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법적 '특활비 저수지' 전국 55개 검찰청에서 확인

2023년 11월 09일 13시 30분

뉴스타파와 3개 시민단체, 5개 독립언론·공영방송으로 꾸려진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의 끈질긴 보도가 이어지면서 검찰 특수활동비라는 ‘성역’이 서서히 무너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검찰의 세금 부정 사용과 예산 오남용 보도에 집중해 온 공동취재단은 이번에는 국회의 예산 통제와 각종 법망을 교묘하게 회피하며 초법적 방식으로 국민 세금을 쓰는 검찰 특수활동비의 ‘비밀’을 추적했습니다. - 편집자 주

전국 검찰청 55곳(87.3%) 새해 첫 예산 입금 전 특수활동비 지출 확인

검찰 예산검증 공동취재단(이하 공동취재단)이 전국 지방검찰청의 특수활동비 집행 증빙 자료를 확보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 동안 새해 첫 특수활동비 예산을 배정받기 전에 특활비가 집행된 실태를 분석한 결과, 모두 55곳, 전체의 87.3%의 검찰청이 0원인 계좌에서 현금으로 특수활동비를 꺼내 쓴 것으로 확인됐다.  
새해 첫 특수활동비 예산이 배정되기 전 55개 지방검찰청이 집행한 특활비 총액은 모두 2억 7,891만 5,760원이다. 기관별로는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이 1억 2,470만 원으로, 첫 입금일 이전에 쓴 전체 금액의 44.7%를 차지했다.
대검찰청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검찰청에서도 회계상으론 돈을 다 쓴 것처럼 특수활동비 잔액을 0원으로 처리한 뒤, 실제론 쓰지 않은 현금을 따로 보관했다가 자유롭게 써 온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된 것이다.
이번 분석 대상은 공동취재단이 아직 자료를 받지 못한 서울북부지검, 서울동부지검 등 2개 지검과 2022년 3월 개청한 의정부지방검찰청 남양주지청을 뺀 총 63개 고검·지검·지청이다. 나머지 8개 검찰청에서는 새해 1월 첫 정기 특수활동비 입금일 이전의 특활비 지출이 확인되지 않았다. 
▲검찰예산 공동취재단이 2018-2020년 특활비 자료를 수령한 각급 검찰청 63곳 중 55곳, 전체의 87.3%에서 3년간 1월 첫 예산 입금일 이전에 특수활동비를 지출한 기록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대검찰청 대변인실에 따르면, 대검은 “연초에 수립한 집행 계획에 따라 각급 검찰청에 정기적으로 특수활동비를 배정”한다. 공동취재단이 확보한 대검찰청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중 ‘국고금입금의뢰서’를 확인한 결과, 매달 64~65개 관서에 2억~4억 원 규모의 현금을 계좌 이체한 기록이 나온다. 이를 통해 대검이 매달 전국 검찰청에 특수활동비 정기 지급분을 보낸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공동취재단은 해당 국고금입금의뢰서와 입금명세서 등 부속서류를 교차 확인해 전국 관서(지방검찰청)에서 새해 첫 특수활동비를 입금받은 날을 2018년 1월 12일, 2019년 1월 14일, 2020년 1월 10일로 특정했다.

국회 결산보고 “검찰청 불용액 0원”, 서산지청 12월 “잔액 이월” 기록 드러나 

국가재정법 3조에 규정된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해 연도의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는 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따라 새해 첫 특수활동비가 대검찰청으로부터 계좌 입금되기 전까지 각급 검찰청 특수활동비 계좌의 잔고는 0원이어야 한다.
따라서 대검찰청이 각급 관서에 새해 처음으로 특활비를 입금한 날 이전까지 각급 검찰청은 원칙적으로 특수활동비를 쓸 돈이 없다. 실제 법무부는 국회에 2018~2022년 전체 검찰의 특수활동비 회계연도 불용액, 즉 전년도에 쓰지 않고 남은 예산이 0원이라고 보고했다. 
▲법무부는 국회에 검찰의 2018~2022년 특수활동비 불용액 총액이 0원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공동취재단 분석 결과, 법무부가 불용액을 0원이라고 국회에 보고해 새해 첫 예산이 입금되기 전까지 검찰이 사용할 새 특수활동비 예산이 없던 시기에 전국 55개 검찰청은 특수활동비를 집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55개 검찰청 명단은 아래 그래픽으로 확인할 수 있다.
▲검찰예산 공동취재단 분석 결과, 3년간(2018-2020년) 1월 첫 특수활동비 예산 입금일 이전에 특활비를 집행한 각급 검찰청은 총 55곳으로 확인됐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의 2018년 1월분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 표 하단에는 “배정액=이월(5,297,790원) + 금월배정(5,400,000원)”라는 수식이 적혀있다. 서산지청이 사용할 수 있는 1월 특수활동비 배정액이 1,069만 7,790만 원인데, 이 돈은 전 달인 2017년 12월 잔액 529만 7,790원에 2018년 1월 대검에서 보낸 정기 지급분 540만 원을 더해 구성됐다는 뜻이다. 
서산지청이 전년도 12월까지 다 쓰지 않은 특활비 잔액 529만 7,790원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다음해 1월로 이월해 사용했다는 사실이 지청 스스로 남긴 ‘특수활동비 지출내역기록부’ 기록을 통해 확인됐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의 2018년 1월 지출내역기록부를 살펴보면 2017년 12월에 다 쓰지 않은 529만 7,790원의 불용액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다음달로 이월해 사용했다고 적혀있다.
서산지청은 다음 해인 2019년 1월에도 전년도인 2018년 12월까지 쓰지 않은 특활비 잔액 215만 1,430원을 국고에 반납하지 않고 그대로 이월해 사용했다. 2018년 12월, 지출내역기록부에 적힌 “잔액 215만 1,430원”과 2019년 1월 지출내역기록부에 적힌 “이월 215만 1,430원”의 금액이 정확히 일치한다.
▲대전지방검찰청 서산지청의 2018년 12월 지출내역기록부에 적힌 잔액과 2019년 1월 지출내역기록부에 적힌 전월 이월액이 215만 1,430원으로 동일하다.

국가재정법,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무시할 수 있는 초법적 특활비 집행

국가재정법 3조(회계연도 독립의 원칙)에 따르면 “각 회계연도의 경비는 그 연도의 세입 또는 수입으로 충당”하여야 한다. 또 국고금관리법 시행령 제37조(관서운영경비 사용 잔액의 반납)에도 “매 회계연도의 관서운영경비 사용 잔액을 다음 회계연도 1월 20일까지 해당 지출관에게 반납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또한 특활비 정보공개 소송이 진행 중이던 지난 2020년 10월, 대검이 법원에 제출한 준비서면에서도 “각급 검찰청은 예산이 남는 경우 이를 법무부에 반환”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법률과 지침은 국가 예산의 투명한 사용과 낭비되는 세금을 없애기 위한 필수적인 규정이지만, 대검은 물론 전국 55개 검찰청은 법과 국회의 통제 밖에서 세금인 특수활동비를 자유롭게 쓰고 있었다.
● 특수활동비 지출 증빙자료 원본 공개 바로가기
제작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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