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협업

SK증권 부회장 출신도 페이퍼컴퍼니 설립

2013년 05월 27일 10시 28분

<앵커 멘트>
다음은 SK 전직 임원이 소유한 페이퍼컴퍼니의 경우입니다. 조민호씨는 SK그룹에서 20여 년을 임원으로 지냈습니다. 이근행 피디의 보도입니다.

<이근행 피디>
서울 강남에서 승용차로 30분 남짓 걸리는 경인도 용인시 기흥의 고급빌라촌입니다. 사람의 키보다 더 높은 담장에 철책을 두르고 보안시스템까지 갖춘 이 저택은 전체 대지 면적이 2655㎡, 약 800평에 이르고. 1층과 2층을 합친 전체 건물 면적은 440㎡, 133평입니다. 인근 부동산에서는 이 저택의 가격이 못해도 60억은 될 거라고 예상합니다.

대기업 회장의 저택에 어울리는 건물 규모와 조경을 갖춘 탓에 방송사에서 드라마촬영장소로 자주 빌려 쓰기도 했습니다. 외부인의 접근이 쉽지 않은 이 저택의 주인이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 ICIJ가 뉴스타파에 제공한 서류입니다. 96년 1월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 Crossbrook Inc. 서류상 대표자는 조민호씨이고 부인 김모씨가 주주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Crossbrook Inc.의 모든 자산과 수익은 조씨에게 귀속됩니다. 조씨는 싱가폴 소재 아랍뱅크에서 근무하는 J. H. Chung이라는 인물을 통해 이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습니다.

조민호씨. 그는 오늘날 SK그룹의 모태기업이라 할 수 있는 선경합섬에 1969년 입사해 회사자금을 관리하는 재무파트에서 주로 일했습니다. 회사 이름이 선경인더스리로 바뀐 후이 1986년 처음 상무이사가 된 이후 재무본부장, 관리본부장, 부사장을 거쳐 회사 이름이 다시 SK케미칼로 바뀐 1999년 대표이사 사장직에 오릅니다. 그 사이에 조민호씨는 선경그룹 내 유일한 금융사였던 선경증권의 부회장을 겸직하기도 했습니다. 그후 SK제약사장을 거쳐 다시 SK케미칼 부회장으로 돌아온 다음 SK케미칼의 합작 회사인 휴비스 회사 사장을 끝으로 조민호씨는 장장 20년에 이르는 SK 임원생활을 마감합니다.

퇴직 후 조씨는 CNH라는 비주거형 건물임대업체를 기흥의 저택과 같은 주소지에 설립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주는 사장인 조씨 본인과 부인. 그리고 두 자녀가 전부인 가족기업입니다. 2008년 기준으로 이 회사의 자산은 73억. 총 차액금 규모는 62억으로 돼 있습니다. 조씨는 주로 주말에 이곳에 머무르며 일을 보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조씨를 만나기 위해 서울로 향했습니다. 조씨의 부인 김모씨가 페이퍼컴퍼니 Crossbrook의 주주로 등재될 당시 기록된 주소지는 강남구 압구정동 소재 한 아파트입니다. 조씨는 2000년 9월 이 아파트를 구입했습니다. 면적 210㎡, 약 64평으로 현 시세 27억 원 정도입니다.

[아파트 경비원]
“아니 사장이 나갈 때부터 우리 집에 일절 사람 올려 보내지 말라고 부탁을 해가지고 내일 근무자나 오늘 근무자나 절대 사람 안 올려 보내.”
(어, 조민호 사장님 좀 뵈러 왔는데 언제 여행 가셨어요?)
“다음 달 9일 날 온다고 얘기했는데..”

구체적인 행선지를 밝히지 않고 약 한 달 간의 칠순 기념 해외여행을 떠났다는 조민호씨 내외. 취재진은 조씨에게 페이퍼컴퍼니를 알선한 싱가폴 아랍뱅크 J. H. Chung에게 연락을 취해봤습니다. J. H. Chung은 정정훈이라는 한국인으로 한국과 일본 그리고 자본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습니다.

[아랍뱅크 직원]
“미안합니다. J. H. Chung을 찾는 거죠. 정정훈씨는 지금 사실 싱가폴에 없습니다.”

결국 조씨 아파트 경비원에게 메모를 남겼습니다. 페이퍼컴퍼니 Crossbrook과 관련해 본인의 확인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리고 3시간 후. 조민호 사장으로부터 국제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조민호 사장]
(페이퍼컴퍼니 이름이 크로스브룩으로 되어 있습니다.)
“네. 그렇습니다.”
(어떤 회사인가요?)
“특별한 것은 없었고. 그때 제가 국내에 저축해뒀던 돈들이... 퇴직금도 받은 게 있고 그랬었는데. 해외에서 아는 친지가 자기가 해외에 돈이 좀 있으니까 그걸 줄 테니까 한국에서 자기가 돈이 필요하다. 돈을 좀 다오. 그렇게 해서 그 사람들이 그때 제가 직접 만든 건 아니고. 은행에다 부탁을 해서 그런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입금을 시켜주고 제가 한국에 있던 돈을 찾아가고 그렇게 됐던 겁니다.”

국내에서 빌려준 돈을 해외에서 받았다는 조민호 사장의 해명을 액면 그대롤 인정할 경우 조사장은 환치기 수법과 다름없는 방식으로 자신의 금융자산을 조세당국 모르게 해외에 빼돌린 게 됩니다.

조 사장은 해명 과정에서 우리 사회 부유층이 지니고 있는 도덕적 해이의 일단도 주저없이 보여줍니다.

[조민호 사장]
“그때 우리나라가 외환이 부족해 가지고 상당히 어려울 때 아닙니까. 그래서 나는 우리 애들이 유학이라도 간다던가 아니면 해외에 가서 뭘 한다 그러면 그럴 때 나중에라도 좀 도와주려고 그런 용도로 했지.”

그러나 1996년 당시 SK그룹 부사장 신분인 그가 개인적인 용도로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었다고 보기에는 지나치게 현실성이 낮다는 지적입니다.

[이대순 투기자본감시센터 대표]
“자녀가 미국에서 생활한다. 그럴 때 10억이건 보내놓더라도 실질적으로 자녀가 사용하겠죠. 거기에 대해서 사실은 뭐 어렵지 않게 많이들 그런단 말이에요. 현실적으로는... 그런데 구태여 그거를 미국이 아니라 실제 생활하는 데가 아니라 버진아일랜드라든지, 이런 아주 낯선 곳에 계좌를 만들어서 거기다가 페이퍼컴퍼니를 만들어서 돈을 넣을 이유가 전혀 없죠.”

[조민호 사장]
(지금 SK그룹의 전체 비자금 운영과 관련된 부분은 없나요?)
“전혀 아닙니다. 순수한 저 개인 거고. 그 동안 개인적으로 제가 회사 그만둔 지 오래 됐으니까 가끔 이제 용돈으로 조금 찾아 쓰고 그냥 그대로 남아있죠.”

조민호 사장의 페이퍼컴퍼니 Crossbrook과 관련해 SK그룹 측은 그룹과 전혀 관련이 없으며 퇴직한 임원 개인의 일로 언급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습니다. 뉴스타파 이근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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