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한미FTA...협상 문서 여전히 ‘비공개’

2015년 03월 30일 19시 35분

“해당 정보는 협상 전략”이라며 비공개 분과위원회 회의록은 아예 없다며 비공개

정부가 미국과의 합의 때문에 협정 발효 이후 ‘3년 동안 비공개’한다고 밝혔던 한미FTA 협상 문건에 대해 3년이 지났는데도 다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국익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비공개 결정의 이유였다. 또 분과별 위원회 회의록과 이른바 ‘4대 선결 조건’ 관련 문서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공개를 거부했다.

뉴스타파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함께 한미 FTA 발효(2012년 3월 15일) 3년이 된 지난 3월 15일에 맞춰, 한미 FTA 타결과정과 재협상 기간에 열린 공식·비공식 회의록, 양국이 교환한 문서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여기에는 미국산 쇠고기 협상 관련 내용, 재협상 과정의 회의록 등이 포함된다.

지난 2012년 민변이 한미FTA 관련 정보 공개를 청구했을 당시 정부는 “한미FTA 이행과정 협의 과정에서 상호 논의한 세부사항은 협정발효 후 3년간 대외 비공개로 유지하기로 합의”했다고 비공개 결정을 통보하면서 “발효 3년이 되는 시점에 (공개 여부를)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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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8일 한미FTA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에 뉴스타파가 제기한 정보공개청구에 대해 ‘부분 공개’ 결정을 통보했다. 그러나 정부가 ‘부분 공개’한 정보는 이미 국회에 보고된 내용으로 한미 양국 FTA 이행을 위한 국내법 재개정 현황 등에 그쳤다. 말만 ‘부분 공개’이지 사실상 비공개 결정이나 다름없었다.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 관계자는 “해당 정보는 협상 전략으로, 이를 공개하면 향후 타국과의 협상에서 영향을 받을 우려가 커 이를 무릅쓰고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쇠고기 협상 문건도 비공개...“국내법 위반 사항”

정부는 특히 쇠고기 협상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해서는 미국이 FTA 발효 이후에도 한국에 30개월 이상 미국산 쇠고기 개방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민변의 송기호 변호사는 “쇠고기 문제는 식품위생의 문제로, 식품안전기본법에서는 국가가 식품안전에 대해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현 비공개 결정은 국내법 위반사항”이라고 지적했다.

ISD(투자자-국가소송제) 재협상과 원산지 검증완화 등 협상 이후의 현안을 논의하는 분과별 위원회와 공동위원회의 공식 회의록에 대해서는 정부가 이를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며 비공개 결정을 내렸다. 산업통상자원부 미주통상과 관계자는 “양측이 합의 하에 정리한 회의록뿐만 아니라 우리 정부가 따로 보유하거나 관리하는 회의록도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한미FTA 4대 선결 조건 가운데 3가지 (약제비적정화방안, 스크린쿼터, 자동차 배출가스기준 강화)에 관한 공식 회의록도 정부가 ‘보유·관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하는 문서에 포함돼 있다. 송기호 변호사는 “국가가 반드시 보관하고 관리해야 할 중요 문서를 제대로 만들지 않았다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뉴스타파는 정부의 비공개 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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