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복지

격리누락 확진자 “삼성병원 암병동 돌아다녀”

2015년 06월 27일 16시 29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감염됐던 40대 남성 확진자가 보건당국의 격리 대상에서 누락된 채 확진 판정 직전까지 3박 4일간 같은 병원 암병동을 돌아다녔다는 사실이 뉴스타파가 확보한 환자 본인의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이에 따라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메르스 확진자들 가운데 감염경로가 미궁인 일부 환자들이 이 남성으로부터 감염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관련 정보를 제대로 밝히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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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뉴스타파는 56번째 확진자 C씨가 5월 26일부터 29일 사이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어머니를 간병하던 중 메르스에 감염됐으며, 이후 암병동으로 옮겨간 어머니와 함께 6월 1일까지 체류했다는 사실을 보도했다. 특히 당시 C씨가 보건당국의 격리대상에서 누락된 상태여서,  암병동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C씨가 5월 27일부터 29일 사이 응급실에서 ‘슈퍼전파자’인 14번째 확진자로부터 감염됐다면 메르스의 최소 잠복기 2일을 감안할 때 암병동에 체류하던 6월 1일 이전에 증상이 발현되기 시작했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건당국은 C씨의 암병동 체류 사실을 전혀 밝히지 않아 왔다. 심지어 보도자료에는 어머니를 간병했던 C씨를 ‘환자’라고 표시해 놓기도 했다. 보건당국은 뉴스타파 취재가 시작되자 “역학조사서엔 6월 1일까지 응급실에 체류했다고만 적혀 있어서 암병동 체류 사실을 몰랐으며, 보호자를 환자로 기재한 것은 단순한 실수”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게시된 보도자료에는 56번 확진자 C씨가 보호자가 아닌 환자로, 응급실 체류 기간도 5월 29일까지가 아닌 6월 1일까지로 기재돼 있다.

▲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 여기에 56번 확진자는 5월26~29일까지 응급실, 5월29~6월1일까지 암병동에서 모친을 간병한 보호자지만 6월 1일까지 일주일간 응급실에 입원했던 환자로 잘못 기록된 채 바뀌지 않고 있다.
▲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가 발표한 메르스 확진자 명단. 여기에 56번 확진자는 5월26~29일까지 응급실, 5월29~6월1일까지 암병동에서 모친을 간병한 보호자지만 6월 1일까지 일주일간 응급실에 입원했던 환자로 잘못 기록된 채 바뀌지 않고 있다.

뉴스타파는 최근 메르스 완치 판정을 받고 퇴원한 C씨를 만나 관련 내용들을 추가로 취재했다. C씨는 뉴스타파의 보도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고 밝히면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과 암병동에 머무는 동안 있었던 일들과 자신의 동선을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C씨의 증언 “격리 요청했지만 묵살...암병동 곳곳 돌아다녔다”

C씨는 5월 26일 자택에서 암투병 중이던 어머니가 갑자기 각혈 증상을 보이자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아 입원시켰다. 이후 29일 오후 5시쯤 추가 치료를 위해 어머니를 암병동 2인 병실로 옮겼고 C씨도 어머니와 함께 이동해 6월 1일 오전까지 간병을 했다.

C씨는 이 기간 동안 암병동 곳곳을 자유롭게 돌아다녔다. 5월 29일 저녁부터 6월 1일 오전까지 환자와 보호자들이 다수 모이는 암병동 휴게실을 수시로 이용했고 모든 식사를 암병동 지하층의 푸드코트에서 해결했다. 병실과 식당을 오갈 때는 암병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했다.

C씨는 6월 1일 오전 담당 의사로부터 “어머니가 응급실에서 메르스 환자에게 노출됐을 가능성이 있으니 2인실을 혼자서 쓰도록 격리하겠다”는 말을 들었다. C씨가 “나도 응급실에 어머니와 계속 함께 있었다”며 조치를 요청했지만 병원 측은 “아드님께선 건강한 분이니까 괜찮다. 그냥 집에 가 계시면 된다”고만 말했을 뿐이었다.

▲ C씨 증언에 따른 암병동 내 이동 구역
▲ C씨 증언에 따른 암병동 내 이동 구역

이에 따라 C씨는 6월 1일 오전 암병동에서 혼자 나와 경기도 수원시의 어머니 집으로 갔다. C씨는 철강구조물 제조업체의 일용직 노동자였는데 다음날 일감이 있어 출근 준비를 해야 했기 때문이다. 6월 2일 아침 C씨는 출근길에서 미열 증상을 자각했다. 단순 감기로 생각하고 다음날인 3일에야 동네 개인병원을 찾아 주사를 맞았다. 열이 조금 내려가자 오후에 다시 어머니 간병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찾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스스로 병원 측에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고 4일에 1차 양성, 5일에 확진 판정을 받았다.

보건당국 “C씨가 감염시킨 사람 없을 것”...전문가들 “가능성 있다”

이와 관련해 정은경 중앙메르스대책본부 현장점검반장은 “초기에 삼성서울병원으로부터 응급실에서 노출된 환자 600명과 의료진 150명, 밀접접촉자 150명의 명단을 받아 관리했다. 환자 보호자에 대해선 일일이 전화를 돌려 관리했어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흡했다”며 C씨에 대한 격리조치 실패를 인정했다. 하지만 “C씨가 암병동을 방문하긴 했지만 발병(6월 2일) 이전이기 때문에 그 기간 다른 사람을 감염시키진 않았을 것이라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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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들의 판단은 다르다. 증상을 자각하는 정도는 개인별로 차이가 있을 수 있어 C씨의 경우에도 암병동 체류 마지막 날인 6월 1일 이전에 증상이 시작됐을 수도 있었다는 것이다. 노환규 전 의사협회 회장은 “환자가 암병동에 머물 당시 조금이라도 발열 증세가 있었거나 혹은 증세를 자각하지 못했더라도 기간으로 볼 때 감염 위험이 있을 수 있다”면서 “적어도 그 환자가 머물렀던 같은 층의 병동은 차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재수 보건의료노조 정책국장도 “열과 기침, 객담 등이 눈에 띌 정도로 발현됐다는 것은 병세가 심각해 졌다는 의미이며, 바이러스의 활동은 그 이전부터 시작됐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환자가 발열을 자각한 시점보다 하루 이틀 전의 기간까지는 전파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방역 조치를 취했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염경로 미궁’ 166번째 확진자, C씨와 같은 기간 암병동 체류

C씨의 증언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들 가운데 감염경로가 미궁인 환자들이 나오고 있으며 특히 166번째 확진자의 경우 C씨와 같은 기간에 암병동 입원 환자를 간병하던 중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166번째 확진자인 62세 남성은 5월 25일부터 6월 5일까지 삼성서울병원 암병동에 입원한 아내를 간병했던 보호자로, 6월 18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양시에 따르면 이 남성은 응급실을 경유하지 않고 암병동을 방문했다. 보건당국은 166번째 확진자가 응급실 옆의 영상의학과에 갔다가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되지만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뉴스타파 취재에 따르면 166번째 확진자는 C씨가 암병동에 머물던 5월 29일부터 6월 1일 사이 엘리베이터나 휴게실, 식당 등에서 접촉해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더구나 보건당국의 격리망에서 누락된 메르스 확진자가 전체의 절반에 이르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C씨와 같이 감염 사실을 모른 채 삼성서울병원 응급실 이외 지역을 자유롭게 돌아다니다가 바이러스를 전파한 사례가 더 있을 가능성도 없지 않다.

실제로 현재까지 삼성서울병원에서 발생한 확진자 가운데 보건당국이 감염경로를 밝히지 못하고 있는 환자는 C씨와 암병동 체류 기간이 겹치는 166번째 환자를 제외하고도 115번째(5월 27일 외래 방문 환자), 141번째(5월 27일 외래 방문 보호자), 174번째(6월 4일, 8일, 9일 외래 방문 환자) 환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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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 외 감염’ 이미 현실...부분 폐쇄로 막을 수 있나

삼성서울병원은 당초 응급실 의사인 137번째 확진자와 이송요원인 138번째 확진자로부터 감염될 수 있는 의심자들의 잠복기가 끝나는 6월 24일 이후 부분폐쇄를 해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감염경로가 불확실한 확진자들이 속출하면서 현재 이를 무기한 연기한 상태다.

삼성서울병원의 부분폐쇄 조치는 응급실 출입을 통제하고 신규 외래·입원 환자를 받지 않으며 병원 내 의료진이나 방문객에 대한 검사를 철저히 하는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격리 대상에서 누락된 확진자가 응급실 이외 지역인 암병동을 자유롭게 배회한 사실이 확인된 상황에서 이 같은 조치 만으로 완벽한 방역이 가능한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제기될 수밖에 없다.

송형곤 전 의사협회 부회장(전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장)은 “삼성서울병원이 부분폐쇄를 했다고 하지만 병원 내에 어떤 부분이 얼마만큼 격리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여전히 삼성서울병원의 방역 조치는 꼭꼭 감춰져 있다”며 “사태 초기에 너무 방역망을 좁게 잡아 격리자 관리에 실패했다는 점을 돌아볼 때, 이제라도 방역망을 넓히고 병원 내 격리 조치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는 지 구체적으로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현재의 부분폐쇄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는지, C씨가 체류했던 암병동에 대한 조치는 어떻게 이뤄졌는지 등을 묻기 위해 삼성서울병원 측에 수차례 문의했으나 답변이 오지 않았다.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관계자도 “확진 환자의 동선에 대한 조사는 계속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정보 제공은 어렵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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