한국GM 측에 채용을 청탁했고, 황 부사장이 이를 들어주는 식이었다. 딸이 한국GM에 특혜 채용됐을 당시 송 에디터는 조선일보 산업부장을 맡고 있었다. 이후 그는 조선일보 자회사인 조선비즈 대표를 거쳐 지난해 12월 조선일보 오피니언 에디터가 됐다.

송 에디터는 산업부장 시절 박수환 대표와 여러차례 사적인 문자를 주고 받았다. 그 중에 송 에디터 딸의 한국GM 인턴 채용과 관련한 내용이 있었다. 박 대표와 송 에디터, 그리고 한국GM 황 부사장은 긴밀하게 문자를 주고받으며 송 에디터 딸을 챙겼다.

당시 한국GM 채용공고를 보면, 인턴 서류 접수기간은 2014년 11월 5일부터 11월 12일까지였다. 황 부사장이 송 에디터 딸의 이력서를 박수환에게 요청한 건 원서 마감이 9일이나 지난 뒤였다.

서류 접수 마감 후 이력서 제출… ‘선채용 후면접’

송 에디터는 박수환 대표를 통해 딸의 인턴 근무 희망 시기와 기간까지 지정해 한국GM에 통보한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도 나왔다. 인턴 채용 절차가 끝난 뒤인 2014년 11월, 박수환 대표는 한국GM 측에 “(송 에디터 딸이) 내년 3월부터 4개월 동안 인턴하시겠답니다”라는 내용의 문자를 보냈다. 송 에디터의 바람대로 딸은 이듬해 한국GM에 인턴으로 채용됐다. 별도의 채용공고는 없었다.

취재진은 두 언론인 자녀의 인턴 채용을 진행한 한국GM 황지나 부사장에게 연락해 입장을 물었다. 황 부사장은 “채용과정에 문제가 없었다”며 ‘박수환 문자’ 내용을 부인했다.

정기적으로 실시되는 동계, 하계 인턴 외에도 인사팀의 판단에 따라 인턴을 상시 채용할 수 있습니다. 채용청탁은 전혀 할 수 없는 시스템이고, 정식 절차를 밟지 않으면 인턴에 합격할 수 없습니다.

황지나 한국GM 부사장

하지만 황 부사장은 두 언론인 딸이 인턴에 선발됐을 당시 상시채용을 통해 선발된 인턴의 숫자, ‘왜 인턴 이력서를 지원자가 아닌 박 대표와 황 부사장이 챙겼는지’ 등의 질문에 대해선 답변하지 않았다.

취재진은 채용청탁 의혹의 당사자인 이학영 실장과 송의달 에디터에게도 연락해 딸의 입사 과정에 대한 해명을 요구했다. 두 사람은 사실상 의혹을 부인했다.

내 아이가 인턴도 못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고, 채용을 부탁한 것도 아닙니다. 아이들 문제에 대해선 이런 의혹으로 아이가 상처받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부탁을 아버지로서 드리고 싶습니다.

이학영 한국경제 논설실장

그때 당시 한국GM에서 홍보를 담당했던 황지나 부사장과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전부터 딸의 인턴 문제에 대해 얘기를 했었고요. 당연히 절차를 거쳐 인턴에 채용됐습니다. 특혜 채용이라는 주장은 인정할 수 없습니다.

송의달 조선일보 에디터

취재 : 한상진, 홍여진, 강민수, 강현석
연출 : 신동윤, 박경현
촬영 : 최형석, 정형민, 신영철
편집 : 정지성
데이터 : 김강민
CG : 정동우
디자인 : 이도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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